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4화 (74/450)

꿀꺽!

사슴 같은 목을 타고 넘어간다.

그제서야 숨을 내뱉은 소라의 얼굴이 황홀하게 달아오른다.

발렌타인 30년.

괜히 비싼 술이 아니다.

가격에 비례한 맛과 향이 긴 여운을 선사한다.

"어때?"

"좋은 것 같아요."

"좋지? 오빠 거 좋지?"

"어깨에 손은 좀 치워주고."

자연스럽게 두른 손.

손등을 꼬집더니 그대로 들어내 던진다.

'진짜 보쌈 마렵네.'

안아서 바로 침대에 골인하고 싶다.

복장도 야시시해서 존나게 꼴린다.

참아야 한다.

큰 그림을 위해 지금 당장은 버팔로(Buffalo)를 자처한다.

"그럼 이제 스테이크를 먹어봐. 적당한 온도일 거야."

"그럴까요? 어디."

"어때?

"마시쪙!"

채 삼키지도 않고 버릇 없게 말을 한다.

진심으로 맛있어 보인다는 얼굴이 귀엽다.

꿀꺽!

나도 입맛이 돋는다.

스테이크를 한 점 입에 가져간다.

그리고 시범을 보인다.

"이렇게 위스키랑 함께 씹으면 더 맛있지."

"그래요?"

"음식이랑 같이 먹으니까 독함도 느껴지지 않고."

취하기도 더 쉽다.

실제로 맛이 증대되는 효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숙성된 고기.

숙성된 위스키.

입안에서 어우러지며 하모니를 만든다.

우물! 우물!

꽤 맛있게 즐기고 있다.

별 볼 일 없는 자취방이지만 음식만큼은 그럭저럭 차려 놨다.

"맛있어?"

"네! 선배도 얼른 먹어요."

"그럼 슬슬 오빠도 재미 좀 볼까?"

한 손으로 잔을 잡는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 보다 풍만한 것에 손을 올린다.

당황한 소라가 어찌 할 바를 몰라 한다.

아까처럼 떼려고 하지만 움직여주지 않는다.

'그립감이 다르네.'

가슴에 손을 올려두었다.

옷 위에서도 훌륭한 형태와 묵직한 크기가 느껴진다.

"선배 이건 정말 선 넘은 거……."

"저번에 만져도 된다고 했잖아."

"?!!"

"설마 한 입으로 두 말하게?"

일전에 약속한 게 있다.

딱 한 번만 만져도 된다.

하지만 그 시기에 대해서는.

'언제 어디서라고 말 안 했잖아.'

고개를 휙 돌린 채 대답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안된다고도 차마 말하지 못한다.

자존심.

워낙 강한 녀석이다.

투자자에게 자존심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가르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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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와 술.

남자가 미쳐서 돈을 버는 이유가 있다면 이 두 가지 중 하나다.

"소라랑 마시니까 너무 좋다."

"이 손만 좀 떼주면."

"아, 왜?"

"힘주지 마요!"

나는 전부 해당된다.

맛있는 술과 함께 묵직한 가슴까지 즐긴다.

'생으로 주물러야 제맛인데.'

브라가 커서 그런지 단단하다.

크기와 체온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이러면 이상한 여자 같잖아요."

"무슨 여자?"

"……술집 여자."

본인으로서는 그조차 불만이다.

만진다는 사실보다 지금 이 상황.

홀복을 입고 있다.

노리개처럼 만져진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에이, 소라 정도면 텐프로 에이스급은 되지."

"진짜 개처맞을래요?"

"예뻐서 그래. 예뻐서."

"이 씨발놈아~!"

한 번 잔뜩 앙탈을 부린다.

이후로는 체념한 듯 평범하게 식사를 즐긴다.

꿀꺽!

그것도 맛있게 말이다.

스테이크는 몰라도 술은 못 마실 줄 알았다.

43도의 고도수.

일반인에게는, 특히 여성에게는 독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소라야."

"뭐, 임마."

"좀 독한 술인데 괜찮아?"

"비싼 술이라 그런지……, 먹을 만하네요."

음식이랑 함께 먹는 거지만 그래도 곧잘 입에 댄다.

취향에 맞는 모양이다.

'술 잘 마시는 여자 좋지.'

고급 양주.

맛을 알고 마셔야 사주는 보람도 생기는 법이다.

독하다고 콜라 타마시는 애들도 있다.

나로서는 흐뭇하지만.

"근데 괜찮아요?"

"응?"

"비싼 술이잖아요. 혹시 저 맛 모른다고 싼 거랑 바꿔치기 한 거 아니죠?"

소라는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발렌타인 30년.

비싼 술의 대명사이기는 하다.

'일반인들에게는 그렇지.'

아버지 진열장에 한 병 있으면 자랑하고 싶은.

하지만 비싼 술이라고, 꼭 비싸게 사란 법은 없다

"18만원이요?"

"그래."

"생각보다 비싸진 않네요."

"구구형이니까."

고급 주류.

선뜻 먹기에는 비싸다.

그렇다 보니 선물 받은 걸 파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매년 새로이 판매가 되잖아.'

그중에서 오래된 것들은 가격이 싸진다.

포장이 신형보다 세련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끼릭−!

특히 구구형.

21세기 이전에 만들어진 발렌타인 30년이다.

빈 병이 된 녀석을 다시 딴다.

흔들자 반에 반 샷 정도는 남아있다.

"코르크 마개가 아니네요?"

"응."

"비싼 거라 당연히 코르크일 줄 알았는데……."

