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2화 (112/450)

대신 주민들은 드문드문 보인다.

"학생 없는 거 알잖아."

"그래도 부끄럽거든요!"

"알아보는 사람들 없는 곳은 괜찮고?"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소라가 부끄럽도록 희롱을 한 보람이 있다.

딸칵!

차에 태운다.

조수석에 여자를 앉히는 건 몇 번을 해도 질리지 않는다.

"선배 차에요?"

"응."

"좋은 차네요."

"돈 벌었는데 써야지."

아우디.

유민을 배웅할 때도 쓴 차량이다.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한 중고차다.

'그래도 꽤 고급 외제차긴 하지.'

소라는 처음 타보는 모양이다.

어울리지 않게 아주 다소곳이 앉아있다.

창가를 가릴 정도의 큰 가슴.

쭉 뻗은 허벅지도 존재감이 만만치 않다.

"선배!"

"왜?"

"성적인 건……, 안 하기로 했잖아요."

"터치까지는 괜찮잖아. 여친인데."

만지지 않으면 실례일 정도다.

아니, 조수석에 앉았으면 그 정도는 해야 한다.

'운전하는 사람이 심심하지 않게.'

겨우 스킨십.

소라에게는 자극적인 듯 얼굴이 완전히 새빨개졌다.

하지만 점점 풀린다.

이곳저곳 데리고 다닐수록 긴장에서 벗어난다.

"선배 이거 봐요!"

"오빠라고 부르라고 했지?"

"오빠. 이거 그림 너무 예쁜 것 같아요."

미술관.

딱히 자극적인 데이트가 아니다.

소중한 첫 경험을 망치고 싶진 않다.

'천천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지.'

다른 남자는 미적지근하고 유치해서 사귀고 싶지 않도록 말이다.

소라의 눈을 마주 보며 속삭인다.

"니가 더 예뻐."

"지랄 마요."

"……."

"미술관은 어렸을 때 오고 오랜만인데 오길 잘했어요. 개안한 기분이에요."

본인이 만족하는 것 같으니 됐다.

예술적인 감성이 없지는 않은가 보다.

'교양은 중요하지.'

여자는 겉만큼이나 속도 중요하다.

속궁합은 물론이고 교양과 인성.

하나하나 가르쳐주고 싶다.

숙성시켜서 최고의 맛을 내게 만든다.

"다음은 어디 갈 거에요?"

"그전에."

"?"

"소라 때문에 참았으니까 자."

미술관 관람을 마친다.

꽤 신이 난 듯 차에 타자마자 다음 행선지를 묻는다.

'점잖은 장소라서.'

격한 데이트는 하지 못했다.

입술을 내밀자 소라가 선뜻 응답해온다.

쭈와압!

전혀 싫어하는 기색이 없다.

허벅지를 쓰다듬어도 당황하지 않는다.

쪼옥!

쪼옥!

오히려 더 격하게 얽혀 든다.

가는 목을 쭉 뻗어서 키스하기 쉽게 해준다.

아무리 주차장.

썬팅을 한 차량 내부라고 해도 지난 사람들이 있다.

그럼에도 적극적으로 혀를 움직인다.

오늘의 소라는 꽤나 대담하다.

"이 정도면 됐죠?"

"좋았어."

"오늘만이에요. 오늘만."

키스가 끝나자 다소곳이 앉는다.

하지만 심박과 함께 부풀어 오르는 가슴이 증명한다.

'얘도 꽤 흥분한 것 같은데.'

노출이 있는 드레스.

입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주위의 시선이 쏠린다.

같이 다니는 나도 의식이 될 정도다.

소라는 더 자극적인 경험이었을 것이다.

"아직 저녁까진 시간 조금 남았는데."

"그러게요."

"소라가 가고 싶은데 있어?"

그것이 싫진 않은 모양.

예쁜 모습을 자랑하고 싶은 건 모든 여자의 심리다.

인스타를 괜히 해대는 게 아니다.

소라도 조금은 허영심이 생길지 모른다.

