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다른 매수자들이 따라 들어왔을 때.'
주가가 뻥튀기.
그때부터는 눈치 싸움이다.
먼저 수익 실현을 하는 놈만 돈을 번다.
당연하게도 불법이다.
선취매는 금융법상 해선 안된다고 한다.
그래서 뭐?
세력질은 국가가 허락해서 하나.
기관과 연기금의 개미 등쳐 먹기는 심지어 합법이다.
딸깍! 딸깍!
돈만 벌면 그만.
자신만 버는 것도 아니다.
너무 욕심만 안 부리면 리딩방 인원들도 먹을 수 있다.
'나는 살 주식을 발굴해서 조금 더 어드밴티지를 챙기는 거고.'
이 모든 것은 자신이 오를 만한 주식을 발견한 덕분이다.
선구자로서 약간의 이득은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차트를 체크한다.
거래량을 보니 두 번 세력의 큰 매집이 보였다.
결정적으로 자신의 매매법에 수렴하는 움직임이다.
'20일 선이 5일 선을 따라잡는 것 보면…….'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필승 공식을 만들었다.
특수재건은 차트상으로도, 따라올 재료로도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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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매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잘 안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도 그럴게.
'시기마다 매매법이라는 게 달라서.'
주식 시장에는 '필승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박을 낸 매매법도 시기가 달라지면 안 통한다.
데일리뉴스− 「[특징주] 화성씨엔에스, 833억 건설공사 수주 소식에 강세」
공사 수주 소식.
전체 매출액 대비 37.2%에 해당한다.
그 규모를 생각하면 상을 치고도 남지만.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미련 없이 판다.
단 2%의 이득.
급등주에 들어가 아주 조금만 먹고 나온 것이다.
'평소였으면 쫄보 같은 판단이지.'
하지만 지금은 조정장이다.
아니, 세간에서는 하락장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세력님이 학살 중입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아니나 다를까 차익 물량이 쏟아져 나온다.
VI를 넘어 14.35%까지 급등했던 주가가.
〔종목토론실− 화성씨엔에스〕
─800억 수주를 했는데 안 올라간다고??
─장난질 제대로 하네
─화성 갈 줄 알았는데……
─이러니 시바 한국 주식을 떠나지 ㅠㅠ
.
.
.
장대 음봉이 쑥!
저가 매수 기회인 줄 알고 개미들이 매달리자 그대로 끌고 들어간다.
─800억 수주를 했는데 안 올라간다고??
대체 뭘 해야 주가가 오르는 거냐??
몇 달을 기다린 주주들을 역 맥이네……
└세력넘 좆 꼴리는 대로 좆같이 노는 좆같은 종목입니다
└개미들만 엿 먹은 거죠 참나
└이거 쓰레기보다 못한 종목이지. 쓰레기는 재활용이 되잖아?
└캬아아아악~~! 퉤!!
지하실을 향해 말이다.
종토방 아재들이 잔뜩 화나서 키보드 워리어가 될 만도 하다.
'만약 상승장이었으면 꽉 찬 장대 양봉으로 끝났을 거야.'
+30%.
상을 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락장에서는 주식 시장의 법칙이 바뀐다.
─세력님이 시장을 떠났습니다!
세력도 하락장은 무섭다.
그동안 열심히 모아 놓은 물량을 기회가 있을 때 털어버린다.
'이게 하락장이 아니고 단순 조정이면 아깝겠지만.'
하지만 하락장이라면?
세력이 무슨 악의 조직 같아도 실상은 돈 좀 있는 양아치 집단에 불과하다.
작전 한 번 실패하면 천문학적인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그럴 바에야 본전이라도 찾는 것이다.
---------------------------------------------+
『건설 섹터』
KS건설 31,200원 ▼3.50%
대흥건설 7,630원 ▼2.46%
미래건설 47,950원 ▼2.98%
+---------------------------------------------
해당 섹터도 눌려있다.
하락장에서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건 경기민감주인 건설주다.
'프로그램 매도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주가를 띄우는 건 아무래도 부담되거든.'
