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 어렵긴 한가 보네요."
"원래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 거야~ 우리는 고객 상담만 잘하면 돼."
업계의 현실에 대해 술술 이야기를 해준다.
현직자 선배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선배한테 성희롱 듣는 게 더 영양가가 있겠네.'
김이 샌다.
어쩌면 그것이 현실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소라가 원하는 바와는 달랐다.
자신 빼고는 전부 받아들이는 분위기.
아니, 생각보다 할 만할 것 같다며 한시름 놓는다.
"나도 취업만 하면 예쁜 여자친구 사귀고 싶다."
"꿈 깨."
"왜~ 사귈 수도 있지! 그치, 소라야?"
"네?"
"소라는 너한테 관심 없거든?"
금세 다른 화제로 전환된다.
애시당초 골치 아픈 이야기에는 관심 없었다는 것처럼.
'시시한 남자들 뿐이구나.'
자신에게 치근덕거리기만 한다.
공부회에 온 건지, 소개팅에 온 건지 모를 지경이다.
* * *
슬슬 올 거라고 생각했다.
"왜 왔어."
"몰라요."
"그럼 꺼져."
"제가 무슨 촛불이에요? 꺼지게."
간만에 찾아온 소라가 틱틱댄다.
무안을 줘도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조금은 어른이 되었나?'
여러가지 경험을 하고 돌아왔다.
애널리스트 선생님과 공부회 등.
개인적으로도 기대하는 것도 있다.
두근대는 가슴을 억누르고 물어본다.
"가서 뭐하고 왔어?"
"현직자분들 일하시는 모습도 보고, 공부회에서 증권사 지망생분들과 이야기도 나눠보고……."
"그리고?"
"네?"
"뭐 다른 일은 없었냐고!"
아무 일도 없었을 리는 없다.
그도 그럴게 공부회라는 곳은.
"딱히 별일은 없었는데요."
"섹스는?"
"뭐?"
"아니, 원래 공부회는 섹스 하러 가는 곳이잖아."
"보자마자 또 지랄이야 이 미친 새끼는!"
이성을 만나러 가는 모임이니까.
섹터디라는 소리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떡집에 갔으면 떡을 사야지 당연히.'
한창때의 남녀가 모여서 할 건 하나밖에 없다.
서로 눈이 맞는다.
들이대는 남자가 있었을 것이다.
설마 진짜로 공부만 하고 오진 않았겠지.
"그럼 뭘 하고 왔는데?"
"당연히 공부했지."
"섹스는?"
"안 했다고!"
나쁜 예감이 맞아 떨어졌다.
정말 어이가 없게도 성실한 녀석이다.
'시발 이걸 안 따먹는다고?'
저 터질 듯한 가슴.
스팽킹 마려운 엉덩이.
공부회에 고자만 있었던 모양이다.
"현직자분들도 만났다며?"
"네, 그랬는데요."
"배불뚝이 대머리 아저씨 없었어?"
"네?"
"히토미 같은 일 안 당했냐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자꾸!!"
경험을 쌓기 좋은 상황이었다.
업무 경험만 쌓고 오셨다고 한다.
'내가 진짜 어이가 없어서.'
조금은 어른이 될 줄 알았다.
아직도 애새끼처럼 볼을 부풀리고 있다.
"자꾸 그런 말하니까 제가 화내는 거잖아요."
"그런 말 안 하는 걔네랑 놀던가."
"싫거든요."
"응?
"선배랑……, 놀 거에요."
의자를 흔들면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자신이 공부회에서 어떤 일을 당했는지.
'진짜로 안 당한 거야? 설마?'
깊은 한숨이 안 나올 수가 없다.
답답한 것은 소라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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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이미지.
금융 전문가에 대해 환상을 가질 수가 있다.
"경제에 관심도 없는 것 같고, 현직자분들도 안 배워도 괜찮다고 하시고……."
"아오 이 댕청아."
