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9화 (39/450)

'쉽게 적응할 수는 없지.'

상식과 거리가 있는 곳.

지나치게 저속한 표현 등.

여자가 할 만한 커뮤니티가 아닌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성시대 등 더 악질적인 커뮤니티가 있다는 걸 생각하면 못할 것도 없다.

차라리 도움이 되는 쪽이 낫지.

"해봐. 하다 보면 깨닫게 되는 게 있겠지."

"안되면요?"

"안되면 니가 그거밖에 안되는 거고."

"……."

투자자로서의 사고방식.

감성적인 부분을 배제해야 한다.

타인의 의견보다는 자신의 주관이 무조건적으로 우선시된다.

'얘가 너무 착해.'

아주 바른 생활 어린이다.

부모님 말 잘 듣고, 선생님 말 잘 따르며, 교우 관계에도 문제가 없었을 것 같다.

그런 인간상.

투자에는 맞지 않는다.

일반인들이 전문 투자자들을 만나기 힘든 이유가 있다.

"사람들 말투가 이상한 건 둘째 치고."

"치고?"

"딱히 쓸만한 정보도 없는 것 같아요."

방구석에서 안 나오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아싸'의 성향을 가졌다.

'확실히 인싸 쪽은 아니지.'

찐따를 말하는 게 아니다.

남들과는 다른 사고방식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이다.

"니가 못 찾아내는 거야."

"제가요?"

"그래."

"솔직히 말해서 그냥……, 쓰레기통 같은 느낌인데."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자신도 모르게 남들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군중 심리에서 탈피해야 한다.

'쓰레기통이라 아주 정확한 표현이네.'

그런 반골 기질을 가진 인간들.

커뮤니티에서는 매우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은 쓰레기에 분류된다.

하지만 아주 간혹 쓸만한 놈도 존재한다.

'그리고 투자자는 쓰레기통에서 보석을 찾아내는 직업이지.'

좋은 기업.

올라갈 주식.

내가 동해철강의 기술적 반등을 노리는 것처럼 위기 속에는 기회가 있다.

투자자라면 위기에서 눈을 돌리지 말고 기회를 찾아내야 한다.

분별력을 기르기에는 최적의 장소다.

"구정물 속에서 진리를 찾을 수도 있는 거잖아."

"모기 유충만 찾을 거 같은데."

"음."

아닐 수도 있고.

* * *

'뭐야, 정말!'

주식에 대한 의문.

달리 물어볼 사람이 없다.

찬욱을 찾아갔던 소라는 짜증만 얻고 돌아온다.

무엇 하나 해소된 게 없기 때문이다.

자꾸 이상한 사이트를 하라고 등만 떠민다.

'내가 너무 선입견에 휩싸여서 시도조차 안 할 걸 수도 있어…….'

하지만 밑져야 본전.

굉장히 이상하고, 이기적이고, 또라이 같은 면만 있어도 틀린 말을 하는 사람은 아니다.

가끔씩 좋은 면도 보여준다.

정말로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추천한 걸 수도 있다.

타닥, 탁!

소라는 다시 한 번 그 사이트에 들어간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글을 작성한다.

어쩌면 좋은 사람이 있을 수도.

─안녕하세요 저는 경제학과를 다니는 학생입니다

주식을 공부할 목적으로 사이트를 들리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평소 증권사 애널분들의 의견을 참고하고 있는데

여러분들은 어떻게 주식을 공부하시나요?

└증권사 애널 = 호로빨갱이 큐ㅠㅠㅠㅠㅠㅠㅠㅠ

글쓴이− 저분은 왜 큐ㅠㅠㅠㅠ 이러는 거에요?

└존댓말을 써? 뷰지야?

└그냥 울어 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한 희망은 단 1분이 안되어 박살 난다.

'맞잖아 쓰레기통!'

상대에 대한 존중.

아무리 인터넷상이라고 해도 기본적인 상식과 예의는 지켜야 한다.

그것이 없다.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같은 사람이 한국 사람이 맞는지부터 의심스럽다.

