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3화 (33/450)

─개미가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최근 오르는 것만 보고 주식을 산 개미들.

주가가 좀 내려갔다고 달려들었다가 피눈물을 흘린다.

정말로 눈물의 손절을 하게 된다.

하지만 '작전'의 진짜 묘미가 시작되는 건 바로 지금부터다.

'오메가 정보통신과는 달라.'

세력이 작정하고 매집했다.

들고 있는 물량이 못해도 200만 주에 근접할 것이다.

이것을 한 번에 턴다?

회사 망한 줄 알고 아무도 안 사기 때문에 위아래로 계속 흔든다.

〔한국 주식 갤러리〕

─위젠에너지<<애미시발 회사 망했냐?

─위젠에너지 처물린 자슥 있나 ㅋㅋㅋㅋㅋㅋㅋㅋ

─태양광 자체가 애초에 씹스캠임

─아 스캘핑 들어갔다 좆됐네

특히 작전주.

회사의 본래 가치 이상으로 올랐다`.

이성적인 투자자일수록 더 큰 공포를 느낀다.

'하지만 그 이성이라는 게.'

인간은 결코 이성적인 동물이 아니다.

주식을 하다 보면 깨닫게 되는 사실이다.

─세력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주가가 다시 올라간다.

그러자 커뮤니티의 여론도 실시간으로 변한다.

─개미 털기 당한 흑우 없제?

─위젠에너지 못 먹은 병신만 개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위젠 저게 또 간다고?

─진짜 내려오면 사려고 했는데 ㅅㅂ

자신은 절대 안 속는다!

그런 사람일수록 더 사기꾼한테 잘 당하는 것처럼 마찬가지다.

작전주라는 사실은 보면 안다.

하지만 막상 뛰어들면 해류에 몸도 못 가누고 쓸려 나간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그러한 세력들의 방법.

역으로 이용해서 수익을 거두는 것이 전업 투자자의 일상이다.

'흐름도 읽고 있고.'

굉장히 위험한 짓이다.

아무리 나라도 당장 돈 복사가 급하지 않는 이상 하지 않는다.

이미 수익도 짭짤하게 본 마당에 왜?

그럼에도 이 난장판에 뛰어든 이유는.

─세력님이 외국인님의 개미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

뛰어 들어봐야 물살이 거센지 아닌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이 주식은 죽지 않았다.

'매수세가 있어.'

개미들이 멈추지 않고 들어온다.

세력도 물량을 채 털지 못했다.

그렇게 거래량이 활발한 동안은 주목 받는다.

한국 주식 시장에서 말이다.

─위젠에너지 장투할 만할까?

일단 평단은 2천원대임

지금 정부가 탈원전 밀고 있으니까

태양광에 지속적인 지원 해주면 장투할 만하다고 보는데

└평단 부럽누

└근데 딱 봐도 작전이라 적당히 털고 나오는 게 좋을지도……

글쓴이− 그래서 말했잖아 정부가 지원 해주는 거 보고 결정한다고

└태양광 같은 개씹스캠에 장투? ㅋㅋ

아직 주가가 확정 지어지지 않았다.

커뮤니티에서도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태양광이 정말 대세가 맞는지.'

뉴스에서 나온다.

대통령이 밀고 있다.

당장은 주가가 확 급등한다.

그러고 나서 정신을 차리는 것이다.

태양광에 정말 많은 돈이 투자될까?

─태양광 자체가 애초에 씹스캠임

[미국 환경단체 보고서.jpg]

태양광은 유럽처럼 벌판 많고 자연이 조용한 데서 하는 거지

한국처럼 산밖에 없고, 매년 태풍이 몰아치는 나라에서 하는 게 아님

검토 들어가면 계획 다 엎어지게 돼있다

└아 그래서 태양광 안 샀다고? ㅋㅋ

└응 꺼억~!

