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화 (70/450)

두 번의 스캘핑으로 1200만원을 벌었다.

시드가 큰 덕분.

작게는 1억, 크게는 3억씩도 넣었다 뺐다 한다.

두근! 두근!

그만큼 위험성도 높을 수밖에 없다.

솔직하게 쫄리는 게 사실이다.

과거에는 시드가 적었다.

잃어도 몇 백 정도 손절하고 끝났지만.

'아니야, 괜찮아. 오늘 감 좋아.'

머릿속을 쿡쿡 찔러오는 불안감.

용수는 머리를 흔들며 애써 잠재운다.

위험한 짓인 것은 맞다.

하지만 자신한테는 해야 할 이유가 있다.

'손익좌 이 새끼가 또 얼마를 벌었을지 몰라.'

어제도 엄청난 수익을 냈다.

매일매일 급등주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녀석이 한다면 자신도 해야 한다.

마침 컨디션이 좋은 날이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스캘핑은 분석보다는 매매 기술이 우선시된다.

남들보다 먼저 사서, 먼저 판다.

'운도 좀 따랐으면 좋겠는데.'

손가락 마디를 꺾으며 긴장을 달랜다.

눈은 뚫어져라 호가창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개미가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주가를 올리고 말고는 결국 세력 마음이다.

개미들도 언제 뛰어들지 알 수 없다.

아무리 잘해도 안되는 날은 안된다.

스캘핑이 어려운 이유.

하지만 오늘은.

─외국인님이 기관님의 개미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

잘되는 날이다.

꺾였던 주가가 되살아나는 정도를 넘어 하늘을 뚫는다.

'외국인까지 들어왔어? 이건 뭐 게임 끝났지!'

외국인의 매수는 호재로 인식된다.

사실은 검머외, 무늬만 외국인일 수도 있지만.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중요한 건 주가가 오른다는 사실이다.

이때다 싶은 용수는 추가 자금을 투입한다.

올인.

가진 3억원의 시드를 전부 쏟아 넣는다.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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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쌌다바이오』

38,250 ▲7,750 (+25.40%)

[급격히 개떡상하는 그래프.jpg]

+---------------------------------------------

격렬한 반응.

예상보다 훨씬 뜨겁다.

키보드에서 손이 떼질 정도로 주가가 마구 올라간다.

'이러면 개미들은 쫄려서 못 사거든.'

자신이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사뒀다.

용수는 +19%의 막대한 수익을 챙기는데 성공한다.

'5700만원. 나 진짜 오늘 폼 미친 거 아니야?'

단 5분만에 말이다.

히죽 미소가 지어질 수밖에 없다.

며칠 동안 차트 뚫어지게 쳐다보고.

며칠 동안 조금씩 매수해서 물량 만들고.

주 단위로 걸리던 노력을 불과 5분만에 이뤄냈다.

아니, 누군가에게는.

'1년 동안 좆 빠지게 회사 다녀도 못 벌 돈이겠지.'

의자 등받이를 뒤로 넘긴다.

이렇게 편안한 자세도 못할 것이다.

전업 투자자를 하는 이유.

능력에 따라 버는 돈과 이 자유 때문이다.

〔한국 주식 갤러리〕

─오늘 리딩 vs 손익 누가 이길 것 같냐?

─진짜 공시 좆대로 하네

─영익 26조 시바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와중에 레전드 찍은 좆스피.jpg

 일과를 마음 내키는 시간에 끝낼 수 있다.

오늘은 벌 만큼 벌었으니.

'아니, 당연히 내가 이기지. 그 새끼는 어제 평생 운 다 끌어 썼잖아.'

커뮤니티를 보며 논다.

아니나 다를까 장이 끝나기도 전부터 화두가 되고 있다.

경쟁 구도.

비록 어제는 밀렸지만 오늘은 다르다.

앞으로도 우세를 잡을 것이다.

물불 안 가리기로 했으니까.

'나도 리스크 좀 짊어지면 응?'

리딩방 인원들을 위한 안전한 매매법.

하지만 100%의 자신은 그 정도가 아니다.

방금 같은 스캘핑에도 뛰어든다.

전업 투자자라는 이름의 사냥꾼으로서 위엄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이 와중에 레전드 찍은 좆스피.jpg

[유성중공업 공시 기사.jpg]

2분기 영업이익 26조원

제2의 오성전자 탄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시발 진짜면 텐텐버거인데

└기자가 오탈자 검수 안 하고 올린 거냐?

└오성전자도 14조밖에 안됨

└오성전자가 제2의 유성중공업이다 이 새끼얔ㅋㅋㅋㅋㅋㅋ

좀 특이한 화제.

생각을 해볼 것도 없이 기자의 실수 때문에 생긴 일이다.

'뭔 26조야. 그런 기업이 또 있으면 대한민국이 아니라 킹한민국이지.'

전 국민이 일을 안 해도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다.

오타가 만들어낸 해프닝.

주식 시장에는 종종 생긴다.

그 불씨가 급등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한 번 사볼까? 진짜 올라갈 수도 있는데…….'

착각이 착각을 낳는다고 매수세가 들어올지도 모른다.

또 큰 수익을 벌 수 있다.

두근! 두근!

하지만 안될 수도 있다.

괜히 들어갔다가 오늘 먹은 수익만 뱉어내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진짜 도박이지.'

슬쩍 확인하니 주가는 그대로.

시장에서 반응이 없었다는 뜻이다.

누가 봐도 오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늘은 이미 벌 만큼 벌었기도 하다.

뇌동으로 들어갔다가 물리면 그것만큼 찝찝한 일이 없다.