─호 로 구 라 양 봉 다 팔 아 쥬 지 야

다팔아큐ㅠㅠㅠㅠ다팔아큐ㅠㅠㅠㅠ다

팔아큐ㅠㅠㅠㅠ다팔아큐ㅠㅠㅠㅠ다팔

아큐ㅠㅠㅠㅠ다팔아큐ㅠㅠㅠㅠ다팔아

큐ㅠㅠㅠㅠ다팔아큐ㅠㅠㅠㅠ다팔아큐

ㅠㅠㅠㅠ다팔아큐ㅠㅠㅠㅠ다팔아큐ㅠ

ㅠㅠㅠ다팔아큐ㅠㅠㅠㅠ다팔아큐ㅠㅠ

ㅠㅠ다팔아큐ㅠㅠㅠㅠ다팔아큐ㅠㅠㅠ

ㅠ다팔아큐ㅠㅠㅠㅠ다팔아큐ㅠㅠㅠㅠ

'아트를 하고 싶은 건가?'

자신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 가지 신기한 점이 있다면.

└1초만에 다 팔아 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선 돔황챠!

└대─곰─탕

└입닺어

서로 대화가 통하는 것 같다

자신을 제외한 유저들은 알아듣고 있다.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난잡해 보이는 문자의 나열.

그 속에 숨겨진 의미가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것을 깨달으라고 이 사이트를 추천한 걸 수도 있다.

용기를 내서 더 탐색해본다.

─남자의 주식 "흥국"

남자라면 흥국

└응 풀매도

└꾸준글 몇 년째냐 ㅋㅋ

└와 오랜만에 오는데 아직도 이러고 있네

└여고생 가치투자 미만잡이야 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자는 그럼 뭐 사야 돼요?'

조금 정상적인 글도 보인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말이다.

대체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그런 소라의 눈에.

'여고생?'

공감대를 가질 만한 대상이 보인다.

자신도 얼마 전까지는 고등학생이었다.

딱 반년 전.

졸업식을 한지는 3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나이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분명 대화가 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고생 가치투자가 뭐에요?

하와와여고생쟝님이 하시는 투자 방법이 어떤 건지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을까요?

└같이 여고생 가치투자 해 큐ㅠㅠㅠㅠㅠ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게 여고생 가치투자 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글쓴이−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하는 거에요?

└가치투자 안 해? 너 호로빨갱이 투기꾼이야? 큐ㅠㅠㅠㅠㅠ

'미친년이구나.'

자신이 알고 있던 가치관마저 흔들린다.

가치투자는 저평가된 주식을 사는 투자법인데.

─여고생 가치옵션 출발 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풋옵션│120,525,000│−55,441,500│−46%

+---------------------------------------------

더 여고생답기 위해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아

동네 힘센 여고생

뚝심 있는 여고생

자유민주주의 여고생 큐ㅠㅠㅠㅠㅠ

└인생 시마이 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제 양전 아니었누?

└군필 여고생

└안 팔면 손해가 아니지 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미친년 맞구나…….'

5천만 원을 넘게 잃고도 저런 소리가 나올까?

제정신이라면 못할 짓이다.

게시판을 둘러보며 알게 된 것은 하나.

이곳에는 딱 두 타입의 인간이 있다.

정상인처럼 보이는 정신병자와 정신병자처럼 보이는 정신병자.

즉, 정상인은 없다.

마음 같아서는 도망치고 싶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나면 꿈을 이룰 수 없을 것만 같다.

'어떻게 해야 여기서 적응할 수 있지?'

소라는 살아남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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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 갤러리.

〔한국 주식 갤러리〕

─남자의 주식 "흥국"

─돈을 이렇게 어렵게 벌어도 되는 건가?

─한국 주식 장투 하면 안되는 4가지 이유.txt

─아줬씌드라 이게 뭐선 말이야?

 주식 투자자들을 위한 커뮤니티다.

코스피, 코스닥에 투자하고 있는 사람들이 활동한다.

─돈을 이렇게 어렵게 벌어도 되는 건가?

[택배 상하차 사진.j[g]

나 혹시 사기를 당하고 있는 건가?

└시드 벌러 왔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노동의 가치'

└마우스 딸깍딸깍 하다 일하려니 죽을 맛이제?

