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기가 너무 힘들다고?"
방학.
매일매일 도박을 할 수 있는 이 귀중한 시기에 소라가 또 징징대러 왔다.
"네, 선배가 알려주신 대로 선물을 해봤는데……."
"드디어 다 꼴았어?
"아니거든요!"
실전 투자를 해보고 있다고 한다.
경험을 쌓는 것만큼 좋은 성장 방법은 없다.
'그만큼 잃는 것도 많지만.'
투자가 성공으로 이어지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증권 시장은.
"생각보다 많이 어려워요."
"그래? 잃으면 오빠한테 빌리면 되지."
"선배한테 빚지기 싫거든요."
"몸으로 갚으면 공짜야."
"야."
초보자가 돈을 딸 수 있을 만큼 만만하지 않다.
하물며 선물 거래.
'단순히 차트만 보는 사람은 안 느껴질 수도 있는데.'
실제로는 위아래로 엄청나게 흔든다.
투자자의 판단에 혼란을 준다.
다행히 불감증은 아닌 모양이다
선물의 무서움을 제대로 배우고 왔다.
"외국인들이 수십, 수백억씩 사고 팔아요. 무슨 돈이 돈 같지 않을 정도로."
"그치. 외국인 좆물맛 보면 껌뻑 죽는다니까."
"맞아요 좆물을 막…… 네?"
그것에 중독되는 사람들도 있다.
변동성이라는 것은.
'기회의 동의어이기도 하니까.'
더 싸게 사고, 더 비싸게 팔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말이다.
하지만 실전.
세력이, 특히 외국인이 그 꼴을 두고 보지 않는다.
"외국인이 좆물 쏠 때마다 정신 못 차리지."
"……."
"그래서 그런 말이 있잖아. 흑인한테 간 여자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소라의 볼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앞글자 하나 바꿨다고 오두방정을 다 떤다.
"진짜 그런 말하지 마요."
"기본적인 거야 그냥."
"대체 뭐가요!"
"파생상품에도 다 별명이 있는 게지."
대표적으로 석유.
공썩물이라고 부른다.
공룡 썩은 물의 약자다.
'원래 미치지 않으면 안되는 시장이야.'
이런 식으로라도 불러야 대화의 무거움이 줄어든다.
그것이 아직 어색한 애송이다.
"너도 언젠가 좆물, 좆물 할 날이 온다니까?"
"안 올 것 같은데요."
"외국인이 좆물을 찍! 하고 쌀 때마다 질질 싸는 거지."
"씨발련아!"
주먹을 말더니 퍽퍽! 친다.
정말 애새끼가 따로 없다.
'섹드립도 받아줄 사람이 있어야 치는 거지.'
아무튼 소라는 경험을 했다.
외국인한테 미친 듯이 당해버린 것이다.
기진맥진해진 채 내 집에 찾아왔다.
배덕감이 느껴지는 상황이다.
"그래서 뭐. 나한텐 안 대줄 거잖아."
"아무한테도 대준 적 없거든."
"처녀 선언이야?"
"@^%&@$%!"
뻐큐를 하다가 쌍뻐큐를 갈긴다.
외모는 지적이고, 조숙한 주제에 은근히 유치하다.
'그래, 그럴 수 있지.'
지쳤다.
힘들다.
주식 거래를 하다 보면 피로감이 장난이 아니다.
전문 트레이더들도 담배를, 한숨을 푹푹 쉴 정도인데 일반인은 말할 것도 없다.
이래서 미치는 게 편하다.
"확실히 투자로 돈 버는 건 어려운 것 같아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
"네?"
"니가 투자에 대해 몰라서 그런 건 아니고?"
하지만 그것은 너무 Deep한 것.
투자는 꼭 리스크를 동반할 필요가 없다.
'꼭 업그레이드만 있는 건 아니야.'
선물.
FX.
그런 파생상품에 손을 대는 것이 왕도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헷지 펀드만 해도 주식 위주로 굴린다.
리스크가 낮은 투자로도 충분히 자산을 불릴 수 있다.
