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6화 (106/450)

'저 몸매에 슴살이라고?'

'누님 페티쉬 발동했는데 까비.'

'남자 애들 껄떡대지 마라 응~?'

기존 공부회 멤버들로서도 환영한다.

이렇게 예쁜 사람이 오다니.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공부회의 평소 활동이 말이다.

"이번에 오성전자 많이 올랐더라."

"네, 코인이……."

"요즘 반도체 없어서 못 판대."

"최대 실적 계속 갱신하고 있잖아. 오성전자, SQ테크닉스 둘 다 엄청 잘 나가지."

"소라 뭐라고 했어?"

"아, 아니에요."

최근 증시의 흐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반도체를 위주로 상승 랠리가 펼쳐지고 있는데.

'코인 때문인 거 아니었어?'

그 이유가 다르다.

아는 이야기인 줄 알고 말을 꺼냈던 소라는 황급히 주워 담는다.

자신이 잘못 안 걸 수도 있다.

혹은 코인의 영향력을 과대 해석한 걸 수도.

"요즘 철강쪽도 실적 좋던데."

"저평가야 저평가."

"코스피 자체가 저평가지. 풀매수 해야 돼."

들을수록 다른 생각이 인다.

혹시 이 모임에 대해 잘못 평가한 건 아닌지.

'그렇게 잘 아는 건 아닌 느낌인데…….'

정정해주고 싶은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소라의 입술이 근질거린다.

코스피는 저평가가 아닌데.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데는 이유가 있는 건데.

홀짝

시야가 근시안적이다.

초보 투자자들이 흔하게 하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

이미 나온 결과에 이유를 붙이는 것.

그런 식으로 따지면 전부 그럴 듯해 보인다.

실제 투자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래를 바꾸는 요소는 한두 가지가 아니니까.

"소라는 뭐 할 말 없어?"

"네, 듣고만 있어요."

"스무 살이면 아직 어려울 만하지!"

"우리가 지금 분기 보고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건데……."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타는 속을 달랜다.

겉으로는 그냥 웃고만 있다.

'씨발 그걸 누가 몰라?'

각 분기마다 나오는 보고서.

해당 기업의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기 좋다.

하지만 그것은 결과물일 뿐이다.

투자 결정은 거기서 나오는 게 아니다.

"동해철강 봐. PER이 말이 안돼!"

"오성전자는 어떻고?"

"애초에 우리나라 코스피의 PER이……."

더 깊은 시야를 가진 사람은 없는 건가?

실망감이 들게 된 소라였다.

'아니야. 어쩌면 그게 당연한 걸 수도 있어.'

취업 지망생.

애초에 현직자는 아니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다면 그게 더 이상할 일이다.

끼익−!

카페의 문이 열린다.

자신이 이 공부회에 참석하기로 마음 먹은 이유는 다른데 있다.

"어, 얘들아~?"

""선배님!""

"영우형! 왜 이렇게 요즘 얼굴 보기 힘들어요?"

"미안, 미안. 증권사 일이 바쁘네. 나도 짬 내서 겨우 온 거야."

현직자가 와서 강의를 해준다.

좀 더 정확히는 공부회 멤버 중 취업을 하게 된 선배다.

'현직자는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것이 기대돼서 가입한 것이다.

현직 증권사 관계자의 관점을 알고 싶었는데.

"요즘 코스피 왜 오르냐고?"

"네!"

"선배님은 어떻게 보세요?"

"역시 코스피가 저평가 상태의 PER이다 보니……."

"아니지. 나스닥이 올라서 따라가는 거지!"

들으면 들을수록 별 게 없는 것 같다.

당연한 이야기를 당연하게 늘어놓고 있다.

"나스닥 반도체가 떡상했거든."

"아 그래서~."

"철강도 계속 올라가고 있어. 그러니까 코스피도 따라가는 거야."

""오오!""

"US 스틸 오른 거 봤어요!"

"아니지. 요즘 미국 최대 철강 업체는 뉴코라는 곳으로……."

중간중간 전문가스러운 면은 보인다.

하지만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라는 걸.

'US 스틸은 카네기 시절이잖아.'

