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3화 (73/450)

물론 어디까지나 가능성이다.

기업을 인수하는 데는 어마어마한 자금이 들어간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비싸면 사먹기 망설여진다.

하물며 기업은 후처리도 골치가 아프다.

이 기업을 운영하고 싶은 업체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일련의 정보는 가치를 가진다.

'그걸 주가로 확인하는 거고.'

주시를 하고 있었다.

주가가 급등을 한다면 정말로 인수할 업체가 있다는 뜻이니까.

정말이든, 세력의 장난질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경영권 분쟁은 주식 시장 최고의 호재로 인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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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미디어』

92,000 ▲21,200 (+29.94%)

[대충 개떡상하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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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을 친다.

어중간한 VI가 아닌 +30%에 달하는 하루 상승량 최대치 말이다.

"잘하면 연상도 가능할 것 같애."

"그래요?"

"이게 다 소라 덕분이야. 맛있는 소라 먹어서 그래."

"엉덩이에 손은 좀 떼주세요."

"……."

큰 돈을 벌었다.

덕분이라며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했는데 넘어오지 않는다.

'이 정도 따면 목석 같은 애들도 알아서 보픈을 하는데.'

아직 세상물정을 모른다.

하지만 영향이 아예 없는 건 아닌 듯 안고 있는 팔다리에 힘을 준다.

"선배 돈 많이 벌었네요."

"부러워? 좀 줄까?"

"아뇨, 그것보다 선배가 능력대로 인정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커뮤니티의 경쟁 구도.

소라도 아마 보았을 것이다.

이번 달은 따질 것도 없는 나의 승리다.

'와 허벅지 힘 봐.'

그것보다 몸이 더 신경 쓰인다.

조금 안았을 뿐인데 압박감이 대단하다.

넣었으면 짜부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 만큼 힘이 좋다.

"그럼 됐죠?"

"응?"

"매매 끝났잖아요."

"크흠!"

안고 싶은 여자.

기껏 기회가 왔는데 놓치고 싶지 않다.

일어나려는 소라의 허리를 꽉 끌어안는다.

'여자는 분위기에 넘어오는 생물이야.'

세상 모든 일이 처음이 가장 어렵다.

그 한 번만 어떻게 선을 넘으면 된다.

다음 단계를 밟는다.

마침 그럴 수 있는 상황도, 조건도 갖춰졌다.

"아직 수익 실현은 안 했거든."

"내일 또 오를 것 같다면서요."

"응, 그러니까 미리 축하 파티 하지 않을래?"

"파티요?"

술을 먹이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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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

저번 대동제에서 쓰고 남은 게 있다.

'사실 이게 진짜지.'

숙성육의 맛은 숙성한 시간에 비례한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이전에 한 건 미완성이다.

진짜는 40일 이상.

마침 날짜를 계산해봤을 때 그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직접 숙성을 하고 있었구나……."

"그래."

"되게 어려운 거 아니에요?""

"요령만 알면 그렇게 어렵지도 않아."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2~3도의 낮은 온도에서 습기까지 관리를 해야 하니까.

'근데 그런 건 대량 생산을 할 때 일어나는 문제고.'

축제 때는 단골 음식점의 대형 냉장고를 빌렸다.

평소에는 그냥 냉장실에 넣어 놓는다.

마침 딱 온도가 그 정도.

가끔씩 꺼내서 선풍기로 습기와 안 좋은 균을 날려주기만 하면 된다.

서걱!

가성비가 안 좋다는 게 단점.

숙성 기간과 먹을 수 있는 양이 반비례한다.

40일을 숙성하면 40%는 버리는 수밖에 없다.

그만큼 안쪽에 맛이 농축된다.

붉은 고기가 하얀 마블링과 아름답게 조화돼있다.

"생으로 한 점 먹어볼래?"

"그래도 돼요? 어디……, 오! 고기에서 무슨 치즈맛이 나요!"

"다행히 제대로 만들어졌나 보네."

"?"

집에서 만드는 만큼 실패작도 나올 수 있다.

아무래도 부패와 숙성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이렇게 야매로 만들다 보면 실패할 때도 있는 거지.'

음식점 운영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손님의 클레임은 둘째 치고 마진이 줄어든다.

실패한 건 버려야 하니까.

집에서 먹는 용은 사소한 부분을 신경 쓰지 않고 만들 수 있다.

"구우면 더 맛있겠죠?"

"그렇지."

"지난번에 먹었던 것보다."

"두 말할 필요 있나."

소라가 침을 꼴깍 삼킨다.

경산우는 아기를 많이 낳은 소다.

살아온 나이만큼 맛과 향이 축적된다.

그냥 먹으면 질기고 맛이 없다.

40일 정도 드라이에이징을 함으로써 본래의 진가가 발휘된다.

'40대의 농밀한 밀프가 파릇파릇한 스무 살로 환생해서 조임과 색기를 동시에 보유한 그런 느낌이지.'

참으로 적절한 비유다.

하지만 이 민감한 년이 싫어할 수 있다.

모처럼 좋은 분위기를 망칠 수야 없는 노릇이다.

치이익……!

프라이팬에 굽는다.

겉표면이 살짝 타버릴 만큼 센 불.

"이거 알아요!"

"뭔데?"

"육즙을 가두는 거죠?"

"정말 순진무구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구나."

"?"

육즙 가두기.

마이야르 반응.

둘 다 일반인에게 스테이크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트렌드다.

'시대가 달라져서 급이 하나 올라갔을 뿐이지.'

진짜 전문점은 굽는 방법부터가 다르다.

먼저 겉표면을 노릇노릇하게 구워 색깔을 낸다.

까득! 까득!

그리고 알루미늄 호일로 싸서 재운다.

