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3화 (63/450)

처음 시도한 선물 매매.

조금 안타까운 결과가 나왔다.

투자가 아닌, 투기를 하고 만 것이다.

"그러니까 투기가 아니라 투자를 했어야지."

"제가 어떤 부분을 잘못했는데요?"

"따면 투자고, 잃으면 투기야."

"야."

시드가 2천만원 안팎밖에 안된다.

본래라면 1계약도 살 수 없는 적은 금액이다.

하지만 레버리지.

예수금이 적은 사람도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선물의 매력이다.

'그만큼 리스크도 있지만.'

처음에는 1계약만 샀다.

매수 타이밍에 하필 장대 음봉이 꽂히며 물을 타버렸다.

약 1억 5천만원에 달하는 금액.

주가가 더 내려가자 손실량도 기하급수로 커진다.

"곧 만기일인데 어카냐 진짜."

"만기일…… 이요?"

"만기일 몰라? 만기일도 모르는데 선물을 했어?"

"니가 하라며!!"

펀드를 운영하다 보면 가끔 있다.

이런 악성 고객들.

누가 사라고 등 떠민 것도 아닌데.

'살짝 권유를 했을 뿐이잖아.'

선물은 매력적인 투자 시장인 것이 사실이다.

주식과 달리 증권 거래세를 안 낸다.

레버리지도 시원하게 튀겨준다.

그렇게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있다는 이야기다.

"너 선물이 뭔지는 아냐?"

"사전적인 의미는 알아요."

"너에게만~~~!"

"준비된 선물 같아."

"잘 부르네."

"이거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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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미래" 특정 시기에 거래되는 자산의 매수도 계약을 "현재" 시점에서 미리 거래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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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주식이라고 부르는 건 '현물'이다.

코스피 지수라던가, 나스닥이라던가 그런 것도 현물로 분류된다.

'그런 데도 굳이 선물이 따로 있는 건.'

효과적인 가격 예측을 위함이다.

증시가 너무 갑자기 일변하면 현실 세계에 미치는 여파가 크다.

말하자면 안전 장치.

하지만 미래를 예상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현물 가격과 괴리가 생길 때가 있다.

"그래서 만기일이라는 게 존재하는 거야."

"만기일이 뭔데요."

"3, 6, 9, 12월. 매 분기의 2번째 목요일마다 강제 청산을 하는 거지. 니가 좋든 싫든 그때가 되면 팔아야 돼."

"……."

만기일이 되면 변동성이 심해진다.

특히 선물 만기일은 '네 마녀의 날'이라고 불리며.

'증시가 요동을 치지.'

옵션/선물 그리고 주가지수 옵션/선물 등 네 가지의 파생상품의 만기일이 겹친다.

공교롭게도 내일이다.

"자살 하지 마라"

"그런 거 안 해요……."

"코스피가 타살시켜줄 거니까 기다려."

"개씨발년아!"

선물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소라가 멋모르고 투자한 건 코스피 200 지수 선물이라고 해서 코스피에 상장된 200개의 대기업 주가를 추종한다.

'최근 장이 좋았는데.'

별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만기일 전날이라 그런지 몰라도 예상치 못한 장대 음봉이 꽂혔다.

어쩌면 조정장일 수도 있다.

미래를 알고 있는 만큼 대략적인 주가의 흐름은 기억하고 있지만.

"잠깐만."

"아, 왜요!"

"음……, 오빠가 차트를 봤는데."

"언제 오르는데요."

"손절을 하는 게 날 것 같은데?"

"……."

며칠부터 며칠까지 조정인지는 모른다.

하필 만기일이 내일이라 존버를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 녀석이라면 기억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네 마녀의 날을 다섯 마녀의 날로 만든 빌어먹을 년이 있다.

나는 기억력에는 자신이 없다.

─매도 주문을 체결시켰습니다!

하지만 감.

시장의 심리.

읽는 것은 내 전문 분야다.

"아, 아!"

"오케이."

"배, 배, 배 백만원이 날아갔다고요 이 씨이이이이이이……!!"

"꿰엑!"

"발놈아!!"

SM을 당하는 쪽은 취향이 아닌데.

흥분한 소라가 내 목을 진심으로 조르고 있다.

느끼고 나발이고 숨이 막혀서 돌아가려고 하던 차.

─외국인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설마 하던 것이 시작된다.

학살의 축제.

현물 시장 이상으로 선물 시장에서 외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들고 있었으면 지금쯤 마이너스 150 찍었겠는데?

"……."

"오 계속 내려간다. 매도세가 심상치 않네."

목을 조르던 손에서 힘이 풀린다.

본인도 털썩 바닥에 주저앉아 멍하니 차트를 바라본다.

결과적으로 맞았으니까.

하지만 삐진 듯이 부풀린 볼과 날카로운 눈초리는 그대로다.

"책임져요."

"갑자기?"

"아, 아, 아니!! 그거 말고~~!"

어느 쪽 퐁이든 자신은 있다.

그래서야 아무것도 배울 수 없어서 문제.

'선물은 굴러보는 수밖에 없어.'

기본적인 팁 같은 것은 있다.

그것을 들어서 알 애들은, 스스로도 깨칠 수 있다.

까놓고 말해서 재능이다.

투자에서, 특히 선물은 재능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오빠가 또 우쭈쭈 해줘?"

"저 그렇게 애 아니거든요."

"하긴 가슴은 뒤지게 크긴 하지."