"네?"
"금융 문맹률 최하위권 국가가 좆으로 보이냐?"
하소연을 해온다.
공부회라고 해서, 현직자라고 해서 큰 기대를 했는데.
'전문성이라는 것도 결국 상대적인 거야.'
증권사의 주고객층.
당연하게도 50대 이상의 노년층이다.
그 정도 나이는 돼야 자금에 여유가 생기니까.
"증권사 고객 대부분이 노땅들이지?"
"네,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았어요."
"그 사람들 아프리카 사람들보다 더 무식해."
"!!"
한국은 금융 이해도 최하위권 국가다.
구체적으로는 우간다나 스리랑카보다 밑이다.
청년층은 그나마 평균에 수렴하는 수준.
하지만 50대 이상으로 갈수록 심각해진다.
'물로켓 세대잖아.'
교육 수준이 낮다.
노력도 하지 않는다.
왜?
그 세대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면 된다.
살면서 본 거라고는 가격이 오르는 것 뿐이다.
부동산도, 주가도 결국은 우상향한다.
그러니까 버티면 이득 보지 않을까?
분석이라는 걸 하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서, 설마요."
"언제쯤 팔다리가 날래."
"우씨."
"현실을 직시할 줄 아는 것도 능력이야."
그리고 그것이 옳다.
고점 같다고 부동산 안 산 사람들은 벼락거지가 됐으니까.
'그런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사고방식도 완전히 굳어버린 거지.'
한국 증권사.
솔직히 한심하다.
개미들 돈이나 뜯어먹는 병신 같은 집단이다.
거기에는 이유가 따른다.
속이기 쉬운 호구들이 시장에 널려있기 때문이다.
"니가 또 지랄발광을 할 수는 있겠지만……."
"선배."
"뭐 또."
"고마워요."
얼핏 증권 시장이라고 하면 최고의 두뇌들의 각축전을 벌인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최고의 두뇌 입장에서도 그런 치열한 삶을 살기 싫다.
편하게 개꿀 빨고 싶다.
멍청한 두뇌를 착취하는 것이 훨씬 간단하다.
소라가 싫어하는 부도덕한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얘가 왜 이러지?'
의외로 납득한 모양이다.
나의 손을 꼭 잡은 채 눈을 지긋이 바라본다.
"저 제멋대로 굴었는데."
"언제는 안 그랬나."
"또 가르쳐줘서 고마워요. 따지고 보면 저 선배를 배신한 셈인데."
"배신?"
조금 심상치 않다.
분위기를 보아하건데 확실히 무언가 있다.
'혹시 아다 뗀 건가?'
본인은 부정했다.
하지만 남한테 굳이 말할 이야기가 아니긴 하다.
이런 몸을 가만 놔뒀다면 그게 더 이상할 일.
합리적인 추론을 해야 한다.
"거기 남자들이 가르쳐줬어?"
"네, 가르쳐주긴 했는데요……."
"그래서?"
"영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선배가 가장 만족스럽고 납득도 돼요."
배신을 했다.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러니까 비교가 된 것이다.
'하긴 이런 몸이 웬만한 남자로 만족할 리 없지. 3P도 부족할 걸?'
나랑 싸웠다.
홧김에 저질렀다.
하지만 원하는 느낌이 아니었다.
안쪽까지 닿지 않았다.
애무도 영 서툴러서 성감대를 자극하지 못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맞아 떨어진다.
섹터디를 간 것도, 나에게 다시 돌아온 것도.
"거기 남자 몇 명이었는데?"
"몇 명이요? 아마 5명……. 그리고 매주 새로운 분이 오시니까."
"7P라고?!"
"네, 남자만 따지면 6명. 여자도 두 명 있어요."
예상하지 못한 게 있었다.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속담은 틀린 것이 하나 없다.
'미친……, 첫경험이 난교라니.'
기존의 추측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난교를 할 정도면 서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만족하지 못했다.
