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화 (27/450)

"해주시면."

'엉?"

"어떻게든 하게 해줄게요."

절.

'절하고 받을 만하긴 하지.'

친애하는 후배의 고민을 해결해주지 못할 것도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법일 것이다.

* * *

솔직하게 기대는 없었다.

'사이비 같은 게.'

혜리도 안다.

찬욱이 주식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모아 이것저것 이야기를 푼다는 사실 말이다.

자신이 있으니 하는 것일 테다.

어느 정도 실력이 있을 수도 있다.

---------------------------------------------+

『남혜리님의 총 자산』

4,087,593원

−5,530,273(−57.50%)

+---------------------------------------------

하지만 자신의 계정.

냉정하게 생각을 해봐도 손을 쓸 수가 없을 지경이다.

정말 천운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불가능할 일일 텐데.

'어?'

그 천운이 떨어졌다.

수업을 마치고 MTS를 확인한 혜리는 눈이 휘둥그레진다.

'5%나 올랐어.'

+5%.

쌍부랄을 팔고 남은 400만원이 420만원이 되었다.

손실을 만회하기에는 턱없이 적다.

하지만 진짜 벌었다는 게 중요하다.

"오, 오빠?"

<솔레라에너지 5% 먹었지?>

"네, 근데……."

<그거 팔고 영창테크놀로지 사봐. 시외라도 괜찮으니까.>

"지금요??"

그것도 단 하루.

자고 일어났더니 돈이 20만원 복사돼있는 셈이다.

소라의 추천주처럼 몇주씩 기다릴 필요도 없다.

그 빠른 수익률에 중독된다.

'영창테크놀로지……, 그리고 다음은 디와이네이처?'

처음 보는 회사들.

대체 뭐 하는 곳인지도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사면 돈을 번다.

그 쾌감은 처음 맛보는 부류였다.

술을, 담배를, 마약을 난생 처음 접한 사람처럼 빠르게 중독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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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생활.

누구나 꿈을 꾸며 들어오지만 현실은 칙칙할 수밖에 없다.

"안녕!"

만화도 아니고, 드라마도 아니니 당연하다.

그런 한국대 경제학과 학생들의 일상에.

"안녕."

"혜리 빨리 왔네?"

"오~ 지각을 안 했어?"

"원래 지각 안 하거든!"

활력소를 돼주는 존재가 있다.

혜리는 경제학과의 아이돌이라고 할 수 있다.

허벅지가 드러나는 짧은 청바지.

속이 비칠 것 같은 하얀 상의.

은은하게 남는 꽃향기까지.

강의실에 들어온 혜리에게는 늘 시선이 쏠린다.

"혜리 오늘도 존나 예쁘네."

"너 관심 있냐?"

"그야 뭐……, 없겠냐?"

"그치."

예쁘다.

친근하기까지 하다.

인기가 있는 건 필연이다.

마음을 둔 남학생들이 한둘이 아니다.

"소라는?"

"걔는 좀."

"성격이 별론가?"

"아니,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물론 №1을 꼽는다면 이견이 갈리지 않는다.

전 학과를 대상으로 해도 같을 것이다.

윤소라.

1학년이지만, 학과 내 행사를 참가한 적도 없지만 너무나도 충분하다.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외모의 소유자다.

동기들로서도 신경이 안 쓰인다면 거짓말이다.

"그런 애는 졸업하고 만나면 어디 대기업 2세랑 결혼해있겠지."

""그렇겠지.""

"우리랑 사는 세계가 다른 거야."

사랑이라기 보다는 동경.

같이 수업을 받는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개가 무량할 지경이다.

같은 세상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느껴진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혜리는.

"나는 정말 혜리만 해도 감지덕지야."

"주제 파악해."

"예쁘지, 성격 좋지, 옷도 잘 입지."

마지노선.

용기 있는 사람이 미인을 얻는다고 인생에 한 번쯤은 그런 일이 있지 않을까?

꿈 많은 대학교 신입생들이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현실스러운 법이다.

"혜리야."

"웅?"

"너 정말 남친 없어?"

"아직 안 키움."

"있었던 적은?"

"글쎄~.

이렇다 할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

학과 내에서도 썩 불편해 한다.

분위기 메이커.

그런 사람이 CC를 하기 시작하면 중심을 잡아줄 사람이 없어진다.

'좀 사라졌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주하는 혜리를 시기하고 있다.

별 생각 없는 것 같은 주제에 인기가 많다.

학점도 자신과 비등하거나 잘 받는다.

선배빨.

외모로 복학생들을 홀리며 과제를 도움 받는 걸 자신이 봤다.

"난 또 남친이랑 뭔 일 있는 줄 알았지~."

"왜?"

"요즘 기분이 안 좋아 보이길래."

"내가? 내가 그럴 리가 없잖아!"

"그렇지. 혜리가 그럴 리 없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밝아진다.