이런 시기에는 급등주를 타는 것도 쉽지 않다.
이렇게 조금씩 먹고 나오는 게 고작이다.
이것이 하락장의 대처법.
조정장일 수도 있지만 현재 시장의 분위기는 칙칙하다.
끼익−!
내 자취방에 찾아온 소라도 말이다.
방학을 한 이후 제 집 드나들 듯하고 있다.
"얼마를 꼴았길래 표정이 그래?"
'안 꼴았다고!"
소리 지를 기운은 있는 모양이다.
이내 맥아리가 쏙 빠져 잘 무친 시금치처럼 되었다.
'딸이라도 한껏 치고 온 것 같네.'
항상 드세기만 하던 애가 무슨 일이 있던 건지 모르겠다.
"선배 요즘 잘 돼요?"
"나야 항상 잘 서지."
"?"
"?"
"미친놈아!!"
아니, 중요한 일이다.
회귀 전에는 아무래도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 보니.
'아재 서요가 농담이 아니라니까.'
아재들이 괜히 남자 몸에 좋다는 거 주워 먹는 게 아니다.
"주식 말이에요 주식!"
"처음부터 그렇게 말을 하지."
"처음부터 아굴창을 그냥……, 아니다 선배랑 말하다 보면 미칠 것 같애."
"참 이상한 애네."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이마를 짚는다.
이내 심정이 바뀌었는지 똥 마려운 강아지 같은 표정으로 쳐다본다.
'알다가도 모를 애야.'
요즘 애들이 이해하기 힘든 것은 알고 있지만 기분이 3번씩 변하면 맞춰주기 힘들다.
4번째가 있었다.
"요즘 제가 선배 집에 자주 왔잖아요."
"그래서."
"매매에 방해가 되지 않나 해서……, 말을 꺼낸 건데."
미안하다는 표정.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자신의 허리춤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진짜 힙 라인 죽여주네.'
나도 만져봐서 알지만 굴곡이 장난 아니다.
무슨 뽕을 넣은 것도 아니면서.
"야."
"네?"
"그냥 순수한 의문인데."
"뭔데요?"
"너 똥 많이 싸지?"
"?????"
그런 원피스에서나 나올 법한 여자가 현실에 없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으로는 남미쪽에 많다.
'한두 번은 먹을 만한데.'
체취가 영 익숙해지지 않는다.
왜 그런가 곰곰이 생각을 해봤더니 화장실을 오래 쓴다.
"그게 무슨 미친 소리에요!!"
"아니, 그 저장 탱크가 크잖아. 혹시나 해서 물은 거지."
"아오, 진짜 씨이이이……!!"
신진 대사량이 좋은 것이다.
그 외에도 인종과 식생활 등 여러가지 차이점이 있다.
'소라는 좋긴 해.'
달달하면서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꼴리는 냄새가 난다.
한국 여자들이 기본적으로 체취가 좋다.
하지만 엉덩이 코박죽을 해보지 못했다.
된장통을 보고 있자니 문득 의문이 떠올랐다.
"왜 그렇게 과민반응해. 너 똥 안 싸? 딸 안 쳐?"
"그, 그런 거 안 하거든요……."
"똥을 안 싼다고? 너 혹시 외계인이야?"
"#$^#$^%#$%!"
본인으로서는 발작을 한다.
말아 쥔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쳐다보고 있다.
'하긴 몸매가 섹스러워서 그렇지.'
스무 살.
아직 앳된 시기다.
혜리나 수현이었다면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색기 있는 여자한테는 섹드립을 치고 싶다 보니 실수했다.
삐지기 전에 사과하려던 찰나.
"그래, 미……."
"정말 뭐에요! 저는 선배한테 미안해 가지고 온 건데."
"응?"
소라가 또 발작을 한다.
이번에는 나한테 좋은 쪽의 발작이었다.
'뭐지, 얘 조울증인가.'
사과를 한다.
최근에 달달 볶기는 했다.
나의 매매를 방해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정말 너는 성격이 대범하지 못하는구나."
