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
수많은 화이트 칼라 직종에서도 최상위에 존재하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다.
문과에서는 이 이상의 엘리트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물며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이.
'어쩌다.'
이런 일이 생기게 된 건지.
모든 실마리는 한국대 주식 동아리에 있었다.
* * *
"공매도가 뭐에요?"
공매도.
주식을 하다 보면, 특히 한국 주식을 하다 보면 많이 듣는 이야기다.
내 주식 왜 떨어짐?
그 이유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게 공매도 잔고량이 많다.
'주식을 빌려서 팔고, 다시 주식으로 갚는 행위잖아?'
한 동기의 물음에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소라는 공매도가 뭔지 알고 있다.
간단하게 정리를 하자면.
〔공매도가 뭐야?〕
1. 특정 주식이 내려갈 것 같다는 판단이 든다.
2. 약간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주식을 빌린다.
3. 빌린 주식을 내다 팔고, 주가가 내려가기를 기다린다.
4. 주가가 원하는 가격까지 내려가면 다시 주식을 산다.
5. 빌려준 사람에게 주식을 반납한다.
주가가 내려가면 돈을 번다.
예측대로 된다면 좋지만, 반대로 주가가 올라가 버릴 때도 있다.
공매도를 쳤던 사람들은 주식을 되사야 한다.
이 경우 '숏스퀴즈'라고 하여 단기간에 주가가 폭등하게 된다.
'맞지?'
동아리방.
얼마 전 새롭게 생겼다.
주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가입을 안 할 이유는 없었다.
무엇보다 찬욱이 있다.
동아리원들에게 둘러 쌓여있다.
주식을 알려준다고 했기 때문인데.
"공매도는 한 마디로 말을 하면."
""네!""
"일종의 네토라레라고 할 수 있다."
'뭐, 뭐라고?'
두 테이블 떨어진 먼 거리.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있던 소라는 사레가 들린다.
방금 이상한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잘못 들은 거라고 부정을 해보지만.
"빌려준 내 주식이 따먹히고 있는 거거든."
""오…….""
"내 여자가 공매도란 이름의 금태양에게 범해지는 게지. 다시 돌아왔을 때는 내가 알던 그녀가 아닌 게야."
아니었다.
눈을 질끈 감고 이마를 찌푸린 채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봐도.
'진짜, 진짜 찐으로 미친놈인가?'
저런 더러운 단어를 알고 있는 자신에게도 회의감이 든다.
주식을 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그런 거였구나."
"한 번에 이해돼요!"
"공매도는 NTR이다 메모……."
'그걸 왜 메모해!'
의외로 반응이 좋다.
남학생들은 물론 일부 여학생들도 안 듣는 척하면서 다 듣고 있다.
도저히 정상이 아니다.
주식은 세계의 경제를 움직이는 숭고한 일인데.
"주식 어려운 줄만 알았는데 오빠 설명 들으니 알 것 같아요."
"다른 질문해도 돼요?"
"그런 게야."
하지만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 있다.
한국대에서 주식이 유행을 하긴 했어도.
'다들 오르냐 안 오르냐만 물어봤지.'
'주식' 자체에 관심을 가진 적은 없다.
가장 많이 상담을 받았으니 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저속하긴 해도 확실하게 이해를 시키고 있다.
그 점은 인정해도 될지 모른다.
"저 처음부터 큰 돈으로 하긴 그래서 모의투자로 해보려고 하는데……."
"모의 투자랑 실전 투자랑 많이 달라요?"
"완전히 다르지."
"얼마나 달라요? 그래도 도움은 되겠죠?"
"모의 투자가 자위라면 실전 투자는 섹스다."
'…….'
자신도 도움을 받았고 말이다.
흑역사.
트라우마.
발작 버튼.
처음 실전 투자를 하게 된 계기다.
찬욱의 도발에 넘어갔고, 큰 손실을 보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도움을 받은 대상도 찬욱이다.
지금은 고마운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니가 딸을 많이 친다고 섹스를 잘해지는 게 아니잖아?"
"아."
"뭔지 바로 알겠어요!"
"그럼 소라는요?"
