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2화 (92/450)

소라는 깍지 낀 두 손을 가만히 있질 못한다.

"소라 반년만에 2천만 원 가까이 번 거야?"

"거의 연봉 수준이다."

"진짜 뭐 못하는 게 없네."

"소라가 주식 잘하는지는 알았는데……."

강의실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

전부 칭찬과 부러움 섞인 것이다.

'표정 관리해야 돼. 표정 관리.'

심장이 터질 것처럼 두근댄다.

소라는 히죽거리는 입술을 애써 억누른다.

"소라는 무조건 트레이더 될 것 같애."

"아직 멀었지 뭘."

"800만원으로도 2천만원 버는데 만약 억 단위로 가지고 있으면……."

"소라야, 우리 친하게 지내자~."

"야, 치사해!"

학과 내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아니, 원래는 이런 분위기였다.

'그 인간 때문에 이상해졌던 거지.'

잊고 살았다.

학과의 중심.

학점도, 외모도, 주식까지 전부 탑이다.

당연했던 일상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있다.

1학기 때와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나 주식 추천해주면 안돼?"

"너 코인 하잖아!"

"아니야, 나 소라 보고 주식으로 전향했어. 그러니까 응? 응?"

알고 있다.

주제도 모르고 떠들던 과거의 자신이 아니다.

'그때는 정말 세상물정 하나도 몰랐어.'

모의 투자로 다 아는 척 떠들어 댔다.

실전 투자의 무서움을 알지 못한 채.

좌절.

절망.

자학까지 하게 됐을 만큼 한때는 자신감이 사라질 지경이었다.

"나는 아직 반도체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생각해."

"정말?"

"코인은 내려가던데……."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에 비하면 아직 오른 것도 아니고, 3분기 실적 발표일까지 많이 남은 상황이라서 기대감이 반영될 여지가 더 있다고 봐."

"와!"

"대박 소름."

"방금 애널리스트인 줄?"

이제는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틀릴 수도 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분석이다.

'외국인 수급도 계속 들어오고 있고, 코스피가 나스닥보다 많이 눌려있는 것도 있어서.'

이전보다 많은 것을 볼 줄 알게 되었다.

다수의 데이터를 활용해 실전에 가까운 분석을 하게 된 것이다.

"확실히 주식 보단 코인이 낫지."

"맞아, 맞아!"

"소라는 어떻게 생각해?"

"어, 난……."

주식 상담이 부쩍 늘었다.

코인에서 전향하려는 학생들도 있다.

혜리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소라로서도 보람이 있지만.

'그 인간이 하는 것 보면…….'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지 모른다.

아직은 섣불리 코인이 안 좋다고 예단을 할 수가 없다.

"대박을 노리기에는 코인이 좋을 수도 있어."

"소라는 코인이 오를 거라 생각해?'

"나 본전 복구 가능?!"

"그건 모르겠고……, 나는 당장 돈을 벌기 보다는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간다는 생각이라서."

하지만 이 정도는 말할 수 있다.

주식은 취직, 재태크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그렇더라고.'

단순히 회계가 어떻고, 전망이 어떻고만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영향을 미친다.

"역시 트레이더는 소라의 꿈이구나."

"그렇지."

"요즘 다른 강의 듣길래……."

"채원아!"

"아니야, 괜찮아. 그것도 나름 생각이 있어서 듣고 있는 거라."

선배의 추천을 받은 부전공과 교양을 듣고 있는 이유.

경제학 서적으로는 배울 수 없는 것이 있었다.

'확실히 도움이 되더라고.'

특히 역사와 정치는 기존과 다른 관점을 가지게 해주었다.

아리송했던 선배의 말도 이해가 된다.

《……라는 이유로 한국 자동차 업계의 주가는 개박살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선배와 두 번째로 싸웠던 사건.

미국과 일본의 역사를 알고 나니 비약이 아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 나라의 일은 그 나라 사람의 관점으로 봐야 하는 거니까.'

지금에 와서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당시에는 전혀 깨닫지 못했다.