└원화 채굴 출발 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투자했던 사람 또한.

주식은 자산을 안정적으로 불리는 행위가 아니다.

도리어 마이너스가 되기도 한다.

위험 자산에 투자한다는 건 그런 의미다.

하지만 위험 속에는 기회도 있다.

주식 커뮤니티는 그를 위해 존재한다.

투자자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곳이다.

일반 커뮤니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아줬씌드라 이게 뭐선 말이야?

주식존예여신 어닝서프란 말 처음 듣는다

아이큐 두 자리도 알아듣겎끔 설명훼라 아줬씌드라

용어가 너무 어렵다 슈발

└말투 좆같누

└주식존예여신이 그것도 몰라? 큐ㅠㅠㅠㅠㅠ

글쓴이− 모투존예여신 놀리지 말고 설명훼라 이 아줬씌야 ㅗㅗㅗ

└어닝서프라이즈= 컨센서스(예상치) 대비 실적이 잘 나왔다는 뜻

독특한 컨셉을 가진 유저들이 많다.

컨셉.

인터넷에서 내세우는 제2의 인격이다.

여고생 컨셉.

꾸준글 커셉.

기타 등등 남들과는 다른 자신을 투영하는 것이다.

'진작 그렇게 설명 좀 해주지.'

소라는 '갤질'을 하고 있다.

한국 주식 갤러리에서 활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처음에는 여기서 어떻게?

하지만 컨셉을 잡고 나서는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줬씌드라 주식존예여신 푸딩 평가훼라

[선지해장국 사진.jpg]

주식존예여신 푸딩 ㅍㅌㅊ?

콜 ㅇㅈ?

└선지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글쓴이−예아

└그만 먹어라 살 찐다

└얼마나 돼지면 후식으로 선지해장국을 먹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신이 나간 곳에서 활동하려면 자신도 정신이 나가면 된다.

간단한 이야기였다

'히힛.'

점심으로 먹은 메뉴를 올리는 등.

활동 방식도 SNS와 아주 큰 차이는 없다.

그렇게 갤질을 하다 보니 신기한 일도 생겼다.

유저들이 자신을 친숙하게 받아들인다.

─아줫씌드라 자전거 어디서 빌려?

주식존예여신 아이스크림 퍼먹다가 문득 운동이 하고 싶어졌다

자전거 타고 싶은데 사고 싶지는 않다

어디서 빌리는지 당장 대령훼라 아줬씌드라 ㅗㅗㅗ

└왜 맨날 먹는 얘기냐. 체중 150이라는 설이 진짠가

└동네 이장님한테 빌려라

└아줌마가 타면 감가상각 빨라져요;;

글쓴이− 웨일훼 증말 이 아줬씌가 ㅗㅗㅗㅗㅗㅗㅗㅗ

약간의 부작용은 따른다.

자신이 아줌마인 줄 안다.

놀리는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

타닥, 탁!

반대로 좋은 점도 있다.

찬욱이 한 말이 완전히 거짓은 아니었다.

'감가상각이 무슨 뜻이지?'

명색이 주식 커뮤니티다.

이용자들 대부분이 주식을 하고 있다.

그것도 하루이틀이 아닌 년단위.

평소 말투에 자연스럽게 섞여 나온다.

---------------------------------------------+

감가상각 (減價償却).

「명사」 경영 토지를 제외한 고정 자산에 생기는 가치의 소모를 셈하는 회계상의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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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물건이든 수명이 있다.

기계, 부품 등의 물건이 얼마나 소모되었는지 회계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내가 타면 자전거 수명 빨리 줄어든다는 뜻이잖아!'

일상 생활에서는 쓰일 일이 없는 말.

주식 세계에서는 배워야 할 용어들을 알게 된다.

뜻을 알고 나니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배워가는 것들이 은근히 있다.

─새로 LP 한 명 들어오니까 글 리젠 좀 빨라지네

완전 정신 나간 년 같긴 한데

└이번 LP 좀 빡세

└아 그 아줌마?

└주식존예여신 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0Kg 넘는 돼지가 배 벅벅 긁으면서 글 싸고 있을 듯

'뭐래, 51Kg밖에 안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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