소설리스트

115화 (115/450)

그것이 비트코인의 가치를 보증해준다는 이론인데.

'그럴 리가 없지.'

당연하게도 개씹소리다.

세상이 그렇게 쉽고 아기자기하게 굴러갈 리가 없잖아?

하지만 정말로 일어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주식판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새로운 논리 탄생이라고.

"대단하십니다."

"뭘요. 항상 믿고 따라주시는 신자님들 덕분이죠."

"스테이블 코인이 비트코인을 무한대로 사주면, 비트코인도 무한, 아니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겠네요?"

"그렇죠! 역시 찬욱 신자님. 비트코인의 발행량은 제한돼있으니까요 후후."

하이먼 민스키 모델이라는 게 있다.

버블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설명하는 가장 유명하고 보편적인 이론이다.

'시장이 지나치게 올라버리면.'

경제학 이론상 당연히 내려가야 한다.

이성적인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자산을 던지면서 말이다.

실제로는 그렇게 굴러가지 않는다.

새로운 논리.

자산이 더 올라갈 거라는 원리가 만들어진다(?).

"여러분 코인은 오릅니다. 믿습니까?"

""믿습니다!""

"코인은 무조건 떡상하게 돼있습니다. 믿습니까?"

""믿습니다!""

적어도 나에게는 도움이 된다.

믿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코인에는 더 많은 거품이 끼니까.

'그들이 또 신규 투자자들을 불러 모으지.'

폰지 사기도 치는 입장에서 쉽지 않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들이 재고를 껴안아야 한다.

가치가 변하지 않았는데 가격만 올라?

다른 세력이 눈치채고 숏을 칠지도 모른다.

스테이블 코인.

그리고 선물 상장.

두 가지가 시장에 유동성을 제공한다.

세력들이 안심하고 가격을 올릴 수 있다.

가격 상승을 본 개미들이 날파리떼처럼 달려든다.

토독, 톡!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

어떤 자산의 가치를 무한정 올릴 수 있다면 개나 소나 우리집 강아지나 전부 부자가 될 것이다.

어딘가 구멍이 있다는 소리.

스테이블 코인에서 터지게 된다.

한 가지 사건이 계기가 되어서 말이다.

『Koogle』-검색 결과 약 0개 (0.74초)

테더 코인 시세조작 와(과) 일치하는 검색결과가 없습니다.

'역시 아직은 소란이 되지 않았네.'

스테이블 코인이 신뢰를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채권이다.

즉, 신뢰는 채권의 보유량에 비례한다.

채권은 비싸다.

그래서 그들은 채권 보유량을 속였다.

코인판의 느슨한 법률 규제가 이를 가능케 했다.

들키는 순간 와르르 무너질 사상누각.

나는 그것만 염두에 두며 코인 거래를 하면 된다.

* * *

그랜드 캐피탈.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은행이다.

"메일로 보내드렸던 서류입니다. 상기 내용을 확인하셨다면 사인 부탁드립니다."

금융계에서의 영향력은 말이 필요 없다.

출장을 갈 때마다 대접 받는 게 익숙할 정도.

'여긴 좀 특이하지.'

IB인 해밀턴은 그 기류를 느끼고 있다.

PB와 달리 개인이 아닌, 기업을 상담을 한다.

이곳은 자회사 중 하나.

기업 규모로도, 입장상으로도 자신들이 갑에 위치해있는데.

"변경된 내용 있나요?"

"특별히 없습니다. 아니, 없습니다!"

"그렇다면 재차 확인할 필요 없겠죠. 여기 사인 되었습니다."

주객이 바뀌어있다.

눈앞의 여자의 태도는 명백히 자신이 위라는 걸 인지하고 있다.

'이쁘다고 기고만장한 건 아닌 것 같고.'

처음에는 당황했다.

너희 우리 자회사잖아?

우리 은행 돈 빌려 쓰는 거잖아?

하지만 세상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계약의 내용이 다른 거래처와 비교도 안되게 파격적이다.

꿀꺽!

그 정도의 눈치는 있다.

해밀턴도 회사 생활을 하루이틀 해온 게 아니다.

IB를 달려면 나름 엘리트여야 한다.

날고 기는 월스트리트 증권가에서 말이다.

'나 같은 일반 사원에게는 전해지지 않는, 전해질 필요가 없는 정보라는 건가…….'

그래봤자 일반 직원.

알려고 들면 안된다는 사실을 직감한다.

사인을 확인한 해밀턴은 도망가듯 황급히 거래처를 빠져나간다.

