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7화 (97/450)

"물려도 배당금 받으면서 버티면 되고."

"배당금?"

"응! 1년마다 주는 돈. 오성전자는 분기 배당금이라 더 꿀이야."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투자에서 심리가 차지하는 크기.

그것은 생각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었다.

'사실 그런 것보다.'

공부가 된다는 것도 쏠쏠하다.

주식은 경제학과 학생들에게 있어 실전의 장이나 다름없다.

자신의 지식을 테스트할 수 있는 곳.

배운 것을 이해할 때도 가끔씩 도움이 된다.

"이찬욱 학생 있나요?'

"교수님!"

"교수님 오셨다!"

"실례합니다. 학생들끼리 있는 공간인데……."

"괜찮아요. 편하게 오세요~."

"아니, 자주 와주세요!"

교수님도 종종 방문한다.

경제학원론의 최명철 교수님이 쑥스러워하며 들어오신다.

주식을 하시기 때문.

와서 이야기를 하고 가거나, 대놓고 픽을 얻어가실 때도 있다.

'그 이상한 선배랑 짝짜꿍이 맞으시던데.'

1학기 초.

물로켓이다 뭐다 시끄러웠다.

유튜브에 영상도 올라갔던 걸로 안다.

얼굴이 찍힌 건 아니다 보니 학과생들만 아는 이야기 정도로 끝났지만 잔열이 없을 수는 없었다.

불편한 관계가 지속된다.

"욱오빠 아직 안 왔어요."

"그러니? 반도체 다음으로 유망한 게 있대서 기대하고 왔는데……."

"반도체 다음이요?!"

그럴 줄 알았더니 오히려 당사자들은 잘 지내는 모양이다.

어쩌면 찬욱이 가르쳐준 주식이.

'대박이라도 났나?'

그렇다면 한국대 교수가 일개 학생을 찾으러 온 것도 이해가 된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오라고 하면 될 일이니까.

채원으로서도 궁금하다.

반도체.

뒤늦게 들어갔음에도 벌써 7% 넘게 수익을 보고 있다.

"저는 들었어요."

"그래요?"

"네, 욱오빠가 아직 시기가 아니라고 하긴 했는데……."

그것을 또다시 불릴 수 있다면?

단순히 또 몇% 의 수익을 보는 게 아니다.

'복리가 되잖아.'

원금 뿐만 아니라 수익까지 불어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커져 갈 것이다.

코인으로는 불가능한 일.

일부 알트코인을 제외하면 다 함께 올라가고 다 함께 내려간다.

"코인으로 큰 돈을 번 사람들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렇겠지."

"많이 올라가긴 했으니까."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이 일부 편향된 물건들을 소비할 거라고……. 아직은 아니고, 막 수익 인증으로 떠들썩해지면 사라고 했는데."

단타를 치며 수익을 극대화하는 건 가능하겠지만, 전문 투자자도 아닌 자신들이 하기에는 버겁다.

그에 반해 주식은.

'벼락부자가 되면 사는 게 뭐지? 명품?'

사이클 투자.

유망한 업종으로 옮겨 다니며 지속적인 수익을 보는 게 가능하다.

그 또한 당연히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계속 하다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아, 설마……."

"교수님 뭔지 알아요?"

"잠깐 다음 강의가 있어서 실례."

"교수님 다음 강의 없잖아요!"

"치사해!"

실력이 늘어날 테니까.

믿고 사서 존버만 하는 코인보다 훨씬 유익하다.

채원은 주식의 좋은 점에 알게 되었다.

한 번 떠나고 나서 보이는 게 있다.

다른 부원들도 충성심이 늘어났다.

주식 동아리는 탄탄하게 운영된다.

'욱오빠 말대로 됐네 히히.'

코인의 급등.

그로 인한 여파가 있을 수 있다.

부원들을 잡아둘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자신에게만 가르쳐줬다.

혜리는 찬욱이 한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한다.

《2차는 명품 관련주겠지. 돈 쉽게 번 애들이 어떻게 하겠어? 쉽게 쓰고 다니지.》

백화점, 면세점 혹은 명품 자체를 유통하는 곳.

해외 주식도 관심 리스트에 추가해두면 좋다.

명품은 한국보다 외국이니까.

혜리도 그 정도까지는 이해할 머리가 되지만.

