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4화 (54/450)

'노친구, 노대학, 노취업이라고.'

인생 성공 3원칙에 일찍이 눈을 떴기 때문이다.

지금도 지키고 있는 철칙이다.

도움도 안되는 공부와 인맥에 왜?

그런데 시간을 쓰는 건 인생 낭비다.

워낙 철저하게 지키다 보니 친구를 키우지 않았다.

후회하는 것은 없지만.

"그런 일이 있었어?"

"네, 너무한 거 있죠?"

"그러네. 너무하네."

"꺄♡"

딱 한 가지.

평범한 인생을 사는 인싸들에게 부러웠던 점이 있다.

'가장 맛있는 것을 가장 맛있는 시기에 먹지 못했던 것.'

과일도 제철과일이 가장 맛있는 법이다.

여자도 맛있는 시기라는 게 있다.

쮸릅쮸룹!

혜리의 복숭아 같은 입술을 베어 문다.

녹아버릴 것처럼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다.

살짝 빨자 달콤한 즙이 흘러나온다.

얼마든지 시간을 들여 탐구하고 싶은 장소다.

'진짜 졸라 맛있어.'

켄 피셔가 어째서 청년들에게 조언을 했는지.

젊을 때 즐기라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새하얀 이빨을 살살 핥으며 혀를 비집어 넣는다.

안쪽도 어찌나 보드라운지 모른다.

꼴깍! 꼴깍!

키 차이.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채 삼키지 못한 침이 전해진다.

혜리가 내 침을 모이 먹는 아기새처럼 삼킨다.

"으~ 맛있다!"

"오빠 자꾸 키스하면 이야기가 진행이 안되는데……."

"맛있는 걸 어떡해."

맛있는 게 눈앞에 있으면 참지 못하는 주의다.

빈 강의실.

밖에서는 떠들썩하게 축제가 진행 중이다.

늘 북적거렸던 곳은 맹점이 된다.

'그래서 더 흥분되고.'

같은 노닥거림도 학교에서 하는 게 신선하다.

강의실에서 야스 하다 걸리는 애들.

앞에서는 흉 봐도, 뒤에서는 부럽다.

젊었을 적 못 이룬 소망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오빠가 도와주셨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오빠라면……, 어떻게 해주실 수 있지 않아요? 요리도 잘하시는 편이고."

혜리에게도 요리를 해준 적이 있다.

집에 있는 거 적당히 만들어 먹었을 뿐이지만.

'니들 하는 소꿉장난과는 격이 다르지.'

상당한 전력이 될 것이다.

고작 개인의 힘으로 어찌 할 수 있는 게 아닐 뿐.

"혜리가 하는 거 봐서."

"저요?"

"밖에 예쁜 애들 많이 다니더라. 혜리만큼은 아니지만."

"아♡"

꼭 안은 채 둔부를 한 손으로 꽉 움켜쥔다.

솜털이 나있는 것처럼 뽀송뽀송하다.

애기애기한 촉감.

스무 살의 이 맛있는 나이가 아니라면 절대 느낄 수 없다.

'아, 쓰고 싶은데.'

뜨끈하고 꽉 조이는 좁은 구멍을 두 번 정도 쓰고 싶다.

하지만 장소가 장소.

혜리의 취향은 일반인에 가깝다.

스킨십까지가 아슬아슬한 한계일 것이다.

"냄새 진짜 좋다. 향수 뿌렸어?"

"조금요. 오빠는 땀냄새 나요."

"……."

"그래서 좋아요."

지금도 창문에서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몰래 즐기고 있다.

혜리가 가슴팍에 이마를 비빈다.

시선을 숙이자 하얀 나시티 안의 계곡이 보인다.

나름대로 지방기가 풍부한 편이다.

"후우……, 후우……."

내 안에서 숨을 쉰다.

작은 소리지만 아무도 없는 강의실 안이다 보니 들린다.

"진해요. 뭔가 진한 냄새……."

"입술은?"

"할래요."

다시 한 번 입맞춤.

엄한 곳에 손을 올려도 받아들인다.

천천히 개방감을 올려나가면 될 것이다.

