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어떡해! 나중에 따져봐야지. 지금은……, 어쩔 수 없잖아."
방법이 없다.
깊게 파고들면 안 좋은 건 마찬가지.
지금은 일단 물러나는 수밖에 없다.
'제길, 두고 봐라!'
대동제 매출 1위는 동아리의 전통이자 자랑거리다.
무엇보다 활동비가 걸려있다.
그것이 깨진다?
동아리 가입 인원이 줄어들 테고, 이전처럼 마음껏 놀러 다니는 것도 불가능하다.
꿀꺽!
그것이 자신의 대에서.
선배들을 볼 낯이 없어진다.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술 가격 내려."
"지금 가격에서요? 그럼 마진 챙길 곳이 없어지는데……."
"그래도 되니까 일단 내리라고!"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이겨야 한다.
유준은 이를 바득 갈며 동아리원들을 닦달했지만.
* * *
"일해라 노예들아."
""하이 고슈진사마!""
장사는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
이전과 비교하면 손님이 배의 배는 늘었다.
그도 그럴게 스테이크.
애초에 최소로 잡아도 2만원은 넘게 받아야 할 가치가 있다.
'소위 말하는 딜찍누를 한 거지.'
5천원에 팔고 있다.
사먹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할 노릇.
"선배."
"왜? 일하라니까."
"아니 그……, 물어볼 게 있는데."
그런 의구심을 손님만 가지는 건 아니다.
소라도 방금 전 대화에서 느낀 바가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불청객의 요건.
잠자코 생각해보니 타당하다.
'스테이크'가 싸도 너무 싼 것 같다.
"1200원이야."
"원가가요? 우리도 3천원이 넘게 들었는데……."
"말이 되게 만드는 게 경영자의 능력이지."
너와 나의 차이.
뒷말은 붙이지 않아도 될 것이다.
뾰로통하게 부풀리고 있는 볼이 말해준다.
고개를 휙! 돌리며 일을 하러 돌아간다.
사실 소라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원가가 1200원이라고 하긴 했는데.'
그건 내 인건비를 포함하지 않은 액수다.
사모펀드로서 이 일을 맡았다면 최소 7배는 남겨 먹었다.
꿀꺽!
불을 붙일 시가는 없다.
대신 위스키는 가지고 왔다.
힙 플라스크를 꺼내 목을 비튼다.
야외에서 먹기에는 역시 버번.
흔하디 흔한 와일드터키 101이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구구형이다.
'크~! 와턱은 원래 이런 맛인데.'
마스터 디스틸러인 지미 러셀이 추구하는 진짜 와일드터키다.
저숙성 + 강렬함.
차후에는 대량 생산을 위해 맛이 희생된다.
안타깝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꿀꺽!
구구형은 맛이 진하다.
팍! 하고 터지는 바닐라 향이 콧구멍으로 내뿜어진다.
'가격은 같고.'
발품을 조금만 팔면 찾아 먹을 수 있다.
물건의 가치를 알아보는 눈이 있다면 말이다.
같은 맥락.
이렇게 다 쓰려져 가는 음식점도 경영자의 재량에 따라 살리지 못할 것이 없다.
굴러다니는 돌멩이도 누군가에게는 다이아몬드 원석이 될 수 있다.
다듬을 능력이 있다면.
꿀꺽!
자본주의 사회는 그런 사람에게 상응하는 보수를 지급한다.
7배의 이문은 결코 과한 게 아니다.
하지만 학생.
학생이기 때문에 좋은 점이 있다면, 아쉬운 부분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치기로 한다.
이 동아리가 있어야 직원들이 생기니까.
"굽고 있어?"
"어, 선배님!"
"고기 하나 줘봐. 재밌는 거 보여줄 테니까."
"재밌는……, 거요?"
마음에 안 들기도 한다.
불청객의 태도.
딱히 그런 건 상관없고 그냥, 그냥이다.
'내가 이 자질구레한 일에 몸소 뛰어들었는데.'
사모펀드는 당연히 밑단계다.
