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2화 (32/450)

그래서 국내 증시는 테마주 양세일 때가 많다.

비슷한 섹터끼리 한데 묶는 것이다.

건설주는 건설주.

항공주는 항공주.

철강주는 철강주.

평균적으로 같이 오르고 같이 내린다.

"니가 아무리 좋은 주식을 사도 그 테마가 눌려있으면 같이 주가가 빠지는 거야."

"근데."

"엉?"

"테마주 그거 나쁜 거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 과도한 투심이 쏠리기도 한다.

인기 테마로 묶이면 이유 없이 주가가 폭등한다.

팩트뉴스− 「[테마 체크] 오공, 마스크 없는 마스크 테마주…“생산한 적 없다”」

잘못 물리면 평생 탈출이 불가능하다.

테마주 사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테마주 자체는 반드시 숙지해야 하는 개념이야."

"그렇구나……."

"개별주 분석도 중요하지만, 테마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진정한 트레이더라고 할 수 없는 게지."

반대로 큰 돈을 벌 수도 있다.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면 기업의 가치 이상으로 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내가 노리는 것도 그런 것이다.

태양광 테마로 묶일 만한 주식 중 가장 크게 쏠 것을 찾아낸다.

"그런 흐름을 어디서 배울 수 있어요?"

"증말 너는 뼛속까지 범생이구나?"

"그럼 뭐……, 어떡하라고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배워야지."

'주식이라는 게.'

일반적으로 가지는 이미지와 다르다.

경제학 지식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더 경험이 필요하다.

고지식한 소라는 특히 더 이곳저곳 굴러봐야 한다.

어디 가서 처녀티 좀 안 낼 정도로 말이다.

"한국 주식 갤러리를 해라."

"네?"

"디시 몰라? 링크 걸어줘야 돼?"

"거기 안 좋은 사이트 아니에요?"

"……."

세상 돌아가는 이치.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

현대 사회에서는 클릭 몇 번이면 가능하다.

'그래서 더 문제지.'

선입견에 휩싸일 수 있다.

자신도 모르게 편향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해야 하는 게 디시.

소라의 말대로 일부 악명 높은 갤러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주식으로 한정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떤 의견도 자유롭게 낼 수 있는 유일한 커뮤니티니까.

* * *

2017년 5월.

대한민국을 뒤바꿔 놓을 뉴스가 전파된다.

<고리 1호기의 가동 영구정지는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입니다.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입니다.>

한국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의 폐쇄.

그리고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 중단.

탈원전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졌다.

그 기념비적인 연설이 진행 중이지만.

<탈원전, 탈석탄 로드맵과 함께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겠습니다!>

원자력 26.8%.

석탄 43.1%.

천연가스 22.8%.

한국의 에너지원별 발전량이다.

새 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함께 기존의 생태계가 흔들린다.

원자력+석탄 70%에 달하는 에너지를 다른 곳에서 대체해야 한다.

〔종목토론실− 하놔솔루션〕

─드디어 봄날이 오는군요

─앞으로 원자력 발전소 대신 태양광 발전소가 지어지는 건가요?

─기사 1면 톱으로 신재생 에너지 나온다 ㅋㅋㅋ

─미국 환경단체, "탈원전 재고해달라" 서한

태양광에 엄청난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

친환경 에너지 중 가장 대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으로 원자력 발전소 대신 태양광 발전소가 지어지는 건가요?

그럼 관련 설비 투자가 상당할 것 같은데

하놔솔루션이 수혜를 보겠죠?

└원자력 발전소뿐일까요? 석탄 발전소도 대체합니다 ㅎㅎ

└최소 50조 규모입니다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죠~

└잘 아시네요

그 여파는 주식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놔솔루션 등 관련 테마주들이 급상승한다.

태양광 발전소.

짓는다면 엄청난 양의 수주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들뜨고 있다.

─미국 환경단체, "탈원전 재고해달라" 서한

미국의 과학자와 환경 보호자들이 탈원전 정책을 재고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한국이 원전을 전부 태양광으로 대체하려면 서울 면적의 5배가 넘는 크기의 태양광 발전소를 지어야 하고, 풍력의 경우 서울 면적의 14.5배가 필요하다.

"지난 20년간 한국은 안정적이며 비용 효율이 높은 원전 건설 능력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원전이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 게 후쿠시마에서도, 체르노빌에서도 확인됐거늘 미국놈들 대체 뭔 소리래??

└원전 터지면 니들이 책임질 겨?

└거 대통령님이 알아서 하시겠지

└핵 두 방 쏜 나라 아니랄까 봐 핵 겁나 사랑하네 ㅉㅉ

물론 찬성의 여론만 있는 건 아니다.

학계의 권위 있는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안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해서도 안된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들은.

'작전이 끝난 다음에나 알려지겠지.'

예상대로.

김민구는 썩소를 감출 수가 없다.

정부가 정말로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작전주를 올릴 만한 차고 넘치는 재료가 생겼다.

일반인들이 그것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기사가 쏟아진다.

커뮤니티에도 퍼진다.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질 것이다.

모두가 Yes를 말하는데 No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는 법이다.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묻힌다.

'모두가 믿으면 그게 곧 사실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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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테마』

하놔솔루션 31,000원 +3.0%

미래에너지솔루션 26,900원 +4.2%

SCM 127,500원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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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관련주.

새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종목토론실− SCM〕

─역시 태양광 대장주는 SCM!

─하놔솔루션 주주인데 왜 여기는 왜 2배 가까이 올랐죠?

─요즘 하루하루가 행복하네요 ㅎㅎ

─6년째 물려있는 주주인데……

대장주.