"오빠 이거 중고차라고 했죠?"

"왜 중고차라서 싫어?"

"그건 아니고……, 싸면 저도 차 한 대 사고 싶어서."

그러면 따먹기 쉬워지는데.

안타깝게도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차가 있으면 편하긴 하지.'

가격이 문제.

대학생에게는 부담이 된다.

하지만 중고차라면 자신도 살 수 있지 않을까?

"싸고 좋은 걸로 뽑아줘?"

"네!"

"소라도 이따가 오빠 거 뽑아줘야 돼?"

"?"

면허는 따뒀다고 한다.

내가 샀으니 깐깐하게 잘 골랐을 것 같다며 조언을 구한다.

'뭐, 그 정도 서비스는 해줄 수 있지.'

기분이다.

차를 탈 때마다 내가 골라줬다는 걸 상기할 테니 두고두고 보람이 있을 것이다.

끼익−!

중고차 시장에 도착한다.

주차장에 어마어마한 수의 차량이 주차 되어있다.

"안녕하세요! 차 보러 오셨나요?"

아우디를 타고 왔다 보니 대우부터가 다르다.

딜러가 퍼뜩 달려와 아양을 부린다.

'돈을 써줄 것 같은 느낌이겠지.'

옆에 끼고 있는 여자도 예쁘고 말이다.

정작 소라는 많이 긴장해있다.

"오빠."

"응?"

"중고차는 사기 많다던데. 오빠는 다 알고 사는 거에요?"

"몰라."

"네?"

소라가 속삭인다.

어디서 들은 이야기.

확실히 미경험자들은 긴장할 만하다.

아무리 나라도 모든 것을 다 알진 않는다.

사람마다 전문 분야라는 게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사람의 심리는 꿰뚫고 있지.'

주차장의 차를 쓱 둘러본다.

그리고 환하게 웃고 있는 딜러를 향해 소리친다.

"야 이 씹새끼야! 이딴 차를 팔아?"

모든 투자는 심리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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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상황.

소라가 어안이 벙벙할 만도 하다.

"사장님 오해가 좀 있으신 모양인데요~."

하지만 딜러는 빠릿하게 반응한다.

파리처럼 손을 비비며 다가온다.

"오빠 갑자기 미쳤어요?!"

"가만히 있어봐."

'남자친구분께서 오해를 하신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비양심적인 중고차 판매상들이 있다 보니……."

뭐라고 말도 안 했는데 알아서 설명을 한다.

대충 상황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렇겠지.'

중고차 팔이.

여러가지 말이 나오는 직업이다.

까놓고 말해 사기꾼이 많다고.

"빨리 사과해요!"

"내가 왜?"

"사장님 왜 그러세요 정말~ 차는 안 사셔도 좋으니까 흥분 좀 가라앉히세요. 여자친구분께서도 난감해 하시는데."

그것을 본인의 입으로 언급한다.

소라는 아니라고 확신을 한 모양이다.

'순진무구하기 짝이 없구나.'

내가 왜 얘를 못 따먹고 있는지 모르겠다.

"여긴 사기야 가자."

"네?"

"사장님 그러시지 마시고~!"

바짓가랑이라도 잡을 기세.

마지막 차 타는 길까지 배웅을 해주신다.

다른 중고차 시장으로 향한다.

소라가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친다.

"개쪽팔리잖아 이 새끼야!!"

"뭐 이거 가지고 그래. 너 시장 가서 흥정도 못하는 타입이야?"

"그런 말이 왜 나와요."

"가슴 내밀면 그게 그냥 흥정이지."

"야."

인심 넉넉하신 아저씨들이 뭐라도 하나 더 주실 것이다.

소라가 철이 없을 만도 하다.

'요즘 사기꾼들이 얼마나 영악한데.'

중고차 딜러가 사기꾼 취급 받는 것.

본인들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다 알고 접근하는 사람들조차 감쪽같이 속인다.

그러니까 떼돈을 버는 것이다.