어쩌면 졸업할 때까지 몰랐을지 모른다.

선배와 만난 것은 자신에게 있어 행운이었다.

성격이 좀 비뚤어져 있긴 해도 나쁜 사람은 아니다.

할짝

이것저것 가르쳐주는 게 많다.

은근히 츤데레 같은 구석이 있다.

소라는 찬욱을 생각하며 미소 짓는다.

"소라야……?"

"어?"

"방금 뭔가 좀."

"야했지."

""응!""

"혀를 낼름 하고."

"내가?"

잠시 표정 관리에 실패했다.

다시 반듯이 앉으며 평소와 같은 얼굴을 유지한다.

'그 인간 또 몰래 담배 피고 있으면 큰일인데…….'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찬욱이 떠나가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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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실제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 자산이다.

헤지 펀드들이 들어와 있지 않은 지금은.

'향후의 시세를 예측하는 것이 더 어렵지.'

투자자들의 심리만으로 움직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써먹을 수 있는 매매법이 존재한다.

"코인 진짜 망했나 봐……."

"커뮤니티 보니까 큰손들이 처분하고 있대."

"리얼?"

"똥값 되기 전에 빠져 나오는 게 날지도."

인간지표.

같이 강의를 듣고 있는 남학생 둘이 있다.

안면은 없지만 코인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어제까지는 버티는 게 낫다고 하더니.'

한쪽은 이성적인 타입.

다른 한쪽은 잘 휩쓸리는 타입.

보통 대화를 주도하는 건 전자가 된다.

"똥값은 에바 아니야?"

"생각을 해봐. 올 초까지 100만원대밖에 안됐어. 우상향을 하더라도 좀 더 조정을 주고 올라가겠지."

"내려가면?"

"그대로 데이터 쪼가리가 될 수도……."

"아~ 안돼!"

코인 차트.

코인 커뮤니티.

기타 등등에서 나름대로 공부를 하는 모양이다.

'전혀 의미 없지.'

주식이면 모를까.

코인은 털어봤자 아무것도 안 나온다.

그나마 차트는 참고가 되지만 이제 막 투자를 시작한 일반인에겐.

"일단은 팔고."

"응."

"20일선이 5일선 따라잡는 순간까지 기다려야 될 것 같아."

"그게 뭔데?"

"이동 평균선이라고 차트 보는 사람들이 쓰는 용어인데……."

안 보니만 못한 결과를 가져다준다.

차트에 답이 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백이면 백 사기꾼이다.

'차트는 그냥 보조 지표 중 하나일 뿐이야.'

절대로 맹신해서는 안된다.

굳이 하나를 본다면 나는 인간지표를 신뢰한다.

가끔씩 있다.

저 두 사람처럼 기가 막히게 틀린 예측만 하는 투자자가.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결국 코인을 다 팔아버린 모양이다.

팔자마자 내리고 있다며 호들갑을 떤다.

'이제 곧 오를 일만 남았는데 말이지.'

옆에 두고 있으면 지표로 삼기 좋다.

딱 반대로만 투자하면 되니까.

요 며칠간 계속 지켜보았다.

두 사람의 대화는 나의 투자에 큰 참고가 되고 있다.

"너희 코인 팔았어?"

"응!"

"그러기로 했는데……."

"진작에 팔지. 나도 어제 팔았는데."

"니도?"

그 외에도 많다.

학과의 코인충들은 전부 내 체크 대상이다.

또 다른 인간지표가 도착한다.

바보 같을 정도로 솔직해서 도움이 된다.

'코인 동아리인지 뭔지가 유행한 덕분이지.'

하지만 그것도 슬슬 끝물인 듯싶다.

코인에 관심이 끊긴 학생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동아리는?"

"그런데 안 가지."

"애초에 사기 같았어! 운 좋게 돈 벌어 놓고 지가 잘나서 번 척하고……."

"그거 리얼."

나의 지표들이 하나둘 사라져간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주식의 영향도 있었다.

"차라리 주식을 하고 말지."

"왜?"