'이러면 보다 원활한 현금 흐름을 만들어갈 수 있겠네요.'

레이첼 비거.

그녀는 패밀리 오피스의 이사직을 맡고 있다.

돈이 많은 가문이 자산 관리를 위해 설립하는 프라이버시한 펀드다.

이곳 말고도 여러 곳 존재한다.

가문의 후계자들이 직·간접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펀드의 성적은 후계자들의 평판에 영향을 미친다.

또각!

레이첼은 아직 어리다.

정식 후계자에도 들지 못했다.

인정을 받기 위해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사님!"

"매입은 잘 진행되고 있나요?"

"너무 잘돼서 인센티브 날이 기다려질 정도입니다. 하하!"

사무실로 돌아간다.

자신이 지휘를 맡은 업무팀의 팀장 파비안이 호들갑을 떨며 보고를 해온다.

'당연히 그래야지.'

잘될 수밖에 없다.

가문의 힘.

세간의 온갖 정보들이 빠르고, 정확하게 들어온다.

그리고 금융계에서 정보는 곧 돈이 된다.

이를 치환하는 것이 업무의 주된 내용이다.

"스테이블 코인 및 채굴업자들의 채권 매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비트코인의 상승에 더 강한 베팅을 할 것입니다."

"지금보다도요?"

"이견이 있다면 언제라도 말씀하세요. 타당한 근거와 함께."

"아, 아닙니다……. 저도 이사님의 말씀에 완전히 동의합니다!"

요지는 얼마나 더 잘해내느냐는 것.

레이첼은 스스로의 능력에 절대적인 자신감이 있다.

'시시한 남자네. 시키는 대로는 잘해서 상관없지만.'

비트코인의 상승에 거액을 베팅했다.

코인에 회의적인 업계의 시각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그런 구조가 보였기 때문이다.

성과를 바탕으로 보다 큰 자금을 유통 받는데 성공한다.

"최근 거래량이 급등하고 있거든요. 확실히 단기간에는 상승 추세가 꺾이지 않을 겁니다."

"보고서는요?"

"네! 최근 거래 데이터입니다. 이상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큰 베팅은 큰 리스크가 따른다.

가문의 힘과 정보력이라면 그것마저 헷지할 수 있는데.

'응?'

부하 직원이 정리해온 비트코인의 거래 데이터.

조금 신경 쓰이는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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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6천 달러선에서 횡보하던 비트코인이 급등하게 되는 시기다.

'그전까지 최대한 차트의 움직임을 파악해 놔야지.'

지난번과 똑같다.

차트의 움직임을 쫓는다.

미세한 변동 포인트들을 체크한다.

세력의 시각을 그곳에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 가끔 자신들의 의도를 내비칠 때가 있다.

"그래서 계속 보는 거구나."

"혜리도 코인에 관심 있어?"

"아뇨, 제가 관심 있는 건 오빠뿐이니까. 하아……, 하아……."

될 수 있는 한 계속 보고 있다.

밋밋한 작업이기 때문에 지루함을 달랠 겸 혜리네 집에 왔다.

'오, 느끼나 보네.'

의자 위에서 꼭 끌어안고 있다.

소라와 달리 가볍고 말캉말캉하다.

"히끅! 히끅!"

박을 때마다 웃기는 소리도 낸다.

포르치오를 최근 들어서 개발 중이다.

'얘가 질이 얕아서.'

성감대도 앞쪽에 몰려있다.

안쪽을 푹푹 찌르는 것에는 거부감이 있었지만.

"아파?"

"괜찮아요!"

"안 괜찮은 거 같은데."

"아뇨, 기분 좋아요. 이거 뭔가, 뭔가가 이상해서……."

이제는 본인도 즐긴다.

단단하게 선 귀두에 자신의 안쪽을 빙글빙글 비벼 댄다.

'아, 이래서 어린 여자가 좋지.'

개발하는 보람이 있다.

새로운 쾌감을 찾아낸 모습을 보면 나도 뿌듯하다.

조금 도움을 준다.

혜리의 작은 몸을 들어서 안쪽을 푹푹 하고 마구 쑤셔준다.

"힉! 히이익……."

팔다리에 힘을 있는 대로 쥐고 있다.

내 품 안에서 작은 동물처럼 오들오들 떤다.

쪼옥!

귀여운 혜리의 입술을 먹는다.

입을 틀어 막는 용도.

그리고 나도 적당히 흔들어서 기분 좋아진다.

가버린 질이 경련하고 있다.

