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1화 (51/450)

5월.

모든 대학교들이 가장 소란스러워지는 달이다.

"너희 동아리는 뭐해?"

"우리는 뭐~~ 늘상 하던 거 하지 않을까.'

축제 기간이기 때문이다.

동아리에 소속된 인원들은 바쁘게 준비하고 있다.

그렇지 않은 일반 학생들도 예외가 아니다.

한 학과에 소속되어있는 이상.

'또 처놀겠지.'

주하는 경제학과의 과동아리 ETSD의 일원이다.

경제 문제를 연구하고 토론하는 것이 설립 취지이지만.

"적당히 술판 벌이지 않을까? 막 이래."

"깔깔! 그렇게 말해도 돼?"

"뭐 어때. 사실인 걸~."

실상은 논다.

어디 관광지도 다니고, 음식점에서 술자리를 가지는 등.

이 모든 것을 동아리 활동비로 할 수 있다.

경제 탐구라는 핑계를 대고 말이다.

광광지는 지역 경제.

음식점은 물가 조사.

기타 등등 어떻게든 끼어 맞춘다.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지만 지금은 자신도 즐기고 있다.

어차피 자신의 돈도 아닌데?

"하긴 너는……."

"응?"

"아니야. 나도 ETSD 들어갈 걸 그랬다~ 일본 가고 싶었는데."

얼마 전에는 해외 여행도 다녀왔다.

일본.

한국과 비슷한 경제 구조를 가진 일본 경제에 대해 어쩌고저쩌고.

'갖다 붙이니까 통과가 되더라고.'

꼭 가고 싶었다.

그런데 자비로 가기에는 부모님이 용돈도 안 주고, 알바는 죽어도 하기 싫고.

그래서 떠올렸다.

어차피 활동비를 마음대로 쓰는 동아리인데 자신의 마음대로 쓰는 것은 안될까?

"주하야!

"어, 오빠."

"아 그럼…… 주하야 내일 보자."

그것이 가능한 입장이 되었다.

저 멀리서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자신의 남자가 보인다.

'부러우면 니도 권력 있는 남친 사귀던가.'

동아리의 부장.

일본 여행을 갈 수 있었던 연유다.

자신이 부탁을 하니 흔쾌히 들어주었다.

"강의 빨리 끝났네."

"주하 보고 싶어서 달려왔지~ 혹시 밥 아직이야?"

"응."

"오빠랑 갈까? 맛있는데 찾았거든!"

완전 푹 빠져있으니까.

대학교 3학년.

군대도 다녀온 완전 선배지만 남녀 관계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주도권을 확실히 잡았다.

자신이 하는 말이라도 어떤 말이라도 들어줄 것이다.

"나 파스타 먹고 싶은데."

"그래? 그럼 그거 먹으러 가자! 잠깐만, 내가 맛집 찾아볼게."

'그래도 나니까 잘해주지.'

호구를 물은 기분.

하지만 관계는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도 그럴게 스펙은 괜찮다.

키도 그럭저럭 크고, 얼굴도 나쁘진 않아.

무엇보다 졸업 후 1금융권 엘리트 코스가 예정되었다.

"그러고 보니 오빠, 물어볼 거 있는데."

"뭔데?"

"우리 동아리는 축제 때 뭐해요?

학교에서의 생활도 편하다.

학과 최대 동아리 부장의 여자친구라는 입장은 권력이 있다.

"늘상 하는 거 하지. 혹시 몰라?"

"또 술……."

"정확히는 술을 팔지! 우리 동아리도 할 때는 제대로 한다고. 괜히 활동비를 많이 받는 게 아니야."

그리고 그 권력은 아무런 입지도 없이 나오는 게 아니다.

동아리의 인원 수와 활동 내역.

'으음~ 하기야 그렇긴 하겠지.'

그동안 쌓아온 게 있으니 누리는 것이다.

매년 한국대 축제에서 최대의 매출 기록을 세운다.

"다른 동아리들도 다 술 팔아요?"

"보통은……, 그렇지? 특기가 있는 학과나 동아리는 다른 걸 하기도 하지만."

그런 ETSD 부장의 여친.