채 신용이 부족한 사람들이 큰 돈을 굴리기 위해 하는 짓.
업계에서 유명해진다면, 실력에 자신이 있다면 큰물인 헤지 펀드에 뛰어든다.
그런 내가.
치이익……!
간만에 하계 일을 하고 있다.
상대가 된 업체가 어중간하게 버티는 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고기는 저도 구울 수 있어요. 감 잡았어요!"
"그렇겠지."
"선배님은 가서 쉬셔도……."
"근데 넌 감성이 없잖아."
고기를 불판에 올린다.
온도도 조금 높게.
나라면 불길을 세게 해도 충분히 다룰 수 있거니와.
촤아아악……!!
장난질도 칠 수 있다.
위스키를 붓는다.
토치로 살짝.
불길이 미친 듯이 일어난다.
점포 내부는 물론 지나가던 행인들의 눈길까지 사로잡는다.
"우와……."
"저거 뭐야? 불쇼 하는 거야?"
"스테이크 파는구나. 가격이 뭐 5천원!"
선착순.
너도 나도 뛰어오기 시작한다.
앞으로의 장사는 더 활력이 넘칠 것이다.
'사실 이런다고 위스키맛이 배어들거나, 씹는 탄력이 좋아진다거나 그런 극적인 변화가 생기진 않는데.'
효과가 없지는 않지만 미미하다.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한 단순한 퍼포먼스에 불과하다.
대중은 맛있는 것보다, 맛있는 걸 먹는 자신을 즐기는 측면이 있으니까.
음식점의 가치를 올린다.
"위험하고, 위스키 아까우니까 니들은 토치로 해라."
"네, 네 선배님!"
"선배님 감사합니다!"
"어, 수고."
후배들의 달라진 눈길을 받으며 다시 플라스틱 의자로 돌아간다.
망한 업체를 정상화시키는 방법은 이렇듯 3가지다.
'단순화, 수익성, 고급화.'
마지막 불쇼로 유종의 미를 장식했다.
이 정도라면 어지간한 상권 하나는 충분히 휘어 잡을 것이다.
꿀꺽!
나는 편하게 쉰다.
다시 술질을 시작한다.
문득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다.
'이러니까 전설이라고 불린 거긴 한데.'
어지간한 프랜차이즈는 나의 손을 거치면 반드시 떡상한다.
그렇게 만든 후에 재판매.
근본적으로 주식과 다르지 않다.
가치가 낮게 평해지는 것을 사서 본래의 가치에 되판다.
차이점이 있다면 운영에 관여한다는 점.
그리고 진짜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사소한 문제가 생기지.'
사실 좋은 의미의 별명은 아니다.
그도 그럴게 사모펀드의 이미지는 좋지 않다.
선입견은 이유 없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된 데는 당연히 이유가 따른다.
"손님 다 뺏어왔다!"
"스테이크가 5천원이면 나라도 사 먹지."
"쟤네 재료 남는 거 어카냐? 다 버려야겠네 크킄."
현실은 경쟁이다.
한 음식점의 장사가 잘된다는 건, 다른 누군가는 안된다는 소리다.
몰랐다고는 할 수 없다.
경쟁 업체의 매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상대가 망하면 또 인수해서.'
반복.
전설로 불리게 된 과정인 것 같다.
평생 먹을 욕의 20% 정도는 이때 먹었다.
경쟁 업체나 주변의 상권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
오직 수익만을 추구한다.
이미지가 좋지 않을 만도 하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사모펀드를 이렇게 부른다.
죽을 死.
어미 母.
애미 뒤진 펀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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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쵸─비상.
"스테이크!"
"스테이크 주세요!"
스테이크를 팔고 있다.
한국대 축제 거리에는 스테이크를 먹고 다니는 사람이 한가득이다.
와구!
입안 가득 고기를 씹고 있는 행복한 표정.
단돈 5천원에 살 수 있다.
마침 똑같은 음식을 팔고 있지만.
"와 쟤네 존나 맛있어 보인다."
"야!"
"아니, 뭐 어때 사실인데."
ETSD 동아리.