"$^#$^#@$!"

다른 쪽 재능은 확실하다.

성격만 좀 살가웠으면 진작 넘어뜨려서 조졌을 것이다.

'아무리 봐도 아다 같단 말이야.'

괜히 포장지 잘못 뜯으면 뒤처리 곤란할 수 있다.

수현처럼 받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저도 제 앞가림은 스스로 할 수 있으니까."

"있으니까 뭐?"

"……보여주면 안돼요?"

"오빠 걸?!"

이래 봬도 자신 있는 편이다.

아니, 고속도로 개통 면허 보유자다.

'그래, 혼자서 국도만 내놓으면.'

나도 편히 왕래할 수 있다.

주섬주섬 허리춤의 단추를 풀으려던 차.

"뭐 해요?"

"응?"

"선물 보여 달라고요 선물!"

"아, 선물."

그런 이야기 중이었던 것 같다.

선물 거래에 대해 관심이 큰 모양이다.

'아무 데서나 볼 수 없는 거긴 하지.'

트레이더 지망이라면 필수.

선물을 하지 않는 트레이더는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300만원 꼴게 만든 것도 미안하니 보여준다.

진짜 트레이더가 어떻게 거래를 하는지.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방법은 먼젓번과 같다.

하지만 그것은 꼬드기기 위해 좋은 면만 보여준 거고.

"너 권투 선수가 왜 잽을 날리는지 알아?"

"몰라."

"거리를 재려고."

실전은 당연히 다르다.

이렇게 짤짤이 같은 매매를 계속하는 이유.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큰 그림을 보기 위함이다.

2틱.

아주 소소한 이득이 생긴다.

점심으로 먹을 짜장면값 정도는 벌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건.

"매도세가 꽤 많이 세네."

"그래요?"

"위에 보조 모니터 안 보여?"

"아, 그러고 보니……."

최근에 번 돈으로 보조 모니터를 하나 달았다.

매매를 할 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주식 매매 할 때는 별 상관없는데.'

선물 매매에서는 필수적이다.

다른 나라의 선물 시장을 실시간으로 체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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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100 선물』

5769.7 ▼11.5 (−0.20%)

[대충 횡보하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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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셍 선물』

25,502.5 ▼260.1(−1.02.%)

[대충 떡락하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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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 225 선물』

19843.9 ▼69.4 (−0.35%)

[대충 흐르고 있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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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것이 위 3개.

선물 투자자는 차트를 보고 미래를 예측해내야 한다.

"나선은 큰 문제 없는 것 같은데요?"

"이 댕청한 녀석아."

"네?"

"지금은 항셍 따라 움직이고 있잖아."

대부분의 매매는 프로그램이 처리한다.

인간이 하는 것은 매매 비율의 설정 정도다.

'예를 들어 항셍 10억을 팔면.'

닛케이는 3억, 나스닥은 2억, 코스피는 8억.

이런 식으로 동시에 물량을 던져 시장을 움직인다.

이를 바스켓 매매라고 부른다.

한 바구니에 담아서 한 번에 매매하는 방식을 부르는 통칭이다.

실제로는 옵션, 환율 등으로 헷지를 걸면서 하기 때문에 훨씬 복잡하다.

하지만 내가 하려는 건.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대략적인 흐름은 읽는 것 뿐이다.

코스피가 내려갈지, 올라갈지를 예상한다.

"파, 팔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엄청 내려가는데……."

"숏을 쳤잖아."

"아."

"또 선물의 장점이지. 반대 포지션을 잡을 수 있는 것."

개인의 공매도를 막아 놓은 한국 주식 시장과 달리 말이다.

방향성만 맞추면 된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반복.

작은 흐름에서 세력이 원하는 바를 체크한다.

그리고 확신이 생겼을 때 크게 베팅한다.

'이래서 선물이 좀 힘들어.'

'기회'라고 할 수 있는 순간은 하루에 많아야 2번쯤 온다.

그것도 아주 급작스럽게.

아그작!

몇 시간 동안 모니터 몇 개를 뚫어져라 바라봐야 한다.

집중력을 엄청나게 잡아먹는다.

반드시 오는 것도 아니다.

페이크에 낚일 수도 있다.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일.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생긴다.

내가 한 예상이 그대로 들어맞았을 때.

"다시 올라가는 거 같은데……."

"왜?"

"항셍이랑 닛케이도 올라가고 있어요. 봐봐요!"

"아니야. 환율을 봐."

조금씩 내려가던 증시.

반전을 하며 살짝 고개를 들었다.

나스닥, 항셍, 닛케이, 코스피 모두 말이다.

'그런데 환율은 영 움직임이 없지.'

큰 거 한 방을 준비하고 있다.

아닐 수도 있지만, 나의 감과 경험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추세 전환.

지금이 조정장으로 변하는 구간이라면 변동폭이 이렇게 작을 리가 없으니까.

─외국인님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쿼드라 킬!

펜타 킬……!

급작스럽게 찾아온다.

그리고 나는 풋옵션 매수에 베팅하고 있다.

"세, 세, 세, 세상에……."

"이런 일이 일어나기 때문에 파생상품을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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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욱님의 계좌』

매수금액│507,562,500원

평가손익│+146,951,423원

평가수익률│+2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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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한 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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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짤한 수익률.

지켜보는 소라의 눈동자가 튀어 나오려고 한다.

"이, 이, 이 일억인데요……?"

"나도 보여."

"겨우 몇 분만에 도, 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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