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냥 탈출하렵니다
─내린 건 30% 오른 건 3% ㅋㅋ
─다음 주에 더 크게 내릴 단두대 만드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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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토방에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공포에 떨고 있다.
부정적인 면만 크게 보인다.
─저는 그냥 탈출하렵니다
20일선 추세 전환을 하지 못한 게 크네요
그나마 반등 줄 때 저는 탈출하고
오늘 내린 오성전자나 추매요~
└아 그렇네요 20일선이 ㄷㄷ
└오성전자 좋죠. 근본 없는 똥해놈이랑은 비교가 안되는 주식입니다!!
└저도 오늘 손절 ㅠ
└어그로 끄는 그 새끼 말처럼 8층 가기 전에 내리는 게 답일 수도……
'라고 쓰면 손절하는 사람이 더 생기겠지.'
그것을 부추긴다.
채찍과 당근.
적절히 쓰면 종토방 하나 흔드는 건 일도 아니다.
90% 이상의 투자자가 스스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들이 그렇다면 그런 줄 안다.
'이렇게 20일선이라느니 그럴 듯한 용어 쓰면 덜컥 믿어버려.'
자신은 다르다.
개미들과 반대로 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하락장 한 번 겪으면 어느새 군중 심리에 휘말려있다.
주식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판은 전부 깔아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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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철강』
11,150 ▲100 (+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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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공포가 있다.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투자를 안 한다면.
'투자자의 자격이 없는 거지.'
투자는 확률이다.
정보를 모으고, 호가창을 들여다 보고, 주식 커뮤니티를 찾아 뒤지는 건 확률을 높이기 위함이다.
그리고 확신.
올라갈 거라고 믿는다.
손절을 하지 않고 고스란히 물량을 가지고 있자.
'갭상승이라.'
다다음날 드디어 반응이 온다.
장전 호가창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전날의 종가보다 높은 가격에서 시작한다.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딱 봐도 전강후약 패턴
─어제 US스틸 하락 (냉무)
─장초에 꽂습니다. 동해놈 패턴 아시죠?
─손절하고 더 낮은 가격에 다시 사야겠다……
.
.
.
공포에 절어있는 개미들에게는 마지막 탈출 기회로 보이게 된다.
그동안 내린 것만 봤으니까.
─개미님이 시장을 떠났습니다.
개미님이 시장을 떠났습니다.
개미님이 시장을 떠났습니다.
장이 시작하기 무섭게 손절.
그렇게 기관들이 원하고 원하던 기술적 반등의 상황이 만들어진다.
'음 좋아.'
전날, 그리고 전전날의 매매를 통해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 오르는 건 찐반등이라고 말이다.
─기관님이 학살 중입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기관 매수세가 들어온다.
외국인도 어제에 이어 매수.
사는 사람밖에 없으니 주가는 빠르게 오른다.
'문제는 매도 타이밍인데.'
나를 따라 사고 있는 그놈.
슬슬 오르기 시작하는 이 시점에 판다면 재미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1주일이나 시간을 들여 작업 친 것 치고 시시하다.
막판에 한 번 더 불을 지펴 넣는다.
* * *
'하……, 이 새끼 봐라.'
개미투자증권.
김덕수는 최근 한 개미를 주목하고 있다.
최근 몇 달 신기할 정도로 수익률이 좋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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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손익: +86,900,891
5월 수익: −209,156,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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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개미를 쫓아다녔다.
그 결과, 자신은 꽤나 짭짤한 수준의 수익을 먹을 수 있었지만.
'이 새끼도 슬슬 아는 거지. 아 내가 이 정도밖에 안되는 놈이 아닌데~.'
반대로 그 개미는 평소 같지 않을 것이다.
수익이 평소처럼 잘 나지 않는다.
아니, 손해를 보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 접어들면 경험 적은 개미들은 조바심을 낸다.
경험이 많은 개미들은 아예 한동안 쉰다.
현실에서 놀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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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욱님의 계좌』
동해철강│18,892주│+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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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은 전자.
하지만 아주 간단히 발라 먹을 바보는 아니었다.
'신용은 안 쓰고 있네.'
녀석이 빠르게 돈을 불릴 수 있었던 비결.
주식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거는 게 있어야 한다.
세상 모든 일, 특히 주식에서는 리스크와 리턴이 비례한다.
신용 매수를 썼다.
현금 혹은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행위다.
'아직까지는 확신이 안 든다. 그거겠지.'
큰 돈을 번 개미들은 대개 이 신용 매수를 사용한다.
시드를 곱절로 만들 수 있으니 당연하다.
그에 비례하는 리스크.
즉, 지금 동해철강은 신용을 써서 올인할 만큼의 메리트를 가지고 있지 않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적당량만 추매한다.
아니나 다를까 썩 의미 있는 수준의 상승을 하지 않는다.
'아니, 씨이…….'
이틀을 거의 공쳐버렸다.
일반 트레이더에게는 별일이 아니어도, 기관 트레이더에게는 치명적이다.
수익을 내야 한다.
기관이 트레이더에게 어마어마한 시드 머니를 빌려주는 건 돈을 벌라고 하는 것이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잘릴 수 있다.
김덕수는 최근 극심한 압박에 시달리는 중이다.
'이번 달 아직 마이너스란 말이야.
외국인들한테 당한 내상을 채 회복하지 못했다.
