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소비자가 만족하고, 사회적으로도 인정된 이상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런 일이 세상에는 비일비재하다.
작은 음식점 규모라면 애교일 수 있어도.
"내가 방금 말한 것을 조그만 음식점이 아닌 대기업 단위로 한다고 하면 믿어져?"
"대기업이요?"
"더 악독하지. 듣고 보면 기가 막힐 정도로."
의외로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는다.
자신이 얼마나 사기를 당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무관심이 있기 때문에 성립할 수 있는 거야.'
경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그렇게 되어있다.
투자자는 사기에 현혹되지 않고 진실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너는 투자자가 뭐라고 생각해?"
"주식 같은 거 투자하는 사람?"
"투자자는 물건의 가치를 정하는 사람이야."
"가치요……?"
"모두가 Yes라고 할 때 혼자 No를 외치는 것이 업무의 주된 내용이지."
그것이 음식이든, 선물이든, 주식이든간에 말이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가야 한다.
그것은 쉬운 길이 아니다.
때로는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하고, 세간의 비난에 휩싸일 때도 있지만.
"자, 진실의 빨간 약을 먹을 준비는 되었나?"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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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 왕래한다.
"여기는 빵집이야. 많은 사람들이 빵을 파는 것이 주업무라고 착각하고 있지."
"그럼 뭘 파는 데요?"
"시세."
"?"
앞서 찾아왔던 빵집.
파리에는 없고 한국에는 많은 그 프랜차이즈에 말이다.
'요즘은 파리에도 지점이 생겼다고 들었는데.'
중요한 건 이 사업체의 영업 방식이다.
어디서 매출이 나올까?
"여기 가끔 이용하는데."
"그래?"
"직접 먹으러 오진 않고 저기요나 배민 같은 데서 세일 할 때."
프랜차이즈 특!
세일을 자주 한다.
그것도 어처구니없는 수준으로 말이다.
'매장 가서 사는 것보다 더 쌀 지경으로.'
그렇게 팔면 남는 게 있나?
쓸데없는 걱정을 해주는 소비자들이 있다.
"그럼 그런 걸 왜 해준다고 생각해?"
"그야 프랜차이즈니까? 대량으로 유통할 테니 박리다매하면 마진이 남을 듯."
"하아……, 그건 일반인들의 생각이고."
"??!"
나름대로 경제학과.
수현의 이야기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일리는 일리 커피에서나 찾고.'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음흉한 어른들의 속셈이 숨어있다.
점유율이 목적.
파리빵집이 싸게 팔수록 경쟁자들은 시장에서 하나둘 사라져 간다.
'출혈 경쟁으로 몸집을 키운 회사야.'
베이커리 시장의 61%를 차지한다.
대한민국 어디를 가도 파리빵집을 찾아볼 수 있는 이유다.
"그 뿐만이 아니지. 마트에서 파는 호빵, 호떡, 보름달, 크림파이, 심지어 로켓몬 빵까지 어지간한 빵은 다 여기 모회사 소속 기업들이야."
"생각보다 엄청 큰 규모의 회사네요."
"이 제품들의 공통점이 뭘까?"
"전부 빵……? 아!"
이제서야 이해가 되는 모양이다.
파리빵집을 비롯해 제빵 업계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으니.
'대한민국 빵 가격의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
다른 업계는 경쟁자라도 있다.
그런데 혼자 다 해먹고 있으니 눈치 안 보고 가격을 올릴 수 있고.
『세계 빵 가격 순위』
1. 한국 $15.59
2. 스위스$6.45
3. 파리$6.33
4. 노르웨이$5.52
5. 이스라엘$5.10
6. 홍콩 $4.16
7. 호주 $3.99
그 결과.
세계에서 빵 가격이 가장 비싼 나라가 되었다.
세금을 50%씩 떼가는 북유럽 복지 국가들 귀싸대기를 때린다.
"여기는 치킨집이야. 마진 안 남는다고 노래를 부르는 주제에 매년 영업이익률이 상승해서 고부가가치 상품인 반도체의 뺨을 후리는 곳이지."
"엄청 버는구나."
치킨집도 비슷한 사기를 치고 있다.
작정하고 따지면 절대 비쌀 이유가 없는 음식이다.
"근데."
"응?"
"치킨은 독점이 안되잖음? 유명 프랜차이즈만 해도 고촌, BB탄, BHQ 등 많고. 시장 원리에 따라 가격 정상화가 이루어져야 하는 거 아님?"
