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9화 (99/450)

−유밍이 좋아 죽으려고 하는데?

−진짜 개부럽다

−직업이 뭐길래 풍을 저렇게 쏴……

시청자들 반응도 뜨겁다.

원래 500명 남짓 했던 시청자 수도 2배 가까이 불어났다.

'많이 놀아줬으니까.'

반응이 귀엽긴 하지만 널 보려고 온 곳이 아니다.

슬슬 기를 죽여 놓는다.

─빠굴맨님, 별풍선 30000개 감사합니다!

─빠굴맨님, 별풍선 30000개 감사합니다!

─빠굴맨님, 별풍선 30000개 감사합니다!

 한 번에 쏠 수 있는 최대치인 3만 개.

그것을 5번 연속으로 가볍게 눌러본다.

여캠의 눈이 충격적일 정도로 커진다.

아마 이 방 사람들도 본 적 없는 표정일 것이다.

<빠, 빠굴맨님 별풍선 감사합니다~~! 이게 다 몇 개지 하나, 둘, 셋, 넷, 다섯. 와 15만 개. 대체 뭐 하시는 분이세요??>

−밍이 입 벌어진 거봐

−코인왕은 빠굴맨님이 처리했으니 안심하라구!

−회장을 한 번에 다네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

−뭐긴 뭐야 빠구리 뜨는 사람이지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그 순간 승부는 결정된다.

아무리 방송을 오래봤어도 자본주의에 녹아드는 순간은 없었을 것이다.

'15만 개를 선뜻 쏠 리도 없고.'

만약 쏜다면 승부가 이어질 뿐이다.

그런 일이 있을까 봐 100만 개를 선으로 충전해 놓았다.

시간이 지나도 추가적인 별풍이 터지지 않는다.

여캠이 슬쩍 눈치를 본다.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

<오늘의 주인님은 빠굴맨 오빠네요? 주인님~~ 왈왈! 밍이한테 시키고픈 거 다 말해주세요♡>

−의첸

−역시 대큰손 뭘 좀 아는구나

−시발 이건 뭘 시켜도 다 들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한 걸로 좀

이미 정해진 마당이다.

아무리 질투심을 불태워봤자 없던 돈이 생기는 건 아니다.

'그래도 나름 이성적이네. 투자자라.'

자존심 싸움.

여캠이 별풍선을 유도하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다.

여캠 따위에 왜 돈을 쏘지?

다 방법이 있으니까 쏘게 되는 것이다.

평소에 좋아하던 여캠이 곤욕을 겪는다.

혹은 나보다 더 관심 받는 사람이 있다.

오랜 기간에 걸쳐 긁으면 한 번쯤 터지기 마련이다.

자존심이 센 사람들은 특히 위험하다.

저 친구도 그렇게 됐을지 모른다.

내가 구제해줬다고 생각하니 보람이 생긴다.

<주인님 밍이 왔어요~♡ 리퀘스트 없으셔서 메이드복 입어봤는데 어때요? 멍!>

그 대가로 받아가도 될 것이다.

돈이 들어가서 그런지 옷을 아주 재빠르게 입고 온다.

'썅년들 꾸미고 나온다고 몇 시간씩 걸리잖아.'

메이드복.

여캠답게 의상을 여러가지 준비해두고 있는 모양이다.

좋은 여흥이 된다.

코스프레는 확실히 눈요기가 된다.

하루종일 렌트한다.

이 의상, 저 의상 가져다 입으며 댄스도 춘다.

'반대로 패배자가 된 입장에선 어떻겠어.'

억장이 무너질 것이다.

그토록 좋아하는 그녀가 자신에겐 관심도 없다.

다른 남자에게 놀아나고 있다.

심한 경우 빚까지 끌어 써 별풍을 쏜다고 한다.

아무튼 이러한 과정이 있어 파프리카TV의 수익 증대가 기대된다.

내가 이전에 투자를 결정했던 이유다.

<헥헥헥……, 주인님 즐거우셨어요? 즐거우셨다니 다행이다. 밍이 정말 주인님의 강아지가 된 기분이에요.>

얘는 그냥 재미 보려고.

하지만 본인으로서는 보기 드문 큰손을 놔주기 싫다.

노골적으로 유혹을 해온다.

표면적으로는 받은 게 있으니까 어쩔 수 없어서.

<갑자기 회장까지 달아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혹시 식사 데이트 괜찮으실까요? 다른 게 아니라 원래 제 방이 열혈 되시면 한 번 식데를 가지거든요.>

−빠굴맨과 ㄷㄷ

−진짜 뭐하시는 분인지 궁금하네

−어디 회사 사장님 아닐까 ㅋㅋ

−밍이야 대접 잘해드려라!