흔히 하는 오해다.

비싼 술은 코르크 마개, 싼 술은 돌려서 따는 스크류 캡이 아니냐고.

'와인도 그렇고 코르크 마개가 고급이라는 인식이 있지.'

그것은 대중 매체를 통해 세뇌된 결과물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스크류 캡이 발명된 건 1970년이거든."

"의외로 얼마 안됐네요?"

"옛날에는 오히려 스크류 캡이 고급이었어."

최신 기술.

신기해 보인다.

고급 주류에서도 스크류 캡을 적극 채용했다.

'맥캘란 같은 것도 당시 생산분은 스크류 캡으로 되어있지.'

그렇게 스크류 캡이 잘 나간다.

반대로 코르크 마개가 안 팔린다는 동의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코르크 회사에서 계책을 내놓는다.

고급화 마케팅을 벌인 것이다.

"그렇구나."

"술 하나를 마셔도 역사를 알 수 있는 거지. 좀 더 음미해 보면 당시 쓰인 캐스크와 키몰트, 몰트와 그레인의 비율도……."

"선배도 오타쿠 같은 면이 있네요?'

"……."

절대적인 맛만으로 따지면 구구형이 신형보다 맛있다.

훨씬 좋은 술이 쓰였고, 도수가 높으며, 양도 50ml 더 많다.

'하지만 가격이 매겨지는 방식은 다르다는 거지.'

주식과 비슷하다.

이 회사가 돈을 더 잘 버는데?

그런데 생뚱맞은 회사들이 잘 나간다.

거기에는 당연히 이유가 따른다.

가치를 분석한다는 점에서 위스키도 투자 대상으로 분류된다.

"그럼요. 역으로 막 이게 비싸질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어째서?"

"맛이 더 있으니까. 최소한 가격이 비슷해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빈티지한 게 유행을 탄다던가."

"오!"

투자자는 직업이 아니다.

삶의 방식이라고 하는 게 옳다.

모든 것이 투자 대상으로 보일 때가 극점.

'실제로 가격이 꽤 올라.'

위스키는 2010년 이후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사치품이다.

부동산 이상으로 안전성도 있다.

오래된 위스키는 양산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

투자는 꼭 주식으로 한정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재밌네요."

"그치?"

"선배 가슴 너무 만지는 거 아니에요?"

"혹시 느껴?"

"에이, 간지럽기만 한 걸요."

이렇게 마실 수도 있고.

술이 들어가자 딱딱하기만 하던 소라도 조금은 부드러워진다.

하지만 남자로서 자존심이 상한다.

느끼지 않는다면 느낄 때까지 괴롭혀준다.

쪼옥!

입술을 훔친다.

흠칫 당황하지만 방금 전까지 하던 짓이다 보니 순순히 받아들인다.

'술도 조금 먹이고.'

침과 함께 흘러 넣는다.

위스키를 입에서 입으로 조금씩 전한다.

의외로 꽤 진지하게 응하고 있다.

소라를 꼭 끌어안으면서.

투둑!

등을 조금 만진다.

브래지어의 후크가  간단히 풀린다.

손을 넣어서 빼내는데 성공한다.

위스키를 마저 넘기고 입을 뗀다.

"뭐에요 갑자기."

"그, 그게."

"오늘만이에요? 입 맞추는 건."

"알았어, 알았어.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할게."

취해서 그런지 어떻게 잘 넘어갔다.

침대 밑으로 브라를 던진다.

'뒤지게 크네 정말.'

생각보다 커서 걸리는 줄 알았다.

다행히 가드가 꽤 내려가 있다.

멍해진 눈.

반쯤 감긴 눈꺼풀.

볼도 완전히 상기됐다.

지난번에도 확인했지만 자신의 주량을 잘 모른다.

분위기를 타서.

뽀옹!

"와! 또 술이댜. 코르크댜"

"달달한 건데 한 잔 먹을래?"

"웅!"

해맑게 웃는다.

그런 소라를 위해 아이스 와인을 하나 딴다.

꼴꼴꼴~

화이트 계열.

달달하면서도 깔끔해서 식후의 한 잔으로 어울린다.

"맛있댜!"

"맛있어?"

"웅!"

"한 잔 더 먹을래?"

소라가 잔을 번쩍 내민다.

고급스러운 복숭아 맛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쪼옥!

나도 한 입 먹는다.

안 그래도 맛있는 입술이 달짤지근해져서 더 당긴다.

'역시 생가슴이야.'

기회를 봐서 손에도 힘을 준다.

얇은 천 하나를 두고 고스란히 느껴진다.

손가락이 살덩이 안으로 파고든다.

그럼에도 형태가 무너지지 않는 게 훌륭하다.

"후아~ 쪽! 에헤헤."

"키스 괜찮아?"

"오늘만, 오늘만이니까~."

소라도 기분이 무척 들뜬 듯하다.

답지 않게 애교를 부려온다.

복수를 하려는지 와인을 입에 문다.

양 조절이 실패해서 볼이 부풀었다.

꿀꺽! 꿀꺽!

소라의 침과 섞여 달달하다.

키스를 하며 슬그머니 오른손을 움직인다.

'오 유두 섰다.'

가슴 안으로.

홀복은 이런 재미를 즐기라고 만들어진 복장이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단단한 게 걸린다.

생각보다 작다.

아쉽게도 빅파이는 아니었다.

"소라 키스 잘하네."

"잘행?"

"경험 있는 거 아니야?"

"있지롱."

"……누구랑?"

"아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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