글쓴이− 닥쳐라 투기꾼 새끼들아 니들 그렇게 무지성으로 투자하다 깡통 차는 거야

└이런 말하는 애들이 제일 먼저 차던데 ㅎ

진지하게 생각을 해본다.

부정적인 정보들도 많고, 주가는 너무 먼저 앞으로 가버렸다.

'그래서 조정이 들어오지.'

수익을 본 사람들이 나간다.

주가가 떨어지고, 공포 매물이 나오며 더 추락.

이것을 '불확실성'이라고 부른다.

시장에서 가장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시기다.

'반에 반토막까지 갈 수 있어.'

한 번 불붙은 '테마'에 관심이 꺼지면 사람 피 말리는 것처럼 내려만 간다.

한두 달이 아니라 1년, 2년 계속.

알고 있는 사람일수록 그 공포를 안다.

그러니까 손해를 보더라도 손절한다.

공포에 산다는 건 그런 것이다.

* * *

타닥, 탁!

작전대로.

김민구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어떤 씹새끼가 목표가 바로 밑에서 던져버려 가지고.'

5연상 후 장초 갭상승.

그 꼭대기에서 바로 꼴아 박으려고 했다.

계획대로만 됐다면 10억 이상의 차익을 보았다.

그것이 조금 깎였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뭐, 괜찮아.'

태양광 섹터는 계속 주목 받고 있다.

물량을 대신 받아줄 개미들은 차고 넘친다.

현재 남은 물량은 90만 주.

다가올 결전의 날 직전에 한 번 크게 쏠 것이다.

CBS− 「한전, 2030년까지 신재생 발전에 '54조 투입' 검토 중」

검토되고 있는 정책이 발표되는 날에.

그 기대감으로 몰려온 개미들을 노린다.

그때 물량을 모두 떠넘긴다.

그리고 예상대로 정부의 정책이 엎어졌을 때.

'니들 소주 빨 때 난 위스키 빠는 거지.'

김민구의 계획은 분명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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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사업 향방과 시장의 호재에 따라 등락한다.

그것을 예상한다면 큰 돈을 벌어 들일 수 있다.

CBS− 「한전, 2030년까지 신재생 발전에 54조 투입 확정」

그리고 예상대로 되었다.

미래의 상황을 알고 있는 만큼 당연한 일이지만.

'하아…….'

그 말이 주가가 폭등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주식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기관님이 세력님의 개미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

프로그램 매수.

호재가 뜬 걸 확인한 기관이 위젠에너지 매수에 들어왔다.

그 이상으로 팔아 치우고 있다.

세력은 주가를 내릴 작정이다.

'눈꼴 시어서라도 못 보겠지.'

그전부터 매도가 있었다.

정부에서 태양광 지원을 안 할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게 웬걸?

수십 조에 달하는 정책이 확정되고, 정말로 주가가 오르게 생겼다.

─세력님이 기관님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세력이 남은 물량을 던지고 있다.

주가를 의도적으로 내리기 위함이다.

'이렇게 작은 주식은.'

사람들의 심리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주가가 대체 왜 내리지?

끝물이다.

선반영되었다.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휘몰아친다.

단합이 되지 않는 개미.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며 주가 폭락을 만들 수 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2000원 구간은 지켜야 돼.'

차트상으로도, 심리상으로도 마지노선이다.

이것이 무너지면 원점 회귀.

원래 1000원대에 횡보하던 주식이다.

그 시절로 돌아갈 거라고 상상하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상상은 곧 현실이 되는 게 주식의 세계다.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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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출금 통장』

02120−10−697482

계좌잔액: 0원

+---------------------------------------------

'씨이이바알…….'

돈이 땡전 한 푼 남아있지 않다.

이미 주식을 사는데 전부 썼기 때문이다.

자금 부족.

큰 돈을 굴리던 나이기에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갑갑한지 안다.

─큰손님이 세력님을 처치했습니다!

방금 같이 매수했다면.

관망하고 있는 개미들의 심리를 흔들어 놓을 수 있었다.

'진짜 딱 5천만 원만 있었어도.'

