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6화 (76/450)

금일 수익만 해도 천만 원이다.

어제, 엊그제 아니 이번 달의 수익은.

"이, 이거 뭐죠? 루이 15세 부리?"

"드 브노쥬 루이 15세 브뤼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거 하나 주세요. 고기랑 같이 먹게."

"샴페인을 고기랑요? 괜찮으시다면 저희 소믈리에가 고객님의 선택을 도와드릴까요?"

"……."

시드가 2배 가까이 불어났다.

어지간한 대기업 임원 귀싸대기를 때릴 수 있는 입장이다.

'거 참 와인 안 먹어봤을 수도 있지. 종업원 따위가 꼽을 주고 있네.'

적당히 비싼 것을 시켰다.

SUPER라고 붙어있는 100만원이 넘어가는 것.

스테이크랑은 안 어울리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다.

"소믈리에 박주희입니다. 스테이크랑 곁들일 와인을 찾으신다고요?"

"아, 네. 맛있는 놈으로. 100만원 넘는 걸로 골라주세요~."

"알겠습니다 호갱, 아니 고객님!"

세상은 돈이 있는 자가 갑.

별 쓰잘데기 없는 지식을 가지고 있어도.

'결국 내 돈 받으려고 배우는 거잖아.'

계속 모르는 것도 아니다.

이 리스트에 있는 와인들을 전부 먹어보면 될 것이다.

〔한국 주식 갤러리〕

─하락장 존나 어렵네

─리딩좌 씹새끼야 픽 내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손익좌<< 요즘 퇴물인 듯

─리딩이 친구비 얼마냐?

그러고도 남는 돈이 있으니까.

앞으로는 여유롭게 삶을 즐길 것이다.

─손익좌<< 요즘 퇴물인 듯

3일 연속 수익 0원

그 사이에 리딩이는 1억 넘게 벌었음 ㅅㄱ

└어디 개잡주 물려서 존버 하나 봄

└요즘 같은 하락장에 수익 내는 게 쉽지 않긴 하지……

└운빨 끝난 거지

└꾸준히 버는 리딩좌가 더 대단함 ㅋㅋㅋㅋㅋ

손익좌와의 수익 대결.

이긴 것은 결국 자신이었다.

최근 영 힘을 못 쓰는 손익좌와 달리.

'손익좌는 무슨 손익좌야 손익놈이지.'

진짜 매일 수익을 내는 건 자신이다.

커뮤니티 내에서 입지가 넓어졌다.

손익좌의 포지션.

그대로 잡아먹은 것이다.

주식 갤러리의 최고 트레이더는 자신인데.

─2017 · 07 · 12 손익 추이

---------------------------------------------+

당일 손익: +539,622,447

누적 손익: +1,028,325,550

+---------------------------------------------

+90.56%

└개새끼야!!!!!!!!!!!!!!

└뭐 씨발 니가 외국 기관이야? 어이가 없네 ㅡㅡ

└ 이 정도면 배 아픈 정도도 넘어서 걍 딴 세계네 ㅋㅋㅋㅋㅋ

└주작임 아무튼 주작임

3시 30분.

장이 끝나는 시간이다.

손익좌가 자신의 수익을 인증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딸캉!

깜짝 놀란 용수는 들고 있던 포크를 떨어뜨린다.

그 정도로 말이 안되는 금액이다.

'시발 뭐 옵션이라도 했어?'

주식으로 나올 수 있는 배율이 아니다.

그렇게밖에 생각이 안된다.

자신도 할 만큼 했다.

하이리스크 투자.

급등주에 들어가 피똥을 쌌다.

그러고 나서야 얻을 수 있었던 수익이다.

"와인 나왔습니다."

"잠깐만요. 좀 더 골라보고……."

"오픈을 해서 가지고 온 건데요? 저도 이미 시음을 했고."

"내 걸 니가 왜 먹어!"

"죄, 죄송합니다!"

손익좌는 그 몇 배를 얻었다.