모르지 않다.

현직자라길래 기대를 했는데 별 거 없는 소리만 해대고 있다.

"영우형."

"응?

"신입 멤버도 있는데 쉽게 좀 설명해주세요~."

"그래? 내가 몰랐지. 오……, 얘야?"

"안녕하세요. 윤소라라고 합니다."

"딱딱하게 안 굴어도 돼! 오빠가 쉽게 설명해줄게. 미국 나스닥이랑 한국 코스피가 섹터별로 연동이 되는데……."

이전의 자신이었다면 경청했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자신에게는 밋밋하기 느껴진다.

실전 투자에 도움이 안되는 얕은 지식이다.

도저히 만족을 할래야 할 수가 없다.

꿀꺽!

깊은 곳을 쿡쿡 쑤셔주던 맛이 그립다.

다음화 보기

공부회.

"앞으로도 계속 상승장일까?"

"지금 코스피 역대급 고점이야!"

"근데 나스닥도 계속 오르고 있으니까……."

"소라는 어떻게 생각해?"

"저요?"

벌써 3번째 참석하고 있다.

일주일에 2번 모이는 것이니 날짜로는 열흘 가까이 되었다.

'나스닥도 분명히 연관은 있겠지.'

그동안 주가는 연일 상승 중이다.

오늘은 그 이유에 대해 토론을 하는 모양이다.

소라도 짚이는 바가 있다.

미국은 한국 수출 비중 1위.

미국 경기가 좋으면 한국 경기에도 긍정적이다.

"이번에 미국에서 금리 동결 뉴스가 나왔잖아요."

"아, 그랬어?"

"그래서 한동안은 랠리가 이어질 것 같아요. 트럼프가 경제를 중요시 여기기도 하고."

이전이었다면 딱 거기까지 생각이 닿았을 것이다.

이제는 다른 부분도 살필 줄 알게 되었다.

'일어난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초점을 둬야지.'

나스닥이 오르는 이유.

미국이 금리 인상을 멈췄다.

시장에 돈을 더 풀겠다는 이야기다.

현 미국 대통령의 성향과도 관계가 있다.

트럼프는 조금 과도할 정도로 시장에 개입한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와……, 방금 애널리스트 같았어."

"말하는 게 학생답지가 않네. 염차장님 추천 받은 이유가 있구나?"

"과찬이세요."

여러가지를 따져야 한다.

시장이 움직이는 원리는 결코 단편적이지 않다.

'인정 받는 느낌이라 기분은 좋은데.'

그동안의 노력이 보상 받는 기분.

하지만 칭찬이나 듣자고 가입한 공부회가 아니다.

뭔가 특별한 것을 기대했다.

증권사 취직을 목표로 한다면서 시장을 잘 모른다.

"근데 말이야."

"네?"

"너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 막말로 우리가 신도 아니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게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현직자가 말을 걸어온다.

지난번과 다른 사람이다.

업무가 바쁘다 보니 교대로 와서 강의를 해준다고 한다.

"그래요? 그래도 모르는 것보단……."

"너희가 아직 실제 업무를 안 해봐서 그래."

"어떤데요?"

"실제 업무 들려주세요!"

"크흠! 내가 요즘 강남 사모님들 매매를 도와드리고 있는데."

대부분 PB.

개인들의 자산 관리를 도와주는 게 주업무인 직책이다.

'고객 상담이 메인이라…….'

방식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하지만 결국 상대하는 사람이 일반인이다 보니.

"괜히 어쩌고저쩌고 설명해봤자 못 알아들어."

"그렇겠네요."

"그럼 어떻게 해요?"

"우리는 시장 상황에 따라 고객님들이 원하는 대로 대응만 해드리면 돼."

깊은 지식이 필요치 않다.

오히려 고객 입장에서 부담을 느낄 수 있다.

'틀리면 또 말짱 도루묵이고.'

경제를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때로는 의미가 아예 없을 정도로.

그러니까 아예 포기한다.

이미 시장에 나와있는 정보만 고객에게 안내해준다.

"막말로 하락장에 투자를 한다는데 너희가 말릴 거야?"

"말리면 안돼요?"

