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0화 (110/450)

장난감으로도, 입으로도 마구 가버리는 헤픈 보지다.

"에피타이저는 먹었으니……, 밥 먹으러 갈까?"

"오, 오빠 잠깐만요."

"?"

"저 쉬야."

방금 남자친구도 만났는데 본방을 하긴 뭣하다.

재밌는 것을 봤으니 만족한다.

졸졸졸

수현은 뒷정리가 필요했다.

5분쯤 기다려주고 나서야 화장실 안에서 나온다.

"오줌 쌌어?"

"네."

"넣고 왔어?"

"네……."

확인을 맡겠다는 듯 스커트를 들어 올린다.

속옷 아래가 툭 튀어나와 있다.

'이런 플레이를 벌써 할 줄은 몰랐네.'

본인도 싫어하진 않아 보인다.

얼굴은 붉히고 있지만 거부는 한 적이 없다.

수현과 데이트를 한다.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숨이 점점 가빠져 온다.

"자극이 세?"

"조금."

"평소엔 한 적 없어?"

"그럴 리가 없잖아요……"

길거리 남자들의 시선이 쏠린다.

안 그래도 예쁜데 색기까지 흘려 댄다.

데리고 다니는 맛이 있다.

몸이 길쭉길쭉해서 모델 같은 체형이다.

'다른 남자 여친만 아니었어도.'

좀 더 과감한 짓을 했을 것이다.

아무도 알아보는 사람 없는 해외여행이 마렵다.

하지만 대학가.

수현의 친구가 있을 수 있다.

괜히 소문이라도 퍼지면 곤란하니까.

딸랑~♪

적당한 밥집으로 들어간다.

일단 상담을 해준다고 데리고 온 것이니 말이다.

"뭐 먹을래?"

"파스타……, 아니 통삼겹 바비큐로."

"네, 그걸로 두 개 주세요."

"통삼겹 바비큐 두 개 주문 받았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온 식당이다.

기억에 남아있는지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

'음식점 주인 입장에서도 웃길 거야.'

원가율 10% 짜리랑 40% 짜리가 똑같은 가격에 팔린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감베로니랑……, 그리고 아마트리치아나 주세요!"

"감베로니, 아마트리치아나 주문 받았습니다~."

"맛있겠지?"

"그치, 그치?"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앞 테이블에서는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잘만 시킨다.

'가격은 음식점 주인이 정하는 게 아니라, 손님들이 받아들이는 거니까.'

사회적으로 그렇게 가격이 형성돼있다.

파스타는 비싸게 팔아도 팔린다.

비싼 메뉴는 역으로 싸게 판다.

음식점을 혜자 이미지로 만들 수 있다.

"저 사람들이 소비해주기 때문에 우리는 싸게 바비큐를 먹을 수 있는 거지."

"완전 체리피커네요."

"그렇지."

손님이 더 많이 오기 때문에 개이득.

의외로 대중적으로 쓰이는 상술이다.

'술집에서 안주는 싸게 팔고, 주류로 마진 챙기는 것도 같은 원리고.'

일단은 비서로 키우고 싶다.

경제 상식을 기회가 될 때마다 가르쳐준다.

"에피타이저 먹을래?"

"에피타이저요?"

"이거."

"변태."

물론 가장 하고 싶은 건 따로 있다.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킨다.

무슨 의미인지.

눈치를 챈 수현이 주위를 쓰윽 둘러본다.

한숨을 푹 쉬더니 테이블 아래로 기어 들어간다.

'비서의 주업무는 이거지.'

어두운지 가랑이 주위를 더듬거린다.

처음이니 지퍼를 내리는 것까진 도와준다.

쪼옥! 쪼옥!

바깥이라 그런지 바로 서지 않는다.

물렁한 상태인 물건을 공들여서 혀로 핥는다.

'사무실보다 더 좋을 수도 있어.'

창밖으로 학생들이 지나다닌다.

그중에는 아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들키면 인생 끝장나는 일.

그렇기에 더 깊은 흥분감과 재미를 선사한다.