《마지막으로 3차는 파프리카TV지. 뜬금없이 왜 파프리카TV냐고? 사람이 물질적 허영심이 만족 되면 그 다음이 뭐겠어. 뻔한 거지.》

다음 말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니, 파프리카TV 자체를 알지 못한다.

'거기 여캠 같은 거 있는 곳 아니야? 철꾸라지라던가.'

유명한 단어 몇 개는 안다.

하지만 코인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는 상상이 안 간다.

알 필요도 없는 일.

자신은 찬욱이 하라는 대로 묵묵하게 따르기만 하면 된다.

* * *

코인.

사실 한국과 굉장히 밀접한 연관이 있다.

'딱히 코인 사기꾼이 많아서 그런 건 아니고.'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인터넷이 발달된 국가다.

그리고 이는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영향을 미친다.

좋은 영향.

여러가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코인과 관련된 것은 아무래도 대부분 좋지 않다.

「보라) 유밍♡.주인님 뭐든 할게요 왈왈! / 580갠셀 」_ დ520명 시청

「보라) 지희. ●출렁 출렁 ㅓㅜㅑ●지희 신입여캠●」_ დ274명 시청

「보라) 하은. 검스 이쁜 여캠 ❤ 100개 식데뽑기.」_ დ169명 시청

가장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파프리카TV.

얼핏 생뚱 맞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코인으로 돈 번 애들이 돈을 어디다 쓰겠어.'

백만 원, 천만 원이면 맛있는 거 사먹고 옷이라도 바꿀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은?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이 있다.

정신적으로는 그대로인데 돈만 무지하게 벌었다.

인정욕.

자신이 돈을 많이 벌었다는 사실을 누군가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꿈은코인왕님, 별풍선 1004개 감사합니다!

밍이 누나 덕에 오늘 개땄어요!!

<만수야 천사 개 모야~ 누나를 그렇게 괴롭히고 싶었어? 왈왈!>

−캬 천사 개

−저분 회장 달 기세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코인으로 돈 번 거임?

−유밍이 진짜 같아지 같음♡♡

그래서 인터넷 방송에 빠져드는 것이다.

돈만 있으면 인정 받을 수 있는 곳이니까.

'그런 재미가 있긴 하지.'

가끔은 유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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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흥~♪"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립스틱을 바르고 있는 손끝이 즐겁게 춤을 춘다.

'이 정도면 화장 꽤 잘 먹었지?'

유민은 파프리카TV에서 BJ를 하고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여캠.

시청자들에게 애교를 떨어서 돈을 버는 직업이다.

아름답게 꾸며야 한다.

'가슴도 꼴리게 모았고, 피부도 하얗게 BB크림 발랐고.'

알고 있는 화장법을 총동원했다.

거울 속 자신은 스스로 봐도 너무 예쁘다.

화면으로는 더 예쁘게 나올 것이다.

시청자들은 모르는 캠빨이라는 게 있다.

딸칵!

딸칵! 딸칵!

조명.

한두 개가 아니다.

자신은 총 9개를 키고 있다.

'많이 다는 여캠들은 스무 개씩도 하더라고.'

빛이 반사되면 피부가 희고 깨끗하게 나온다.

각도도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모습.

이 정도는 유난한 것도 아니다.

막말로 자신이 연예인도 아닌데 예쁘게만 나오면 장땡이지.

유민은 자신의 직업이 마음에 든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개꿀이다.

─순박오빠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밍이 빨리 왔네? ㅋㅋ

"회장님 왈왈! 인사풍 너무 과한 거 아니에요?"

−오늘도 이쁘다

−유밍이 클라스면 이 정도는 받아야지

−슴가 보소

−다른 여캠들이랑 달리 시간 잘 지켜서 좋아 ㅎㅎ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 수 있으니까.

캠 앞에서 예쁜 척만 하면 말이다.

'나도 이게 직업이 될 줄은 몰랐는데.'

원래는 1학기 동안 잠깐 알바를 할 생각이었다.

우연히 포스트를 보았다.

고수익의 간단한 아르바이트.

솔직하게 관심도 있어서 해보게 되었다.

세팅이 되어있는 방에서 여캠을 하는 것이다.

생각 이상으로 적성에 맞았다.

학교도 휴학 하고 내리 1년을 했다.

노하우를 쌓고 독립해서 혼자 하고 있다.

「선물 받은 개수」

• 별풍선 : 100,892

한 달에 10만 개가 넘는 별풍선을 수급하는 중견 여캠이 되었다.