"말리면 그만큼 내 실적이 줄어들지. 우리는 최대한 고객님들의 투자를 도와드리기만 하면 돼."

그것만 해도 산더미다.

매일 새로운 정보가 갱신된다.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직업.

증권사의 일은 소라가 생각하던 것과 조금 달랐다.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마인드도 말이다.

'영업직 느낌이네.'

이해는 한다.

직접 투자를 해보며 깨달은 바가 있다.

돈을 벌기는 커녕 잃을 수도 있는 거구나.

증권사 직원도 결국 직장인이다.

매일 모험을 하는 것보다 안정적으로 월급을 수령하고 싶다.

"우리 업무가 어떤 건지 이해가 가?"

"네……."

"너가 신경 쓰는 부분은 경력이 쌓이다 보면 알게 되는 거니까 서두를 필요 없어. 그런 것보다는 학생 때는 솔직히 좀 즐겨야지."

"오~!"

"한턱 쏘는 거에요 현진이형?"

공부회에서 배우는 것도 같은 맥락.

업무에 좀 더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시장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없다.

대신 쓰잘데기 없는 짓은 자주 하고 있다.

치이익……!

회식.

현직자가 한턱 쏜다면서 데리고 간다.

신입인 소라는 거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마음껏 먹어!"

"와~ 곱창."

"선배님 무리하시는 거 아니에요?'

"이 정도는 쏴야지. 형이 이번에 성과급도 받았는데."

곱창집에 왔다.

불판 위에서 곱창과 막창이 기름에 튀기듯 구워지고 있다.

'맛있겠네.'

소라도 좋아하는 음식이다.

고소하고 쫄깃하며, 씹을수록 새어 나오는 육즙은 생각만 해도 군침이 흐른다.

같이 굽는 감자와 콩나물도 그렇게 별미일 수가 없다.

음식만 먹는 거라면 소라도 불만은 없지만.

"곱창 괜찮아?"

"네, 좋아해요."

"정말? 나 곱창 좋아하는 여자 좋아하는데."

"……."

시답잖은 화제가 꼭 함께 오간다.

곱창을 사주는 현직자 선배가 고맙지 않은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선배 저도 곱창 좋아하는데요!"

"에이~ 다은이도 좋아하지."

"곱창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징그럽다고 꺼려하는 애들 있거든~ 이렇게 맛있는 걸."

평소 분위기가 그러하다.

명칭은 공부회지만 실상은 친목회에 지나지 않은 게 아닌지.

'그런 느낌이지.'

친목도 물론 중요하다.

업계 인맥을 형성해 놓으면 두고 두고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해는 된다.

소라가 원하고 있던 자기 계발의 기회와는 다를 뿐.

"선배님들은 주식 해요?"

"주식? 하지."

"나도 하고는 있는데……."

"꼭 필수는 아니지 그건."

"네?"

스스로의 능력을 키우고 싶다.

PB를 한다고 해도 중간 다리로 거쳐가기만 할 것이다.

공부회 멤버들의 생각은 달랐다.

목표가 증권사에 취업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주식을 소개하는 직업이지, 매매하는 직업은 아니잖아."

"맞아, 맞아."

"저는 트레이더를 목표로 하고 있어서……."

"에이~ 그렇지도 않아!"

"네?"

이론만 공부하면 된다.

소위 말하는 '전문가 행세'만 할 줄 알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럴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노력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니까.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했던 트레이더조차도.

"그거 그냥 성과급 노리고 한 번 해보는 거고."

"그래도 손실을 보면 힘들 텐데……."

"그게 부담 되면 누가 하겠어? 막말로 실패하면 한직으로 밀려나는 셈 치는 거지."

"……."

치열한 삶의 현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알 수 없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실패해도 회사에서 잘리는 건 아니구나.'

리스크가 적다.

잃어봤자 회사 돈.

아주 크게 잃는 게 아닌 이상 잘리지도 않는다.

기관 투자자의 특권으로 최대한 해먹으면 된다.

트레이딩의 난이도가 그렇게 높지 않다고 한다.

"잘하는 사람들도 자기 돈으로 주식 하면 다 잃는다더라."

"정말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