"이를 테면 배당주."
"배당주요? 저도 당연히 그런 사이클 투자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아니, 그런 거 말고."
배당주는 일정 시기마다 주주에게 돈을 주는 주식이다.
배당을 준 다음날에 주가가 급격히 꺾인다.
'---------------------------------------------+
『이찬욱님의 계좌』
포스크│70주│+0.56%
평가손익│ +57,752
+---------------------------------------------
마침 조금 사둔 게 있다.
포스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철강주다.
분기 배당을 주는 주식 중 하나다.
현재 2017년 6월 29일은.
"배당락일이잖아요. 오늘 장 시작하면 롱스톤 대가리 볶음 당하겠네요?"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웠어."
"몰라요, 시발."
이렇게나 잘 웃는 아이일 줄 몰랐다.
소라의 말대로 배당주는 배당락일에 주가가 폭락하지만.
'그것을 회피할 방법도 있다는 거지.'
작은 꼼수.
장전 거래라는 게 있다.
현재 시간은 오후 8시 19분이다.
08:20:00에 정확히 맞춰 주문을 넣는다.
그리고 10분을 기다리자.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쪼개고 있던 소라의 입이 닫힌다.
70주의 주식을 전량 처분했다.
"이건 장전 시간외 종가……."
"그래, 이런 방법도 있는 거지."
주식은 꼭 9시부터 3시 30분까지만 매매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예외적인 시간도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장전 시간외 종가.
8시 30분부터 8시 40분까지 열린다.
주문을 넣는 건 8시 20분부터 가능하다.
선착순이다.
내가 가장 먼저 넣었고, 마침 포스크를 매수하고 싶은 사람이 존재했다.
"배당락일이라 주가가 무조건 떨어질 텐데……."
"세상 모든 사람이 그걸 아는 게 아니고, 나와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는 거지."
전량 털어버린다.
내가 가진 주식은 제로.
8시 40분이 되자 장이 시작한다.
호가창이 무섭게 움직인다.
소라의 예상대로, 그리고 상식대로 주가는 −1.2%부터 시작한다.
"그럼 이렇게 되면."
"공짜로 배당만 받은 거야."
"얼마에요?"
"14만원."
물론 무조건 되는 건 아니다.
장전 시간외는 매매량이 적어서 큰 액수는 처분하기 힘들다.
'하지만 몇천만원 정도는.'
이렇듯 매도할 수 있다.
거의 제로에 수렴하는 리스크로 배당만 쏠쏠하게 받아먹었다.
"그걸 산 사람은 배당도 못 받고, 주가도 떨어지고……."
"왜? 불쌍해?"
"아무래도 좀."
"그게 주식이야."
투자.
잃는 사람이 있어야 버는 사람도 있다.
얼마 전 새로 산 쿠바산 시가를 입에 문다.
후우~!
담배가 가장 맛있는 시간은 돈을 딴 직후.
장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한 대 빨게 되었다.
"너도 한 대 할래?"
"아뇨, 담배 못해요."
"시가는 담배가 아닌데."
"그런 것보다 더……, 알고 싶은데."
처음 만났을 때는 도덕성이라던지.
골치 아픈 걸 따지던 소라도 조금은 투자자가 되었다.
'이런 식의 꿀거래를 찾아가는 게 투자자의 기본 덕목이지.'
리스크 대비 높은 수익의 투자.
선물 거래도 선택지 중 하나로 고르면 위험도가 높지 않다.
「나는 넘지도 못할 7피트의 장대를 넘으려고 애쓰지 않는다. 나는 내가 쉽게 넘을 수 있는 1피트의 장대를 주위에서 찾아본다.」− 워렌 버핏(Warren Buffett)
한 가지 분야에 정통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때로는 여러가지를 적당히 하는 게 수익이 좋다.
주식 시장은 넓다.
일반인은 모르는 것이 많다.
경험을 통해 하나하나 알아가야 한다.
도움 정도는 줄 수 있다.
