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배를 꾹꾹 누르다.
쏙 들어간 배에는 한 치의 나태함도 없다.
주식존예여신이라는 것도 거짓말은 아니다.
오히려 진실에 가깝다.
'물론 현실에서는 티를 내진 않지만.'
외모에 대해 자부심이 없을 수가 없다.
아줬씌라고 한 것도 팩트다.
쭉 둘러보니 평균 연배가 높아 보인다.
그렇게 정하게 된 컨셉이다.
인터넷에서만 다른 자아.
소라는 이곳 커뮤니티에 완벽히 적응했다.
타닥,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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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Liquidity Provider): 유동성 공급자.
금융 상품에 대한 매매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매도∙매수 호가를 지속적으로 제시하는 시장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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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시장에 상장된 회사는 한두 곳이 아니다.
파생 상품까지 생각하면 헤아리기도 어렵다.
그 많은 주식들의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도움을 주는 존재가 있다.
상점으로 치면 주인.
'시장 조성자? 그런 게 있었어?'
'기관'들이 담당한다.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모든 자산들을 사들여 각각의 상점에 비치한다.
아니, 주식에.
프로그램이 지수, 선물, 뉴스 등을 추종하며 자동으로 시장을 활성화시킨다.
그 개념을 커뮤니티에 대입한 것이다.
글을 자주 올리는 사람들을 LP라고 부른다.
'음…….'
평소에는 듣지도 못했던 것.
공부해도 응용하기 힘든 지식.
친숙해지며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긴다.
그냥 암기하고 넘기는 게 아닌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한다.
기관들은 LP를 담당해주는 대신에.
'여러가지 혜택이 있구나. 와! 거래세를 하나도 안 내?'
철강주에 물렸을 때.
엄청나게 궁금했던 것이 있다.
쟤네들은 뭔데 만 주씩 휙휙 팔아 대지?
그 의문이 드디어 해소되었다.
개미가 1천만 원 어치의 주식을 매수했다 팔면 0.25%의 세금을 낸다.
같은 가격에 팔아도 2만 5천 원이 날아가는 것이다.
기관은 내지 않는다.
시장 조성자의 지위를 바탕으로 주가를 자유롭게 주무를 수 있다.
이를 공매도와 연계한다면.
꿀꺽!
어째서 선배가 공매도를 그토록 강조했는지.
시장 돌아가는 구조를 조금 알았을 뿐인데 실감이 된다.
무섭다.
개미들은 버스 뒷좌석에 앉아 이 버스가 어디로 갈지 떠들고 있지만, 사실 버스가 어디로 갈지 정하는 건 사실 운전자의 마음이다.
─한국 주식 장투 하면 안되는 4가지 이유.txt
1. 기술력을 보고 투자→ 물적분할 시전
2. 미래 성장성을 보고 투자→ 배임, 횡령 시전
3. 재무제표를 보고 투자→ 분식회계 시전
4. 실적이 잘 나와서 투자→ 킹반영
알고 있으라고 ㅇㅇ
└장투를 해? 뷰지야?
└킹반영이 ㄹㅇ 개같지 개관 씹새끼들 2주 전에 실적 다 받고 주가 조작하잖아
└그래서 여기 단타 치는 놈들밖에 없음 ㅋㅋㅋㅋㅋㅋㅋ
└개잡주가 오히려 안전하다
어째서 한국 주식에 투자하지 말라고 했는지.
나라 시마이라고 그렇게 떠들었는지.
'후우…….'
이제야 이해가 된다.
주식 시장은, 특히 한국 주식의 난이도는 상상하던 것 이상이다.
《뭐, 가치 투자를 한다고? 너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선배가 했던 이야기는 일말의 과장도 없었다.
이것이 주식 시장에서 개미의 위치.
주식으로 수익을 내는 것에 더더욱 자신이 없어진다.
하지만 모든 개미가 돈을 잃는 것만은 아니다.
이곳 한국 주식 갤러리의 이용자 중에는.