쩌억

입을 떼자 침이 이어져 있다.

거칠어진 숨길도 지근거리에서 닿는다.

오늘부터 하나씩 해금시킨다.

"침 맛있어?"

"네."

"더 맛있는 거 먹어볼래?"

"그게……, 뭔데요?"

"여기."

지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본방은 안돼도 그보다 간소한 행위는 떠볼 수 있을 것이다.

'할 때도 침대 위에 누워서 조르기만 하는 애기라.'

남자를 기분 좋게 하는 법도 가르쳐준다.

짐작 가는 바가 있는지 얼굴을 붉힌다.

가슴은 두근두근 대고 있다.

영 관심이 없어 보이는 눈치는 아니다.

"그런 거 아직 해본 적 없는데."

"경험해봐야지. 이거 안 좋아하는 남자들 없다고."

"그럼 시도만 해볼게요 시도만. 망 제대로 봐주셔야 돼요?"

몸도 따끈하다.

만지작거리고 키스까지 제법 오래 나눴으니 흥분 상태일 것이다.

'그래, 뭐든 경험이야.'

모든 분야에서 말이다.

소라도 하나둘 경험을 쌓아나가고 있다.

특히 경제.

스스로 해쳐나가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언젠가 태평양과 같은 망망대해에서 조난 당한다.

쪼옥! 쪼옥♡

혜리의 경험은 가르쳐줄 수 있다.

소라의 경험은 가르쳐줄 수 없는 부류다.

'인생의 쓴맛 정도는 가르쳐줄 수 있지만.'

사익을 추구하는 투자자.

사모펀드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짓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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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SD.

매년 한국대 축제에서 매상 1위를 달성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막걸리 올인 났답니다!"

"예비로 발주 넣은 거 있어. 수혁이가 창고에서 가져와. 손님들 기다리게 하지 말고."

"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쌓이고 쌓인다.

동아리 선배들에 의해 누적된 노하우가 또 다음 세대에 전해지는 것이다.

어지간한 음식점 못지 않은 운영을 자랑하게 된 이유다.

적어도 대동제 기간 동안은 무적이다.

'재고 관리는 완벽하고.'

동아리 부장 차유준은 부스를 돌아본다.

애들이 일을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치이익……!

주방.

잘 관리된 재고로 음식을 만든다.

무슨 조리학과가 아닌 만큼 특기인 사람이 적지만.

"파전 조금 탄 거 아니야?"

"약간 탄 부분 있는 정도를 손님들이 더 좋아해요 바삭해서."

"그래, 명훈이 니가 스페셜리스트인데 알아서 잘 하겠지."

ETSD는 동아리 인원이 풍부하다.

즉, 인재도 골라 뽑을 수 있다.

요리를 잘하는 사람으로 말이다.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이 있는 명훈이 주방을 담당한다.

그 외에도 전부 한 가닥 하는 부원들로 채워졌다.

"해물1 치즈1 큐브1 몇 번이야?"

"그거 2번. 오래 기다렸으니까 서둘러줘."

홀.

마찬가지로 적절한 인재를 등용했다.

예쁜 여학생들이 웨이트리스를 일한다.

그에 어울리는 예쁜 복장도 입고 있다.

축제 기간에 맞춰 의상 업체에서 빌린다.

'니들이 이렇게 할 수 있다고? 어림 반 푼 어치도 없지.'

유준도 이야기를 들었다.

주식 동아리 애들이 칼을 갈고 있다.

손님 수를 늘려보려는 모양이다.

여러가지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봤자 안된다.

장사는 오기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을 것이다.

"우리 저쪽 가게 가자."

"왜? 여기가 더 싸고 사람도 많은데……"

"아니, 거기 종업원이 쩔어!"

물론 신경 쓰이는 요소는 있다.

자신들에게 찾아왔던 그 존재감이 어마어마했던 후배.

"가슴이 미친 듯이 크대!"

"에이, 커봤자 얼마나 크겠어."

"속는 셈 치고 한 번 가봐. 진짜라니까?"

일부 남자 손님들의 이목을 끌 만도 하다.

하지만 그래봤자 일부.

'우리도 귀여운 웨이트리스는 있다고.'