"요리 나왔습니다."

"반대쪽에 놓아주세요. 화장실이라."

"아~ 동행분이 화장실 가셨군요."

"네, 화장실이에요."

마음 같아서는 용변도 보고 싶을 만큼 안락하다.

변기를 꽉 잡고 싼다.

'시원하네.'

가르쳐준 대로 압력을 줘서 잔액을 빨아낸다.

귀두에 묻은 침은 입술로 닦아낸다.

"삼켰어?"

"……."

"아~ 해봐. 잘했어. 삼켜."

테이블 아래에서 나온다.

얼굴은 새빨개지고, 입은 손으로 가리고 있다.

치우라고 말하자 그제서야 뗀다.

안쪽의 백탁액이 고스란히 보인다.

꿀꺽!

에피타이저를 차분히 맛본다.

영 익숙지 않은 맛인지 미간을 찌푸린다.

"오빠가 자꾸 이런 짓만 하니까."

"응?"

"남자친구와의 데이트가 밋밋하잖아요."

"뭐, 어때 순한 맛도 매력이 있는 거지."

세상에 여러가지 타입이 있는 법이다.

이를 테면 진라면 순한 맛이라던지.

'이건 아닌가?'

아무튼 앞으로는 잘 지낸다고 한다.

그래야 나와의 만남이 더 자극적이라나 뭐라나.

"저 모델 캐스팅 당했는데."

"그래?"

"이것도 흔우가 반대하는데……, 어떡할까요?"

"함 해봐. 사랑하면 허락해주겠지."

수현도 맛있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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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의 자취방.

오랜만에 찾아온다.

'그때는 쓰레기통이었지.'

컵라면을 산처럼 쌓아두고 있었다.

빨래도 안 하고, 씻지도 않아 냄새났다.

"들어오던가."

"어쭈?"

이제는 좀 치우고 사나 보다.

건방진 말을 하며 문을 열어준다.

'혜리네처럼 핑크핑크하진 않은데.'

암컷방 느낌은 난다.

나름대로 정리정돈은 잘하고 사는 모양이다.

"인형도 있네."

"남이사."

"딜도는 없냐?"

"이, 있겠냐!"

아쉬운 부분은 있다.

딜도 찾으면 바로 야스각 재는 흐름인데.

'뚫렸다는 증거기도 하고.'

숨겨 놨을지는 몰라도 안 보인다.

성욕을 대체 어찌 해결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결과는?"

"몰라요."

"계좌 박살 났나 보네."

"아니거든요!"

소라가 입을 대빨 내밀고 있다.

눈도 안 마주치고 소리만 빼액 지른다.

'실패한 투자자의 점심을 먹을 상이네.'

기분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정산해야 할 것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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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라님의 총 자산』

32,116,530원

+1,590,410원(+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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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주일.

코인 매매를 했다.

토라진 것 치고 꽤 준수한 수익을 보았다.

'절대적인 기준으로는 말이야.'

하지만 내기는 상대적인 기준으로 정해진다.

유민도 그동안 놀고 있지 않았다.

─내꿈은코인왕님, 별풍선 1004개 감사합니다!

진짜 코인 하면 돈복사라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좋은 걸 이제 알았지 뭐야~? 만수 주인님 고마워요 멍멍!>

−코인 선두자 킹만수

−만수가 유밍이 코인 유입시킴 ㅋㅋㅋㅋㅋㅋ

−요즘 코인 안 하면 흑우 소리 들음

−열혈분도 돈 되게 벌었다던데 ㄷㄷ

코인 방송.

나의 추천으로 하게 되었지만, 본인도 스스로도 열심히 하고 있다.

'돈 따는 재미를 알았더라고.'

최근 코인은 불장이다.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상승세가 붙었다.

초심자가 해도 딸 정도로 말이다.

"비트코인은 10%, 이더리움은 15%가 올랐네?"

"……."

"5%밖에 못 먹은 소라씨의 변명은?"

"치."

5%의 수익은 많은 것이 아니다.