아니, 최근에는 더 잘 터진다.

─내꿈은코인왕님, 별풍선 1004개 감사합니다!

누나 나 또 땄어 ㅋㅋ

"만수야! 오늘도 천사 개 주는 거야? 누나 감동이야."

만수 덕분.

원래는 별 거 없는 건빵이었다.

팬클럽도 가입도 하지 않은 일반 시청자 말이다.

어느 날을 기점으로 달라졌다.

큰 돈을 벌었다면서 별풍선을 물 쓰듯 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미심쩍었다.

가끔씩 미친 애들이 무리해서 쏘고, 나중에 자기가 쏜 것을 돌려 달라고 하는데.

−만수좌 입갤

−열혈 순위 곧 2등이네 ㄷㄷ

−무슨 일 하는 분임?

−올

−코인 투자로 성공했대요!

−코인이 글케 많이 벌리나……

−나이도 20대 초던데 진짜 부럽다 ㅠ

−리액션 언제 해!!

열혈쯤 되면 한 번 식데를 가진다.

식사 데이트의 준말.

표면적으로는 별풍을 쏜 보상을 위함이지만.

'생긴 것도 순진하고,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았지.'

진짜 이유는 판별하기 위함이다.

어떤 사람인지 직접 만나보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똥차라면 없는 사람 취급한다.

무리해서 별풍을 받아봤자 뒤끝이 대부분 안 좋기 때문이다.

벤츠라면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별풍도 받을 수 있고, 만약 생각보다 대단한 사람이라면.

"주인님 왈왈! 유밍이는 만수의 강아지에요~♪"

−유밍이 졸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돈 벌기 힘들다

−진짜 강아지 같은데?

−만수님 개부럽 ㅠㅠ

취집각을 세워볼 만하다.

여캠을 그만두고, 돈 많은 사람의 아내가 돼서 떵떵거리며 사는 것이다.

'만수는 알 듯한 느낌이 아니지? 코인이라는 게 안정적인 일자리인지도 모르겠고.'

건빵 시절에 잘 대해준 보람은 있다.

실제로 그것 때문에 자신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행운의 여신인지 뭔지.

자신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며, 그래서 쏘는 거라며 이해할 수 없는 소리를 한다.

─순박오빠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밍이 우리집 강아지 아니었어?

"회장님~! 회장님 강아지 찾으셨어요? 여기 있어요 왈왈!"

거기에 감동 받아서 결혼 해줄 만큼 자신은 만만하지 않다.

만수의 풍은 더 많은 별풍을 위함 밑거름이다.

질투.

회장님이 자극을 받는다.

전보다 더 많은 별풍을 쏘시고, 카톡도 많이 보내온다.

당연히 직접 만나도 봤다.

건실한 사업체를 운영하는 돈 많은 사장님이셨다.

'나이가 좀 많은 게 흠이지만.'

아직은 고민을 해봐야 한다.

인생이 결정되는 일.

얼마나 신중해도 모자라지 않다.

"회장님 위해서 댄스 한 번 출게요. 예쁘게 봐줘야 돼♡"

−오

−오토바이 댄스 ㄱㄱㄱㄱㄱㄱㄱㄱㄱ

−회장님 위아래 좋아요 ㅠ

−섹시 댄스 ㅓㅜㅑ

자신의 주콘텐츠이기도 하다.

열혈 대부분이 자신에게 사심이 있다는 걸 유민도 알고 있다.

<♪♬♪∼♪∼♬♪♬∼♬♪∼♩♪∼♩♬♪∼>

별풍선은 그 사심에서 나온다.

유민은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하는 오토바이 댄스를 춘다.

−))

−((

−))

−((

−))

−((

−))

−엉덩이 흔들어 재껴!

오토바이에 탄 것처럼 전신에 진동을 주는 춤이다.

엉덩이와 허리는 물론 가슴까지.

윙크를 날리는 것도 잊지 않는다.

별풍선을 쏘신 회장님을 위한 댄스이긴 하지만.

─내꿈은코인왕님, 별풍선 1004개 감사합니다!

누나 오늘 넘모 예쁘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만수야 무리하는 거 아니야? 아무튼 고마워……. 왈왈!"

진짜는 질투를 유발하기 위함.

회장님이 쏘자 만수가 또 별풍선을 쏴서 응전한다.

다른 열혈도 있지만 이번 달 에이스는 만수다.

조금만 미끼를 던져도 냅다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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