"하아……."
"?"
"순진무구한 생각이구나."
날카로운 지적이다.
대기업 추가 진입 규제로 독점이 유지되는 제빵 업계와 달리 치킨 업계는 유명 프랜차이즈가 많고, 매년 또 새로운 프랜차이즈가 들어선다.
'그래서 겉보기에는 자유 경쟁이 이루어지는 거 같지.'
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일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소비자들이 모르는 곳에 담합이 이루어진다.
"치킨 프랜차이즈는 많지만, 닭을 유통하는 회사는 소수지."
"아!"
"맞아. 그 둘의 이해 관계가 일치하는 거야."
유통 기업.
하람, 마니키, 채리브로 등 몇 곳 되지 않는다.
닭 가격을 지들끼리 짜고 쳐서 올리는 게 가능하다.
"그럼 치킨집은 손해 아님?"
"치킨집에는 싸게 주지. 그리고 소매가는 올리지. 그럼 어떤 일이 일어날까? BB탄 치킨 회장이 가끔 하는 개소리 들어본 기억이 있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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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값을 왜 올려야 하냐면요~?
닭 1마리가 4160원, 가공 비용이 1000원, 물류 비용이 또 2~3000원 들어요.
여러분 이마트에서 닭 1마리 사드시려고 7~8천원 내실 텐데 저희는 조리까지 해야 합니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과 좋은 원재료만을 고집하고 있고, 인건비도 나가기 때문에 치킨 가격을 올리는 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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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값을 이래서 올릴 수밖에 없다!
소매가랑 비교하면 그럴 듯하다.
선동 자료로 이용하기 딱 좋다.
'소비 기업과 판매 기업이 업계를 장악하고 이권을 나눠 가지는 구조지.'
소위 말하는 '해먹는' 부분.
기업들끼리 형님, 아우 하면서 챙겨주는 것이다.
"참고로 파리빵집은 더 악독해. 자회사 중에 밀가루 제조 회사가 있어서 혼자 다 해먹어."
"……."
"기업은 밀가루 비싸게 팔아서 떼돈 벌고, 부담은 점주들한테 떠넘기는 거지. 세일을 왜 많이 해주냐고? 겁나게 많이 남기니까."
피해를 보는 건 주주들도 마찬가지다.
와 저거 원가 많이 남을 거 같은데? 하고 들어가면 물리기 딱 좋다.
'대한민국에 이런 기업이 진짜 많아.'
길거리를 돌아다니기만 해도 눈에 밟히는 업체가 한두 곳이 아니다.
흔해 빠진 이 세계의 진실이다.
"일부 과장도 있을 것 같은데……."
"이런 관점도 있다는 거지. 주식을 하다 보면 이런 게 보여. 글자 그대로 세상이 달라 보이지."
설마?
처음 듣는 사람은 믿어지지 않을 수 있다.
무슨 쌍팔년도도 아니고 그런 일이 일어나나.
21세기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
세계 6, 7위를 다투는 군사 대국.
글로벌적인 기준으로 봐도 못났다고 할 수 없는 나라다.
하지만 경제 시스템은 아직 많이 발전해야 한다.
"나라에서 제재 안 해요? 법적 근거가 있을 것 같은데."
"하지."
"근데 왜……."
"벌금 내는 것보다 벌어 들이는 게 더 많으니까."
이론적으로는 빈틈이 없다.
기업들의 비윤리적인 이윤 추구는 법치사회의 질서가 완벽하게 관리한다.
실제 세상이 굴러가는 모습은 다르다는 이야기다.
가진 자는 더 부유해지고.
"없는 자는 더 가난해지고……."
"부익부 빈익빈. 많이 들어봤지? 정치가 썩어서 그런 기업들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누가 해야 할까?"
"누가 해야 하는 데요……?"
"바로 투자자야."
법적으로 안되면 뭐해?
그걸 피해갈 편법은 쌔고 쌨다.
최악의 경우 정치인에게 뇌물을 주고 법 자체를 바꿔버리기도 한다.
그것을 정경유착이라고 부른다.
그렇게 힘 있는 자들이 세상을 쥐락펴락할 때.
투자자는 '주가'라는 이름으로 심판할 수 있다.
'공매도도 그래서 있는 거고.'
왜 이렇게 주가가 내려가지?