"신입생 중에 소라라고 있잖아. 걔가 주식을 그렇게 잘한대."

"누군진 알아."

"유튜브에서도 완전 핫해."

얼마 전 뉴스.

소소한 이슈가 되고 있다.

주식판 자체가 메이저하지 않다 보니 한계는 있지만.

'예쁘게 나왔더라고.'

한국대 경제학과에서 붐을 일으키기는 충분하다.

코인 동아리에 몰렸던 인원이 주식 동아리로 옮겨지고 있다.

나로서는 좋은 일.

인원이 늘면 그만큼 쓸만한 인재를 뽑아낼 확률도 올라간다.

"얘가 소라구나?"

"진짜 존나 예쁘긴 하다."

"그래서 주식존예여신이라 불리고 있대."

"젖탱이가 무슨 이따만 해!"

사소한 부작용은 있다.

사심을 품고 접근하는 선배들.

아예 사심만 갖고 오는 놈들도 생긴다.

폐급은 잘 솎아내면 된다.

동아리도 혜리가 잘 관리하고 있으니 문제는 없을 것이다.

'여캠에 썼으면 억만장자가 될 수도 있는 재능인데.'

내가 괜히 인재를 알아본 게 아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딱 감이 왔다.

카메라를 잘 받는 몸매.

드센 성격이 드러나는 얼굴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어떻게 한 번 비비고 싶은 아재들이 줄을 선다.

파프리카TV에서 여캠을 한다면 대박을 확신한다.

'이번 기회에 주식판의 여캠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으려나?'

그런 생각도 든다.

똑똑한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사기를 잘 당하는 면이 있으니 어떻게 잘 속이면 될 것이다.

그것은 앞으로 해야 할 일.

지금 당장은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다.

"주식 동아리는 어디에 있어?"

"건물은 같을 걸?"

"같이 가자!"

인간지표들이 자리를 옮기고 있다.

더 이상 코인을 안 한다니 애석한 일이다.

하지만 쓸만한 정보는 얻었다.

강의도 끝났기 때문에 나도 의자에서 일어선다.

'같은 건물이라고 했지?'

갈 곳이 생겼다.

* * *

코인 동아리.

최근 급격하게 세를 불렸다.

코인의 급등으로 유행을 탔기 때문인데.

"동아리를 탈퇴하시겠다고요? 아니, 왜……."

"요즘 코인이 좀."

"기다리면 무조건 올라간다니까요?"

"근데 안 올라가잖아요."

그 끝은 시시하게 찾아왔다.

코인의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고작 그것만으로도 어처구니없을 만큼 쉽게 와해된다.

'아니, 좀만 버텨보지!'

코인 동아리 부장.

주도경으로서는 이해가 안 간다.

자신도 이와 비슷한 일을 경험해보지 못한 게 아니다.

그럴 때마다 기다리면 반드시 오른다.

코인을 막 시작한 햇병아리들은 그 당연한 것을 모르고 있다.

"지금 친구가 가상화폐의 미래에 대해 확신이 없어서 그러는데."

"제 미래도 모르겠는데 가상화폐의 미래는 또 어떻게 알아요."

"……."

그런 동아리원들이 한둘이 아니다.

애써 모았던 동아리원들이 하나둘 탈주하기 시작한다.

"그냥 재밌는 경험한 셈 치려고요."

"코인 들고 있으면 불안하기만 하고……."

"결국 취업에는 도움이 안되더라고요. 차라리 주식을 하지."

경제학과 1위 동아리.

한때 300명에 가까운 인원을 자랑하며 떵떵거렸다.

그것이 반에 반토막이 났다.

풍선 공기가 빠지듯 다시 쪼그라지고 있다.

'…….'

코인 가격의 떨어지기 때문도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는 걸 모르지 않다.

주식 동아리.

얼마 전 뉴스에 나왔다.

반도체 투자로 동아리원들이 수익을 거뒀거니와.

"이따만 해 진짜."

"지랄 마라."

"구라 아니라니까? 5만원빵 할래?"

"콜. 사람 가슴이 어떻게 그렇게 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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