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6화 (96/450)

처녀 주제에 말이다

성적 쾌감 따위 전혀 모르는 순수하기 이를 데 없는 소라의 몸을.

"자, 잠깐 기다리라니까요?!"

"왜? 좋잖아?"

"저 오줌 쌀 것 같단 말이에요 오줌!"

"괜찮아 싸버려."

"!!"

희롱할 수 있는 순간은 흔히 오는 게 아니다.

꾹꾹 누른다.

비트코인의 등락에 맞춰.

그것만으로도 점점 소라의 숨이 가빠진다.

내 입술을 먹어 치우던 요녀는 온데간데없다.

한 꺼풀 벗어던진 소녀만이 있다.

"하아……, 하아……, 하아……."

뭔가 저질렀다.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쳐다본다.

모르긴 몰라도 바지가 축축할 것이다.

"급하다고 말했는데……."

"지렸어?"

"정말, 정말!"

"귀엽기만 한데 뭐."

다시 느긋하게 키스를 나눈다.

아주 많이 지리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렇겠지만.'

일반적으로는 느낄 리 없는 쾌감.

오르가즘이 왔을 때의 반응이다.

다리가 부들부들 떨릴 것이다.

표정도 한껏 풀려 부드러워졌다.

"오빠."

"응?"

"잘된 거에요?"

"잘됐지. 행운의 여신을 이렇게 안고 있었는데."

"헤헤."

남자는 현자타임.

반대로 여자는 공자타임을 느낀다고 한다.

느꼈을 때는 한없이 자비로워진다.

나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본다.

쪽!

쪽!

또다시 허벅지를 뜀틀삼아 자세를 바꾼다.

그대로 입술을 살포시 겹쳐온다.

"궁금한 게 있는데요."

"뭔데?"

"어떻게 올라갈 걸 안 거에요? 그 상황에서."

"그거야 뭐 간단하지."

"그 간단한 거 소라한테도 가르쳐주세요♡"

갑자기 귀여운 짓을 하니까 적응이 안된다.

중간중간 과감하게 혀까지 넣어온다.

'이 썅년이 남자 애태우는 법을 아네.'

소라를 꼭 끌어안는다.

달콤한 숨을 교환하며 하나하나 친절하게 몸에 새겨준다.

"여기까지 찔렀던 거 기억나?"

"네."

"꾹 눌렀다가 안 해주면 어때?"

"허전해요……."

정말 시무룩하다는 듯 눈꺼풀을 반쯤 감는다.

기분이 좋긴 좋았나 보다.

〔비트코인 갤러리〕

─장난하나 세력 이 개 같은 새끼들아!!

─장ㅡㅡㅡㅡㅡㅡ대ㅡㅡㅡㅡㅡㅡㅡ양ㅡㅡㅡㅡㅡㅡ봉

─끈적끈적 흑좆부랄 섹스 랠리 출출발~&~&~~

─무조건 올라가는 건데 괜히 손절했네

 개미들도 비슷한 것을 느낀다.

살짝 올렸다가 내려버리자 억장이 무너진다.

'사람의 심리상.'

급등 직전.

한 번의 큰 하락이 나오게 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주구장창 흔들다 보면 멘탈이 쿠크다스가 된다.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버텼는데!

그런 상황에서 반등이 나오면?

어지간히 확신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판다.

만약 본전까지 준다면 칼같이 나온다.

세력은 그 물량을 받아먹으며 더 크게 쏜다.

"그렇구나."

"다 회수할 자신이 있으니까 물량을 던지는 거지."

"그럼."

"그것을 알고 있었으니 이렇게 먹어버리는 거고."

"꺄~!"

가격을 더 끌어올리는 효과까지 있다.

본전 심리가 발동한 개미들이 추격 매수를 한다.

쭈와압!

똑!

나도 못 다한 걸 하고 싶다.

소라의 입술을 먹으며 슬며시 브래지어의 후크를 푼다.

