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은 웬만한 음식점 이상이다.
레시피도 대대로 전수하며 보완하고 있다.
"저희가 큐브 스테이크도 팔거든요."
"큐브 스테이크요? 스테이크도 사실 일본에서 온 거거든요~."
""…….""
큐브 스테이크는 그렇지 못한다.
나름대로 신경 써서 만들긴 했지만.
'똥꼬 살살 빠면 뭐라도 좀 나오겠지.'
솔직하게 부족하다.
미식가의 까다로운 기준을 맞출 만한 수준이 아니다.
천종원이라면 100% 실패.
교이쿠상은 죽이 좀 맞을지도 모른다.
"그렇죠! 저도 일본 여행을 갔을 때 길거리 큐브 스테이크를 먹고 감탄한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길거리 음식이 한국 레스토랑보다 낫지? 재현을 해보려고 노력은 해봤는데……."
"험험! 열정만큼은 전달이 된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최근 푸드트럭인지 뭔지에서 잘못된 정보를 보고 큐브 스테이크를 만드는 족속들이 있는데. 그것들보다는 백배 낫네요."
아니나 다를까.
머리 털 나고 일본 여행은 가본 적도 없지만 마음에는 들은 모양이다.
어쩌고저쩌고 헛소리를 늘어놓으며 높은 점수를 매겨준다.
학생 치고라는 말이 좀 걸리기는 해도.
"오 맛집인가 보다!"
"줄 서기 전에 얼른 사야겠는데?"
"인증샷 찍고 SNS에 자랑해야겠다."
효과는 직빵이었다.
촬영을 구경하던 길거리 행인들.
너도 나도 방송에 나올 음식을 먹어보기 위해 찾아온다.
'잃었던 손님만 다시 되찾으면.'
애초에 맛에는 자신이 있다.
경쟁 음식점의 꼼수로 한 번 다 뺏겨버리자 가뭄이 온 저수지처럼 손 쓸 도리가 없어졌을 뿐이다.
다시 물꼬가 트인다.
원래 장사가 잘되던 해물파전은 잘 팔린다.
큐브 스테이크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나씩 사먹어본다.
"큐브 스테이크도 맛있을까?"
"저쪽에서는 스테이크 파는데……."
"교이쿠상이 인정하면 말 다 했지!"
방송 덕을 톡톡히 본다.
아니, 방송인.
교이쿠상도 TV에 자주 나오는 만큼 팬덤이 있다.
그의 말이라면 믿고 본다.
교이쿠상을 신적인 존재로 모시는 이들도 존재한다.
""니코니코틴~♪""
애니메이션 동아리.
""우마뾰이! 우마뾰이!""
일본게임 동아리.
""덴노헤이카 반자이!""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동아리 등.
한국대의 수많은 학생들 중에는 일본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도 있다.
교이쿠상이 극찬을 했다니?
팬덤 사이에서 퍼져 어느새 테이블에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가득 찼다.
'좀 이상한 애들도 섞여 들어오긴 했지만.'
매상에는 도움이 된다.
씹덕은 돈이 된다는 옛 성인들의 격언은 무엇 하나 틀린 게 없다.
예전의 성세를 되찾는다.
그 정도를 넘어 주식 동아리의 손님들을 전부 빼앗아올 것이다.
"포스터도 하나 제작해오자!"
"포스터요?"
"그래, 아까 방송한 포스터! 그 뭐 오래된 음식점 가면 6시는 내 고향에서 촬영 왔었다고 대문짝만하게 붙여 놓잖아."
"저작권으로 시비 걸리면 문제될 것 같은데……."
"어차피 그 양반도 천종원한테 시비 걸잖아."
"그런가?"
기세를 이어나가야 한다.
온갖 방법을 총동원하여 손님을 뺏어올 것이다.
'이건 전쟁이야.'
평범한 장사가 아니다.
다소의 비겁한 짓을 저지른다 해도 이기면 그만.
뒤처리는 상황이 정리된 후에 해도 된다.
한 가지 신경 쓰이는 것이 있다면.
"교이쿠상이 저쪽 부스에도 가지 않을까요?"
"흠……."
방송은 자신들만의 특권이 아니다.
축제를 둘러보며 눈에 띄는 부스에 간다.
손님을 조금 뺏었다고 해도 여전히 문전성시.
무엇보다 '스테이크'라는 독특한 아이템이다.
'괜찮아. 우리처럼 일식 느낌으로 만들지 않을 테니까.'
교이쿠상에게 내준 해물파전과 큐브 스테이크.
일본 느낌이 들도록 특별히 요구했다.