딸칵! 딸칵!

용수는 커뮤니티를 보며 히히덕댄다.

* * *

기사.

신문이나 잡지에서 어떠한 사실을 알리는 글.

주식 시장에서는 의미가 조금 다르게 해석된다.

'주가를 띄우는 수단.'

세력들이 자주 이용한다.

일련의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호재 좀 봤다고 마음이 흔들리진 않지만.

데일리뉴스− 「유성중공업, 2분기 영업익 26조원…… 전년비 31300.1%↑」

그런 나도 당황스러운 순간은 있다.

어떤 기업이 한 분기만에 26조원을 벌어 들인 모양이다.

'또 하나의 오성전자가 탄생한 기억은 없는데.'

대한민국 1위 기업 오성전자도 달성하지 못한 영업이익이다.

그걸 듣도 보도 못한 기업이?

당연하게도 그럴 리가 없다.

기자가 0을 한 3개쯤 더 붙여서 쓴 게 분명하다.

'거기까지야 뭐 뻔하지.'

내가 당황씩이나 한 이유는 다른데 있다.

만약 이 기사를 세력이 띄웠다면.

타닥, 탁!

검색해보니 주가 변동이 없다.

세력의 의도가 아닌, 단순 실수라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이용할 수 있지.'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해프닝으로 막이 내려진다.

하지만 아직 오후 1시.

장이 마감하기에는 시간이 꽤 남았다.

일단 대략적인 정보부터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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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중공업』

8,220 ▲170 (+2.09%)

[최근 3년간의 주봉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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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중공업.

소위 틀딱주라 불리는 전통적인 중공업 회사다.

돈은 그럭저럭 잘 번다.

하지만 성장성이 없고, 주가 부양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인기가 없고.'

거래량이 매우 적다.

이 주식으로 단타를 치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작전도 아니어 보인다.

작전을 치는 주식은 거래량을 터트려 매집하는 구간이 있는데.

'그게 없다는 건 깨끗한 주식이라는 거지.'

갑작스런 호재.

세력이 묻지 않은 주식.

이 두 가지 전제라면 해볼 수 있다.

내가 작전 세력이 되는 것 말이다.

작전이라는 게 대단한 짓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그냥 주식을 사서 주가를 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기관이나 외인도 하는 짓이다.

'내가 바로 그 기관이었는데.'

하는 법은 빠삭하다.

호가창 9개를 시가로 싹 쓸어 담는다.

얇다 보니 1억만으로 가능하다.

동시에 빈 호가창을 채워서.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일부 매도.

순식간에 2만 주가 거래된다.

주가를 띄우면서 거래량까지 올린다.

'이걸 반복하면.'

개미들이 꼬이게 된다.

어떻게?

단타꾼들은 검색식이라는 걸 쓴다.

특정 조건이 맞는 주식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를 테면 순간 거래량.

─큰손님이 학살 중입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그리고 재료.

엽업이익 26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를 보고 눈이 돌아갈 만도 하다.

'그것이 구라핑이라는 걸 눈치채기 전에.'

싹 팔고 빠져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들어온 매수세를 발판삼아 주가를 띄운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아니, 싹 다 사들인다.

주가가 급등했을 때 개미들은 조급함을 느낀다.

빨리 안 사면 안될 것 같은 느낌.

완급을 주며 개미의 매수를 유도할 것이다.

'이것도 재료가 있으니까 가능한 거지만.'

주식 시장에서 기회는 언제나 굴러다닌다.

하지만 그것을 줍는 것은 실력이다.

세력이 없다면, 세력을 대신해 주가를 끌어올린다.

내가 도박장 주인이 되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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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 조종.

당연하게도 쉬운 일일 수가 없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주가를 의도적으로 펌핑시킨다.

그러면 단타꾼들이 몰려와서 차익을 보려고 한다.

'그걸 최소화시키고는 있는데.'

매수 기회를 안 주고 올려버린다.

그 정도의 매매 기술은 나에게는 기본적이다.

하지만 부족하다.

수익을 보기 위해서는 매수세를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

아그작!

인공위성처럼 말이다.

3단 분리에 성공해도 대기권에 진입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돈이 좀 더 있었으면 하고도 남았겠지.'

주가를 시원하게 쏘아 올릴 수 있다.

힘이 부족하다면 억지로라도 올리면 된다.

그리고 기술.

현대의 주식은 사람 손으로 일일이 매매하는 것이 아니다.

타닥, 탁!

프로그램을 쓴다.

마치 게임의 매크로처럼 패턴을 저장해서 필요할 때 쓰는 것이다.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일일이 수작업으로 하고 있다.

지금의 나에게는 부족한 것이 너무나도 많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어떻게든 유사한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있다.

효과가 있어서 흐름이 유지된다.

어디까지나 유지.

지금 이대로 시간만 흘러도 하나둘 깨닫는 사람이 생길 것이다.

아그작!

그렇게 되면 내가 고스란히 껴안아야 한다.

주가를 올리기 위해 산 주식들을 말이다.

조급함이 생기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큰 거 한 방이 절실하게 필요한 바쁜 때에.

"선배!"

가슴만 큰 녀석이 찾아온다.

더워서 문을 열어 놨더니 아주 거리낌이 없다.

'내가 딸 치고 있으면 어떡하려고.'

여자도 못 부른다.

하필 친구 관계라 들키면 골치가 아프다.

혜리네 집에서 하면 되긴 한다.

수현이는 남친과 사이가 좋아졌다.

"제 주식이 이상해요."

"그래? 주인 닮는구나."

"우씨!"

소라는 꿈에도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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