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0화 (90/450)

"우와아……."

"시장 흔드는 게 쉬워."

"방금 선배가 물량을 던져서 차트가 무너진 거에요?"

"제대로 이해했네."

기관의 자금이 거의 들어와 있지 않다.

소위 말하는 큰손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응도 느리지.'

기관들은 매크로 자금을 굴린다.

시장에 변화가 있을 때 자동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프로그램이 마이크로 초 단위로 빠르게.

현재 코인 시장에는 그런 것이 없기 때문에.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고작 내가 수백 억 굴리는 것만으로도 뒤흔들 수 있다.

가격이 내려간 비트코인을 쓸어 담는다.

"근데요."

"응?"

"그렇게 팔고 다시 사면 큰 이득은 아니지 않아요? 팔았을 때 손해 봤을 테니까."

"이 멍청아."

궁극적인 목적은 차트를 만드는데 있다.

그리고 시장에 참여하는 개미들이.

'겁을 먹은 상태를 유지하도록.'

계획은 차근차근 이루어지는 중이다.

너무 잘되고 있어서 하품이 나올 지경이다.

"그래서 너 왜 왔는데."

"선배가 변한 줄 알고 왔는데 평소 그대로였어요."

"넌 내가 바뀔 거라고 생각하니?"

"아니요."

알면서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설마 내가 24시간 무제한 도박판을 안 할 거라 생각했나.

그와 별개의 이야기였다.

주식 동아리 살리기.

그것에 상당히 감명을 받은 모양이다.

"저도 샀거든요."

"뭘?"

"SQ테크닉스! 벌써 7%나 먹고 있어요."

"내 입술도 먹을래?"

뻐큐.

평소에는 잘만 먹으면서 이상할 때 내숭을 부린다.

'나 덕에 먹었으면 나도 먹게 해줘야지.'

가능하면 더 맛있는 걸 먹게 해줬으면 좋겠다.

"주식도 평범하게 잘하면서 왜."

"코인을 하냐고?"

"네, 위험하잖아요. 정체도 알 수 없는 이상한 건데."

'미래에 코인이 떡상할 걸 가르쳐주면 먹게 해주려나.'

그런 성격이 아닌 걸 아니 포기한다.

딱히 그래서 코인을 하는 것이 아니기도 하다.

"사실 저도 그런 생각은 들어요. 옛날에 비트코인을 100개쯤 사뒀으면 하는."

"왜?"

"가격이 많이 올랐으니까……."

"왜 그런 부끄러운 망상을 하는 거지?"

"씨발놈아!"

미래에 10배씩 오를 자산!

사실 그런 건 코인 말고도 많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테슬라만 해도 그렇고.

'소라가 산 SQ테크닉스도 한때는 엄청 쌌었지.'

SQ테크닉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회사, 아니 대기업 중 하나다.

오성전자, 미래자동차와 함께 3대 기둥이지만.

"옛날에 136원이었던 거 알아?"

"네?"

"주당 136원이었다고."

"그, 그렇게나 쌌어요?"

회사가 부도 직전.

정리매매에서 136원까지 떨어졌다.

당시 자사주를 껴안고 있던 직원들은 죽을 맛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악물고 회사를 살렸다고 하지. 자기 돈을 위해서.'

아는 사람들은 아는 비화다.

SQ테크닉스처럼 수백, 수천 배씩은 아니더라도 수십 배 정도는 의외로 널려있다.

"문제는 하나지."

"뭔데요?"

"니가 그걸 계속 가지고 있을 수 있나."

"아!"

주식의 가치는 현재 가격으로 결정된다.

비싸면 좋은 거라고, 싸면 나쁜 거라고.

적어도 사람들은 그렇게 인식한다.

'차라리 주식은 분석이라도 할 수 있지.'

코인은 아무것도 없다.

믿고 보유할 근거가 말이다.

소라도 짐작 가는 바가 있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주식을……."

"하는 게 나은 거지."

"선배는 코인 하고 있잖아요."

"나는 심리에 대해 알고 있으니까."

"?"

코인 투자자의 심리.

그것을 이용하기 위해 차트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 하는 것은 전초전에 불과하다.

