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7화 (77/450)

대부분의 주식들이 큰 폭으로 내려갔다.

엘앤씨메탈은 꽤 양호하다.

매수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음악 관련주들이 여전히 약세라는 걸 생각하면 의아하다.

이유는 한 가지 뿐이다.

−3000원 이하면 풀매수하세요

「지금 2585원인데」

「그만큼 높게 올라간다는 거지 컄ㅋㅋㅋㅋㅋㅋㅋ」

「풀매수!」

「근데 왜 사는 거임?」

「여긴 리딩이 믿고 사는 방임」

세력이 매집을 하고 있기 때문.

금속주라고 언플하면서 한 번 크게 띄울 것이다.

'요즘 그런 주식 많았잖아. 말도 안되는 거.'

손익좌도 그런 주식들을 먹으면서 돈을 불렸다.

자신이라고 안될 이유가 없다.

리딩방 인원들도 도움을 주고 있다.

마음을 먹은 용수는 매수 버튼을 누른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10억원.

아니, 20억원.

신용에 더해 한 가지 필살기를 얹는다.

'인생 한 방.'

손익좌가 10억을 굴렸다면 자신은 그 배다.

한 방에 크게 벌 것이다.

상을 한 번만 쳐도 6억원.

만약 연상을 친다면.

꿀꺽!

엄청난 돈을 거머쥐게 된다.

단 한 번의 투자로 말이다.

그렇게 될 날이 기다려진다.

용수는 희망 찬 미래에 부풀어있었는데.

"형님!"

"엉?"

"엘앤씨메탈 개미 엄청 들어오는데요? 좀 흔들까요?"

용수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세력은 엘앤씨 메탈을 조용히 모아가고 있었다.

작전을 위함.

금속 관련주로 엮어 써봐린다.

최근 증시는 어이 없는 급등이 유행이다.

처음에는 얼타던 개미들도 이제는 기사가 뜨자마자 뛰어든다.

콩고물이라도 얻어먹기 위해 말이다.

"괜찮아. 오히려 좋지. 이미 매집은 끝냈으니까."

"그럼……."

"한 내일모레쯤에 띄워볼까? 흐름 보고 연상까지도 노려보고."

그 광기.

작전주를 띄우는 양분이다.

하락장은 작전을 치기에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일반적인 주식의 매수세가 없다.

돈을 잃은 사람들은 많다.

그들이 작전주에 몰리는 것이다.

"형님!"

"그래."

"오늘이 앨엔씨메탈 띄우는 날이죠?"

"아니, 상황이 바뀌었어."

"네??"

그 반대도 적용이 된다.

하락장에서는 살 게 없어서 작전주라도 사게 되지만.

〔장전 꼭 봐야 할 뉴스 TOP20〕

─"너무 빠졌나" S&P·나스닥 3%↑ 빅테크 일제 상승

─연준 금리 동결 시사…금리 인상 연말로 늦춰져

─FOMC 성명 비둘기 성향…주가 사상 최고·국채↑

─인플레 오는데 금리 동결? 파월曰 "그야 재밌으니까"

 FOMC라는 것이 있다.

미국 금리를 결정하기 위해 연방준비제도 의원들이 하는 회의다.

그 의사록이 공개되었다.

시장의 예상보다 비둘기파.

온건한 성향이다 보니 투자자들이 반색하고 있다.

'이러면 한동안 다시 상승장이겠구만.'

세력도 나름 금융인들이다.

과거처럼 깡패들이 사장들 협박해서 굴리는 게 아니다.

글로벌 경제의 상황.

당연하게도 모니터링하고, 주가를 움직이는 방향에 반영한다.

"그럼 작전 안 해요?"

"상승장에 이런 개잡주 사겠냐? 니 같으면?"

"어……."

"아오, 이 멍청아."

최근 주가가 많이 내려갔다.

좋은 주식들이 싼 가격에 널려있는 것이다.

