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4화 (84/450)

정말로 코인 동아리가 생긴 것이다.

동아리원 상당수를 그쪽에 빼앗겼다.

어떻게든 대책을 세워야만 한다.

상대가 누구인지, 무엇인지도 모르다 보니 쉽지 않다.

'근데 코인이 뭐지?'

어렴풋하게 들어는 보았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욱오빠는?"

"찬욱 오빠? 글쎄, 어딘가 있겠지."

"소라는?'

"그러게. 소라도 못 봤네."

그것을 알만한 사람.

혜리의 머릿속에 떠오른 대상은 당연 찬욱이다.

동아리 출석을 잘 안 한다.

자신이 부장을 맡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라도 없고…….'

혜리는 발을 동동 구르며 두 사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 * *

코인 동아리.

서류가 통과된지 일주일이 안된 신생 동아리다.

그럼에도 수많은 가입 희망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비트코인이 처음 출시됐을 때 얼마였는지 알아요?"

"얼마였는데요?"

"100원? 1000원?"

"1원. 단돈 1원이었습니다!"

실제 코인 투자자가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동아리 부장인 주도경은 코인으로 큰 돈을 벌었다.

그런 만큼 빠삭하게 알고 있다.

코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돈을 벌 수 있는지.

"5년 후에 12달러가 됐죠. 1200배가 뛴 겁니다."

""오오~!""

"그리고 또 5년 후인 현재 얼마죠? 지금 보니까……, 제가 아침에 봤을 때보다 1% 올라서 570만원에 육박하게 되었네요. 400배가 넘게 뛰었습니다!"

""와아~!""

코인의 역사부터 가르친다.

비트코인이 만들어진지는 이제 겨우 10년째.

그 10년 동안 48만배가 뛰었다.

세상에 이렇게 빨리 오르는 자산이 있을까?

"저기."

"네! 질문 있나요?"

"그럼 고점인 거 아니에요? 지금까지 너무 많이 오른 거 같은데……."

그렇기에 생기는 의문도 있다.

주도경은 질문을 한 대상자를 향해 미소를 짓는다.

'나도 저렇게 순수했던 시절이 있었지.'

5년 전에 겨우 12달러였는데?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 사려고 하니 손이 떨린다.

그러면 안된다는 이야기다.

코인이 가진 진정한 가치에 눈을 떠야 한다.

"우리가 현재 무슨 돈을 쓰죠?"

"원화?"

"외국에선 달러 써요."

"엔화도 씀!"

"네, 맞습니다. 종이로 된 지폐를 쓰죠. 하지만 미래에도 과연 이런 종이돈을 쓰겠냐는 겁니다!"

주머니에서 세종대왕을 꺼내 흔든다.

당연히 알고 있으면서도 낯선 존재가 되어버렸다.

'하기야…….'

'요즘 누가 종이 돈을 들고 다녀. 다 카드 쓰지.'

난 오성페이 쓰는데.'

과거처럼 지폐 뭉치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신용카드 한 장이면 해결이 된다.

아니, 그마저도 귀찮다.

애플페이, 오성페이 등 핸드폰에 넣어서 가지고 다닌다.

월급도 통장으로 입금이 된다.

지폐는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숫자가 곧 돈인 시대야.'

도경이 말하자고 하는 바가 바로 그것.

현대의 화폐는 구시대적이라는 이야기다.

"앞으로는 원화, 엔화, 달러를 쓰지 않고 비트코인만으로 거래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겁니다."

""오오~!""

"미래 화폐인 비트코인 투자에 늦고 빠르고는 없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겁니다!"

""와아~!""

비트코인을 사야 하는 이유.

자신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이 좋은 것을 나만 알고 있을 수는 없지.'

처음에는 지인 몇 명에게 가르쳐준 정도였다.

그들이 돈을 벌고 감사해 했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뿌듯함이었다.

코인 동아리를 개설하게 된 과정이다.

추종자가 늘어나는 것이 즐겁다.

가능하다면 예쁜 여자도 있으면 좋겠다.

"저기요."

그런 도경의 눈에 띈다.

아니, 처음부터 주목하고 있었다.

그녀가 내 동아리에 관심을 가져주다니.

'이름이 소라였나? 진짜 진짜 이쁘긴 하다.'

도경은 경제학과 3학년.

신입생인 소라와 같은 강의를 들을 일이 없다.

