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전화가 온다.
자신에게 자문을 구해오는 요식업 관계자들이다.
"험험! 전화 받았습니다."
<교이쿠상!>
"이번에는 무슨 일이십니까?"
그리고 소정의 대가를 지불한다.
또 연락을 해온 것 보면 자신한테 맡길 일이 있는 모양이다.
'그래, 내가 이런 사람인데.'
방송 스케줄 하나 사라진 것 따위.
이 교이쿠상의 명성에 조금도 흠이 되지 못한다.
<다름이 아니라 물어볼 게 하나 있어서 말일세.>
"무슨 일이시죠? 무슨 일이라도 저 교이쿠상에게 맡겨주신다면."
<그럼 좋지! 한국대에서 만난 학생 있지 않나? 꼭 그 학생이 누구인지 꼭 알고 싶거든. 최소한의 인상착의라도 알려주게나.>
"……."
되는 것 같다.
* * *
축제 3일차.
""수고하셨습니다.""
길고 길었던 장사가 끝이 난다.
예정보다 훨씬 일찍 말이다.
털썩!
깔아두었던 천막을 치우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몰려오는 손님들.
"스테이크 하나요!
"저도 하나만."
"아……, 죄송한데 재료가 다 떨어져서."
""정말 하나도 없어요?!""
입맛만 다시며 돌아갈 수밖에 없다.
팔고 싶어도 재료를 다 소진한 상태니까.
'방송 효과가 좀 있더라고.'
초기에는 좀 어수선했다.
그도 그럴게 교이쿠상이 깽판을 치고 갔다.
대체 무슨 일이지?
쭈뼛쭈뼛 구경하는 인파가 손님으로 전환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됐다.
"우리 준비 많이 했는데……."
"이렇게 많이 올 줄 몰랐지."
"SNS에서 지금 난리도 아닌가 봐!'
그 이후로 폭발적.
하룻밤 지나자 SNS와 커뮤니티에도 전파가 된 모양이다.
'감안해서 수요 예측을 한 건데.'
물량을 2배로 늘렸다.
요리 인원도 확충해서 손님이 많아질 경우를 대비했다.
〔대한민국의 트렌드〕
1. #교이쿠상
2. #한국대_스테이크
3. #내가_동물이었다면
4. #K−POP
5. #쿠쿠루삥뽕
그 이상으로 불길이 번졌다.
교이쿠상에 대한 화제가 거세질수록 스테이크도 유명세를 탄다.
'실제 음식점이었다면 두고 두고 매출 증대 효과가 있었겠지.'
전국에서 손님들이 찾아온다.
잘만 하면 제휴를 맺어 사업을 확장할 수도 있다.
일개 음식점이 전국에 알려진다는 것.
상상 이상의 파급력을 가지는데.
"오빠 뭐해요?"
"어?"
"우리 갈 건데. 거기서 계속 자게요?"
"……."
안타깝게도 잠깐의 축제다.
혜리가 나의 단잠을 깨운다.
'바빠서 혜리랑 놀 시간도 없었네.'
경영자라면 손님이 늘어나 흡족할 것이다.
하지만 축제는 귀찮기만 할 뿐이다.
방송 관계자가 올까 봐 부스에서 대기를 타야 했다.
어디 돌아다닐 시간도 없었다.
혜리도 부장으로서 부원들을 통제해야 했다.
수현은 얌체 같이 아예 오지도 않았다.
《동아리요? 축제 때는 바쁠 것 같은데……. 축제 끝나고 생각해볼게요.》
이래서 눈치 빠른 꼬맹이는 싫다니까.
머리가 잘 돌아간다는 건 꼭 좋은 일만은 아니다.
"결산하겠습니다."
""오오~!!""
"1일차, 순수익 30만원 나왔구요."
보람은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혜리가 이번 축제의 총매상을 발표한다.
1일차는 다소 적다.
본래 팔기로 했던 큐브 스테이크의 재료값을 제한 수치다.