레스팅.

사실은 고기를 굽는 과정 중 하나에 지나지 않다.

"또 굽는 거에요?"

"그래."

"엄청 번거로울 것 같은데……."

"원래 그래."

안에서 재워지면서 육향이 서서히 피어난다.

그것을 다시 한 번 일으킨다.

치이익……!

표면을 굽고, 재우고 이를 반복.

이래야 비로소 숙성육의 포텐셜이 100% 나온다.

'존나 귀찮지 시발.'

그것도 일류 셰프가 공을 들여서 말이다.

도저히 수지타산이 나올 수가 없다.

수비드나 콩피를 하는 것이 그래서.

하지만 '진짜' 전문점에서는 처음부터 굽는다.

"미디엄 레어 먹을 수 있어?"

"저 피 뚝뚝 떨어지는 거 좋아해요!"

"나도 좋아하긴 했는데."

"?"

고기 안쪽까지 제대로 열이 전달돼있다.

시간을 들여 조리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길게 애무를 해준 여자처럼 고기가 달아오르거든.'

입이 근질근질하다.

간신히 참으며 잘 구워진 스테이크의 커팅식을 연다.

서걱!

아름다운 단면이다.

수비드나 콩피로 1차 조리를 하면 안쪽이 균일하게 익는다.

장점임과 동시에 단점.

균일한 만큼 단조로워진다.

오직 제대로 구운 스테이크만이.

'이렇게 3단 면이 먹음직스럽게 드러나지.'

바삭하게 구워진 표면.

그 아래는 촉촉한 웰던이다.

가장 깊은 곳은 마치 생고기다.

하지만 다르다.

지방이 녹아있어서 고기 본연의 맛만 충실하게 즐길 수 있다.

각각 다른 말이 3중주를 연주한다.

직접 스테이크를 구운 보람을 느낄 시간이다.

"오와……."

"참아."

"하나만 먹으면 안돼요?"

"그거 먹으면 나랑 사귀는 거다?"

"개소리를 참 즐겨하시네요."

소라를 말이다.

여자 하나 어떻게 해보겠다고 나도 참 지랄똥을 싸고 있다.

'이 정도 공을 들일 만하지.'

여자도 고기와 마찬가지다.

어떻게 숙성시키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다.

고급.

여러가지 경험을 한 여자일수록 맛도 풍미도 더욱 깊어진다.

"오빠가 준비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거든?"

"그래요? 괜찮은데."

"화장실에서 이거 이거 입고 와주라."

"……네??"

소라의 눈썹이 추켜 올라간다.

그도 그럴게 조금 무리한 부탁이다.

그래서 대가리를 박는다.

평생의 소원이라고 비니 마지못해 하며 들어준다.

'억지로 밀어붙이면 은근히 약하더라고.'

소라가 사라졌다.

마저 상을 차린다.

고급 스테이크가 있다면, 그에 어울리는 술도 있어야 한다.

끼릭−!

꼴꼴꼴~!

술을 디캔터에 옮겨 닮는다.

스테이크와 함께 멋들어지게 차려 놓는다.

"이거 부끄러운데요."

"예쁜데 왜."

"가슴도 파여있고 치마도 짧고 좀……."

"드레스 코드가 있는 레스토랑이라고 생각해."

"그, 그런가요?"

이윽고 소라가 나타난다.

머릿속으로 상상해본 것 이상으로 야시시하다.

'여캠 하면 잘할 것 같다니까.'

홀복이다.

쫙 달라붙는 얇은 소재가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가슴도 강조한다.

무심코 손을 넣고 싶은 그런 차림이다.

"여기 앉아."

"네? 반대쪽이 아니고요?"

"침대에 기대는 게 편하잖아."

"옆은 좀 부담되는데……."

어떻게든 해낼 것이다.

간이 식탁.

제법 그럴 듯한 상차림을 해뒀다.

스테이크에 대한 기대는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특별한 아이템을 준비했다.

"보리차병이 특이하네요."

"……술이야."

"술이에요? 무슨 술인데요?"

"그걸 알아 맞추라고 이런 병에 담는 거지."

디캔터라고 한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데 보면 재벌들이 여기에 위스키를 마신다.

'무슨 술인지 보려고 하면 꼭 안 써있잖아.'

아무것도 써있지 않은 민무늬.

그것이 다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다.

또르르~

스템잔에 따라준다.

위스키의 향을 모아주는 튤립 모양의 잔이다.

"향이 어때?"

"독해요."

"……."

"그리고 나무 냄새?"

오래된 술이라는 방증이다.

한 발 더 나아가 과거 근대시대에서는.

'귀족과 부르주아 계층의 알력 다툼이 있었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민이었다.

돈 좀 벌었다고 으스대는 게 꼴 보기 싫다.

그래서 가지각색의 방법으로 망신을 주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디캔터다.

"오크통 향이 그윽하지. 발렌타인 30년이니까."

"그거 되게 비싼 술 아니에요?"

"이런 메이저한 술은 한 입 먹고 맞춰야 돼."

"?"

어떤 술인지 맞춰봐라.

틀리면 꼽을 주는 식의 사교 문화가 있었던 것이다.

현대에까지 전해내려 온다.

귀족에게 당하던 짓을 서민에게 똑같이 하고 있다.

'경제인이 되려면.'

부자들의 행동 양식도 알아야 한다.

돈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말이다.

"너무 독할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조금만 입에 무는 거야."

"음!"

"그리고 천천히 입안에서 굴리면서."

침으로 희석시킨다.

온도가 높아지며 위스키의 맛과 향이 살아난다.

'숨은 들이키면 안되고.'

고도수를 처음 마시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실수.

범하지 않도록 하나씩 가르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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