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4화 (64/450)

"그래서 뭐."

선물 시장.

정확히는 파생상품에서는 흔하게 일어난다.

'가끔 듣잖아. 누구누구가 몇백 배 터졌다느니.'

그게 다 이 옵션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원래는 보험 역할을 하는 상품이다.

예를 들어 상승에 1억 베팅한 투자자.

혹시 모르는 급락 가능성이 두렵다.

300만원 정도 옵션을 사놓는다.

만약 급락이 와도 '헷지'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걸 이렇게 공격적으로 쓰면 큰 수익을 거둘 수도 있는 거지."

"그만큼……."

"잃을 때는 답도 없겠지만."

헷지.

나의 자산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다.

워렌 버핏, 캐시우드 등 유명 금융인들이 운영하는 펀드도.

'헷지 펀드잖아.'

현대 사회에서 물가는 계속 올라간다.

돈의 가치도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 치킨 한 마리가 만원이었지만 지금은 2만원, 차후에는 5만원이 되는 것처럼.

그것이 싫다.

내 자산의 가치가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헷지 펀드가 존재한다.

"위험하니까 따라하진 말고."

"안 해요……."

"어디까지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법 중 하나로…… 응?"

그러한 자산 관리.

하지만 투자자는 한 방을 원한다.

그렇게 큰 수익을 좇다 보면 역으로.

─외국인이 그냥 미쳤습니다!

한 방 얻어터질 때도 있다.

호가창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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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욱님의 계좌』

매수금액│507,562,500원

평가손익│+13,957,968원

평가수익률│+2.75%

+---------------------------------------------

급락.

갑자기 올라갔던 내 수익이 갑자기 다시 내려가기 시작한다.

"오."

"어, 어, 어, 엄청 내려가고 있는데요?!"

"그러네."

"그러네가 끝이에요……?"

소라와 잡담을 하고 있는 사이에 말이다.

어쩔 수가 없는 일.

'선물 시장이 이렇게 크다 보니까.'

특히 코스피.

현물과 선물 시장의 크기가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선물 시장을 움직이기 위해 오성전자를 10만 주, 100만 주씩 던져버린다.

그렇게 고생해서 움직이는 시장이다.

개미가 편하게 탑승하려고 하면 눈꼴이 시어서라도 흔들어 털어버리려고 한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개미는 알면서도 당해야지. 별 수 있나."

"나중에 다시……, 선배 생각대로 된다고 해도요?"

"그래."

시드의 크기.

전쟁에서 군사와 무기가 많은 사람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듯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돈 많은 사람이 선택권을 가진다.

반대로 돈이 적은 사람은 없다.

다시 복구가 되면 다행이지만, 정말로 방향성을 바꾸려고 하는 거라면?

'나는 그대로 시장에서 퇴출되는 거니까.'

실제로 있는 일이다.

상대의 평단과 시드를 계산해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 싸움을 건다.

숏커버링을 유도.

어떤 선물이 몇십, 몇백%씩 급증하거나 급락한다면 롱숏 싸움에서 한쪽이 패배한 것이다.

"죄송해요……."

"응?"

"제가 말 안 걸었으면 수익 실현하실 수 있었는데, 제가 귀찮게 해서."

'뭔 소리야?'

그러한 세계.

아직 일반인에 지나지 않은 소라는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다.

아니, 또 엇나간 것이다.

일반인과 투자자는 사고방식이 다르다.

"화 안 내요?"

"내가 왜?"

"1억이나 되는 돈인데……."

"이 댕청아."

"네?"

"만약에 장대양봉이 아니라 장대음봉이 나와서 수익이 3억으로 불었으면 내가 너한테 1억 5천을 줬을까?"

기회비용이다.

시간이 지나서 나온 것은 그저 결과물에 지나지 않다.

'막말로 내가 무조건 처분하고 싶었으면 얘를 밀쳐서라도 팔았겠지.'

야 꺼져!

매매해야 되니까!