"2일차, 150만원!"
""와~~!!!"
"3일차 300만원……? 이거 우리 음식점 차려도 되겠는데?"
""하하하하!!""
2일차부터는 폭발적인 매상이 나온다.
3일차부터는 두말할 것도 없는 수준.
'그래, 이 정도는 해야지.'
사실 그렇게 많은 액수는 아니다.
실제 레스토랑이었다면 그 배의 배의 배는 벌었다.
사업도 확장해서 10배, 20배 그 이상을 노렸겠지.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우리 주점 매출에 지대한 공헌을 하신 이찬욱 선배님에게 박수 한 번 해줄까요?"
"해줘?"
"해주자!"
""하하하하!""
충분하고도 남을 것이다.
애초에 적자나 안 나면 다행이었던 주점 운영이었으니까.
박수 갈채가 쏟아진다.
실익도 하나 없고, 3일 내내 놀기만 해서 별 감흥은 없지만.
'이런 느낌이었을까?'
자퇴했던 학교.
만약 다녔다면 말이다.
조금은 추억 같은 게 생긴 걸 수도 있다.
"뭐에요 진짜!! 이러면 우리 활동비 못 받잖아요!"
"아니, 손님이 안 오는데 어쩌……."
"우리는 열심히 했거든요?! 오빠들이 책임져야죠?'
"뭐? 말 다 했어? 그럼 우리는 열심히 안 한 줄 아냐?"
더럽혀진 추억도 있다.
10M 가량 떨어진 옆 부스.
동아리장과 그 여친 사이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두 그룹으로 나뉘어져 싸우고 있다.
서로 책임 소재를 떠넘기는 추한 진흙탕 싸움이다.
'저런 게 감정 싸움으로 번지면 골치 아픈데.'
매 대동제 매출 1위 동아리.
나로 말미암아 저런 싸움이 생겼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선배?"
가슴으로 둘째 가기 서러워할 후배도 있다.
구경을 하고 있던 나의 옆에 소라가 살며시 붙는다.
"고생했어요."
"그래."
"선배 덕분에 쟤네한테 한 방 먹여줄 수 있었어요. 고마워요."
1일차에는 가장 불만이 많았다.
자본주의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 못한다.
올챙이가 다리 정도는 난 걸지도 모른다.
스스로 많이 생각을 해본 모양이다.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해주시지. 제가 장사에 대해서는 정말 하나도 몰라서……."
"나도 몰라."
"모르긴요. 거의 전문가 수준이던데."
"몰라, 가슴 만지고 싶다."
하지만 나로서는 얻은 게 없다.
혜리에게 받은 봉사의 대가 치고는 많이 과하다.
'저 정도는 주물러야지.'
아니, 진짜로.
이 정도 장사 대박 치면 룸살롱 접대는 기본으로 깔고 들어간다.
어중간한 쩜오가 아닌 진짜 텐프로에서 말이다.
누님들이랑 질펀하게 즐길 수 있다.
"그렇게 가슴이 좋아요?"
"안 좋아하는 남자도 있냐? 평소에 시선 안 느껴져?"
"씨……."
소라랑도 그런 관계가 되면 오죽 좋으련만.
재능은 넘치는 주제에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쪽도 조금은 성장한 걸지도 모른다.
도톰한 입술을 귀에 대고 조그만 목소리를 속삭인다.
"딱 한 번만 허락해줄게요."
"정말?"
"네, 근데 지금은 말고……."
"그럼 나중에 써야겠다."
"??"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징징댄 보람이 있다.
축제의 개방감도 한몫했을 것이다.
'원래 대학교 들어갈 때랑 나갈 때 달라진다고.'
인터넷에서 유명한 짤도 있다.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실감 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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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시험 수고하셨습니다. 최종 점수는 과제 점수와 합산해서 홈페이지에 기재해둘 테니 각자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축제가 끝나면 바로 시험 기간이다.
1주일간 진행된 한국대 경제학과 기말고사는.