비결이 신용에 있을 거라는 건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시발 나도 마음만 먹으면…….'

소믈리에가 가지고 온 와인.

매장에서 마실 때는 오픈해서 테이블에 서비스한다.

와인마다 맛이 열리는 시간이 다르다.

그래서 소믈리에가 시음을 해둘 필요가 있다.

매니저의 설명을 듣고도 분이 안 풀린다.

애초에 분노의 이유는 다른데 있기 때문이다.

꿀꺽! 꿀꺽!

값비싼 와인으로 목을 적신다.

손익좌를 추격하기 위해서는 한 푼의 시드가 아쉬운 마당에 말이다.

'이게 200만원이야? 여기다 신용 쓰면 500만 짜리 시드인데 씨발.'

와인에서 맹물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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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대결.

〔한국 주식 갤러리〕

─세종미디어 급등하게 된 이유 떴다 ㄷㄷ

─손익좌 존나 대단하긴 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발 손실좌 없습니까?

─손익좌가 있으면 손실좌도 있어야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딩데드캣바운스와 손익좌.

팽팽했던 둘의 대결은 의외로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세종미디어 급등하게 된 이유 떴다 ㄷㄷ

[종필모건, 세종미디어 지분 5.38% 취득 공시… “단순 투자 목적”.News]

종필모건이 슬금슬금 사모으고 있었음

방금 5% 넘어서 공시 떴고

정치인 지분 15% 블록딜로 받으면 바로 대주주 되는 거 ㄷㄷ

└이걸 외궈가

└종필모건 저 씹새끼들 그냥 세력이라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이게 악재가 아니라 호재였구나

└손익좌는 저걸 예상하고 산 거임??

만루홈런이 터진 것이다.

큰 거 한 방.

주식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원한다.

하지만 먹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도 자신의 시드를 몰빵한 수준이라면 더더욱.

─손익좌 존나 대단하긴 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드 5억 굴리는 것도 신기한데

무슨 신용까지 얹어서 들어갈 생각을 하네

└그 정도 깡이 있어야 버는 거

└복리+신용이니까  저 정도 불리지 ㅋㅋㅋㅋㅋㅋㅋ

└개인 투자계의 전설급 아니냐?

└10억 버는 사람은 찾아보면 있는데 시작이 50만원인 게 대단함 ㄹㅇ

커뮤니티에서 연일 소란스러울 만도 하다.

개인 투자자의 꿈과 같으니까.

그것을 이뤄냈다.

아니, 증명했다.

자신이 어째서 손익좌라 불리는지.

─손익좌가 있으면 손실좌도 있어야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

[−80% 계좌 인증.jpg]

살려주세요……

└사람임???

└그냥 넌 코인을 해라

글쓴이− 코인도 들어가 있는데 50퍼 손실 중이얌 ㅎ

└거봐 코인 했으면 50퍼만 털릴 수 있었잖아

유명세가 더해질 수밖에 없다.

개인 투자자들이  바라는 이상 그 자체다.

정말 이론상으로나 가능한 일.

실제로 해내는 과정을 직접 보았으니.

─난 손익좌가 주식 강의 한다 그러면

돈까지 낼 생각 있음

진짜 제발 듣고 싶다

└호로빨갱이 애널리스트 말은 무시해도 손익좌 말은 듣는다 ㄹㅇ

└이런 사람이 강의를 해야 하는데

└리딩이는?

└리딩이 빨던 놈들 요즘 다 처물려있잖아 ㅋㅋㅋㅋㅋㅋㅋ

커뮤니티 내에서 신자가 생긴다.

뿌리.

믿어 의심하지 않은 두터운 팬층 말이다.

그와 동시에 쏙 들어간다.

이전에 있었던 소소한 화제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시발!'

경쟁?

그런 것이 성립될 레벨이 아니다.

바뀌어버린 기류를 용수도 느끼고 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필사적으로 매매를 하고 있는 이유.

손익좌와의 수익 격차를 따라 잡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자신과 손익좌의 차이가 있다면 단 하나 뿐이다.