그 정도로 미련이 남는 수익도 아니다.

소라로서는 다른 모양이다.

스무 살의 나이에 1억이면 상상도 하기 힘든 목돈이긴 하다.

"선배."

"으, 응?"

"아까 화내서 미안해요. 저도 앞으론 선배 탓 안 할게요."

소라가 다소곳이 손을 잡아온다.

두 손으로 감싼 채 조물딱조물딱 만지고 있다.

용서해 달라는 표현.

나로서는 별일이 아니지만 본인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래, 소라도 천천히 경험해 나가야지."

"네."

"부족하면 오빠한테 빌리고, 혹시 잃으면 몸으로 갚고."

"그런 개씨발놈 같은 소리 하면 죽어요?"

"하하"

"하하하."

분위기가 훈훈하다.

머리에 손을 올린다.

쓰담쓰담하자 손길에 몸을 맡겨온다.

'이렇게 강아지처럼 말 잘 들으면 얼마나 좋아.'

목줄도 하나 달아주고 싶다.

이 개 같은 년을 끌고 다니면 정복감이 죽여줄 텐데.

"선배 매매하는 모습 멋있네요."

"그, 그래?"

"좀 더 보여주면 안돼요? 아까처럼 무리하진 말고."

언젠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

당장은 믿음직스러운 선배로서 역할을 해주기로 한다.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긴 하지.'

아까는 조금 극단적이었다.

선물 거래가 안정적이라는 것은 일말의 과장도 없는 진심이다.

아그작!

일단 짤짤이.

소위 '틱 떼기'라고 부른다.

호가창 몇 틱만 먹고 빠지는 것이다.

"이렇게 조금씩 거래하면서."

"아까처럼 또 옵션 사는 거에요?"

"아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고."

큰 흐름을 본다.

아무리 봐도 오늘은 숏 같아.

혹은 너무 내렸으니 반등할 때가 됐어.

'그럴 때 약간 크게 들어가는 거지.'

옵션처럼 어마어마한 변동성은 없어도 단순히 시드를 늘리는 것만으로 수익은 많아진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5계약.

약 3억 8천만원 어치다.

예상대로 무난히 올라가며 수익이 생긴다.

"벌써 수익이 100만원……."

"이 정도 먹고 빠져야겠다."

짤짤이가 잽이라면 이건 훅.

매수금액에 비하면 엄청난 수익은 아니지만.

'절대적으로 작은 금액은 아니지.'

하루에 100만원 벌 수 있으면 직장 때려치는 샐러리맨이 줄을 설 것이다.

당연하게도 쉬울 수는 없다.

아그작!

모든 리턴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이렇게 위험도 낮은 매매를 반복하다 보면.

"물렸는데요?"

"이럴 때는 물을 타면 돼."

"……."

"걱정 마. 너처럼은 안 해."

이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사 미래가 보여도.'

그 미래를 비틀어버릴 수 있는 게 돈을 가진 사람이다.

자본주의 시장의 포식자.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한 번 물을 탄다.

평단을 낮추기 위함.

반등을 할 때 탈출하려고 했는데.

─기관님이 학살 중입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생각대로 안 움직일 때도 있다.

선물 투자자의 역량을 판가름하는 순간이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물 타기.

총 4계약을 체결한다.

이번에야 말로 반등이 올 거라 생각했지만.

"또 물렸는데요?"

"이럴 때는."

"어떡해야 돼요?"

"뭐, 손절해야지."

"……."

−77만원.

총 25만원의 수익을 거둔다.

이것이 기본적인 선물 거래의 방법이다.

"다시 올라가는데요?"

"아니야. 잘 손절한 거야."

"가만히 있었으면 본전 올 수 있었던 것 같은데."

"……."

선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를 보는 눈도, 철두철미한 분석력도 아니다.

바로 멘탈이다.

만약 마지막 손절 기회였다면?

그것을 잡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멘탈이 박살 나게 된다.

"너무 결과론적인 말 아니에요?"

