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9화 (89/450)

없다면 만들어내면 되는 것이다.

'그 플랜은 꼭 내가 맡아야지.'

증권사는 그럴 만한 힘이 있는 집단이다.

* * *

코인 동아리의 흥행.

그것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토독, 톡!

토독, 톡!

강의실 내에서 멈추지 않고 들려온다.

너도 나도 핸드폰을 톡톡 두들기고 있다.

"올랐어?"

"니가 보면 되잖아."

"아니, 나는 떨려서 못 보겠단 말이야……."

그 이유.

코인을 하기 때문이다.

넣어두었던 돈의 가치가 실시간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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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아님의 계좌』

매수금액│3,233,973원

평가손익│−165,579원

평가수익률│−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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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두면 무조건 오른다고 들었다.

정작 자신이 사자 떨어지는 마술을 보여주고 있다.

"떨어졌네."

"아, 진짜 왜 떨어지기만 해……."

"암만 봐도 우리 물린 거 같아."

"아니, 왜?"

"상식적으로 5년 동안 가격이 400배가 오른 거잖아."

코인.

생각처럼 쉽게 돈을 버는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크다.

'애초에 코인이 뭔지도 잘 모르겠고.'

대략적인 설명은 들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어쩌고저쩌고.

하지만 그게 과연 필요가 있는 걸까?

누군가 묻는다면 대답을 못하겠다.

코인 없이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너희는 그나마 낫지."

"민구 너도 코인해?"

"난 30% 넘게 꼴고 있어."

"뭐?!"

"코인 고점에서 10%도 안 떨어졌는데?"

"난 비트코인이 아니야."

주위에서 잃고 있다면 더더욱.

비트코인을 하는 애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가격이 100원도 안되길래 싸다고 생각해서 샀지.'

민구는 알트코인을 샀다.

암호화폐 시장에는 비트코인을 제외하고도 많은 종류가 있다.

가격이 너무 싼데?

이것도 나중에 비트코인처럼 오르지 않을까?

꿈과 희망 가지고 말이다.

"와."

"왜? 올랐어?"

"10% 더 떨어졌어."

"그거……, 위험한 거 아니야?"

"나 이번 달 굶어야 돼."

상대적 박탈감 때문도 있다.

누구누구는 100배, 1000배씩도 벌었다는데~.

자신도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 도박에 가까운 투자를 했다.

덜덜덜

그런 학생들은 인생의 교훈을 얻은 셈 칠 수 있다.

돈 쉽게 벌려다 쉽게 잃었구나.

그렇지 못한 이도 있었다.

대훈은 친구가 많지 않다.

스스로도 아싸를 자처한다.

'무조건 올라야 하는데. 왜, 하필 왜! 지금 떨어지는 거야!'

처음으로 동아리라는데 들어갔다.

선·후배들을 사귀고,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도 생겼다.

코인을 매개체로 말이다.

코인에 빠져들게 되었다.

더 많은 돈을 따야 인정 받을 수 있다.

엄마한테 당겨 쓴 용돈과 월세.

저금하고 있던 것까지 600만원에 달하는 돈을 박았다.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그 돈이 녹아 사라진다.

레버지리로 물까지 탔다.

그러자 녹는 속도도 두 배.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코인 시세를 체크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대훈이 쟤도 코인 하나 보네.'

'100% 물린 표정이다.'

'아, 나도 코인 같은 거 하는 게 아니었는데.'

평소였다면 눈에 띄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다.

코인에 물렸을 때의 심정.

하루종일 핸드폰만 쳐다보게 된다.

호재나 악재가 없나 커뮤니티를 보는 습관도 들었다.

경제학과의 분위기는 우중충하다.

눈이 충혈된 사람, 우울해 보이는 학생들이 흔하다.

"혜리 너도 투자하지?"

"응, 하지."

"얼굴이 밝네. 혹시 숏이라도 쳤어?"

"숏? 그건 아닌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얼마 전까지 주식 동아리에 속해있던 채원은 궁금증이 인다.

'주식장도 딱히 좋지는 않잖아.'

코인 동아리로 옮겼다.

자신이 옮기자마자 코인은 거짓말처럼 하락장에 들어섰다.

하지만 주식도 마찬가지.

주식 동아리의 인원들도 울상을 짓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요즘 코인이 유행하고 있잖아."

"그, 그렇지."

"그래서 우리는 코인이 유행하면 오를 만한 주식을 샀어."

"?!"

그렇지 않았다.

혜리의 말은 맹점이었다.

자신은 코인 광풍에 휩쓸리기만 했지.

'그런 주식도 있어?'

주식 시장.

세간의 뉴스가 주가에 반영되기도 한다.

코인도 예외가 아니었던 것이다.

"뭐, 뭐 샀는데?"

"난 오성전자."

"오성전자? 그거 요즘 물린 사람 많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덕분에 싸게 샀어. 벌써 5% 수익."

수익이 찍힌 계좌를 보여준다.

어지간히 자신감이 있지 않고서야 불가능하다.

'진짜 벌었나 보네…….'

돈을 잃은 계좌는 부끄러워서라도 보여주지 못한다.

한둘이 아니었다.

"나도."

"나도!"

"너희도 오성전자 샀어?"

"나는 SQ테크닉스."

"나는 한라반도체 흐흐."

"흐흐는 뭐야."

"쟤는 개잡주 샀어."

주식 동아리 전원 수익을 보고 있었다.

얼마 전까진 자신도 속해있었는데.

'난 코인으로 3% 잃었는데…….'

