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1화 (71/450)

하락장에 투자했다가 돈을 꼴은 모양이다.

"지금 저평가 주식들이 얼마나 많은데."

"많은데?"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고 있어요. 이상한 개잡주만 오르고……."

"아 그러셔."

오를 만한 주식이 안 오른다.

실적 대비 지나친 저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 얼마에 물렸는데~.'

뻔한 이야기.

볼을 부풀린 채 하소연을 한다.

투자자로서 심정은 이해하지만.

"넌 왜 강원랜드에 와서 투자를 하려고 그래. 미친년이야?"

"$^@$^@^!"

그것이 하락장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

'겪어봐야 아는 거야.'

지식, 경험담.

가르쳐준다고 알 수 있을 만큼 주식의 세계는 만만하지 않다.

시장이 이상하다면, 그 이상한 것을 전제로 매매를 해야 한다.

소라에게는 이르다.

"선배 또 이상한 개잡주 사고 있죠?"

"그래."

"좋겠다. 전망도 불투명한 회사인데 주식은 오르고~."

"꼭 그렇지만도 않아."

"?"

두 손으로 내 의자를 잡고 흔들어 댄다.

돈을 잃은 투자자는 사고 구조가 유치해진다

'완전 떼를 쓰는구만.'

항상 지적인 척, 고결한 척하는 녀석의 무너지는 모습은 재밌다.

언젠가 망가진 소라도 보고 싶다.

"뭐 하는 거에요?"

"주가 펌핑."

"그런 게 가능해요?"

"니가 트레이더가 되면 해야 되는 짓이야."

내가 당장 망가지게 생겼다.

프로그램도 없이 호가창을 관리하고 있자니 죽을 맛이다.

'아니, 할 만큼 한 걸 수도 있어.'

불이 붙지 않았을 뿐.

이대로 연기만 피어진 채 꺼질 수도 있다.

실제 작전의 성공률은 높지 않다.

어떻게 될지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후우~

타는 속을 달래며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시가에 불을 붙여 한 모금 내뱉은 차.

"콜록! 콜록! 방에서 왜 담배를 펴요?"

"스트레스 받아서 그래."

"아빠도 그 소리하던데."

"트레이더는 알지. 너는 그래서 모르는 거고."

소라가 야단법석을 떤다.

환기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지 창문을 활짝 연다.

'간접 흡연이야 이해를 하는데.'

시가 연기가 독하다.

흡연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질색을 할 만도 하다.

"사탕도 스트레스 받아서 먹는 거에요?"

"그래."

"몸에 안 좋은 습관인데."

"그래도 하게 되는 게 습관이야."

사탕은 그냥 내 징크스다.

맛있는 걸 먹으면서 해야 머리가 잘 돌아간다.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될 수도 있다.

소라가 지긋이 쳐다본다.

"입이 심심한 거면 건강에 좋은 거 먹지."

"맛있는 거 먹어야 돼. 맛있는 거."

"맛있는…… 거요?"

"니 입술 같은 거."

부엌의 의자.

가스레인지를 불을 지켜보는 용도다 보니 조금 높다.

앉아있는 소라와 눈높이가 딱 맞는다.

듣자마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이런 거에 면역이 없다니까.'

겨우 입맞춤 정도로 말이다.

방해꾼을 퇴치할 겸 한 성희롱인데.

"혹시 하면……, 그런 거 안 먹을 거에요?"

"응?"

"담배랑 사탕이요. 보, 볼 정도라면 해도……."

의외로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아주 새빨갛게 달아오른 귀를 만지작거린다.

'타이밍이다.'

괜한 말을 꺼낸 게 아닌지.

머릿속에서 오만 가지 생각이 교차할 것이다.

개잡주에 들어간 투자자처럼 말이다.

모름지기 일류 트레이더라면.

"어, 어?!"

기회를 놓쳐서야 안된다.

팔목을 잡아당겨 바로 손에 넣는다.

쪼옥!

입술.

너무 서둘렀다 보니 이빨이 부딪혀 조금 아프다.

'알 게 뭐야.'

맛을 본다.

아랫입술만 베어 물어서 어떤 느낌인지 확인하다.

적당히 두꺼우며 탱글탱글하다.

키스할 맛이 나는 훌륭한 입술이다.

쪼옥!

쮸릅!

그대로 가지고 논다.

천천히 당황하지 않도록 한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는다.

심리적 저항감을 달래기 위함.

판단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의도도 있다.

"개맛있다."

"선배, 잠깐……."

"조금만, 조금만 더 먹을게."

머리를 만지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입술도 살짝 닿았다 떨어졌을 뿐이다.

'그렇게 적응이 되었을 때.'

허락을 받는다.

안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내가 애원을 하니 밀어내지 못한다.

게임 셋.

다시 얼굴을 가까이 한다.

잡고 있는 뒤통수, 그리고 어깨에 두른 팔에 힘을 준다.

쥬릅!

츄릅!

좀 더 깊게 맛을 본다.

탱글탱글한 입술을 혀로 훑으며 촉감에 익숙해지게 만든다.

'립스틱도 안 발랐네 좋아.'

립밤만 연하게 바른 듯 화장품 맛이 거의 없다.

소라 본연의 맛만 느껴진다.

"#^#$^@#!"

혀를 넣는다.

처음에는 발광을 하며 밀어내려고 했다.

꽉 안아 조이자 이내 포기한 듯 잦아든다.

'그래, 옳지.'

완전히 굳어있다.

나의 움직임에만 간신히 따라온다.

조금씩 알려주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에.

─매, 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울리는 알림.