물길이 콸콸콸 쏟아져 나오려면 누군가 물꼬를 터줘야 한다

그 물꼬를 터주는데 돈이 필요하다.

돈이 없다.

외야로 나가버린 나는 무력하게 주가 공방전을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데.

띵동~♪

초인종이 울린다.

택배, 아니 혜리가 온 걸지도 모른다.

'바빠 죽겠구만.'

평소라면 환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복잡하다.

혜리에게도 추천했다.

위젠에너지에 들어가 있으라고 말이다.

이성적으로는 지금 팔아야 한다.

지금 팔면 주가가 무너질 수도 있어서 문제다.

'그냥 팔라고 하고, 나도 손절을 해야 되나.'

때로는 현실과 타협을 해야 한다.

온갖 생각을 하며 연 현관문 밖에는.

"선배!"

"……너냐?"

소라가 있다.

얼굴에 불만이 잔뜩 써있는 게 할 말이 있는 모양이다.

'얘는 왜 이렇게 알고 싶은 게 많을까.'

지금의 나는 내 몸 가누기도 힘든데.

여러가지 상황을 마주하니 몸에 힘이 빠진다.

"너도 정말 힘들겠다."

"네?"

"그런 거 달고 살면 힘들 것 같애."

"돌았냐?"

감성적이게 된다.

음란하게만 느껴졌던 가슴의 애환도 지금 이 순간에는 이해가 된다.

'세상사 공수래 공수거인 법인데.'

돈에도, 성욕에도 왜 이렇게 집착했나 싶다.

어찌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면 사람이 무욕해진다.

무소유.

법정 스님이 어째서 수십 억의 인세를 전부 베풀고 가셨는지 깨달음을 얻으려던 찰나.

"야! 너 800만원 있지?"

"네?? 갑자기 뭐에요."

"있냐고!!"

'그야 뭐……, 있기는 한데."

소라의 어깨를 잡고 흔든다.

같이 흔들리는 가슴을 감상할 시간도 없다.

5천만원이 부족하다.

내가 걸 수 있는 건 다 걸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 걸 걸면 된다.

"잠깐 니 인생 좀 걸게."

"또?"

아주 잠깐만 빌린다.

* * *

작전.

세력의 마음대로 주가를 움직인다.

그에 낚인 개미들은 피눈물을 흘리게 돼있는데.

'아니, 시발 이게 말이 되냐고!'

그 세력들도 움직일 수 없는 게 세상이다.

김민구는 갑자기 뜬 뉴스 속보를 도저히 믿을 수 없다.

CBS− 「한전, 2030년까지 신재생 발전에 54조 투입 확정」

정부에서 검토하던 정책.

정말로 실행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안이 나왔기 때문이다.

'미친 시발 여기에 50조를 왜 투입해!!'

당연히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성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분명 그러하다.

그걸 하려면 경기도든 충청도든 도 하나를 전부 태양광 패널로 도배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땅이 썩어 나는 나라가 아닌데.'

2011년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관련주를 매매했던 김민구는 태양광의 속사정을 아주 자세히 꿰고 있다.

기술력이 부족하다.

그 이전에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

해박하게 가지고 있던 지식이 도리어 발목을 잡았다.

CBS−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전면 중단 (속보)」

'이건 또 뭐야 시발?'

연이어 속보까지 올라온다.

한국에 더 이상 석탄 발전소를 건설하지 않고, 있던 것도 10개나 폐쇄하겠다.

원자력과 함께 한국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발전원이다.

원자력에 이어 석탄까지 옥죄버리면.

"전기값을 2, 3배씩 올릴 게 아니고서야…….'

망치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다.

상식을 부정 당한 기분.

반쯤 정신이 나가버린 민구의 눈에.

CBS− 「대통령 내외 영화 '판도라' 관람. 탈원전 의지 내비쳐」

또다시 새로운 속보가 올라온다.

어떻게든 멘탈을 붙잡고 있던 민구도 손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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