PTSD가 걸릴 수밖에 없다.
스테이크를 먹고 다니는 사람이 저렇게 많은데.
'나 같아도 힘줄 질겅질겅 씹히는 이런 큐브 스테이크보다는.'
요리장을 맡고 있는 명훈도 알고 있다.
자신들이 파는 고기는 질적으로 아슬아슬하다.
그에 반해 상대.
'스테이크'라는 머릿속 환상을 채워주고도 남는 엄청난 맛이었다.
꿀꺽!
지금도 미각에 남아있다.
몰래 동아리원을 침투시켜 스테이크를 받아왔을 때 어찌나 놀랐는지 모른다.
강남 전문점에서 먹어본 적 있는 맛이다.
하지만 가격은 1/5, 아니 1/10에도 미치지 않는다.
축제의 주점이라서 살았다.
손님들이 스테이크 맛을 음미할 시간이 없는 거리 음식.
"그 정도야?"
"저거 십중팔구 숙성육이야."
"숙성육? 정말?"
"그래."
"그게 뭔데?"
"……."
제대로 된 레스토랑에서 제대로 된 식사 과정을 거쳤다면.
분위기 효과까지 더해 몇 배로 맛있어진다.
요리에 진심인 사람으로서 인정할 수밖에 없다.
자신들의 큐브 스테이크가 안 팔리는 건 필연이라고.
"명훈!"
위기 상황.
동아리장인 유준이 성큼성큼 주방으로 들이닥친다.
밖에 있어도 보인다.
하지만 안에서는 심각성을 더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저, 저희가 딱히 노는 게 아니라."
"손님이 없어서……."
"그건 알지! 너희들 잘못도 아닌데 닦달하러 온 거 아니야 그저."
파리 날리는 건 점포 내부만이 아니다.
냉장고에서 꺼내 놓은 재료도 상태가 말이 아니다.
퍼져 있다.
상온에 노출된 시간이 오래되면 재료의 맛도 갈 수밖에 없다.
'아니, 지금 창고에도 수십 박스가 더 있는데.'
대동제에서 가장 잘 나가는 동아리.
그것이 한두 해가 아닌 몇 년씩 이어져 왔다.
그리고 이는 효과적인 수요 예측이 가능하게 만든다.
얼마나 재료가 필요할지 사전에 알 수 있다.
대량 구매를 할수록 단가가 싸지고, 가격 경쟁력을 얻는다.
매번 1위를 독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인데.
"이대로면 얼마나 남을 것 같애? 명훈 니 생각에."
"솔직히요?"
"그래."
"절반의 절반도 소모하지 못할 거 같은데……. 지금 이대로면."
쭈뼛쭈뼛 눈치를 본다.
점포 내외부.
열 곳이 훌쩍 넘는 테이블은 고작 두어 커플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마저도 지인 찬스다.
장사가 너무 안되자 아는 사람이라도 불러서 매상을 채운 것이다.
"그래도 파전은 절반 정도 소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스, 스테이크는?"
도리도리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바로 옆에서 진짜 스테이크를 팔고 있는데.
'누가 큐브 스테이크를 먹겠어.'
낮 시간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팔렸다.
하지만 입소문이 나고, 줄이 길어질수록 알려진다.
저쪽이 맛집.
실제로도 그러하다.
내일은, 또 다음 날은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
박리다매로 1위를 누려왔다.
하지만 유준은 경험하지 못했다.
장사가 안된다면 어떻게 되는지.
그것은 주식과도 비슷하다.
몰빵.
전재산을 때려 박으면 그만큼 수익도 크게 터진다.
물렸을 때의 고통도 배가 될 수밖에 없다.
큰 수익을 가져다 줄 거라고 생각하고 매입한 재료가.
"오빠!"
"왜, 왜 주하야."
"아니, 말투가 왜 그래요? 왜 배려심이 없어?"
이쁘게만 보였던 여친이.
모든 것이 그냥 짜증스럽게만 느껴진다.
'쟤는 철이 없어도 적당히 없어야지.'
비상 사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