정신이 번쩍 든다.

호가창 가장 윗단에 걸어두었던 물량이 있다.

"어, 시발 팔렸어?!"

"???"

"비켜 빨리! 매매해야 하니까!"

그것이 체결된 것이다.

매수 세력이 들어왔다는 소리.

한가롭게 입술이나 빨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얼타는 소라를 집어던지고 호가창을 본다.

방금 전 대량 매수가 불쏘시개 되어 불타오르고 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같이 장작을 넣어준다.

심리적 저항선인 1만원 구간 밑에 대량으로 물량을 올려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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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중공업』

9,690 ▲1590 (+19.62%)

[대충 떡상하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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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 깨면 팍! 치고 올라갈 것 같은 느낌.

무너뜨리고 싶은 매도벽을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다.

"야 입술!"

"네?"

"빨고 있을 때 매매 잘됐단 말이야!"

누군가 깨줘야 한다.

나 혼자 깬다면 부자연스럽다.

하늘에 기도하는 수밖에 없는 일.

'모르겠고 시발.'

매매를 핑계로 키스를 요구한다.

허벅지를 팡! 손바닥으로 쳐서 신호를 보낸다.

여기에 앉으라고.

손을 움직여 급하다고 보채자 내키지 않아 하면서도 결국 온다.

이제야 좀 자세가 편하다.

남자 위에 타보는 게 처음인 듯 무척이나 어색해 한다.

"행운의 여신이 키스 좀 부탁해."

"아무리 그래도 키스는……."

"부탁이야. 10억원이 걸려있어. 신용까지 넣었는데."

"시, 십억이요?"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말도 안된다.

그 이성이 돌아오기 전에 밀어붙인다.

쪼옥!

돈.

중요한 일.

자신이 도와줘야만 성공할 수 있다.

거부하지 못하고 받아들인다.

소라를 꼭 끌어안은 채 다시 키스를 즐긴다.

'이걸 어떻게 키스만 해.'

싸구려 의자가 삐걱거린다.

두 사람분의 체중을 감당하기 힘들어 한다.

하지만 자세는 안정감이 있다.

엉덩이와 허벅지가 맞닿는 표면적이 넓어서 그런지.

츄릅!

손을 올린다.

애꿎은 골반만 만지작거리며 더듬고 싶은 욕구를 억누른다.

'아기 개잘 낳겠네.'

체온도 뜨끈하다.

옷 한 장 너머로도 탄탄한 몸매와 감촉이 전해진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매도 잘 풀리고 있다.

실눈으로 지켜보는 호가창이 폭발적으로 분출한다.

'나도 진짜 쌀 것 같아.'

아랫도리가 불끈불끈하다.

만약 얇은 바지를 입었다면 소라도 느꼈을 것이다.

"읏♡ 응♡"

나의 목을 끌어안은 채 입술만 핥아오고 있다.

막무가내로 비비기만 하는 수준이다.

스펙이 깡패라서 충분히 흥분된다.

맞닿는 가슴의 압박감이 아주 꽉 찬 느낌이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수익도 거의 다 실현했다.

남은 100주를 한 주씩 매도하며 최대한 오래 즐긴다.

'소질이 있어.'

관상이 틀릴 수가 없다.

이 야한 몸은 아직 상대를 못 만났을 뿐이다.

키스와 포옹.

남자와의 관계가 기분 좋다는 사실을 천천히 상기시킨다.

"혀 아파요."

"나도 아파."

"더 해야 돼요?"

"마지막으로 한 번만."

찐하게 입술을 먹는다.

만지고 싶었던 엉덩이도 손을 쫙 펼쳐 움켜쥔다.

'다 안 잡히는 거봐. 이 개야한 몸.'

소라의 침이 넘어온다.

꼴깍꼴깍 삼키며 혀가 아릴 즈음에 입술을 뗀다.

침을 잔뜩 묻힌 임술이 번들거린다.

표정은 반쯤 넋이 나가 초점이 흐릿하다.

"?"

"소라 덕분에 매매가 잘된 것 같애."

"어, 진짜요?"

"봐봐. 수익 나온 거."

정신을 차리기 전에 화제를 돌린다.

매매가 잘된 건 정말 사실이기도 하다.

---------------------------------------------+

『이찬욱님의 총 자산』

539,622,447원

+126,514,353(+3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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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짤한 정도가 아니다.

어째서 세력들이 주식 시장에서 장난질을 치는지 깨닫게 된다.

"오와……."

"쩔지? 이런 계좌 보면 젖지 않아?"

"젖다니요?"

"아니야."

아무것도 모르는 애 데리고 심하게 장난을 친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드시 알게 될 몸이다.

'마음 같아서는 회당 1천으로 스폰하고 싶다.'

그럴 가치가 충분하다.

본인이 한사코 싫어하니 괜히 불렀다가는 역효과일 것이다.

"선배."

"응?"

"저 도움이 됐어요?"

"큰 도움이 됐지. 이렇게 맛있는 거 오랜만에 먹어봐."

솔직한 감상.

기왕 터질 거 내가 유도한다.

그런 느낌으로 지른 말이었는데.

"다행이다……."

"뭐?"

"저 때문에 저번에 수익 실현 못해서 걱정이었는데. 이러면 거의 복구된 거죠?"

의외로 아무 일 없이 넘어간다.

그보다 더 신경 쓰고 있는 일이 있었다.

'그걸 아직도?'

마음에 걸려있던 모양이다.

일반인의 시점에서 보면 상당히 큰 금액.

"아직 조금 부족하네."

"그,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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