"이걸 이해를 못하는구나."

"음……."

"너도 언젠가 알게 될 날이 올 거야."

아주 조그만 균열.

그것이 다음의, 다다음의 거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선물을 안 하는 사람은 이해가 안될 수도 있는데.'

미래는 정해진 게 아니다.

세력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개미가 손절을 했네?

개미 꼬시기 위해 다시 올려야지 ㅋㅋ

선물 시장에서는 일상이다.

당장의 움직임에 현혹되어서는 안된다.

"2번 연속 틀렸으면 기계적으로 손절을 하는 게 내 매매 원칙이야."

"선배도 틀리는 일이 있구나."

"중요한 건 확률을 높이는 거지."

그리고 유지하는 것.

이런 식으로 조금씩 이득을 누적시켜 나가는 것이 선물 투자의 이상적인 방식이다.

'그러다 한 번 크게 잃으면 만회하려고 옵션 같은데 손 대는 거고.'

그건 인생좆망루트.

그래서 멘탈이 중요하다.

큰 손해를 보기 전에 탈출해야 한다.

실제로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자신의 매매 원칙을 기계적으로 지킨다.

얼핏 쉬워 보이지만 난이도가 있는 일이다.

"이렇게 큰 돈을 잃었다 벌었다 하면 정신 없을 것 같아요."

"그렇지. 그래서 선물 하는 애들이 정신병에 걸리는 거야."

"아! 짚이는 사람이 있어요."

"세상의 잔혹함을 실시간으로 마주하다 보면 마음이 부숴지는 게지."

찐상승일까? 구라상승일까?

판별하기 위해서는 일반인의 사고방식으로는 안된다.

한 마디로 미쳐야 한다.

선물을 하는 투자자들을 보면 나사가 하나씩 빠져있다.

─살면서 알아야 되는 것들이 있다

선물을 비롯한 파생

그중에서 특히 옵션

이걸 모르면 진정한 여고생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 큐ㅠㅠㅠㅠㅠㅠㅠㅠ

└옵션 위험한 거 아님? 망하면 평생 노예행인데

글쓴이−  반대로 가면 똥휴지 청산, 원하는 대로 가면 떡상인데 이게 위험해? 호로빨갱이야? 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

└원화는 똥휴지니까 노가다 뛰어서 채굴하면 되지 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커버드콜 믿고 콜옵션 광광 매수해 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이야기.

투자자로서 업계 최전방에서 싸우면 중요한 것을 잃게 되곤 한다.

"선물이 어떤 건지 대충 느낌이 와?"

"네, 고마워요. 근데."

"뭐."

"아까부터 뭘 그렇게 먹어요?"

"……."

나도 피해갈 수 없었다.

나의 선물 역량은 업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수준이지만.

'머리 회전력이 중요하다 보니.'

당분을 실시간으로 섭취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사탕, 초콜릿 등을 먹는다.

회귀 전의 나.

운동량 부족이 더해지며 체중이 다소 불어났던 이유다.

"그런 거 많이 먹으면 몸에 안 좋아요."

"지는 뭐 안 먹는 척하네."

"전 가끔만 먹어요!"

소라가 걱정스러운 눈치로 쳐다본다.

본인이 부탁을 했던 일이니 신경 쓰일 수 있다.

"그럼 니가 맛난 거 하나 주던가."

"오늘은 안 갖고 왔는데……."

"내 눈엔 보이는데?"

"?"

도톰하면서 윤기가 좌르르 흐른다.

마시멜로 같은 입술을 쪽쪽 빨다 보면.

'안에서 단물이 나오는 거지.'

생각만 해도 침이 꼴깍꼴깍 넘어간다.

세트로 달린 살덩이도 손이 근질근질하다.

"그렇게 맛있는 거 갖고 있으면 오빠도 한 입 주고 그러는 거지."

"설마."

"그래, 우유통도."

"$%@^@!"

"요즘 애들은 정말 지밖에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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