"소라가 뭐냐? 아오이 소라는 안다."
"소라는 모의 투자 많이 한 걸로 아는데."
여러가지 복잡한 심정도 얽힐 수밖에 없다.
자신한테 자꾸 이상한 농담을 던진다.
"중증 딸 중독인 게지."
""오~.""
"야!!"
"딸근녀가 온다. 도망쳐라."
소라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동아리방에서 우르르 도망간다.
과동아리.
교수님에게 정식 허가를 받은 덕에 좋은 위치로 배정됐다.
넓은 방에서 밀물처럼 빠져나간다.
이윽고 다시 썰물처럼 돌아와 사과를 건넨다.
'아 이 띠발…….'
주식 동아리.
그래도 뭔가 배우는 게 있겠지 하고 가입했다.
그런데 저속한 말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늘어놓는다.
그럴 수 있는 일이다.
애초부터 정상적인 인간은 아니었다.
문제가 있다면 그런 인간보다 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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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라님의 총 자산』
8,390,514원
−322,378원(−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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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을 못한다는 사실.
인정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눈앞의 현실은 도저히 외면할 수 없다.
지식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소라는 주식의 세계에 더 깊이 다가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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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수급.
유명하고, 뼈대 있는 회사일수록 신경을 쓰는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오성전자의 성균관대라던지.'
포항공대 포스크.
중앙대 투산 그룹.
연암공과대학교 헬지전자.
대기업들은 각각 직접 운영하거나 후원을 하는 학교가 하나씩은 있다.
회사에 최적화된 인재를 키우기 위함이다.
지금의 나로서는 불가능하다.
자금도 없거니와 애시당초 할 마음이 없다.
'양보다 질이야.'
학력만 좋은 멍청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만 명씩 생산된다.
교육열 하나는 세계에서 제일인 나라다.
그럼에도 한국은 금융 후진국.
어른들이 주식 하면 패가망신한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오빠 너무 좋았어요."
"나도 좋았어."
'저 섹스에 중독된 것 같아요♡ 아, 진짜 어떡하지."
혜리의 질도 괜찮다.
좁아서 너무 아프게 조인다는 점만 빼면 최상급의 사용감이다.
'이래서 여자는 나이가 깡패지.'
간혹 내 자취방에 놀러 온다.
목적은 당연히 원숭이처럼 뒹굴기 위함.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꺅꺅대고 있다.
이런 풋풋한 반응도 신선하다.
"오빠."
"응?"
"학과에서도 주식 유행하고 있어요."
"그래?"
"제가 옆에서 부채질했어요. 잘했죠?"
일석이조.
혜리가 맡긴 일을 열심히 해주고 있다.
주식이라는 건 결국 해봐야 느는 것이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토머스 에디슨
노력이 아닌 1%의 재능을 강조하기 위해 한 말이다.
하지만 99%의 노력 없이는 성립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 사회의 주식 배척.
한국에서 유명한 투자자가 나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뭐, 한국대니까.'
재능 하나는 검증된 인재들이 온다.
경험만 쌓아주면 괜찮은 직원들을 키워낼 수 있을 것이다.
학연.
지연, 혈연과 함께 가장 끈끈한 인맥이다.
잘만 하면 한국대를 안정적인 인재 공급처로 만들 수 있다.
"소라만 빼고."
"소라는 안 한데?"
"애들 주식 이야기해도 일부러 무시하는 것 같아요. 나쁜 년이죠~?"
혜리의 도움을 받아 차차 이뤄낼 생각이다.
가능하다면 정말 능력이 있는 인재도.
'알아서 하겠지 걔는.'
단기간에 너무 많은 것을 경험했다.
소위 말하는 현자 타임이 와도 이상하지 않다.
쪼옥!
쭈우웁~
나도 오고 있다.
한 차례 행위를 마치고 노닥거린다.
원래라면, 회귀 전의 나라면 힘들어서 뻗어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젊은 몸.
그리고 싱싱한 여자.
인생에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황금기인 스무 살이다.
'존나 맛있네 진짜.'
입을 맞춘다.
아직 격한 키스를 모르는 혀를 억지로 빼내 가지고 논다.