조사를 해봤더니 부실 기업으로 탄로난 사례가 많고,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얼핏 도박꾼 같기도 한 투자자가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기업의 가치를 누구보다 냉철하게 판단한다.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아요."
"뭘?"
"어째서 주식이 재밌다고 했는지."
"그치?"
말투.
아마 무심에서 비롯되었을 혀 짧은 말투를 쓰지 않는다.
딱딱함이 가시고 생기가 도는 것 같다.
눈을 빛내고 있다.
"처음부터 그렇게 설명해줬으면 제가 오해할 일 없었잖아요."
"처음부터 말했으면 재미가 없지."
"음~ 그렇긴 할 듯."
투자자로 산다는 것.
남들과 다른 시선을 가진 채 세상을 바라본다는 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남들은 아니라는데?
왜 너만 그렇게 생각해?
그런 상황에서 이성을 유지하는 것부터 말이다.
'그래서 더 재미가 있지.'
남들이 보이지 않는 게 보인다.
영능력자가 별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일상 속에서 비일상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으로 돈도 벌고, 명성까지 얻는다.
"납득했어?"
"네."
"세상에 주식만큼 재밌는 건 없어. 이건 내가 보증해."
"네."
내 말을 경청하고 있다.
뭔진 모르겠지만 말을 잘 듣기로 한 모양이다.
'그래, 누구누구씨랑 달리 말귀 잘 알아들어서 좋네.'
한 번 말할 걸 두 번 말하게 하진 않아야지.
본인이 원했던 대로 납득을 시켰으니 돌아가려던 찰나.
"뭐하냐."
"네?"
"니 집 이쪽 방향 아니잖아."
"아, 그게…… 좀 더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내 옷깃을 살며시 잡아온다.
옆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눈치를 본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잠깐 이거 설마 그린라이트인가?'
남자친구가 있다.
하지만 그 말이 킹능성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고학력의 여자일수록 자아 실현 욕구가 높다.
그것을 이뤄준다면.
"물어보고 싶은 게 뭔데."
"여러가지요."
"아, 여러가지…… 배워야 할 게 많을 때긴 하지 크흠."
여자는 쉽게 넘어온다.
시인들이 괜히 여자를 잘 꼬시는 게 아니다.
'뭐, 아직 스무 살이기도 하고.'
때 타지 않은 나이.
남친 있는 건 다소 아쉽지만, 그래서 더 좋은 부분도 있다.
"와봐."
"왜요?"
"머리 감았어?"
"당연히 감았죠. 설마 안 감았게요?"
스킨십에 익숙하다.
가슴만 쳐다봐도 발작을 하는 누구랑은 다르다.
차랑차랑하다.
긴 생머리를 타고 손이 미끄러진다.
중독성 있는 촉감이다.
'회사에서 이런 비서 데리고 다니면서 쓰고 싶을 때마다 쓰는 게 CEO들의 로망이거든.'
얼굴 예쁘고, 몸매 좋고, 일까지 잘하면 금상첨화다.
그런 인재가 희귀하긴 하지만.
"주식. 아직 잘 모르겠지만 해볼 가치가 있는 일인 것 같아요."
"그래?"
"머리 헝클어진단 말이에요."
"귀여워서 그래."
내가 키우면 그만.
주식에 관심이 있다면 그건 내 전문 분야다.
'나를 사랑하게 만들면 되잖아.'
사랑과 존경이란 감정을 착각하기 쉬운 시기다.
잘 구슬려 삶을 수 있다.
끼익−!
자취방으로 돌아간다.
대학생 남녀가 단둘이 있을 때 할 짓은 하나 뿐이다.
"혹시 술 좀 마실 줄 아나?"
"술이요? 동기들 마시는 만큼은 마셔요."
"와인이라거나."
"와인?"
술 먹기.
떡 치기.
마시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되어있다.
뽀옹!
분위기가 있다면 더더욱.
아까 리조또를 만들 때 썼던 화이트 와인을 딴다.
'원래 여자는 분위기 만들어주면 넘어오게 돼있어.'
파스타를 원가의 10배씩 주고 처먹는 이유다.
그게 다 분위기 비용이다.
취미가 술.
고급진 아이템은 충분히 있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오빠."
"응?"
"처음 왔을 때는 경황이 없어서 신경 못 썼는데."
"뭐가."
"집이 좀 난장판인 듯."
"……."
조금 안 치우긴 했다.
일반인의 시점에서는 그렇게 보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투자자의 시점에서는 효율적인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