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안된다고?"
"네."
"말이 안되는 걸 믿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
"참고로 난 신은 믿지 않아."
그에 반해 코인.
매점매석이 안된다.
예를 들어 7년 전에 우연히 싸게 사뒀던 사람이.
'아 나 비트코인 갖고 있었지! 하면서 팔아버릴 수도 있는 거지.'
작전을 치던 세력은 낙동강 오리알이 돼버린다.
세력이 회사 사장을 매수하는 이유다.
밈 주식 관점에서 봐도 마찬가지.
밈 주식은 게임스탑 사태가 시발점이 되었다.
어마어마한 유동성이 주식을 사들인다.
공매도를 쳤던 기관의 숏커버링을 유도한다.
'그것도 미국 주식 시장의 까다로운 법률 때문에 가능한 거야.'
공매도 상환 기간.
그 외에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각종 법률이 작동하고 있다.
그것이 없다.
코인판은 무법지대나 다름없다.
이성적인 사람일수록 살 생각이 안 난다.
"그래서……."
"종교라는 거지. 이제 좀 이해가 돼?"
"네, 궁금했던 부분이 해소되는 것 같아요."
"어이구."
"에헤헤."
아무래도 여기까지 알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혼자 조사해서 결론을 냈다면 대견하다.
소라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생긴 것은 섹스 머신처럼 생겨서 은근히 귀여운 면도 있다.
"어째서 사람들이 코인을 사는지는 알겠는데요."
"그래."
"수백만 원까지 가격이 뛴 건 납득이 안 가요."
"그것도 어려울 거 없어."
이성과 상식으로 따질 영역이 아니다.
십자군 전쟁으로 들고 일어났는데 대화로 해결하자고 하면 들어줄까?
마찬가지의 이야기다.
코인 투자자들의 사고구조.
그것을 이해하려면 투자가 아닌 종교의 영역에서 접근해야 한다.
'뭐, 신천○라던지 통일○라던지 좋은 예가 있잖아.'
사이비 종교인데?
그런 논란과는 별개로 흥행하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통일○ 같은 경우 일본까지 주무르고 있다.
과장 없이 글로벌 대기업급이다.
"사이비까지……."
"그런 관점도 있다는 거지. 신앙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종교의 실체 따위는 중요하지 않으니까."
세상에는 이성적인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그중 일부만 포섭해도 규모가 엄청나다.
비트코인을 숭배한다.
마치 종교처럼 남들에게 설파하며 신자를 늘리고 있다.
"정책의 영향도 있지."
"정책이요?"
"미국이 저금리로 돈을 살포하고 있잖아. 이럴 때는 적극적인 투자 유치를 위해 중앙 통제가 느슨해지거든. 탈중앙화를 목표로 하는 코인은 매력적인 투기처가 될 수 있는 거지."
비트코인의 급등.
돈과 신앙이 결합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가격이 올라간다.
수많은 신도들이 따른다.
그것을 본 사람들이 또 넘어온다.
'현대 미술이 유명해진 과정과도 비슷하지.'
그리고 다른 하나의 이유.
이것만큼은 소라에게도 말해주기 힘들다.
말해봤자 음모론자 소리밖에 안 듣는다.
나도 당사자가 되기 전까진 관심없었다.
딸칵!
시가에 불을 붙인다.
코인을 생각하면 이상하게 시가가 떠오른다.
소라가 바로 재떨이에 지져버린다.
나를 노려보더니 의자 위에 올라탄다.
"안 핀다고 했죠?"
"입이 심심해서."
"일부러 이러는 거야 정말."
여성 상위의 야한 자세.
처음을 이렇게 배웠다 보니 소라는 대수롭지 않게 하고 있다.
'소라한테 따먹히는 것도 좋네.'
주도적으로 혀를 움직인다.
내 혀를 핥고, 빨고 이러다가 먹히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선배."
"응?"
"저 부탁이 하나 있는데요."
"뭔데?"
"들어줄 거에요?"
내 얼굴을 살며시 들더니 요거트 뚜껑처럼 입술을 핥는다.
귀여운 짓도 할 줄 안다.
'태생이 요녀야 요녀.'
남자가 부탁을 잘 들어주는 순간을 알고 있다.
침대에서 서로 체온을 나눌 때.
그와 비슷한 순간이다.
소라의 둥그스름한 엉덩이에 짝! 하고 손을 올린다.
쭈왑!
부탁 때문인지 모르는 척해준다.
소라의 맛있는 몸매까지 함께 즐긴다.
체온이 뜨겁다.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과 맞물려 단짠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이 섹스 머신 작동하는 순간 나 짜이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가치투자 하다가 인수합병 당하는 결말.
그럴 일이 없도록 반드시 주도권을 잡는다.
"혜리가 요즘 힘든가 봐요."
"혜리가?"
"네, 코인 동아리 때문에. 선배가 도와주면 기쁠 거 같은데."
아직까지는 괜찮다.
엉덩이를 틀어 잡자 흠칫 놀란다.
머리를 부드럽게 끌어안고 혀를 깊숙이 넣는다.
진짜 키스.
먹히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려준다.
혀를 잘근잘근 씹으며 내 입안으로 끌어들인다.
"#$^[email protected]^@#!"
자유 의지를 잃게 된다.
혀를 뺏겨 벌어진 입가에서 맑은 침이 주르륵 흘러나온다.
두꺼운 혀의 뿌리 끝까지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옴짝달싹 못하게 된 소라가.
팍! 팍!
손바닥으로 등을 때려온다.
항복 신호.
형용할 수 없는 정복감이 느껴진다.
"맛있어."
"정말……, 부탁 꼭 들어줘야 돼요."
"그럼~ 누구 부탁인데."
어쩜 마음씨까지 고운지 모르겠다.