마침 눈에 들어온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자다.

"아니, 빨리 빨리 좀 하라니까!"

"미안……."

"미안하다면 해결이 되니?"

일이 바쁜 모양이다.

얼타는 신입생들을 이끌려면 고생 좀 할 것이다.

자신을 봤는지 손을 흔든다.

유준도 손바닥을 흔들어 응답한다.

"일 한참 바쁜데 왜 왔어?"

"명색이 동아리 부장이잖아. 확인 차."

"그래쪄요?"

"사실 우리 자기 보고 싶어서 왔지~."

자신의 눈에는 세상 그 누구보다 예쁘다.

가슴도 작은 편이 취향이다.

아무튼 그렇다.

'약간 정도는 선전할 수 있어도.'

결국 마지막에 웃는 건 자신들이다.

수익 구조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경제학과.

장사는 피땀 흘린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선배로서 가르쳐준다.

* * *

잘 나가는 셰프.

특급 호텔에서 이름 깨나 날린 주방장.

'개업하면 망하는 경우가 오히려 대부분이지.'

장사와 요리는 전혀 다르다.

일류 셰프라고 일류 음식점 주인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대 요리는 대부분 레시피화가 돼있다.

겨우 동네 장사 따위에 엄청난 스킬을 요하지 않는다

"선배!"

"뭐 하다 이제 왔어요?"

"와서 빨리 뭐라도 좀 도와주세요~."

기껏해야 인력 +1.

약간의 맛 차이는 일반 대중에게 와 닿지 않는 것이다.

'몇 년씩 죽 치고 장사하면 입소문 정도는 날 수 있겠지만.'

무슨 요리 만화도 아닌데 먹자마자 미미(美味)를 외칠 리 없다.

소문에는 시간이 걸린다.

"진짜 뭐 하다 이제 와요!"

"혜리한테 물어봐."

"혜리한테요? 아무튼 어서 일 좀 도와요!"

소라가 아무리 애써봤자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다.

도착하기 무섭게 나를 닦달한다.

'가슴만 뒤지게 커가지고.'

물론 가슴만 뒤지게 커도 어그로는 끌린다.

아니, 좀 많이 끌린다.

점포 안.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때보다 한산함이 가셨다.

그 이유는 뻔할 뻔자.

"와."

"와……."

"우와!"

흠칫흠칫 소라를 바라보는 시선이 한두 명이 아니다.

그러니까 진작에.

"스낵바라도 하라니까."

"스낵바가 뭐에요?"

"뭔지 몰라? 가르쳐줘?"

"꺄!"

소라와 어깨동무를 한다.

딱히 교우 관계를 다지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이렇게 여자 끼고 마시면 5만원짜리 술도 30만원처럼 넘어가거든.'

비싼 대가를 지불하는 이유가 있다.

가슴이 크면 클수록 술맛이 좋아진다.

언젠가 소라와 오붓하게 술 한 잔 하고 싶다.

잔이 부족하면 계곡에도 따르고.

"뭐, 뭐 하는 거에요!"

"대충 이런 곳이라고."

"진짜 한 대 맞을래요?"

재능을 개화하지 못하고 있다.

단순한 스킨십에도 꼭 쥔 주먹을 부들부들 떤다.

'이럴 줄 알았어.'

플랜A라도 했다면 그럭저럭 경쟁이 되었을 것이다.

상대도 최소 따라하진 않았겠지.

큐브 스테이크는 흔한 아이템이다.

박리다매를 하는 쪽이 무조건 이기게 되어있다.

"참을게요."

"이걸 참네."

"저 혜리한테 들었어요."

"뭐, 뭐를?"

"선배 요리할 줄 안다면서요."

요리 솜씨가 조금 뛰어난 정도?

전혀 의미가 없다.

식극의 소마처럼.

'요리 배틀 이기고 변변찮았습니다 이런 거 못한다고.'

주식 배틀이 더 재미가 있을 것이다.

겨우 요리 따위로 내 가슴을 뛰게 만들 수 없다.

털썩!

플라스틱 의자.

팔걸이가 반쯤 깨져 있지만 개의치 않고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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