'진짜 좋은 주식이 있는데 가짜를 누가 사겠어.'

엘앤씨메탈.

이런 애매한 개잡주는 특히 더 그렇다.

그동안 모은 물량이 아깝기는 해도 어쩔 수 없다.

아니, 괜찮다.

요글래 개미들이 따라붙어 준 덕분에 주가가 제법 뛰었으니까.

"최소 손해는 안 보겠네요?"

"손해가 뭐야. 보너스 정도는 나올 거야."

"오~."

그럭저럭 차익을 볼 수 있다.

장이 시작하면 살짝 쏘는 척하며 그대로 엎어 버릴 것이다.

물량이 제법 많다.

터는데 시간이 걸린다.

기교를 부려야 개미들이 손절을 안 한다.

"따라붙은 개미들은요?"

"뭐긴, 뭐야 개처물린 거지."

조정장이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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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방.

올라갈 주식을 점찍어주는 단톡방을 의미한다.

그렇게 좋은 게 있어?

편하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건 매혹적이다.

당연하게도 그런 것은 사기다.

누군가 정보를 쉽게 알려준다면.

〔한국 주식 갤러리〕

─한국거래소에 리딩이 리딩방 신고하고 왔음

─리딩이 씹새끼 어디 갔어!!

─졸업자 대거 나오겠누

─현재 리딩방 인원들 좆된 이유.txt

의심부터 해봐야 하는 게 주식 시장이니까.

정보는 곧 돈이 된다.

그 귀한 것을 넘겨준다?

다른 목적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더 타당하다.

─현재 리딩방 인원들 좆된 이유.txt

[엘앤씨메탈 1주일 주가 차트.jpg]

리딩이가 이번에 뿌린 픽

고점에서 거의 반토막 났음

리딩이 믿고 샀던 애들 단체로 졸업하게 생김 ㄷㄷ

└내 이럴 줄 알았다

└돈 쉽게 번다고 존나 자랑하더만 개꼬시다 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래서 주식은 무조건 자기 머리로 해야 함

└응 리딩이는 고점에서 다 털고 튐 ㅋㅋ

자신들을 이용한 게 아닌지.

합리적 의심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커뮤니티 유저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쌓아온 입지가 와르르 무너진다.

─리딩이 씹새끼 어디 갔어!!

[계좌 손실 인증.jpg]

엘앤씨메탈 사라며!

니가 사라고 해서 샀는데

지금 −42% 박았다

어떻게 책임질래??

└병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딩이가 죽으라면 죽을 거임?

└벗으라면 벗겠어요 흑흑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네

그 리딩방을 운영하는 유저.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정말로 리딩방을 이용한 건지.

아니면 운 나쁘게 틀린 건지.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돈을 잃은 유저들은 눈이 뒤집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리딩이 리딩방 신고하고 왔음

[리딩이 자료.jpg]

[리딩방 자료.jpg]

일단 위법은 확실함

전부터 불법 리딩방 운영하는 거 꼴 보기 싫었는데 이번 기회에 박멸

└어디서 신고하냐? 나도 할래

└리딩방 인원들도 단체 고발한다던데

└리딩이 좆되겠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진짜 좆된 거 아니냐?

한두 푼이 걸린 일이 아니니 당연하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

안타까운 일.

뉴스에 나올 만한 사건.

하지만 커뮤니티의 반응은 덤덤하다.

늘상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 [제1회] 엘앤씨메탈 졸업식을 축하합니다 ❤

졸업자 : 엘앤씨메탈 매수자분들

일시 : 2017. 07.20 (목) 12:00

장소 : 한국 주식 갤러리

공연 : 외국인

축사 : 기관

진행 : 세력

주의사항 : 행사 후 바로 장례식이 진행될 예정이오니 되도록 어두운 복장을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의사항 씨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동안 정들었던 갤러리 동창들과 마지막 인사를 해주세요!