명훈이 신경 써서 만든 보람이 있었다.
상대는 그런 짓을 할래야 할 수가 없는 요리다.
구운 고깃덩어리에 기교를 부릴 여지가 있을까?
소라라는 녀석도 더럽게 성실하다.
'맛으로 평가? 그 양반은 떡볶이도 맛없다고 하는 사람이야. 우리가 무조건 유리해.'
유준은 자신의 승리를 장담하고 있었다.
* * *
"교이쿠상?"
때 아닌 이벤트.
아니, 예고돼있었다고 한다.
'그런 게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혜리가 준 안내 책자.
1초만에 다 넘겨봐서 기억이 남아있진 않다.
하지만 동아리원들에게 들은 기억은 있다.
방송 촬영을 올 수 있다며.
"우리한테도 올까?"
"오겠지……."
"하긴 손님이 이렇게 많은데."
원래라면 비인기 동아리인 주식 동아리와는 인연이 없다.
방송사도 한가한 게 아니고, 당연히 인기 있는 곳 위주로 들린다.
"선생님 여기는 스테이크를 팔고 있네요!"
"일본에서 온 거거든요."
"아, 네 그걸 말씀드리려는 게 아니고……."
그 인기.
막 얻게 된 참이다.
비주얼이란 측면에서 방송 아이템으로 내보내기 걸맞는다.
방송 카메라가 부스 앞에 들어선다.
우리 동아리도 촬영을 하려는 모양이다.
"스테이크라……, 아까 충분히 먹고 왔는데."
"선생님! 이 집은 큐브가 아니라 진짜 통 스테이크를 팔고 있어요!"
스태프가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이렇게 화면빨이 좋은 음식을 높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교이쿠상은 다소 못마땅한 얼굴.
하지만 분위기를 보아하건데 십중팔구로 성사될 듯하다.
"선배, 선배!"
"귀 안 먹었어."
"방송사에서 촬영 왔는데 어떡하죠?"
"Auto−K?"
우리 동아리에?
당황스러울 수 있다.
혜리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SOS를 쳐온다.
음식 문제.
일단 내가 만들었다.
내가 대응하는 것이 수순인 것이 사실이다.
'교이쿠상이라.'
기억에 남아있는 이름이다.
그도 그럴게 나도 나름대로 요식업 관계자다.
방향성이 다를 뿐.
벤 다이어그램을 그려보면 확실히 겹치는 부분이 있다.
"안녕하세요! CBS에서 나왔는데요. 혹시 여기 동아리 부장님 만나볼 수 있을까요?"
"부장은 저……."
"아, 접니다."
이외 여러가지 논란도 많다.
내가 알고 있을 정도면 말 다했다.
'비위를 맞춰주면 좋게 좋게 말을 해주긴 하겠지.'
그런 만큼 취향도 안다.
적당히 일본 문화 찬양해주면 껌뻑 죽는다.
속 좁은 사람.
그렇게 맞춰줘서 매스컴의 주목을 받는 방법도 있겠지만.
"여기는 스테이크를 파는 곳인가요? 자고로 스테이크는 일본에서……."
"네, 드셔 보시겠습니까? 저희는 완전 미국식 지향이긴 한데."
"미국식?!"
시비를 거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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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노.
'미국이라니. 일본에 핵을 두 방이나 떨어뜨린 나라 아니야?!'
교이쿠상의 역린이다.
그는 한국 음식 이상으로 미국 음식을 혐오한다.
한 명의 미식가로서도 말이다.
영양 밸런스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치이익……!
고깃덩어리.
불판 위에서 구워지고 있다.
노안 탓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보나 마나지 보나 마나.'
미국산 부챗살 아니면 윗등심살.
조금 사치를 부리면 살치살이 나올 것이다.
이런 길거리에서 파는 거라면 불 보듯 뻔하다.
방금 전 점포에서 먹은 것도 부챗살이었다.
"스테이크면 단가 맞추기가 쉽지 않거든요. 너무 싸도, 너무 비싸도 먹을 이유가 없어요."
"왜 그런 거죠 선생님?"
"너무 싼 건 거 스테이크 같지가 않고, 너무 비싸면 굳이 이런 데서 먹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것도 그나마 소스맛.
돈까스 소스와 케첩으로 맛을 내고, 퍽퍽한 육질은 같이 볶은 야채로 달랜다.
'그런 걸 스테이크로 만들면.'
어지간한 조리 솜씨 없이는 특별한 임팩트가 없다.
그냥 고깃덩어리일 뿐인데.
『스테이크 먹으러 오세요!』
스테이크 5,000원
막걸리 3,500원
참이슬 3,500원
맥주 3,500원
메뉴판.