친구를 걱정하는 마음을 혀놀림으로 알았다.
'굳이 부탁이 아니더라도.'
내 동아리다.
소라만 모르고 있다.
안 그래도 손을 쓸 생각이었다.
코인은 분명히 매력적인 자산이다.
하지만 세상에 매력적인 자산이 코인만 있는 건 아니다.
사회적 현상이 주식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주식이 더 재밌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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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과.
"야, 소식 들었어?"
"뭐?"
"이번에 신입생 수석 있잖아. 17학번."
"그 가슴 뒤지게 큰 애?"
소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신입생 수석.
학과 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이다.
자로 잰 듯한 모범생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녀가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전과할 생각하나 봐."
"왜?"
"혹시 따 당해? 예뻐서?"
"그건 아니더라고."
"니가 어떻게 알아."
"사랑."
과의 선배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관심을 가진 사람이 많기 때문.
'아, 나한테 상담하지.'
'말만 하면 과제 다 해줄 수 있는데.'
'가슴에 뽕 안 넣고 그 크기가 되나?'
예쁜 후배는 챙겨주고 싶은 것이 선배 마음이다.
겸사겸사 친해지고도 싶다.
"여기 소라보다 학점 좋은 사람 손."
""…….""
"진로 확실히 정한 사람 손."
"발."
그런 남자들의 마음.
지나가던 여자 동기가 가뿐하게 깨뜨린다.
제 코가 석자.
똘똘한 신입생에게 참견할 만큼 잘난 사람은 드물다.
"뭔가 생각이 있겠지."
"하기야 우리가 소라 걱정할 처지냐."
"그러게. 나 4학년 전까지 취업 확정해야 되는데~."
현실의 벽을 마주하기도 했다.
3학년은 졸업과 취업 걱정을 해야 한다.
1학년 때 잘 해놓을 걸!
그런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모범생인 소라는 부러울 지경이다.
"그냥 나도 코인이나 할까."
"코인?"
"코인 몰라? 요즘 코인 안 하는 병신도 있어?"
"나다 이 새끼야."
다른 화제가 떠들썩하기도 하다.
최근 경제학과 학생들 사이에서 엄청난 이슈가 되고 있다.
투자.
1학년 때는 로망이었다.
경험이 쌓이고, 나이를 먹자 알게 되었을 뿐이다.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은 없다고.
그런 3, 4학년들조차 혹하게 만드는 것이 있었다.
"코인은 한 마디로 미래 화폐야."
"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탈중앙화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블록체인이 뭔데?"
"낸들 아냐."
비트코인은 엄청난 속도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
세간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그게 뭔데 씹덕아?
처음에는 의심 어린 눈초리로 바라보던 사람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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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5,627,800 ▲21,200 (+42,193%)
[최근 5년간 개떡상해버린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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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오르는 걸 보면 넘어가게 된다.
차트를 보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사두기만 하면 무조건 오르네."
"지금은 하나에 500만원이지? 나중에는 10억, 100억이 될 수도 있어."
"왜?"
"미래 화폐잖아!"
논리는 허술하다.
블록체인이니 탈중앙화니 그게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비트코인을 산 사람들조차.
'지금은 이상하게 들릴 수 있어도 나중에는 이게 상식이 된다니까?'
그들에게 있어 그것은 사과를 던지면 땅에 떨어지는 것처럼 당연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의심 자체를 해본 적이 없다.
"내 친구가 컴공인데 블록체인이 그렇게 특별한 기술은 아니라던데?"
"제2의, 제3의 비트코인이 생길 수도 있는 거고……."
"그래서 코인으로 얼마 벌었는데!!"
애초에 의심을 하면 코인을 살 수가 없다.
미심쩍은 데이터 쪼가리에 수백, 수천만의 돈을 맡기라니?
그렇게 이성적인 사람들은 돈을 못 번다.
오직 광란에 몸을 맡긴 일부 투자자들만이.
"봐봐."
"뭐야 이건? 수익 낸 거야?"
"+110만원……."
"그래. 이게 겨우 한 달만에 번 거야. 지금도 후회한다니까."
"왜?"
"돈 번 거잖아."
"대출 땡겨서 풀배팅 했으면 월급 수준으로 벌었을 거 아니야~."
돈을 번다.
수익.
그것이 비트코인 투자자들의 주장에 신빙성을 더한다.
진짜니까 돈을 번 거 아니야?
꼭 달걀이 닭보다 먼저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500만원으로 110만원 벌었으면."
"5천, 1억씩 부으면 진짜 일 안 해도 먹고 살 수 있겠네?"
"그런 거지."
"근데."
"응?"
"내 생각엔 좀 이상한 거 같은데?"
솔깃하다.
흔들리지 않았던 사람도 수익 인증을 보고 나면 욕심이 난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지금까지 올랐으면 앞으로는 내릴 수도 있는 거잖아?
"이번 달에 10%도 안 올랐는데 어떻게 110만원이나 벌었어?"
"쯔쯧."
"어?"
"그건 니가 일봉으로 보니까 그런 거고. 분봉으로 보면 위아래로 이렇게 낙폭이 있어서……."
리스크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랬던 사람들도 계속 듣다 보면 혹하게 된다.
'하긴 갑자기 0원이 되는 것도 아닐 테고.'
차트.
비트코인의 시세는 고정된 게 아니다.
조금 더 쌀 때도 있고, 비쌀 때도 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시범을 보여준다.
최근 코인에 푹 빠져든 승현은 코인 매매법에 대해 알고 있다.
그래프가 많이 내려갔을 때 산다.
그리고 올라갔을 때 다시 팔아버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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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님의 계좌』
매수금액│6,110,882원
평가손익│+,22,610원
평가수익률│+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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