여캠 쪽에서도 떠보고 싶을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좀 더 빨아 먹을 수 있을지.

'이 맛에 하는 거긴 하지.'

모니터 속 그녀를 현실로 끌어내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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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중요한 날이다.

'화장 존나 잘 먹는데? 이래서 돈을 바른다고 하는구나.'

유민은 전날 에스테틱에 다녀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미용 관리를 해주는 곳이다.

1회에 수십만 원.

강남역에 있는 곳이다 보니 갈 때마다 솔직히 부담된다.

하지만 보람은 확실하다.

피부가 매끈매끈하고 윤기가 흐르는 게 스스로 봐도 아름답다.

온갖 조명에 보정까지 받은 캠빨과 비견될 정도.

열혈을 만날 때면 반드시 신경 쓰는 부분이다.

'혹시 모르니까.'

한 번 그런 일이 있었다.

화면 속 모습과 다른 것 같은데?

초보 여캠이었던 유민은 큰 충격을 먹었다.

그 열혈은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마치 자신은 캠빨이라는, 사실은 못생겼다는 자학심이 들게 됐다.

'그 정도는 다른 여캠들도 다 하거든?'

그 열혈이 이상한 놈이다.

여자에게 환상을 가진 쓰레기.

아무튼 이후로는 유민도 바뀌었다.

미용에 돈을 쓰기 시작했고, 열혈과의 식데도 확실히 접대라는 마인드를 깔고 들어간다.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30만 개를 넘게 쐈는데 이 정도쯤이야.'

매번 부담이 되긴 하다.

미용비로 수십만 원이 깨지니 페이백을 해주는 기분이다.

하지만 3천만 원.

별풍선 수수료를 제해도 2천만 원이 넘는 엄청난 거액이다.

방송이 끝나고 몇 번이나 확인해봤을 정도다.

정말로 자신의 돈이 맞나.

거울을 보는 유민의 입꼬리가 히죽히죽 올라간다.

혼자 있으니 표정 관리를 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애써 미소 짓는다.

오늘 하루 새로운 회장님께 잘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첫 만남에 그 정도로 쏴주시는데 식데 하고 나면 또 쏴주시겠지?'

소문으로는 들었다.

하루에 수십만 개를 쏘는 큰손.

솔직히 듣고서 코웃음을 쳤다.

그런 인간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대부분 뒤에서 무슨 일이 있고 나서 주는 별풍선이다.

나중에 건너 건너 이야기를 들으면 결혼해있다.

다 자기 여자니까 엄청나게 쏜 것이다.

꿀꺽!

어쩌면 자신에게 사심이 있을지 모른다.

열혈 중 한 명의 장난일 수도.

즉, 취집각이 잡힐 수 있다.

유민은 혹시 모를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다.

'만나봐야 알겠지만.'

아니, 평소 하던 생각.

취집은 별풍선을 유도하는 수단임과 동시에 궁극적인 목표다.

언젠가 괜찮은 사람의 아내로 살고 싶다.

평생 돈 걱정 안 하고 떵떵거리며 말이다.

일단 돈은 많아 보인다.

카톡으로 나이도 물어봤는데 의외로 엄청 젊었다.

〔새 회장 오빠♡〕

「안녕하세요 주인님 ㅎㅎ」

−ㅇ

「오늘 별풍선 엄청 쏴주셔서 감사해요. 회장까지 다셨는데 회장 오빠라고 불러도 될까요?」

−ㅇㅇ

「네!」

「그리고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저도 식데는 많이 긴장되거든요ㅠ」

「괜찮으시면 성함이랑 연세 정도는 가르쳐줄 수 있을까요??」

25살.

만수는 그보다 어리다고 알고 있다.

23살인 자신보다 1살 더 어리고, 군대도 다녀오지 않았다.

'걔는 코인인가 뭔가를 해서 그런 걸로 알고 있고.'

보통은, 아니 지금까지 전부 자신보다 나이가 많았다.

대학교는 나와야 사회 생활을 할 테니 당연하다.

25살의 영앤리치.

어쩌면 돈 많은 상류층 자제일지도 모른다.

재벌 2세 말이다.

'그건 좀 너무 나갔나?'

여러가지 상상이 든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각이 조금 보인다는 사실이다.

일부 여캠들은 취집도 안 하려고 한다.

별풍선을 뜯는 삶에 만족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열혈이 떠난다.