가만히 있던 유민이 더 이득을 보았다.

소라의 입이 대빨 나올 만도 하다.

자신도 가만히만 있었으면 이겼을 텐데.

「주식을 사라. 그리고 수면제를 먹고 자라. 10년 뒤에 깨어나 보면 부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앙드레 코스톨라니

그 가만히가 힘든 게 바로 투자다.

수면제 매매법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솔직히 좀 억울해요."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겠다?"

"주식이었으면 좀 더 확신을 가지고 매매할 수 있었을 거에요."

"음."

"코인은 솔직히 튤립 같은 거니까……."

소라도 나름대로 변명이 있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지 않는 입장이다.

'튤립 파동을 말하는 거겠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투기 과열 현상.

튤립의 가격이 엄청난 속도로 폭등하게 된다.

고작 튤립 한 송이에 집 한 채 가격이 붙게 됐을 정도다.

하지만 어느 날을 기점으로 폭락한다.

"그래서 불안했다고?"

"네……."

"넌 정말 하나만 알고 99는 모르는구나."

"걍 모른다는 거잖아 씨발아."

가치가 없는 것에 가치가 붙었다는 점에서 비슷한 점이 있다.

코인과 비교될 만도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거든.'

당시 사람들의 눈으로 살펴봐야 한다.

튤립은 과연 가치가 없는 상품이었을까?

"튤립 가격이 폭등했을 당시 네덜란드는 동인도회사를 통해 세계를 지배하는 초강대국이었어."

"뭐, 그랬던 것 같아요."

"따라서 수도인 암스테르담은 세계 금융의 중심지가 되었고, 안팎으로 돈을 벌어 들인 네덜란드에는 막대한 유동성이 쌓였지."

"!!"

애초에 그런 것이 당연했던 시대였다.

파인애플이 귀족들에게 관상용으로 비싼 금액에 팔렸다.

'튤립은 더 귀했을 뿐이고.'

그리고 한 가지 현상이 더해졌다.

평민들조차 튤립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튤립은 꽃 피기 전의 알뿌리 형태로 많이 거래됐어."

"그래요?"

"알뿌리가 희귀한 튤립으로 꽃 피면 떼돈을 버는 거지. 일종의 가챠 게임이라고 보면 돼."

"오……."

일반 튤립의 가격이 비쌌던 게 아니다.

가끔씩 피는 희귀한 색깔만이 높은 값어치를 지녔다.

색에 따라 황제급, 총독급, 제독급 등으로 나뉘어진다.

알뿌리로 대박을 노리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물론 확률이 낮지.'

하지만 성공하는 사람들도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들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시장에 뛰어든다.

너도 나도 사게 된다.

그렇게 시장 참여자가 많아지자 튤립의 가격이 날로 폭등한다.

"거품이 형성되는 과정이지."

"코인도 똑같이 올랐던 것 같은데……."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지 않아? 아직 너도 나도는 아니니까."

"아!"

지금이야 투자에 관심 있는 사람들만 아는 정도다.

어느 순간 개나 소나 우리집 강아지나 한다.

'흔한 고점 신호인데.'

사실 역사까지 공부하지 않아도 한 번쯤 들어보는 이야기다.

주위에서다 살 때는 고점이라는 것.

"대충 어떤 말인지는 알 것 같아요. 저도 좀 더 갈 거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했는데?"

"언제 튤립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이 자꾸 맴돌아서."

문제는 안다고 해도 대응이 안된다는 사실이다.

사람의 감정은 쉽게 컨트롤되지 않는다.

'코인이든 주식이든 말이야.'

보다 본질적인 이유가 있다.

튤립 파동 당시에도 돈을 번 사람들은 존재했다.

돈을 번 사람과 잃은 사람의 차이.

모든 투자에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조건이 있다.

소라는 그것을 갖추지 못했다.

소라도 슬슬 한 꺼풀 벗을 때가 되었다.

"니랑 쟤가 무슨 차이가 있어서 진지 알아?"

"모르겠어요."

"여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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