셔츠 안에 손을 넣는 것으로 간단히 뺄 수 있다.

바닥으로 집어던지자.

'따먹힌다……!'

갑자기 더 적극적으로 달려든다.

가슴을 내 가슴팍에 비비고 있다.

꼭지가 발딱 서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브라를 벗은 걸 아는지 모르겠다.

부드럽고 탱탱한 살덩이.

고개를 조금 숙이면 보이는 골짜기는 자극적이다.

'너도 당해봐라.'

안고 있는 두 팔에 힘을 준다.

혜리나 수현이었다면 아프다고 앙앙댔을 것이다.

소라는 오히려 공격적으로 나온다.

중간에 낀 가슴이 풍선처럼 짜부된다.

츄르릅!

꿀꺽!

츄르릅!

꿀꺽!

가슴을 양옆으로 살살 비비기도 한다.

작정하고 느끼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오빠."

"소라 흥분했어? 적극적이네."

"흥분은 오빠가 한 거 같은데요. 엉덩이에 이상한 게 느껴져요."

"……."

처녀가 그럴 리 없을 것이다.

아직 몸을 움직이는 방법이 서툰 모양이다.

'들켰네.'

소라의 고간.

따듯하고 부드러워서 나도 모르게 신세지고 있었다.

지도 빨고 비비고 할 거 다 하는데.

유사 섹스쯤이야 별 건가.

"투자자는 크고 아름다운 차트를 보면 흥분하게 돼있거든"

"그런 거에요……?"

"방금 많이 따서 오빠가 좀 흥분했나 봐. 미안해."

"그럼 어쩔 수 없죠."

다시 이어 나간다.

서로의 몸을 격렬하게 비빈다.

이윽고 소라가 부들부들 떨어 댄다.

어쩌면 느낀 걸지도 모른다.

자위도 가끔 한다고 하니 쾌감은 알고 있을 것이다.

기분이 좋았다면 나도 보람이 있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모르는 척해준다.

'씨발 쌌다…….'

소라도 모르는 척해줬으면 좋겠다.

다음화 보기

코인의 급등.

그동안 물려있던 경제학과 학생들에게는 희소식이어야 했지만.

"코인 개떡상했더라?"

"그러게."

"어? 반응이 왜 그래. 너 코인 하지 않았어?"

"진작에 다 팔았지!"

그렇게 형편 좋게 굴러가진 않았다.

이론과 실전에는 크나큰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올라갈 줄 몰랐단 말이야.'

−7%까지 찍혔다.

그때 당시의 심정은 제발 본전만 돌려주세요!

매도 주문을 걸어두었다.

그것이 체결되었을 때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

가격이 떡상하자 다른 생각이 든다.

"다시 안 샀어?"

"안 샀지."

"왜?"

"가지고 있으면 마음만 불편해. 그냥 투자가 뭔지 경험한 셈 치려고."

처음에는 아쉬웠다.

다음에는 짜증 났다.

왜 내가 가지고 있을 때는 안 오르고?

이불을 몇 번이나 찼는지 모른다.

시간이 지나자 스스로에게 의문이 생긴다.

'어차피 오르는 거 보고 심장 떨려서 팔았을 것 같아.'

수익을 보기 위해서는 내려가는 것도 버텨야 한다.

그럴 만한 배짱이 자신에게는 없었다.

그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유로아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지만.

'오를 거면 내리지 마! 씹련아!'

그렇게 생각할 수 없는 사람도 있었다.

대훈은 총 900만원의 코인을 샀다.

당겨 쓴 용돈+월세 600만원.

그리고 비상금 대출을 받았던 300만원.

물을 타기 위함이었다.

복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눈이 돌아갔다.

가지고 있었다면 이자를 제하고도 수십만 원을 벌었을 것이다.

가지고 있었다면.

'억울해서 미쳐버리겠네. 왜 나만 가지고 지랄이야!'