"선배가 섬세함이 없는 거거든요."
"주식은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잃지 않는 게 더 중요해."
"?"
워렌 버핏의 명언.
주식을 막 시작한 사람들은 기대를 가지고 찾아보지만.
「첫 번째 규칙, 절대 돈을 잃지 마라」− 워렌 버핏(Warren Buffett)
「두 번째 규칙, 첫 번째 규칙을 절대 잊지 마라」− 워렌 버핏(Warren Buffett)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간다.
할배가 돈 많이 벌었다고 누구 놀리나.
'그런데 신기한 게.'
주식에 대해 알면 알수록 여러가지 해석이 떠오른다.
최근 장 같은 경우도.
"내가 똑같은 투자 스타일을 유지했으면 물렸을 걸?"
"그랬을 수도……, 있겠네요."
"추세가 바뀌면 바뀐 추세에 적응해 나가는 것도 투자자의 덕목이야."
아 내가 한 달에 얼마는 버는 사람인데!
그런 직장인 같은 마인드로 투자했다가는 깡통 차기 딱 좋다.
'사릴 때는 사려야 돼.'
그것이 워렌 버핏 명언의 진의.
공을 치기 위해서는 공을 똑바로 볼 줄 알아야 한다.
1세대 투자자들은 그렇다는 이야기다.
2세대 투자자인 나는 한 발 더 나아가.
"하락장에는 하락장에 맞는 매매법이 있는 게지."
"오, 그게 뭔데요?'
"개잡주."
"……."
매매 스타일을 바꾼다.
정확히는 하락장에 적응시킨다.
공이 오는 것을 굳이 기다리지 않고.
'내가 찾아가는 거지.'
상승장에서는 성장주.
횡보장에서는 순환매.
하락장에는 또 나름의 방법이 있다.
"맨날 하던 도박이잖아!"
"아니, 다르지."
"뭐가 시발."
"그건 개잡주가 아니라 소형주라니까?"
주력으로 삼았던 소형주.
하지만 그것도 정책이나 수주 소식 등 확실한 호재를 보고 들어갔던 것이다.
하락장에서는 호재로 안 움직여.'
방금 전 화성씨엔에스처럼 다시 내려간다.
회사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없기 때문이다.
하락장이니까.
주가는 미래를 반영한다.
당장 호재가 나왔다고 해도 다음에는 안 나올 것 같다.
"그래서 정상적으로 돈 벌어서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회사는 주가가 오르지 않지."
"그럼 살 주식이 없는 거 아니에요?"
"넌 언제쯤 돼야 성장을 할래?"
"성희롱 레파토리네 또."
소라의 뻐큐.
은근히 닳고 있다.
성희롱을 가르친 입장에서 보람이 있다.
'아니, 주식을.'
하락장에서도 오르는 주식은 있는 법이다.
정상적으로 돈 버는 회사가 안 오른다면.
"비정상적인 회사만 오른다는 거네요?"
"이제야 조금은 아네."
"아 시발."
예상이 불가능한 미래.
뜬구름을 잡는 정말 이해 안 가는 주식들이 골라서 오른다.
'일전에 샀던 손○민 관련주처럼.'
손○민이 골 넣어서 상한가!
그런 웃지 못할 사건들이 실제로 생긴다.
만약 유머 사이트에 올라왔다면 쪼개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라면.
"그딴 걸 사라고요?"
"그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럼 너는 하락장에 적응하지 못한 거야."
투자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하락장에 개잡주가 오르는 건 우연이 아니다.
'하락장은 매수세가 약하지.'
주가가 오를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식을 사고 싶은 사람은 있다.
본전 심리.
돈을 잃은 투자자들.
어떻게든 복구하고 싶어 한다.
"사람이 희망이 없으면 로또를 사고, 종교에 빠져든다."
"뭐, 그런 것에라도 기대고 싶겠죠."
"주식도 마찬가지라는 거야."
"?"
이유 따윈 아무래도 좋다.
주가가 급등하는 주식이라면 불나방처럼 뛰어든다.
'뉴스는 그냥 구실 같은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