─손절이 뭐냐? 익절은 안다
[당일 수익 인증.jpg]
손으로 절을 한다는 뜻인가?
└이걸 결국 수익을 보네 ㄷㄷ
└와 형님 차트 보는 솜씨가 기가 막히시네요!
└라고 할 때 살 걸……
└리딩좌 못 믿은 흑우 없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부 네임드들이 있다.
지금 보고 있는 글을 쓴 '리딩데드캣바운스'도 그중 하나.
'리딩방을 운영한다고?'
괜히 저런 닉네임을 지은 게 아니다.
리딩방.
주식 투자자들을 모은 카톡방을 운영한다.
오를 주식이 무엇인지.
방장이 점찍어주는 곳이다.
소정의 대가를 받고 말이다.
으득!
대부분 사기.
주식 관련한 이야기를 안 해주는 아빠도 리딩방만큼은 조심하라고 하셨다.
'진짜 미친놈들이 많구나.'
승률이 좋다.
커뮤니티 내에서 인지도도 두텁다.
일부 유저들 사이에서 신처럼 떠받들어 모셔지고 있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면 누구라도 혹할 만하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은 거부할 것이다.
'주식은 자신의 생각으로 하는 거야.'
돈이 아닌 꿈.
한 명의 트레이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남한테 도움만 받아서는 턱도 없다.
〔한국 주식 갤러리〕
─손익좌 떴냐?
─손익좌 잃은 거 보고 싶으면 개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새끼 또 돈복사 했겠네
─인증 올라오는 거 보기 무섭다 ㄷㄷ
.
.
.
스스로 수익을 내고 싶다.
그것도 한두 번의 우연이 아닌 진짜 능력으로 말이다.
'손익좌!'
또 한 명의 네임드다.
하루에 한 번 장이 끝나고 인증을 올린다.
─2017 · 05 · 21 손익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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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손익: +23,718,238
누적 손익: +238,817,698
+---------------------------------------------
+11%
└오늘도 벌었네 씹새끼
└시발 좀 꼴으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무친놈
└수익률 두 자리 존나 꼴 받네 ㅗㅗㅗㅗㅗㅗ
수익 인증.
자신이 오늘 시장에서 얼마만큼의 돈을 벌었는지 말이다.
본래라면 자랑밖에 안될 행위.
하지만 그것이 몇 날 며칠이고 이어진다면.
'우와……, 시드가 처음에 50만 원밖에 안됐구나.'
특별한 감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의 수익률에 매료된 건 자신뿐만이 아니었다.
─손익좌가 진짜 미친 게
처음 나타난 게 3개월쯤 전이었는데
쥐좆 시드에서 어느샌가 천만 원대 만들더니
지금 벌써 2억이 넘어감 ㄷㄷ
└복리의 마술이지
└그때 쥐좆 시드라고 무시하던 애들 지들이 쥐좆 됨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매일 인증 올라오는 거 안 봤으면 못 믿었을 텐데
└어케 했노 ^^ㅣ발련ㄴ아
일종의 추종자가 생긴다.
그의 놀라운 수익률은 연일 화젯거리다.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남들의 놀라는 수익률을 내는 트레이더가.
'대체 무슨 주식을 매수했지?'
딱히 리딩방처럼 알고 싶은 게 아니다.
매매 기록을 보면 참고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주식을 어떤 생각으로 매수했는지.
게시판을 검색해보니 관련 화제도 역시 있었다.
─손익좌 동해철강 매수했나 본데?
종가 기준
3일 전: +2.3%
2일 전: +0.9%
1일 전: +0.4%
그리고 오늘 11%
딱 동해철강 존버하다가 고점에서 턴 듯
└와 이거 맞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똥해 망한 거 아니었음?
└이런 거 찾아내는 애들도 신기하다
└20일선 올라타고 반등했구나 ㅅㅂ 살 걸
얄궂게도 아는 주식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매매하는 사람도 안다.
'동해철강? 설마…….'