하지만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엄청나게 예쁜 신입생이 들어왔다고.

"네, 질문 있으신가요?"

"비트코인이 미래 화폐라고 하셨는데, 화폐로 쓰이려면 그것을 받아주는 곳이 있어야 하지 않나요?"

"지금도 코인 거래소에서 돈으로 환전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원화를 쓰는 것과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심지어 수석.

안 그래도 예쁜 외모에 지적인 인상까지 더해졌다.

'크~ 날카로운 거봐.'

그동안은 멀리서만 보았다.

복학생 선배가 말을 거는 건 어색하다.

직접 대화를 해보니 호감이 더 차오른다.

코인에 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혹시 친구 이름이……."

"윤소라입니다."

"윤소라 친구가 날카로운 질문을 해왔어요. 바로 그것이 우리가 코인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네?"

코인은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다.

사야 되는 이유가 어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비트코인이 가진 본질적인 한계를 꿰뚫어보다니.'

소라의 지적은 훌륭하다.

역설적으로 그것이 비트코인의 가격이 올라가는 이유가 된다.

"현재는 아직 비트코인이 상용화가 안되었습니다. 즉,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거죠.'

""오오~!""

"비트코인이 상용화가 되는 그날. 우리는 돈방석에 앉을 수 있을 겁니다!"

""와아~!""

현명한 사람이라면 코인에 투자하게 돼있다.

소라도 코인에 빠져들 것이다.

'코인의 진가를 알게 될 날이 올 거야. 그렇게 되면…….'

코인 커플.

그렇게 불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도경은 장밋빛 미래를 상상하고 있었지만.

'뭔 개소리지?"

소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코인이 궁금해서 찾아왔더니 궁금증만 더 늘었다.

데일리뉴스− 「비트코인 5000달러 맞춘 전문가曰 "애플 시총 맞먹을 것"」

팩트뉴스− 「전세계 불어 닥치는 비트코인 광풍, 거품인가 혁신인가」

한국신문− 「"가상화폐, 튤립과 달라…주식보다 투자 쉬워"」

매일 뉴스를 체크하다 보면 싫어도 눈에 띈다.

비트코인이 엄청난 속도로 오른다.

많이 올랐네?

한 달 지나면 앞자리 수가 또 바뀌어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던 소라도 관심이 안 생길 수가 없다.

"비트코인을 상인들이 어떻게 믿고 받아요? 국가가 발행하는 화폐도 아닌데."

"그래서 비트코인이 특별하다는 거죠.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니까."

""오오~!""

"비트코인 하나하나가 개별적으로 가치를 가집니다. 이걸 어려운 말로 탈중앙화라고 하는데……."

코인 동아리의 부장이라면 뭐라도 알지 알았다.

그의 말은 인터넷에서 본 것과 하등 차이가 없다.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다 똑같은 소리만 해.'

블록체인은 옛날부터 있던 기술이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비슷한 것을 만들 수 있다.

미래 화폐라는 말도 어불성설이다.

화폐는 가치 저장의 수단으로써 안정성이 최우선시된다.

가격이 들쑥날쑥 변한다면 그것은 화폐로서 성립할 수 없다.

투기성 자산으로 분류해야 한다.

'탈중앙화도 전제부터가 이상하고.'

고작 종이에 지나지 않은 돈이 가치를 지닐 수 있는 건 국가가 보증해주기 때문이다.

국가의 힘이 셀수록 화폐의 파워도 강해진다.

달러가 기축 통화인 이유.

비트코인은 누가 보증해주지?

그것을 물었더니 이상한 소리만 빙빙 돌리고 있다.

모순점 투성이다.

그런 데도 가격은 오른다.

지난 며칠간 조사해서 내린 결론은 단 하나다.

본질적으로 도박에 가까운 게 아닌지.

사람들이 사니까 가격이 오르는 일종의 투기 현상인 것이다.

'선배가 굉장히 좋아할 것 같네.'

소라는 불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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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뉴욕 맨해튼.

하늘로 쭉 뻗은 고층 빌딩도 다 사람 사는 곳이다.

"네, 이번에 화제가 되고 있잖아요?"

"개박살이 났는데?"

"그러니까 말씀드리는 거죠! 숏 박기 아주 달달~하지 않습니까?"

투자자들이 사는 곳.

부하 직원이 갑작스레 일거리를 들고 왔다.

'투자 외적인 걸로 들어오지 말라니까.'