고장난 것처럼 분비되는 침샘은 천연 주스다.
턱이 얼얼할 때까지 물고 빤다.
"맛있었어."
"저도요."
"추천주 하나 뽑아서 까톡 보내줄게."
"고마워요. 근데 그런 것보다 오빠랑 더 있고 싶은데♡"
따먹고 발그스레 달아오른 몸.
돌아가기 싫어하는 혜리의 단발 머리를 격하게 쓰다듬는다.
아쉽지만 나도 바쁜 몸이다.
한 번 꼭 포옹을 하고 문밖으로 배웅을 해준다.
'생각보다 너무 잘 풀렸네.'
그도 그럴게 대학교 신입생.
다람쥐가 나오는 초보 사냥터에 5차 전직이 떨어진 셈이다.
그리고 이는 대학 생활에 한정되지 않는다.
아니, 나의 주분야는 당연히 주식이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뿌린 씨앗은 시간이 지나봐야 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결과가 나오고 아서 알 수 있다.
'음~ 이 종목이 수상하긴 한데.'
나는 내 수익에 집중한다.
사람을 키우는 게 주목적이라고는 해도, 돈 없이는 모든 것이 성립되지 않는다.
개잡주를 위주로 거래하고 있다.
정확히는 작전이 벌어질 만한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다.
아무리 차트를 잘 읽어도 쉽지 않다.
아니, 찾는다 하더라도 주식이 과연 올라갈까?
'세력 마음에 달려있으니까.'
굉장히 한정돼있다.
많이 먹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력이 그 꼴을 절대 두고 보지 않기 때문인데.
<청와대의 최신 정책, 탈원전을 소개합니다!>
나에게는 한 가지 더 카드가 있다.
바로 미래의 정보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 이런 일이 있었지.'
주식 시장에서 미래의 정보는 의외로 흔하게 굴러다닌다.
지금 틀고 있는 뉴스에서도 나오고 있다.
아니, 떡밥은 수년 전부터 있었다.
무려 2012년경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내걸었던 공약이다.
<인간의 강인함과 지적 우월성이 결합하여 원전의 위협을 잠재울 궁극의 해법이 탄생했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대통령이 되면 친환경 정책을 대대적으로 밀어붙일 거라고 말이다.
'문제는 그걸 정말로 할까? 그거지.'
까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한다고 해놓고 공약을 취소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혹은 대폭 축소하거나 기존과는 다르게 수정하기도 한다.
하물며 탈원전 공약은.
'솔직히 이성적으로 따졌을 때 절대 해서는 안되는 정책이거든.'
친환경 정책.
듣기에는 좋아 보인다.
친환경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이것을 하기에는 기술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워낙 괴리가 있다.
<원전의 폐쇄 비용을 보고 주저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묻겠습니다. 여러분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돈을 아끼시겠습니까?>
우리가 전기를 싸게 쓸 수 있는 이유는 원전 덕분이다.
특히 한국은 원전 의존도가 높다.
'사실상 섬나라잖아.'
탈원전 기류는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유럽만 해도 원전을 폐쇄하고 친환경 에너지로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유럽과 다르다.
수력, 풍력 등 자연 에너지가 부족할 뿐더러 천연가스도 매우 비싸게 수입해온다.
액화시키고, 배로 싣고 와, 그걸 다시 기화시켜 쓴다.
가스관을 통해 다이렉트로 받는 유럽과 가격이 천지 차이다.
<태양광, 해상 풍력, 천연 가스. 탈원전은 청와대의 거침 없는 친환경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급조한 게 태양력과 해상 풍력.
하지만 이조차도 미봉책이라는 게 전문가들 다수의 의견이다.
1. 한국의 낮은 일조량
2. 한국의 낮고, 일정하지 못한 풍속
3. 태풍 등 자연 재해로 인한 불확실성
4. 1/2번에서 야기되는 비효율성
5. 1/2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연을 파괴해야 함
할 만한 자연 환경이 없다.
억지로 개발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자연이 파괴된다.
돈은 돈대로 쓰고, 자연도 병 주고 약 주기다.
전문가들이 반대하는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