수십년간 맛 칼럼니스트를 자처했던 교이쿠상도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다.
"오, 오천원?!"
"옆집 큐브 스테이크와 같은 가격이네요. 차이점이 있다면 잘랐는지 않았는지 정도일까요?"
여성 진행자의 무식한 소리에도 말이다.
스테이크는 글자 그대로 고기를 즐기는 음식이다.
'고기 맛이 있어야 하는데.'
5천원이면 직접 사서 구워 먹어도 아슬아슬하다.
부챗살, 아니 윗등심살을 써도 원가율이 50%가 넘어간다.
고기 가격만.
여기에 시설 이용비, 기타 식재료 등을 합치면 본전이나 건질지 모르겠다.
"저희가 주방이 작다 보니 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험험!"
"그래서 날도 더운데 막걸리 한 잔 드시면서 기다리시라고."
"막걸리요? 스테이크에?"
"듣기로 막걸리를 좋아하신다고 들어서."
아까 본 싸가지 없는 젊은이.
그래도 아주 개념 밥 말아 먹은 건 아닌 모양이다.
손수 주전자를 들고 와 접대를 한다.
꼴에 방송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꼴꼴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오는 길에 슬쩍 확인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양은잔에 시원하게 담긴 막걸리 한 사발을 목으로 넘긴다.
입안에서 신중하게 음미해본 결과.
"이건……."
"뭔가요 선생님?!"
"미각은 느린마을이라고 말하고 있긴 한데."
"맞습니다. 선생님 역시 대단하시네요."
"험험! 나에게는 일상 생활과도 같은 것이라."
느린마을이 맞다.
인지도가 높은 제품은 아니기 때문에 박스를 안 봤다면 큰일 날 뻔했다.
'물론 내 신기에 다다른 미각 덕분이지.'
스태프들도, 싸가지 없는 젊은이도 놀라는 눈치.
분위기를 즐기는 사이 스테이크가 도착한다.
긴장이 안될 수가 없다.
미식가로서 맛없는 음식을 방송 때문에 먹는 것은 정말 질색이다.
"어??"
"선생님 5천원짜리 스테이크가 나왔습니다. 뭐라고 말씀 좀……."
"일단 생각보다는 괜찮네요 생각보다는."
의외로 겉보기에는 그럴 듯하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웰던이 조각조각 칼로 썰려 있다.
먹음직스러운 광경.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는 사실에 주위를 둘러본다.
'혹시 내 눈치를 봐서 좋은 고기를 내놨나?'
그렇게 보기에는 다른 테이블도 비슷하다.
여러가지 의심이 가는 부분이 많지만.
우적!
중요한 건 맛.
겉보기만 그럴 듯한 쓰레기일 가능성도 있다.
아니, 없다.
고기만큼 가격과 맛이 솔직하게 비례하는 음식은.
"오? 어?!"
"어떤가요 선생님? 5천원짜리 스테이크의 맛은!"
"이거 상당히 먹을만, 아니 맛있네요. 제 취향인 블루 레어는 아니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씹자마자 육즙이 터져 나온다.
식감도 부드러운 것이 제대로 만든 스테이크다.
'음. 으음~! 좋아, 맛은 좋아. 그런데 어떻게 맛이 좋을 수 있지?'
길거리 음식점.
제대로 된 조리 과정을 거칠 리 없다.
회전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충 구워서 내보낼 것이다.
물론 모든 스테이크가 복잡한 조리 과정을 거치는 건 아니다.
일본의 최고급 와규 같은 경우는.
'대충 굽기만 해도.'
육즙이 좔좔 흐른다.
베이스팅? 레스팅?
그런 것은 맛없는 호주산, 미국산 소를 억지로 먹기 위한 편법이다.
일본의 소가 최고.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이 소는 절대로 일본 와규일 수가 없다.
"맛있으시다고요? 교이쿠 선생님이?"
"그렇습니다."
"그럼 이 스테이크를 가격을 떼고 평가한다면 얼마 정도라고 생각하시나요?"
"음식에 가격을 매긴다는 게 마음에 들진 않지만 제 개인적인 기준으로 평가를 하자면."
"하자면요?"
"2만원에서 3만원 정도 되겠네요."
"5천원짜리가요?!"
하지만 자신은 전문가.
맛없는 고기도 맛있게 먹는 방법을 몇 가지 알고 있다.
'이를 테면 수비드라던가.'
저온의 물로 익히는 조리법이다.
그렇게 1차 조리를 끝내고, 불판 위에서 2차 조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