저 크고 야한 육체에게 어중간한 남자는 멋잇감밖에 안된다.
"공부회 멤버들은 둘째 치고 현직자분도 좀."
"어, 어땠는데?"
"실전에는 약하시더라고요. 기대했는데."
아니, 숙련자조차 잡아먹힌다.
성에 눈을 뜬 소라는 보통 요녀가 아니었다.
입술을 살며시 쓰다듬는다.
안쪽의 붉은 혀가 새로운 먹잇감을 찾고 있다.
'시발 나 오늘 순결을 잃는 건가?'
없던 순결도 빨아 먹힐 것 같다.
오늘은 각오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선배."
"어, 어?"
"저 못 참겠어요. 빨리……, 해주세요."
소라가 얼굴을 가까이 댄다.
이제는 십중팔구도 아니고 확실하다.
'아다가 아니라면 손은 댈 수 있는데.'
역으로 정기를 착취 당할 것이다.
내 위로 올라타는 순간 끝이다.
엉덩이로 깔아뭉개고, 허벅지 힘으로 꽉 조인다.
뱀에게 묶인 쥐 신세.
꿀꺽!
그리고 사냥 당한다.
신체의 자유를 빼앗긴 나를 위부터 아래까지 전부 먹어 치운다.
"빨리 해주세요."
"니, 니가 하면 되잖아."
"제가요? 선배 매매를?"
"뭐?"
성에 눈 뜬 소라가 얼마나 색스러울지.
상상만으로도 반쯤 싸버릴 지경이었는데.
'매매? 성매매가 아니고?'
모니터 화면으로 고개를 돌린다.
소라가 빨리 해달라는 것은 다름이 아니었다.
"이더리움이 뭐에요? 들어는 봤는데."
"……."
"비트코인이랑은 어떻게 달라요?"
"몰라."
"아 가르쳐줘요~!"
코인.
소라가 오기 전까지 매매를 하고 있었다.
아니, 지금도 매매를 하는 도중이기는 하다.
'잠깐. 걔네한텐 대줘 놓고.'
6명이 2주일씩 돌려 먹었으면 뚫릴 만큼 뚫렸다.
매주 새로운 분, 초대남까지 왔다면 더더욱.
정조 관념이 있을 리가 없다.
나한테만 안 해준다는 건 악감정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나한테도 대주면."
"네?"
"걔네한텐 대줬다며? 난교 섹스 조진 거 아니야?"
"뭘 조져 미친놈아!"
그런 플레이도 싫어하진 않는다.
하지만 아직 맛보지도 못한 여자에게 당하는 건 굴욕이다.
'벌써부터 S끼에 눈을 뜬 거야?'
보통 재능이 아니다.
잠깐 방생을 했더니 여왕님이 돼서 돌아왔다.
"나, 나도 넣을 거야!"
"뭘 넣는다는 건데."
"나도 이 자지 용광로 쓰고 싶다고!"
"야!!"
소라를 당겨서 내 위에 앉힌다.
묵직한 무게감.
하지만 부드럽고 탱탱한 살결이 받쳐준다.
'여기다 뒤치기 팡팡 하면 진짜 죽일 텐데.'
이 좋은 걸 나만 못 쓰다니.
세상에 이렇게 잔인한 일은 없을 것이다.
"아까부터 뭔 개소리를 하는 거에요!"
"섹터디에서 난교 섹스 조졌다며."
"안 조졌다고!"
"1대1로 후리고 다닌 거야?"
"아니라고 했지?"
"으억!"
소라가 말하려고 하는 바는 그런 게 아니었다.
사실 안 했다고 한다.
'그걸 믿으라고?'
허벅지로 내 허리를 조이고 있다.
척추가 꺾여버릴 정도의 압력이다.
남자 한둘 박살 내본 솜씨가 아니다.
누가 봐도 섹스 마스터.
"……라고 말하면 믿어줄게."
"미, 미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