새로운 열혈을 물색하는 것도 힘들어진다.

'그렇게 추하게 늙고 싶지는 않아.'

여캠의 수명이 짧은 이유.

그래서 예명도 바꾸는 등 여러가지 짓을 한다고 한다.

유민은 그럴 생각이 없다.

확실한 사람을 만나면 바로 결혼을 할 생각이다.

"기사 아저씨 강남역 2번 출구로 가주세요.

"아가씨 이쁘게 입었네. 데이트 가는 겨?"

"그런……, 셈인데요."

빠굴맨은 어떤 사람일지.

택시에서 타고 나서야 아차 싶은 생각이 든다.

별풍선에 콩깍지가 씌었다.

그러고 보면 닉네임부터가 예사롭지 않은데.

'날 어떻게 해보려고 설마.'

회장님.

아니, 전 회장님이 성을 내셨던 이유가 있다.

나쁜 사람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럴 가능성도 아주 제로는 아니다.

꿀꺽!

하지만 만나는 곳은 사람 많은 장소.

만약 그런 낌새가 보이면 소리 질러야지.

택시가 약속 장소에 도착한다.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던 방금 전의 자신이 우습게도.

"안녕하세요. 유밍님이시죠? 톡으로 말씀드린 대로 제가 이찬욱입니다."

아주 번듯한 차림의 남자가 대기하고 있었다.

보자마자 이 남자이길 바랬을 정도로.

'오……, 사업 하시는 분인가?'

유민은 돈 많은 사람을 한두 번 만나본 게 아니다.

사람 판별하는 법 정도는 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어?"

"네……?"

"방송에서의 이미지와 달라 가지고. 많이 어색하신가 봐요?"

"아, 그게 좀……."

양복.

수트핏이 잘 어울리고, 헤어 스타일도 깔끔하다.

평소 자주 입지 않았다면 이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다.

신고 있는 구두, 차고 있는 시계도 명품이다.

자세히 보니 명품이 아닌 것이 없을 지경이다.

'얼굴도 나름 훈남이고. 키는 크진 않지만 작지도 않네.'

비주얼도 합격점.

첫인상은 상당히 좋게 다가온다.

성격도 최소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찬욱씨도 그러신 거 같은데요."

"저요?"

"방송에서 많이 장난스러웠던 걸로 기억해서."

"그게 참. 그런 게 좀 있잖아요 남자들은? 좋아하는 여자한테 장난 치고 싶은 마음."

아니, 좋아 보인다.

유민은 끄덕끄덕 고개를 움직인다.

평소 같았으면 먼저 장난을 쳤겠지만.

'어쩌지? 스트라이크존 한복판인데.'

너무 신사적이다.

적당히 위트가 있고, 장난기가 있는 것도 마음에 든다.

되려 진지했다면 김이 빠졌을 것이다.

열혈로서는 몰라도 남자로서는 실격이니까.

"유밍님도……."

"저 그게."

"네?"

"유민으로 불러주시면 안될까요? 현실에서 BJ명으로 불리기는 좀 그래서."

"혹시 본명이에요?"

"네."

하지만 중요한 건 결국 내용물이다.

반반하기만 한 남자 따위는 이쪽에서 사양이다.

'세상에 미친놈들이 많아서.'

이야기를 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만약 진짜라면.

"서서 이야기하기도 뭣하니 일단 가실까요?"

"네, 그래요. 근데 어디로……."

"제 차로 모시겠습니다."

남자의 인도를 받아서 간다.

근처의 유료 주차장에 주차를 해놨다고 한다.

'오~ 아우디!'

아주 비싼 차는 아니다.

유민은 람보르기니도 타봤고, 페라리도 타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진짜 부자들은 되려 그런 차를 안 탄다.

눈에 띄어서 좋을 게 없기 때문.

"혹시 메뉴가 어떻게 돼요?"

"도착할 때의 즐거움으로 남겨두겠습니다."

"와~ 기대된다."

여러모로 말이다.

과연 어떤 곳에 자신을 데려다 줄지.

도착한 곳은 난생 처음 와보는 곳이었다.

'스시집……, 같은데?'

물론 많이 와봤다.

초밥은 유민도 좋아하는 음식이다.

하지만 가게의 크기가 작아도 너무 작다?

"좀 아담한 가게네요."

"아무래도 손님을 많이 받지 못하는 곳이라."

"그래요?"

"네, 원테이블 레스토랑이라고 한 번에 딱 한 팀씩만 예약을 받는 곳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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