사람들을 내가 생각하는 대로 유도할.

"지금은 코인이 흥한지 얼마 안됐잖아."

"뭐, 그렇죠."

"그만큼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흔들기 좋은 시기라는 거야."

"?!"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금액.

레버리지를 포함해도 너무나도 작은 금액이다.

바다에 물 한 바가지 끼얹는다고 변하는 건 없다.

하지만 수영장 정도는.

'파도가 치게 만들 수 있거든.'

적절한 때 적절한 물량을 던져 시장을 흔든다.

그것이 기관 투자자의 진면목이다.

나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

현재 시점에서는 코인 시장이 유일하다.

"요즘 코인 산 애들 힘들다고는 들었어요."

"그래."

"선배 같은 쓰레기들이 자꾸 시세 흔들어서."

"보람을 느끼는구나."

약간의 부작용은 따른다.

아니, 사실 그것이 코인 시장의 올바른 모습이다.

'신앙심이 얕은 거지.'

실물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불안?

그것을 신앙심으로 극복하는 게 코인이다.

그 신앙심이 얕다.

지금의 코인 시장은 시드가 부족한 나도 충분히 흔들 수 있다.

뭐가 그리 불만인지 나를 째려본다.

이윽고 작은 한숨을 쉬더니.

"휴~ 어쨌든 본론인데요."

"뭐."

"선배 덕에 동아리 애들 다 벌었잖아요? 그걸 자랑하고 다닌 애들이 있었나 봐요."

약간의 일이 생긴 모양이다.

최근 장이 뒤숭숭하다 보니 투자 수익을 보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자기들은 벌었으니까.'

자랑을 하고 싶다는 욕구.

그것도 어찌 보면 투자를 하는 재미 중 하나다.

한 가지 예상치 못한 사태가 있었다.

학생들이 투자 수익을 냈다는 것에 대해.

"기자가 취재를 했다고?"

"네, 그리고 현장 취재 와도 되냐고 부탁하시던 데요."

"음……."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니다.

증권사들이 일반인들의 성공 사례를 조명하는 건.

'그래야 개미들이 혹하고 주식을 사니까.'

하물며 한국대.

인지도가 있는 대학이다.

이슈화할 수 있다는 계산도 섰을 것이다.

"나쁘진 않네."

"그럼 선배가 인터뷰를……."

"난 절대 안 하지."

"아, 왜요!"

인정욕.

동아리 애들도 주식 할 맛이 날 것이다.

동아리 가입원들도 늘릴 수 있는 찬스다.

'나는 싫지만.'

괜히 그런데 방송 타면 골치 아프다.

학생 투자자 이찬욱씩!

뭘 해도 학생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닌다.

맛집이어도 '청년' 붙으면 가기 싫은 것처럼 학생 투자자도 신뢰가 안 간다.

무엇보다 그냥 귀찮다.

"니가 한 번 해봐."

"저요?"

"가슴 뒤지게 커서 화면빨 제대로 받을 텐데."

"뭐래, 이 새끼가!"

그것이 실화가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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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 정문.

"여기가 한국대입니다! 시청자 여러분들도 아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문대 중 한 곳으로……."

조금 소란스러워지고 있다.

전문 장비를 동반한 촬영팀이 방문했기 때문이다.

지나가던 학생들의 발걸음이 멈춘다.

자신과 관계 없는 일이어도 촬영은 관심이 생긴다.

"오 촬영 나왔나 본데?"

"예능이야?

"뉴스."

"어디 학과 교수님이 방송 타시는 건가?"

하지만 드문 일도 아니다.

유명한 대학교고, 저명한 교수님들도 많다.

발걸음을 멈췄던 학생들이 다시 움직인다.

일반적인 촬영으로 보이지만.

"여기가 맞아?"

"일단 제작팀에서 확인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사전에 촬영 협조도 얻어두었고……."

어른의 사정이 숨어있다.

CBS 뉴스팀은 내키지 않는 명령을 하달 받았다.

SNS에서 작은 이슈가 있었다.

대학생들이 주식 투자로 수익을 낸 것이다.