지나친 기우일 것이다.
다음화 보기
개미는 시장에서 가장 약한 존재다.
<누가 주식 사라고 등 떠밀었냐? 주식은 전쟁이야. 미사일 오고 가는 전쟁터에 딱총 하나 들고 뛰어들겠다는데 누가 말려?>
영화 작전에서 나오는 명언대로다.
쓰고 있는 무기의 규격부터가 다르다.
'시드도, 특권도, 정보력도.'
모든 부분에서 뒤쳐진다.
항상 손해 보는 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개미가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하지만 그 말이 이길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최근 확실히 고전을 하고 있다.
'내가 동해철강에 들어가니까.'
추가 매수 세력이 들어왔다.
그놈.
나의 계좌를 감시하고 있는 녀석이다.
그 눈치 없는 녀석 때문에 판이 망가졌다.
기관들이 사려고 들질 않는다.
'괜찮아.'
여기까지는 예상했던 내다.
내가 괜히 기술적 반등을 노리고 있는 게 아니다.
〔종목토론실− 동해철강〕
─에혀 좀 올라가나 싶더니 발기 부전 걸린 거시기 마냥 팍 죽네
─똥해놈이 그럼 그렇죠
─안될 주식입니다
─개미 꼬시는 거니 절대들 타지 마세요 ㅠㅠ
.
.
.
개미들의 심리도 둔하다.
애무 수준의 상승으로는 공포 심리를 지울 수 없다.
'예를 들어서 맨날 삥 뜯고, 괴롭히던 일찐이.'
우리 ○○이랑 친하게 지내볼까?
이러면 찐따 입장에서 '나와 친해지고 싶구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체 무슨 꿍꿍이지.
삥을 더 뜯어가려고 하나.
그런 공포가 드는 것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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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철강』
11,050 ▲250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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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장만 처맞던 개미들도 같은 심정을 느낀다.
약간의 상승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것이다.
'조급할 필요 없어.'
애초에 장기전을 기획했다.
천천히 호가창의 움직임을 보면서 흐름을 쫓아간다.
언제까지?
입질이 올 때까지.
주가가 오를 때는 당연히 전조가 있다.
─외국인이 학살 중입니다!
더블 킬!
이를 테면 외국인들이 들어오는 식.
물론 이것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된다.
''개미들은 외국인이 매수하면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데.'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는 큰 의미가 없다.
매수량을 숨기는 방법은 쌔고 쌨다.
1. 실시간으로 안 보여주기
2. 사고 나서 기관 통해서 되팔기
3. 기관이 외국 기관 통해서 사기
4. 비전산 수기로 나중에 고치기
당장 떠오르는 것만 4가지.
HTS에 뜨는 거래량을 믿는 것은 주린이나 할 짓이다.
'흐름을 봐야 돼.'
하지만 개중에는 진짜도 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그것을 구별해내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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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지수』
2,358.92 ▼43.52 (−1.85%)
[대충 떡락하고 있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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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지수가 하락하고 있다.
한국 증시에서 돈을 빼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자금도 이탈하고 있고.'
동해철강은 매수.
그리고 소폭이나마 양전.
절대량으로는 미미한 변화이지만.
─외국인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는 의미 있는 반등이 된다.
외국인이 동해철강을 계속 사고 있다.
'프로그램 매도를 주워 먹는 거지.'
지수가 떨어지면 모든 주식에서 자금이 빠져 나간다.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매도해버린다.
외국 기관은 그것을 역으로 이용할 줄 안다.
마음에 드는 주식을 티 내지 않고 매수한다.
이것을 눈치 챈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아니, 사실은 나 혼자만의 착각일 수도 있다.
'원래 그래.'
세상에 100%는 없다.
알고 보니 외국인이 훼이크를 친 걸지도 모른다.
설사 진짜 매수라도 기관이 안 움직일 수 있다.
부정적인 미래도 확실히 있다.
─엥?? 똥해 혼자 양전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