장시간이 마감했다.

이제부터는 편안하게 휴식을 취해도 되겠지.

맹점이 있었다.

코인판은 24시간 쉬지 않고 굴러가는 이레귤러다.

"신경 꺼."

"네? 왜요?"

"그런 데서 알력 다툼할 여력 없으니까. 우리 회사가 그렇게 한가하지 않아."

2030년 현재.

코인 시장에는 큰 소란이 있다.

아니, 예정돼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멍청하게 그런 걸 왜 사고 있는 건지.'

비트코인은 태생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블록체인의 보안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은 것이다.

2017년 이전부터 알려져 있던 사실이다.

양자 컴퓨터가 나오면 간단하게 해킹할 수 있다고.

"정말 확실한 정보니까 그렇죠!"

"아~ 증말 끈질기네."

"제가 IT 전문이잖아요. 특허 내용을 봤는데 이건 늦어도 2년 내 출시를 목표로 한 내용입니다."

3년 전, 양자 컴퓨터 논문이 학계의 인정을 받았다.

당시 코인이 −95%까지 패대기를 쳤다.

'이번에는 특허가 나왔고.'

미공개 정보.

세간에는 찌라시만 뿌려져 있다.

하지만 직원 한 놈이 어떻게 잘 뽀려온 모양이다.

증권가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증권가 찌라시가 괜히 적중률이 높은 게 아니니까.

"이미 포지션이 잡혀있다니까 그러네."

"보스가 언제부터 그런 걸 신경 썼다고. 꼴리면 레버리지 치는 게 일상이잖아요?"

"……."

직원 녀석은 회사의 돈을 최대한 끌어 쓰고 싶다.

평소 같았으면 나도 내용을 검토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했을 것이다.

먹을 게 있으면 하이에나처럼 뛰어든다.

그것이 나의 헤지 펀드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하지만 나도 기분이 안 내키는 일 정도는 있다.

"니 권한 내에서만 해."

"이거 정말 대박인데……."

"잘리고 싶어?"

"에휴, 알겠습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마세요?"

앤드루는 이래 봬도 이사 직함을 달고 있다.

권한도 결코 작게 주어져 있지 않다.

능력면에서는 충분히 인정하는 사람이다.

혼자서도 잘해낼 수 있을 것이다.

'코인은 영 그래.'

직원이 아는 것.

내가 모를 리가 없다.

대략적으로는 주워 들은 게 있다.

문제는 그 이상의 것까지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이 나를 찝찝하게 만든다.

타닥, 탁!

음모론.

싫어하진 않는다.

투자 아이디어로 이용할 수 있으니까.

'개미들을 겁주는 용도로 좋지.'

평소에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뒷세계의 광고 회사를 통해 소문을 퍼뜨리는 식.

하지만 내가 믿지는 않는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휘둘려서야 투자자 자격이 없는데.

〔미래의 주식 커뮤니티〕

─코인판 끝난 이유 분석.txt

─비트코인 1만불 되면 집 팔아서 산다는 새끼들 어디 감? 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롱에 퇴직금+주택담보대출 꼴아박았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CIA라니까?

 최근 코인판에서 떠도는 이야기가 있다.

아니, 소문 자체는 몇 년 전부터 나오던 것이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CIA라니까?

비코 만들어진지가 20년이 넘고

세계를 몇 번이나 뒤집어 놓았는데

그 개발자가 누군지 아직도 모른다?

그것도 코인 100만 개 있는 사람을?

니들은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CIA가 대체 왜?

└코인 고점일 때 100만 개 던졌으면 세계 경제가 쇼크 왔을 수도 있는데 못 찾는 건 ㄹㅇ 이상하긴 하지

└옛날에는 안 믿었는데 코인 꼻고 나서는 이거 믿는다……

└인플레 저장고로 코인을 만들었다는 썰이 있음

아예 근거가 없지도 않다.

그도 그럴게 CIA의 정보 조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개똥 같은 현대 미술이 수십, 수백 억을 호가하게 된 것도 CIA 작품이고.'

초등학생이 그린 거 같은데 왜 저렇게 비싸지?

그 의문은 사실 합당한 것이다.

냉전 시기.

피카소 등 유럽의 예술 거장들이 공산주의에 혹하기 시작했다.

문화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미국으로서는 심각하게 대응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 일환이 예술 작품의 가격 올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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