급등 전에 움직임이 있었다.

살살 꼬시듯 올라가더니 폭락.

어안이 벙벙했다.

아니, 눈물이 나왔다.

1년 내내 오르더니 왜 자신이 살 때만?

그런데 다시 급등이 나왔다.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대훈은 매도 버튼을 눌렀는데.

'내가 팔면 귀신 같이 올라가지? 내가 사면 내려가고.'

일생일대의 바보 같은 실수가 되고 말았다.

급등.

+12%까지 숨도 안 쉬고 올라간 것이다.

본전 심리가 발동한 대훈은 다시 샀다.

천만원, 억단위까지 갈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기라도 하는 것 같다.

그 순간 바로 내려가 −6%가 찍혀버렸다.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내가 다시는 파나 봐라.'

또다시 생긴 손해?

그보다 더 대훈을 괴롭히는 건 못 벌었다는 상실감이다.

약이 올라서라도 포기하지 못하겠다.

독기가 바짝 들어 하루종일 코인만 들여다보고 있다.

토독, 톡!

코인에 중독되는 과정.

그런 학생이 한두 명이 아니다.

강의실의 분위기는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또 급등 안 하나?'

'존버하고 있을 걸 그냥.'

'멍청하게 1% 먹고 좋아했네.'

그토록 가격이 올랐음에도 수익을 본 사람은 많지 않다.

극심한 변동성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코인에 대한 관심은 확실하게 늘었다.

떡상하는 것을 눈앞에서 직접 봤기 때문이다.

"부장님."

"도경이형."

"저희가 잘못했어요. 다시 한 번 동아리에 받아주세요."

"코인은 오는 자를 거부하지 않습니다."

""부장님!""

코인 동아리가 수혜를 본다.

나갔던 동아리원들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코인 하면 돈을 쉽게 벌 수 있구나!

무지성적인 믿음이 생겨나게 된다.

'가지고만 있으면 무조건 돈 번다니까? 이게 어려워?'

주도경으로서는 신이 난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가 맞았다.

코인은 미래 화폐.

반드시 떡상할 것이다.

그날이 오면 자신들은 승리자가 된다.

"코인은 반드시 떡상합니다. 믿습니까?"

""믿습니다!""

"주식보다 훨씬 많이 오릅니다. 믿습니까?"

""믿습니다!""

코인의 가치를 믿고, 의심하지 않으며, 매일매일 정진하기만 하면 된다.

간단한 일.

'이 좋은 걸 안 하고 주식 같은 걸 하다니. 멍청한 놈들.'

주식은 이거 살지, 저거 살지 고민하다가 결국 손해만 본다.

똑똑한 척하는 멍청이들이다.

상승률도 코인이 높다.

주도경은 코인 동아리가 주식 동아리를 앞지른다고 확신했지만.

"코인 엄청 올랐네?"

"그러게."

"근데 딱히 부럽다는 생각은 안 든다."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주식 동아리.

코인이 급등한 것과 별개로 잘 굴러가고 있다.

주식의 매력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코인을 하고 나서야 둘의 차이를 알 것 같다.

"가지고 있으면 불안하지."

"그치~?"

"코인 하는 애들 보면 일상생활을 못하더라."

"맨날 핸드폰 만지고 있어."

확신.

주식은 등락에 이유가 있다.

이런저런 악재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는구나.

그 악재가 해소되면 반등하지 않을까?

똑같이 불안하더라도 타임 리미트가 있어 참을 만하다.

'코인은 내리면 진짜 별별 생각이 다 들지…….'

채원은 한때 흔들렸던 적이 있다.

만약 그 경험이 없었다면 코인을 하고 있을 것이다.

왜?

가격이 펑펑 오르니까!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코인은 사면 무조건 돈 버는구나.

"오성전자나 SQ테크닉스 같은 대기업이 망할 리가 없잖아."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