내 자취방에 찾아와 칭얼대는 소라에게 가르쳐준다.
"이건 또 순환매라고 해서……."
"선배."
"응?"
"매매할 때 입에 항상 뭘 물고 해요?"
"대개 그렇지."
"사탕도 그렇고 몸에 안 좋아요."
은근 귀여운 맛도 있으니 나로서도 나쁘진 않다.
하지만 한 가지 섭섭한 부분은 있다.
"먹게 해줄 거 아니면 신경 꺼."
"$^%@$%@!"
"아니, 왜 발작이야. 좀 먹는다고 닳냐."
* * *
주식 공부.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 이상으로 좋은 방법은 없다.
"하아……."
확실히 그러하다.
경제학 서적.
인터넷에서 수집할 수 있는 정보들.
그 이상으로 유용한 실전형 지식을 다이렉트로 알려준다.
찬욱에게 상담한 건 정답이었지만.
'성희롱을 안 하고는 대화를 못하나!'
그 자체는 그럴 수 있다.
원래부터 그런 인간이니까.
한 가지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건.
찌걱!
손이 매끈한 허벅지를 지나 안쪽의 깊은 곳에 닿는다.
그러고 보니 곧 그날이다.
'만질 거면 확실히 만지지. 자꾸 이상한 분위기만 만들고.'
분명 허락해줬다.
그럼에도 우유통이라던가 좆물이라던가 이상한 말만 늘어놓는다.
찌걱!
자신도 그 의미를 모르지 않다.
최근 커뮤니티를 하며 더 파악하게 되었다.
'좆물은 그거 말하는 거잖아 그거.'
야릇한 기분.
평소보다 몸이 뜨겁다.
호르몬상 그렇게 되는 날이다.
찬욱에게 들었던 말 탓에 더 부각된다.
소라는 커튼이 쳐졌는지 확인하고 손을 움직인다.
"아! 아……."
한 달에 딱 한 번.
답답한 일상에서 해방된다.
마치고 나면 자괴감이 들지만.
찌걱! 찌걱!
모든 번뇌가 떨어져 나가는 듯한 그 느낌을 받고 싶다.
그런 기분이다.
소라의 몸이 달아오른다.
스스로도 야하다고 생각되는 신음을 내뱉고 있던 차.
'응?'
모니터 화면.
늘 하는 커뮤니티가 보인다.
누가 지켜보는 것도 아닌데 부끄럽다.
〔한국 주식 갤러리〕
─혼란을 틈타 달린다 ㄷㄷ
─리딩이가 손익좌보다 대단한 거 아님?
─리딩 vs 손익 6월 수익 비교.txt
─손익좌가 뭐냐? 수익좌는 안다
.
.
.
아니, 뭔가 흥분된다.
한 손으로 마우스를 움직이며 행위를 이어나간다.
─혼란을 틈타 달린다 ㄷㄷ
[야짤1.jpg]
[야짤2.jpg]
[야짤3.jpg]
존함은 몰라요~
└참젖인가?
└이년 트위터 알았는데 까먹었네
└흐미…… 젖보똥 보소
└의느님 손 좀 탄 거 같지만 예쁘면 됐지 ㅋㅋ
'뭔 여자짤이야. 주식존예여신한테 예우나 갖추지.'
아무래도 남성 비율이 높다.
가끔씩 남사스러운 사진이 올라온다.
평소에는 무시를 하던 것.
야시시한 기분 탓인지 장난기가 발동한다.
꾸욱!
허리를 숙인다.
책상에 올려두었던 가슴이 압박을 받기 시작한다.
'그냥 지방 덩어리일 뿐인데 남자들은 왜 이런 걸 좋아하지.'
만져도 아무 느낌 없는 그냥 살.
위로 손을 올려 주물러보아도 간지럽기만 할 뿐이다.
온갖 천박한 용어로 희롱하고 있다.
생소한 쾌감에 눈을 뜨기 직전인 소라의 눈에.
'손익좌?'
신경 쓰이는 단어가 보인다.
그의 정체가 누구인지 모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