해당 테마주 중 가장 많이 거래량이 활발한 종목을 일컫는다.

대장주인 SCM을 필두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각 개별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하놔솔루션 주주인데 왜 여기는 2배 가까이 올랐죠?

우리 하놔는 꼴랑 20% 올랐는데……

└주식 좀 하는 사람이면 하놔 절대 안 사죠~

└하놔랑 미래 달린 주식 사는 거 아니라고 배웠습니다

└아놔솔루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이라도 SCM 타세요

전부 다 상승했다.

적게 먹고, 많이 먹고의 차이지 먹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태양광 섹터가 주목 받을 만도 하다.

하지만 주주들은 아직 배가 고프다.

─6년째 물려있는 주주인데……

2011년 태양광 열풍 때 매수했습니다

언젠가 올라가겠지 하고 잊고 살았는데 드디어 빛을 볼 수 있는 걸까요?

└6년 전이면 60만원대 ㄷㄷ

└그때는 솔직히 기술력이 부족했죠. 지금은 기술도 있고 정부 지원도 빵빵하니 금방 회복합니다

└후쿠시마 때 사신 건가

└살아 계신 게 용하네요

7년 전.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대사건이 있었다.

일본에서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이 바로 그것이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도 연결된다.

그로 인해 대체 에너지로 태양광 발전이 대두되었지만.

─미래는 무조건 태양광입니다

태양이 1초에 만드는 에너지는 6.57억 톤의 수소를 터트린 것과 맞먹습니다

이중 단 1%만 에너지화해도……

아니, 0.01%도 충분하죠

아직은 기술력이 부족하지만 하나둘 기술 개발이 돼갈수록 잠재력이 ㄷㄷ

저는 10년 후 미래를 바라본다는 생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태양광은 공짜인데 그게 에너지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의 무한동력이라고 봐도 되죠

└투자는 이런데 하는 겁니다

└6년 전 고점에 물려있는 주주인데 정말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ㅎ

기술력이 부족하다.

당시에 할 수 있었던 일이 아니다.

반짝 이슈만 되고 다시 묻히게 되었다.

하지만 현대의 기술이라면?

수많은 개미들이 몰려오게 되는 것은 필연이다.

"3, 2……, 1! 하면 사는 거야?"

"아니, 그게 뭡니까. 요즘은 프로그램이 다 해주는데."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국가가 던져준 장작.

자작자작 타오르기 시작하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린다.

'내가 뭐랬어~.'

김민구는 위젠에너지를 조금씩 매집했다.

그리고 최근에 드디어 만족할 만한 물량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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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젠에너지│2,103,269주│+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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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210만 주.

주가를 올리는 이유는 이 많은 주식을 팔아 치우기 위함이다.

개미들은 가격이 오르고 나서야 이유를 붙인다.

세력들은 그 심리를 이용한다.

팩트뉴스− 「[특징주] 위젠에너지, 전세계 12개국 태양광 특허 보유 부각↑」

한국신문− 「[특징주] 위젠에너지, 새만금 수상 태양광 4조6000억원 투자 검토에 강세」

기사를 띄운다.

최근 가장 핫한 태양광 관련주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알린다.

'통정거래 ON.'

그리고 필살기.

단순히 관심이 모인다고 주가가 올라가지는 않는다.

불쏘시개가 필요하다.

세력은 '통정거래'를 통해 주가를 주무른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민구가 매도 주문을 올리기 무섭게 체결 알림이 흘러나온다.

바로 옆 컴퓨터에서는 그걸 샀다는 알림이 뜬다.

'오케이, 타이밍 정확하고.'

매도자가 올린 물량만큼 매수자가 산다.

일련의 행위를 통해 주가를 빠른 속도로 상승시킬 수 있다.

210만 주를 유지하면서 말이다.

민구의 주식은 후배 직원의 계좌로 고스란히 이동하게 되고.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일련의 행위를 반복.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개미들의 추격 매수가 들어오며 주가는 안드로메다로 올라간다.

---------------------------------------------+

『위젠에너지』

1585 ▲270 (+21.20%)

+---------------------------------------------

순식간에 +20%가 상승한다.

기사도 퍼질 만큼 퍼졌을 테니 개미들이 더 붙겠지만.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작전을 한두 번 해본 게 아니다.

개미들의 심리를 누구보다 더 잘 파악하고 있다.

'여기서 한 번 흔들어줘야지.'

이 주식이 어떤 주식인지.

지금 막 들어온 개미들이 제대로 알고 있을 리가 없다.

갑자기 주가가 내려가면 불안해진다.

자신이 들고 있던 물량을 던지게 되고.

"이럴 때 다시 회수를 하면 된다 이 말이야~!"

"역시 선배님입니다! 근데……, 담배 펴도 되는 겁니까?"

"너도 짬 쌓이면 펴 이 새끼야."

다시 주가를 올린다.

속았구나!

아차 싶은 개미들은 본전 심리가 발동해 재매수에 들어온다.

'상까지 치면 사고 싶어서 안달이 나지.'

5연상.

앞으로 5일간 주가를 최대치로 올릴 것이다.

그때부터 완곡을 주며 개미들에게 물량을 조금씩 떠넘긴다.

'작전'의 기본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학습 능력이 없는 개미들은 한 번 당하고, 두 번 당해도 계속해서 당해준다.

* * *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눈여겨보던 작전주.

예상대로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며 엄청난 차익을 보았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인데.'

작전주 매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매집을 눈치채고 같이 물량을 모으는 것.

두 번째는 매도 타이밍이다.

세력은 자신들이 모은 물량을 개미들에게 천천히 떠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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