데일리뉴스− 「한국대 주식 동아리, 공포장서 주식 투자로 수익 낸 비결!」

소소한 소란.

그것을 기사로 올리고 말고는 언론사의 마음이다.

혹은 돈을 주는 쪽.

이것을 꼭 뉴스로 내보내고 싶다고 한다.

'늘상 하는 일이니 상관은 없지만.'

증권사는 가장 큰 스폰서 중 하나다.

그 대가로 여러가지 정보 조작을 요구한다.

그렇게 거창한 일은 아니다.

끽해야 일부 뉴스를 느리게 보도하거나, 핀트를 어긋내는 식.

"증권 전문가도 곧 도착한다고 합니다."

"애널리스트 선생님 말이지……."

"네."

"뭐, 우리야 하라는 대로 촬영만 하면 되겠지."

그것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다니?

역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괜히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금융 세력이 아니다.

약간의 동경심이 생긴다.

뚜벅!

박찬일 PD도 주식을 했었다.

한때 주식을 꽤나 빠져들었던 적이 있다.

결국 쪽박만 차고 마무리.

이런 걸로 돈을 버는 사람은 대단할 것이다.

"안녕하세요. 개미투자증권 염유안 차장입니다.'

"어, 설마?"

"네?"

"염차장님 아니세요? 염차장님! 주식할 때 많이 참고했는데."

"절 아시나요? 방송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중 하나.

마침 아는 사람이었다.

염차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애널리스트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긴장을 하고 나왔던 염차장도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다.

'다행히 원한을 가진 사람은 아니군.'

애널리스트 활동.

주식 시장의 흐름과 개별 주식의 전망에 대해 일반 투자자들과 소통하는 직업이다.

간혹 틀리는 일이 있다.

그것에 원한을 가지고 욕설 혹은 보복까지 하는 경우가 있어 골치 아프다.

"선생님, 하나 여쭤볼 게 있는데요."

"주식 관련 일이라면 촬영이 끝나고……."

"촬영 때문입니다. 대학생들까지 취재할 이유가 있나요?"

오늘 가는 곳에서는 그럴 일이 없다.

한국대 주식 동아리.

최근 주식 투자로 큰 수익을 냈다는 기사가 떴다.

'정확히는 우리가 띄운 거지만.'

협력 언론사에 압력을 넣어 기사를 쓰게 만들었다.

세력들도 하는 지극히 일반적인 관행이다.

"최근에 젊은 투자자들이 코인에 빠져들고 있거든요."

"들었습니다! 거의 도박 같은 거라던데."

"예, 선배 투자자로서 걱정이 되죠."

"그러시겠네요……. 아무래도 투자의 위험성을 아시니까."

뉴스 촬영을 위한 발판.

본부장의 허가를 받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젊은 세대는 젊은 세대로 공략을 해야지.'

코인충들에게 주식이 더 좋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증권사가 직접 떠드는 것보다는 본보기가 있는 편이 효과가 탁월하다.

똑! 똑!

증명된 방법.

거기에 더해 한 가지 더 목적이 있다.

유안이 한국대 주식 동아리에 찾아온 진짜 이유는.

"안녕하세요. CBS에서 나왔습니다."

"꺄!"

"꺄아~!!"

"온다는 거 진짜였구나."

동아리 문을 열기 무섭게 난리가 난다.

젊은 애들답게 리액션이 훌륭하다.

촬영이 잘 풀릴 것 같다는 예감.

'어딨지?'

그런 박찬일과는 별개로 염유안은 동아리실 내부를 살피고 있다.

자신이 진정 찾는 사람은 따로 있으니까.

"안녕하세요. 연락 받았던 신혜리입니다."

"안녕하세요! 전화로는 말씀을 드렸는데 대략적인 촬영 내용 설명 들으셨죠?"

"네, 들었어요!"

방송 촬영이 진행된다.

자신의 차례는 이 다음이다.

그 사이에 목표 인물을 찾아낸다.

'있다!'

동아리실 내부가 시끌벅적한 와중에도 묵묵하게 책을 읽고 있다.

고고한 표정의 여학생이 보인다.

상상하던 것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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