그런 주하에게도 한 가지 죽도록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다.

'주식 동아리인지 뭔지 그런 찌끄레기들과는 다르지.'

최근 과동아리가 또 하나 생겼다.

ETSD에서도 일부 탈퇴 인원이 나왔다.

그년들 때문이다.

혜리와 소라, 같은 학과에 없어졌으면 싶은 존재들이 그곳에 소속돼있다.

"만약, 만약요~?"

"응? 뭔데?"

"우리가 너무 장사가 잘되면 옆에 있는 동아리들은 피해를 입겠네요?"

"하하! 그렇지! 같은 학과는 같은 부스에서 하다 보니 매년 원망을 받아."

일부 남학생들이 탈퇴한 이유.

여기에는 자신이 있는데.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내 앞에서 절대 나댈 수 없게 만들어줘야지.'

소망을 이룰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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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한국대 주식 동아리에서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있다.

"하느님."

"하느님!"

동아리실 중앙에 모여든다.

부원들이 앉아 기도를 드리고 있다.

탁!

가운데 있는 남자.

깍지 낀 두 손으로 간절히 기도문을 읊는다.

"하느님, 오늘도 정의로운 도둑이 되는 걸 허락해주세요."

마치 그렇게 보이는 광경이다.

하지만 독실한 기독교 신자와는 거리가 있다.

"가즈아!! 먹고 튀자!"

""가즈아아~~!!""

주식 때문이니까.

남자의 외침과 함께 동아리실 내부가 소란스러워진다.

'에휴.'

신앙심과는 일말의 상관도 없다.

무슨 의미의 기도인지 소라는 알고 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도박.

아니, 단타다.

동아리실 이곳저곳에서 미친 듯이 울려오는 알림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주식을 무슨 도박처럼 하고 있어.'

회사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게 아니다.

주가 등락이 심한 주식을 찾아서 차익을 노리는 것이다.

크게 두 종류.

급등주 혹은 하따로 분류된다.

후자는 공식적으로 쓰지 않는 속어다.

최근 주식 커뮤니티를 하며 알게 되었다.

과도하게 내려간 주식을 밑에서 매수한다.

"아 시발!"

"왜?"

"물렸어……."

"병신, 더 내려갈 때까지 기다려야지 키킼."

당연하게도 큰 리스크를 동반한다.

떨어지는 칼날을 맨손으로 잡는 것과도 같은 행위다.

"씨발!"

"너도 처물렸네."

"아니, 여기까지 떨어지는 게 말이 되냐고……."

운 좋게 멈춰 섰다면?

그렇다면 저가에 주식을 매수한 셈이지만, 그보다 더 아래로 떨어질 위험도 있다.

<바닥인 줄 알고 사는 놈들, 지하실 구경하게 될 겁니다.>

영화 작전의 명대사대로 말이다.

그리고 현실에는 지하실 밑에 암반도 있고, 맨틀도 있고, 내핵까지 존재한다.

꿀꺽!

애초에 떨어지는 주식에는 이유가 있다.

누군가 이 주식을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팔았다.

그리고 그 이유는 시장에 공개되지 않기도 한다.

정보가 빠른 기관들이 개미들에게 물량을 떠넘기는 것이다.

'후우……, 정말.'

한국 주식 시장의 생태계.

그것을 알게 된 이후 소라는 조심성이 많아졌다.

주가가 낮은 주식은 더 내려갈 것 같다.

주가가 높은 주식은 공매도를.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그러한 위험성을 인지하자 미친 짓으로밖에 안 보인다.

자세히 알지도 못하는 주식으로 단타를 치는 건.

"야 너 혼자 뭐 하는데!"

"호가창 보고 있어요."

"호가창을 왜 봐! 빨리 주식을 사야지. 돈이 복사가 되는데!"

"네, 네~."

"방금 신라젠 샀으면 바로 5% 먹은 거잖아!"

그런 자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분명 알 거라고는 생각한다.

'그 말 듣고 샀다가 물리면 놀릴 거면서.'

일부러 심란하게 만드는 것이다.

찬욱이 하는 말에는 대부분 의미가 없다.