심경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동아리 소속을 옮긴 자신은 배신자일 테니까.

"채원이 너도 다시 들어와!"

"나, 나?"

"코인 하는 애들 얼굴이 말이 아니더라."

"저게 취업에 도움 되는 것도 아닌데 왜 저렇게 열심히 하는지."

의외로 그런 모습은 없었다.

동아리원들의 말에 채원도 마음이 흔들린다.

'하긴 졸업 후 취업까지 생각하면 주식이 무조건 좋지.'

굳이 트레이더가 아니더라도 금융권 취업에 도움이 된다.

아니, 재테크의 관점에서 봐도.

꿀꺽!

자존심을 부릴 때가 아니다.

고민을 마친 채원은 주식 동아리에 돌아가기로 마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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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언제나의 일상.

철없는 후배가 노크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다음에는 꼭 타이밍 맞춰서 딸 치고 있어야지.'

니 때문에 못 뺐다고 하면 의외로 해줄지도 모른다.

"저 선배 진짜 다시 봤어요."

"뭐?"

"이번에 동아리 애들한테 반도체 주식 추천해줬다면서요. 그것도 개잡주가 아닌 대장주를."

머릿속에 주식밖에 없으니까.

얼마 전 주식 동아리의 관리에 들어갔다.

그 내용이 흡족한 모양이다.

소라는 주식을 숭고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진작에 그렇게 하지."

"뭘."

"개잡주 같은 거 안 해도 사이클 예측해서 대형주 투자할 수 있는 거잖아요. 왜 지금까지는 안 했어요?"

보수적인 투자자들이 대개 그러하다.

헤지 펀드 CEO로서 종착지이기도 하다.

'시드가 커지면 그걸 받아줄 수 있는 곳이 채권 아니면 대형주밖에 없거든.'

명색이 헤지 펀드 CEO.

당연히 대형주 다루는 법도 알고 있다.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이라 안 했을 뿐이지.

소라는 그런 방향이 마음에 들어한다.

코인이라는 투기성 자산을 싫어하기도 했다.

"선배 시드도 많아졌으니까 앞으로는 저도 보고 배울 수 있는 안정적인 매매를 해주세요."

"그래."

"선배 지금 뭐 거래하고 있어요?"

"코인."

"……."

그럴 수 있다.

확실히 코인은 비이성적이다.

최근 경제학과 내부의 이야기도 들었다.

'코인이라는 게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아.'

애초에 무법시장이다.

증권 시장의 법과 규제가 작동하지 않는다.

단순히 차트만 봤을 때는 쉬워 보여도 실전은 다르다.

하지만 그걸 알고 있다면.

"개잡주 하지 말라니까!"

"개잡주 아니야 코인이야."

"도박도 아니고 종교라며. 자기가 한 말도 기억 못해요?"

"그래, 종교인 걸 아니까 하는 거지."

"?"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마침 기다리고 있던 순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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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5,019,120 ▼21,200 (−12.32%)

[최근 1주일간 떡락하고 있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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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은 본질적인 가치가 없다.

오직 투자자들의 심리만으로 움직인다.

'그 심리가 지금은.'

약하다.

정확히 말하면 신앙심이 얕다.

비트코인이 무조건 올라갈 거라는 확신 말이다.

─매도 주문에 체결되었습니다!

그것을 흔든다.

겁을 먹을 수밖에 없도록 상황을 조성하는 것이다.

"팔았어요? 역시 그런 건 믿고 살 만한 자산이……."

"이 멍청아."

"네?"

"언제까지 일반인 레벨에서 놀래."

일반 투자자는 사고 팔아서 차익을 본다.

기관 투자자는 그보다 큰 틀에서 흐름을 만든다.

'내가 원하는.'

그것이 가능하다.

코인은 한 가지 장점이 있다.

주식보다 레버리지의 폭이 매우 크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차후에는 1000배씩도 가능하다.

글자 그대로 500배, 1000배의 계왕을 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사설 거래소는 200배까지.

약간만 끌어 써서 100억 원에 달하는 코인 선물을 던져버린다.

'여기가 중요한 분기점이야.'

방금 전 5일 이평선을 터치했다.

기술적으로 봤을 때 반드시 반등을 해야 하는 자리.

그곳에서 한 번 누른다.

그리고 심리적 저항선이라고 할 수 있는 500만원대를 돌파시킨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지난 일주일간 천천히 차트를 만들었다.

의도적으로 지지선을 받쳐준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이 학습을 하거든.'

이 구간은 절대 안 뚫린다!

세상에 절대가 없다는 걸 목격하는 순간.

─개미가 당했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멘탈이 무너진다.

5일선이 뚫렸을 때 한 번.

500만원이 무너졌을 때 한 번 더.

그것이 동시에 오자 이성을 유지할 수 없다.

불안에 떨던 개미들이 너도 나도 던지기 시작한다.

"이런 거지."

"뭐, 뭘 한 거에요?"

"기술적 저항선과 심리적 저항선을 한 번에 노린 거야."

사실 뻔한 수법이다.

너무 효과적이라 증권 시장에서는 이런 기회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비트코인.

파릇파릇한 신흥 시장이다.

투자자들도 어리버리한 초짜들 뿐이다.

'매크로 자금도 없고.'

선물 시장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수요가 많은 원자재는 효과적인 가격 예측을 위해 선물이 존재한다.

비트코인은 아직 거기까지 가지 못했다.

이렇듯 사설 거래소만 일부 존재한다.

그렇게 공식 선물 시장이 없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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