최소 2억은 더 벌어야 본전.
당장의 수익이 시급하다.
그런데 믿었던 개미 녀석마저 지지부진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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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철강』
11,200 ▲50 (+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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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도 안되는 종목이 있나 보네.'
동해철강만 들고 앉은지 3일째.
시총도 무거워서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개잡주는 자신이 조금만 매수해주면 주가가 출발한다.
그때 다 팔고 내려오는 식으로 수익을 보았다.
녀석의 종목을 알아보는 눈과 자신의 자금력이 합쳐진 결과다.
그 쏠쏠한 수익을 못 보고 있다.
'오늘도 시세 분출 안 하면 걍…….'
다음날.
뚱한 얼굴로 사무실 데스크에 앉은 덕수는 생각을 곱씹는다.
사무실 내에는 다른 트레이더들도 있다.
선배, 후배 기타 등등.
얼굴이 좋아 보인다.
수익을 내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이라도 종목을 갈아타야 하나 마음이 번잡하던 찰나에.
'오!'
갭상승으로 시작한다.
역시나.
그 불개미 자식이 죽자고 들고 있던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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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체결│이찬욱│ 동해철강 │89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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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매수까지 해댄다.
매수벽을 뚫으며 상승에 힘을 보태기 위함이겠지만.
'고맙다 새끼야! 잘 먹을게?'
그것을 다 보고 있다.
덕수는 미리 세팅해둔 프로그램으로 바로 추격 매수에 들어간다.
현금은 다 썼다.
이번에는 신용 매수다.
확실하게 올라가는 거니 베팅을 한 거겠지.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
.
.
녀석이 물량을 쓸어 담기 전에 먼저 선수를 친다.
뒤늦게 따라 들어오지만 늦었다.
'싹 쓸어버렸고. 외국인도, 기관도 따라 들어오고 있고~.'
개미들도 바글바글 몰려들어온다.
이러한 그림을 보고 매수했던 것이다.
매번 몇십%씩 처먹고 있던 이유가 있다.
거래량이 줄어들 때쯤 매도 타이밍을 잡으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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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체결│이찬욱│ 동해철강 56,97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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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떠오르는 알림.
그 믿기지 않는 소식에 덕수는 뇌정지가 온다.
'어, 시발! 왜 바로 던지는데?!'
사흘 동안 가지고 있었다.
신용으로 풀매수까지 했다.
그것이 바로 직전.
지금 던져봤자 신용 매수한 물량은 거의 본전일 것이다.
상승 흐름만 망치게 된다.
무려 6억에 달하는 주식이 한 번에 풀리면.
─외국인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쿼드라 킬!
키우던 개미에게 손을 물려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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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는 짓이다.
'단순히 시드가 곱절로 늘어나는 게 아니야.'
돈이 얽힌 일이 그렇게 간단히 굴러갈 리 없다.
남이 돈을 대놓고 먹겠다는데.
그걸 지켜보고 있을 착한 주포가 어디 있을까?
반드시 조정을 주며 흔든다.
'신용 털고 간다'는 소리가 여기서 나온다.
시드가 적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시드가 많을 때는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내 계좌를 지켜보고 있는 놈이 있다면 더더욱.
─기관님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신용 매수를 하기가 무섭게 추매가 들어온다.
추격 매수.
나를 따라서 주식을 사는 것이다.
'사실 지켜보지 않아도 지표로 뜨지.'
'신용 비율'이라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신용은 신중하게 써야 한다.
자신의 패를 까놓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위.
하지만 상대의 노림수가 뻔하다면.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역으로 맥이는 것도 가능하다.
가지고 있던 주식을 전량 시장가로 던진다.
그것을 받아준다.
나를 따라 추격 매수하는 녀석이 있는 덕분이다.
'중견 기업이기도 하고.'
내가 괜히 개잡주가 아닌, 조 단위의 기업을 산 게 아니다.
개잡주는 호가창이 얇다.
한 칸에 많아야 몇천만 원.
6억을 한 번에 던지면 4~5%는 밑지고 팔아야 한다.
중견 기업은 끽해야 1~2% 정도다.
그렇다고 후폭풍이 없다는 소리는 아니지만.
─외국인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쿼드라 킬!
차익 실현이 쏟아져 나온다.
갑작스레 낙폭이 생기자 투심이 변한 것이다.
'원래 스켈핑은 눈치 게임 같은 거야.'
모래 뺏기 게임.
모래성을 쌓고, 깃발을 꽂은 뒤 모래를 번갈아 치우다 깃발을 먼저 쓰러뜨린 사람이 지는 간단한 놀이다.
처음에는 여유가 있다.
첫 바퀴 돌 때는 게임 언제 끝나나.
누군가 한 명이 돌발 행동을 저지를 때 상황이 급변한다.
─펜타 킬!
마지막 투심 처치!
외국인님은 전설적입니다……!
갑자기 훅!
후룸라이드처럼 급강하를 한다.
흔드는 줄 알고 매수하는 녀석들은.
'다 물렸지.'
외국인 물량이다.
외국인은 지난 며칠에 걸쳐 차곡차곡 물량을 모아왔다.
즉, 얼마에 팔아도 이득.
사람들이 받아줄 때 처분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
---------------------------------------------+
『동해철강』
11,800 ▲600 (+5.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