가끔씩 날카로운 건 날카롭고 싶은 순간만.

평소에는 전혀 안 도와준다.

"너도 빨리 와서 루루팡 하라니까!"

"루루팡이 뭔데."

"루루팡! 루루피! 루루~ 얍! 너 천사소녀 네티도 안 봤어?"

"그게 뭔데 씹덕아."

뻐큐를 날려준다.

저 인간의 말을 하루종일 듣고 있으면 정신병에 걸릴 것이다.

'세뇌가 되던가.'

동아리원들은 곧이곧대로 듣고 있다.

그도 그럴게 단타를 쳐서 꽤나 짭짤하게 번다.

현실적인 금액.

100만원, 200만원으로 하루 알바비를 30분만에 벌어버리니 혹할 만하다.

"물린 거 어카냐……."

"팔 때까지는 잃은 거 아니야!"

그것을 따라한 동아리원들.

번 사람도 있지만, 절대 다수는 저런 신세다.

단타는 확실히 매력적이다.

하루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목돈을 벌 수 있다니.

그에 상응하는 리스크가 반드시 따른다.

글자 그대로 도박이나 다름없다.

"내일 쏠 때 빠져나가 봐야지."

"너 저번에 그 소리한 거 아직도 물려있지 않냐?"

"닥쳐."

물론 알고 있다.

세상은 넓고, 여러가지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오직 감으로 승부한다.

단타로 수익을 내는 고수들이 실존한다.

'차트와 호가창에서 무언가를 읽어내는 걸 수도 있고…….'

주식을 살 것도 아닌데 호가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이유다.

남들이 한다면, 자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소라는 실전 주식 투자에 대해 여러가지 공부를 하고 있다.

하면 할수록 늘어만 가는 건.

"후우…….'

의심.

무지.

새로운 지식들을 알게 되자 기존에 알던 것들이 다르게 보인다.

그 과정에서 또 새로운 걸 알게 된다.

정보가 쌓여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정보 과잉.

이론적인 지식을 현실에 대입하기 위해서는 난관이 한두 개가 아니다.

"소라는 주식 안 사?

"아 안 한다고!"

"난데."

"미안."

"소라 짜증 좀 많아진 거 아니야?"

"……."

혜리였다.

무슨 생각인지 주식 동아리에 들었다.

그 정도가 아니라 동아리의 장을 맡고 있다.

"그 인간 때문에……."

"욱오빠?"

"자꾸 짜증 나게 하잖아. 혜리는 그 인간한테 뭔 일 안 당했어?""

"글쎄……, 당했다면 당한 걸 수도 있고."

"?"

눈길을 피하는 혜리의 심정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겠다.

"좋은 면도 있어!"

"있다고?"

"욱오빠가 지난번에 추천해준 대룡캐피탈 엄청 올랐어!"

알려주지 않는 건 자신뿐.

동아리원들에게는 이것저것 잘 가르쳐주고 있다.

혜리에게는 대놓고 픽까지 해준 모양이다.

비슷한 짓을 했기에 할 말은 없지만.

'시발놈.'

자신한테는 놀리기밖에 안 한다.

자존심을 굽히고 물어봐도 성희롱 or 헛소리.

그래서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그 과정이 상상 이상으로 너무 힘들다.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학업 과열과 주식 슬럼프에 빠져있는 소라에게.

탁!

혜리가 무엇인가를 내민다.

깔끔한 컬러로 인쇄된 팜플렛 같은 것이었다.

"어, 이건……."

"곧 축제잖아! 공부 좋지만 가끔은 숨도 돌려야지 히히."

대학 축제.

그러고 보면 그랬다.

한다는 소리를 들은 기억이 있다.

혜리가 밝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한다.

축제 때 분명 재밌는 일이 많을 거라고.

'내가 너무 인상을 구기고 있었나.'

분명 자신을 신경 써준 것일 테다.

그녀의 성격이라면 그러고도 남는다.

아직 자신은 학생.

조급하게 생각하기 보다 천천히 배워나가야 하는 시기다.

"그럴까?"

"응응!"

"안돼!!!"

조급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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