└졸업생들이 눈물을 흘리네요 ㅠㅠ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호구들께~ ㅋㅋ

일명 졸업이라고 부른다.

과도하게 손실을 본 투자자가 리타이어하는 것.

더 이상 투자를 할 수가 없다.

마음부터 꺾여버리게 된 것이다.

"그러게 도박은 계획적으로 해야지."

"뭘 봐요?"

"개잡주 투자자들의 말로."

그러한 한국 주식 갤러리의 반응.

핸드폰으로 둘러보고 있다.

'불난 집이 구경하는 맛이 있거든.'

하락장에는 종종 있다.

말도 안되는 개잡주를 사는 투자자들 말이다.

실제로 오르는 일이 있다 보니 혹한다.

하지만 하락장이 끝나게 되면.

"개잡주를 왜 사는 거에요?"

"그러게나 말이야."

"완전 도박 같은데."

"주식을 도박처럼 여기는 놈들도 있는 거지."

그런 개잡주들이 오를 이유가 없다.

멀쩡한 주식들을 놔두고 왜?

'그래서 상승장, 횡보장, 하락장마다 각기 다른 매매를 하는 것이 좋지.'

리딩데드캣바운스는 그러지 못한 모양이다.

한 가지 매매법을 너무 신봉했다.

그것으로 버는 일이 있다면, 잃는 일도 있다.

그렇게 배워가는 게 주식 시장이다.

"저는 주식은 안 할 것 같아요."

"왜."

"좀 더 안정적인 쪽으로 진로를……."

"그럼 오빠 비서나 해."

어깨를 꼭 끌어안는다.

그대로 당겨서 입맞춤을 나눈다.

체리맛이 느껴진다.

먹을 맛이 나는 맛있는 틴트를 바르고 왔다.

타악!

하지만 성질이 있다.

가슴팍에 안겨있던 수현이 나를 밀쳐낸다.

무서운 눈초리로 노려본다.

팔목으로 입술을 쓱쓱 문지른다.

"이런 짓 하지 마라고 했죠!"

"아, 왜~ 겨우 키스 정도로."

"기껏 남자친구랑 사이 좋아졌는데……."

첫경험.

이후로 몇 번이나 관계를 가졌다.

그럴수록 가슴 한 켠에서 죄악감이 차올랐다.

'바람을 피면 배우자한테 잘해준다는 말이 있지.'

남자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만큼 잘해주다 보니 관계가 가까워졌다.

최근 나랑 만나는 걸 피했던 이유.

다시 남자친구와 소원해지는 게 두려웠던 것이다.

"즐기기만 하면 되잖아."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거든요? 오늘 나온 것도 이런 관계 끝낸다고 말하려고……."

"오빠가 예쁜 옷 사주려고 했는데."

"네?"

정상적인 생활.

한 번 잃어봐야 소중한 줄 안다.

일탈을 꿈꿨던 수현도 조금 다른 생각이 일게 됐다.

'안돼. 절대 안 놔주지.'

이미 엎질러진 물.

그런다고 뚫린 게 돌아오진 않는다.

좋은 여자를 놔줄 정도로 욕심이 없지도 않다.

『구세계백화점 강남점』

데이트 코스 치고는 비루하다.

하지만 언제나 중요한 건 내용물이다.

"뭐 사고 싶은 거 있어?"

"그, 그게 좀……."

"수현이한테 받은 게 많잖아. 오빠도 가끔은 한 턱 쏴야지."

자연스럽게 어깨에 손을 두른다.

싫어하면서도 굳이 걷어내지는 않는다.

'명품 싫어하는 여자가 어딨겠어.'

장소가 장소.

한국 소비의 중심지다.

백화점 쇼핑은 여자들의 최애 취미다.

입구부터 사람들이 드글드글하다.

평일임에도 수많은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런 데서 옷 사본 적 없는데……."

"그래?"

"뭔가 좀 기죽네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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