여자를 오나홀 대용으로 쓰는 건 꽤나 자극적인 일이다.

"헤엑……, 헤엑……, 헤엑……."

혜리는 조금 너무 느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땀 범벅, 눈물 범벅, 콧물까지 조금 흘린다.

'봐봐. 원래 이렇게 좆밥이어야 하는데.'

스무 살.

아직 때 묻지 않은 나이다.

어지간한 일은 처음, 아니면 경험이 적다.

"힘들어?"

"보지가 이상해요……."

"어떻게 이상한데?"

"막, 막 이상해요. 조금만 쉬게 해줘요……."

한 번만 따먹어도 질질 싼다.

하나하나 가르쳐주고, 몸에 기억시키는 재미가 있다.

본래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별종 같은 년이 한 명 있어서 문제다.

"죄송해요. 가슴이 너무 벅차서."

"그렇게 좋았어?"

"네! 오빠랑 하는 거 너무 좋아요. 너무, 너무 좋아요."

'소라도 따먹으면 좀 달라지려나.'

따먹지는 못해도 의식은 시키려고 했다.

남녀 관계에 흥미가 생기게 만들어야지.

흥미는 있었다.

성교육 실습을 오지게 해댔다.

소라의 첫 남자 1호로 정액만 싸고 끝났다.

"히익!"

여기에 싸줬어야 했는데.

조금 화풀이 대상이 되어버린 혜리에게는 미안하다.

'재능충 만났다가 멘탈 털리고, 양학으로 힐링하는 거 같잖아!'

내가 왜 자존심이 상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싸고, 걔는 안 싸는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혜리 덕분에 힐링도 하고, 매매도 편하다.

코인 차트의 움직임에 특별한 난제는 없다.

"오빠는 코인이 더 올라갈 거 같아요?"

"응."

"차트를 보고 아는 게 신기해요."

"분봉, 일봉, 주봉을 관찰하면 대략적인 흐름을 알 수 있는데……."

지지선이 받쳐주고 있다.

저항선은 조금씩 올라간다.

이따금 아래로 갈 듯한 느낌도 주지만.

'좀 더 크게 보면 흐름이 변하는 건 아니야.'

이럴 때는 헷징도 필요 없이 평단 관리만 조금씩 해주면 된다.

어설픈 대응보다는 들고 있는 게 나을 정도.

"혜리도 코인 할래?"

"가격이 많이 오르나 봐요."

"당분간은 떼돈 벌 수 있는데."

"저는 오빠 코인 타서 괜찮아요♡"

원래 폰지 사기도 처음 소문 듣고 몰리는 애들은 돈을 번다.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다.

'혜리는 말은 잘 듣는데 재미가 좀 없지.'

투자자로서는 말이다.

내 말을 듣고 투자 수익을 소소히 챙겨가고 있다.

공부를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이론뿐.

실전 매매 실력은 사실상 없다시피 하다.

"주식 동아리 부장이 코인을 하긴 뭣해서……."

"그렇긴 하지."

"오빠가 하라면 할게요."

"아니야. 그냥 해본 소리야."

대신 동아리 운영은 잘해주고 있다.

사교력이 좋아서 적재적소의 인재다.

'생각 이상으로 말이야.'

덕분에 내가 마음 놓고 매매에 전념할 수 있다.

가끔은 상을 줘도 좋을 것이다.

"이번 주 주말에 시간 있어?"

"시간이야 있죠?"

"오빠랑 온천 여행 갈래? 다음날 걸어 다닐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아♡"

입맞춤을 해준다.

수현이 자극적인 이벤트를 좋아한다면, 혜리는 일상적인 이벤트를 좋아한다.

'그래도 말이 통하는 애가 파트너로서는 낫지.'

아무리 굉장한 투자자라 하더라도 맹점은 있다.

파트너를 찾는다면 반대 성향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레이첼은 괜찮았다.

조금 고지식하긴 해도 투자자로서의 가치관은 확립돼있다.

이는 중요한 부분이다.

내가 방탕한 투자를 한다고 해도, 전통적인 투자를 무시하는 건 아니다.

상호보완적 관계가 될 수 있어서 오히려 선호한다.

수준이 맞는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지금도 오빠랑 하고 나면 다리가 덜덜 떨리는데."

"그래?"

"하루종일 박히면 원상태로 안 돌아갈지도 몰라요♡"

혜리나 수현은 물론 소라도 다다르지 못한 영역.

엘리트 교육을 받아온 레이첼만이 유일했다.

'보지맛도 참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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