"아~! 진짜 개망했다."
"너도?"
"나도!"
학생들에게 숱한 상처를 남기고 끝이 난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속시원한 기분도 든다.
앓던 이를 빼버린 듯한 느낌.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고 있는 학생들 사이에서.
타악!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을 한 이도 있었다.
17학번 수석으로 입학한 그녀였다.
"소라는 잘 봤나 보다."
"무조건."
"아니야. 중간보다는 안 나올 것 같아서 걱정이네."
""걱정은 개뿔!""
기만질로밖에 보일 수 없다.
일부 여자 동기들이 뒷담을 까는 건 본인의 잘못도 있다.
'진짜 걱정인 거겠지.'
'의외로 별 생각 없는 아이.'
얼굴도 워낙 예쁘다.
몸매는 같은 여자도 질투 날 정도.
하지만 혜리와 수현은 소라의 성격을 알고 있다.
"주식 해서 그렇지?"
"윽."
"최근에 소라가 좀 바뀌긴 했지.
"공부, 공부 하는 말버릇도 없어지고."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본인이 말했던 대로 항상 공부만을 생각하는 범생이였는데.
'좀 달라지긴 했지.'
'얘도 혹시 오빠한테…….'
찬욱.
그와 만나고부터 조금씩 변하고 있다.
자신들도 당자사인만큼 모를 수가 없다.
"아 그러고 보니 과제 때 욱오빠가 투자한 섹터 잘 나왔더라."
"오렌지 주스랑 연어?"
"웅! 웅!"
성격이 괴팍하다.
아예 본 적이 없는 캐릭터다.
세상에 저런 사람도 있구나 싶은.
하지만 실력 하나는 진짜.
한두 번 본 게 아니다 보니 인정을 안 하기도 힘들다.
"찬욱 형님?"
"아 역시~ 그럴 줄 알았지!"
"크게 될 형이야. 지금부터라도 친해져야 한다니까."
대동제 이후.
학과 내에서도 이미지가 변했다.
주식 동아리가 최대 매출을 거두게 만들었다.
ETSD가 무너진 것도 크다.
동아리 내부 분열이 생기면서 탈퇴자가 다수 나왔다고 한다.
"경쟁심 느껴?"
"아니거든!"
"아님 특 맞음."
"소라가 투자했던 철강이랑 반도체도 꽤 잘 나왔는데."
악소문의 근원이 사라졌다.
자신도 뒷담을 들을 일이 없어져서 마음이 한결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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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조 조별 과제』
철강: +3%
반도체: +8%
오렌지 주스: +34%
연어 (숏): −19%
+---------------------------------------------
과제 또한.
흑역사가 될 뻔했다.
한때는 정말 어떻게 되나 싶었다.
그것도 벌써 3개월 전이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철강 섹터도 그럭저럭 올라있었다.
"우리 다 올랐어!"
"연어는 내렸지만……, 숏이니까."
"우리가 1위일 걸? 그것도 압도적으로."
발표 날부터 기말고사 마지막 날까지.
발표 날에는 이미 주가가 꽤 하락했던 시점이다.
'운이 좋았지.'
실전 투자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주가가 올라갈수록 사고 싶다.
주가가 내려가면 좌불안석.
본전이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지금이라면 No라고 확실하게 답할 수 있다.
"욱오빠도 이러면 학점은 문제 없겠다."
"이 과목 한정."
"소라야?"
"……."
모의 투자와는 다르다.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다.
나중에 다시 올라 간다고 자위하는 건.
'투자를 안 해본 사람이나 할 수 있는 망상이지.'
운 좋게 올라갔을 수도 있다.
그 이상으로 처박혀 지하실 구경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당시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떨었다.
하지만 현재는 조금은, 아주 조금은 알게 되었다.
"왜 웃어?
"아니, 그냥."
"소라도 혹시 욱오빠랑……."
"?"
"아, 아니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던 어둠에서 한 걸음 내디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