'씨발 10억 박았는데.'

신용.

레버리지를 쓰지 않은 것이다.

최대 2.5배까지 시드를 불릴 수 있다.

그만큼 수익의 양도 늘어난다.

그것을 또 복리로 불리니 어마어마한 수익률이 가능하다.

─외국인님이 학살 중입니다!

더블 킬!

하지만 양날의 검.

수익이 커지는 만큼 손실도 커진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

시드가 클수록 수익도 커진다.

그것을 다루기 위해서는 그릇 또한 커져야 한다.

손익좌와 자신의 차이.

단 하나의 벽이 얼마나 큰지 용수는 실시간으로 체험 중이다.

'---------------------------------------------+

『김용수님의 계좌』

자궁컴퍼니│175,232주│−10.21%

평가손익│ −102,765,700

+---------------------------------------------

10% 정도는 감내할 수 있는 손실이다.

만약 신용을 쓰지 않았다면 말이다.

사실상 −25%.

전체 시드의 1/4이 날아갔다.

단 한 번의 투자 손실이 치명타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다.

10억이라는 돈은 단위가 다르다.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무게도.

"누가 2억 던졌는데?"

"아까 물린 새끼겠지. 더 내려. 계~속 내려."

자궁컴퍼니를 관리하는 세력들.

호가창의 움직임을 체크하고 있음은 당연하다.

'응, 니가 내려야 출발할 거야~.'

누군가가 거액을 매수했다?

주가가 오르면 차익을 보리란 건 불 보듯 뻔하다.

그 꼴을 두고 봐줄 이유가 없다.

금액이 크면 클수록 확실하게 관리한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울며 겨자 먹기.

용수는 큰 손실을 감수하고 매도를 한다.

으득!

하지만 아직까진 괜찮다.

아직까지는.

'내가 이번 달에 번 게 얼만데.'

계속 돈을 벌기만 했다.

한 번쯤 실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상정 내.

그리고 전력을 낸 것도 아니다.

자신에게는 수십 명의 우군이 있다.

〔리딩이 리딩방〕

−3일 안에 올라갈 종목 풀겠습니다

「리딩이 간만」

「요즘 혼자만 먹어 ㅋㅋㅋㅋㅋㅋㅋㅋ」

「같이 먹자!」

「목표가 얼마로 보고 있어?」

손익좌는 본인만 이득을 본다.

하지만 자신은 리딩방을 운영한다.

'그래, 얘네들을 쓰면.'

주가를 펌핑시킬 수 있다.

더 많은 수익을, 더 쉽게 보는 것이 가능하다.

그만큼 손해를 보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한 번에 10억이나 되는 돈을 던지면.

꿀꺽!

영향이 없을 수가 없으니까.

손해를 본 인원들이 자신한테 따질 수 있다.

상관없다.

올라갔던 주식.

고점에서 못 판 것은 본인들 잘못이다.

타닥, 탁!

자신이 해주는 건 올라갈 종목을 짚어주는 것 뿐이다.

최근 하나 눈여겨보고 있는 게 있었다.

'좀 도박성이 높아서 지양하려고 했는데.'

반대로 주식 시장에서는 그런 게 잘 오른다.

설마 이런 걸 살 거라고 생각 안 하니까.

---------------------------------------------+

『엘앤씨메탈』

2,585 ▲40 (+1.57%)

[최근 1년간의 주가 그래프jpg]

+---------------------------------------------

최근 금속 관련주들의 움직임이 좋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엘앤씨메탈은 음악 관련주다.

헤비메탈을 전문적으로 작곡하고 유통한다.

'가끔씩 금속 관련주로 묶일 때가 있어.'

회사 이름에 메탈이 들어갔다 보니 생기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다.

세력들도 관련돼있을 것이다.

이유 따윈 아무래도 좋다.

주가가 오를 수만 있다면 말이다.

마침 차트도 꽤 예쁘게 생성돼있다.

'분명히 매집 구간이 있어. 분명.'

하락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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