"선배가 의심병 돋은 거 아니에요? 원래부터 정신병자기도 하고."

"크흠."

소라의 안에서 나의 평가가 많이 내려간 모양이다.

빠르게 다음 행선지에 도착한다.

'요즘 애들이 화가 많긴 하지.'

다른 중고차 시장.

이곳은 괜찮은 곳이면 좋겠다.

"야 이 씹새끼야! 이딴 차를 팔아?"

"씨발놈아!"

소라가 또 화를 낸다.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화가 많은지 모르겠다.

'이게 다 MSG를 많이 섭취해서 그런 거겠지.'

화학 조미료의 부작용.

참을성이 없어지고 감정 조절에 실패하는 경향이 생긴다.

"어디서 온 잡놈이야 이 새끼는? 거 뒤지게 처맞기 싫으면 당장 꺼져! 못 배워 처먹은 새끼가 굴러 들어와 가지고 쯔쯧……."

사장님도 그런 경향이 있었다.

이곳 중고차 딜러는 성격이 험했다.

바로 쌍욕으로 맞이해준다.

사실 내가 원했던 것은 이런 반응이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뭔가 착오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착오는 개뿔이 당장 꺼……."

"너 때문이잖아! 빨리 사과 안 해?"

"?"

소라의 가슴을 들이민다.

큰 가슴은 예로부터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진다.

데일리뉴스− 「'여성 가슴' 보는 것만으로도 남성들의 수명이 연장된다」

실제 임상 시험이 진행된 내용이다.

4~5년 정도 수명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죄송합니다.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아니야! 처자가 무슨 사정이 있었나 보네……. 무슨 나쁜 사장님이라도 만났는가?"

"아, 네 그게……."

소라의 가슴은 뒤지게 크니 효과도 더 좋을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은 다다익선이다.

'사장님도 더 오래오래 사시고, 소라도 좋은 차를 사고 얼마나 좋아.'

일석이조.

나의 지혜가 두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보람을 느낀다.

"예산은 얼마나 잡았는가?"

"최대 1500 정도인데요."

"오빠가 좀 보태줘?"

"필요 없거든요."

이곳에서 중고차를 구입하기로 한다.

최소한 침수차는 안 만날 것이다.

일단은 갑작스레 왔다.

좋은 차를 알아봐 주겠다며 사장님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다.

"제가 살면서 당황한 적이 별로 없거든요."

"공감 능력이 떨어지나 보네."

"근데 선배, 아니 오빠 때문에 성격이 변하는 것 같애요."

"그래, 너도 좀 바껴야지."

다시 차에 탄다.

좋은 차를 사게 해줬음에도 불만이 많은 아이다.

여전히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

내가 어째서 그런 돌발행동을 저질렀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가?"

"가겠냐?"

"정말 언제쯤 성장을 할지 모르겠구나."

이러다 가슴이 K컵까지 크겠다.

당연하게도 쌍욕을 박은 데는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서 니가 의젖이라고 쳐봐."

"!"

"어떻게 이런 음탕한 걸 달고 다니냐고 물으면 본인이 원래 음탕해서라고 하겠지."

"씨발놈아……."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항의를 한다.

두 팔로 가슴을 가려도 존재감은 여전하다.

'그걸 티 내려고 하는 게 의젖이니까.'

좀 더 정확히는 이성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가끔 자기 만족이라는 사람도 있지만 100% 개소리다.

그에 반해 참젖.

타고나길 음탕하게 태어났다.

스스로 자각하는 타이밍이 늦을 수 있다.

"봐봐. 이렇게 반응이 다르잖아."

"그건 선배의 망상이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달랐잖아."

"?"

중고차 딜러 구별법도 마찬가지다.

만약 허위로 매물을 올린 사기꾼이라면.

'아무리 진상이 와도 참겠지.'

천사 모드.

네네, 고개를 끄덕이면서 물건만 넘기면 최고의 복수가 된다.

그렇다면 정상적인 딜러들은?

"안 팔아도 그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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