그래서 싫다.

'기분 탓인가.'

최근 안 좋은 일이 있나 싶었다.

묘하게 덜 나대는 것처럼 느껴졌다.

언제 그랬냐는 듯 평소 모습이다.

주하는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뱉는다.

'씨발년.'

주하가 자신을 싫어하는 것도, 틈만 나면 뒷담을 깐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것이 여자들 사회.

대놓고 적의를 드러내면 자신만 나쁜 년이 된다.

스트레스를 억누르며 참는 수밖에 없다.

"시발."

"나한테 한 소리야?"

"아니~ 주식 샀는데 떨어져서. 괜히 샀나 봐."

이제는 아니다.

MTS.

주식 앱을 보며 짜증을 내뱉는 주하를 측은하게 바라본다.

'띨빵한 년.'

계좌가 파랗다.

지 성질 못 이기고 함부로 주식을 샀다가 고생하고 있는 모양이다.

"나도 물렸었는데."

"그래? 어디에?"

"요즘은 잘되고 있어. 수익도 나고 있고."

공감하는 척.

조근조근 킹받는 말투로 뒤통수를 친다.

혜리가 켠 MTS의 화면에는.

---------------------------------------------+

『남혜리님의 총 자산』

8,201,892원

+2,822,646(+53.47%)

+---------------------------------------------

최근 수익률이 떠있다.

빨간 불.

색깔만 봐도 수익을 보고 있다는 게 드러난다.

"축하해."

"응 고마워."

"한 턱 쏴야겠네?"

"글쎄, 한 턱으로 될까?"

"뭐?"

보여주는 시점에서 예상이 되는 일.

웃는 얼굴로 무시하려고 했던 주하도 다른 생각이 일 수밖에 없다.

'오, 오, 오, 오십퍼?!"

그 단위가 예상을 벗어났다.

투자금도 한두 푼이 아니다.

주하의 눈이 휘둥그레 해진다.

"뭐, 뭐야?!"

"응? 키움 증권 계좌인데."

"그게 아니라 그……, 혹시 뭐 샀어?"

'50%를 어떻게 먹어? 대체 뭘 샀길래?'

자신이 손실을 보고 있으니 안다.

주식으로 돈을 번다는 건 상상 이상으로 어렵다.

2배? 3배?

아니, 10%만 먹어도 감지덕지다.

그런데 진짜로 50%의 수익을 먹고 있다니.

"왜? 관심 있어?"

"아니, 그냥……. 궁금해서~."

"으음~."

"가르쳐주면 안돼?"

배알이 꼴린다.

급하기도 하다.

현재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

웃으며 마주 보고 있다.

하지만 속은 능구렁이라는 사실을 서로가 알고 있다.

"좋아!"

"정말?"

"설마 우리 사이에 이런 것도 비밀로 할까 봐? 우리 사이에."

"그치."

무슨 속셈인지는 몰라도 속 시원히 보여준다.

혜리가 산 종목은.

'넥슨바이오?'

처음 보는 것이었다.

어디서 들어본 적도 없는 회사.

"뭐 하는 회사야?"

"신약 개발하는 회산데 그게 성공했나 봐."

"그래?"

"계속 오르고 있어. 계~속. 이거 5만원까지 갔던 주식인데."

물론 의심이 안 가는 건 아니다.

얘가 자신한테 좋은 일을 해줄 리가 없는데.

'진짜네.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아.'

하지만 높은 수익률.

나날이 올라가는 주가를 보자 눈이 돌아간다.

확인해보니 정말이다.

주가가 과거 5만원까지 뛰었던 적이 있다.

꿀꺽!

현재 주가는 3만원.

더 오를 여지가 있다.

아니, 그 정도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3만원에 사서 딱 4만원에만 팔아도…….'

30%를 넘게 먹을 수 있다.

머릿속에서 계산을 마친 주하는 넥슨바이오를 사기로 마음 먹는다.

"근데."

"웅?"

"어디서 듣고 산 거야? 아니, 내 말은 추천해준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응 그렇지. 난 주식 못하니까."

하지만 걸리는 것은 있다.

이런 주식을 혜리가 알고 샀을 리는 없다.

추천해준 사람이 있을 것이다.

만약 소라라면 자신의 귀에도 들어왔을 텐데.

"교주님♡"

"뭐?"

이해 못할 말만 남기고 강의가 끝이 난다.

* * *

교자채신.

딱히 야채 교자의 신제품명이 아니다.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잡는 법을 가르쳐라.'

유명한 속담이다.

들어보지 않았다면 최소 고향이 연변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식 시장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그도 그럴게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

'경제학자들이 괜히 주식으로 돈 꼴는 게 아니야.'

지식도 중요하지만, 인과 관계를 추론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한 열린 사고는 재능의 영역이다.

띵동~♪

즉, 아무나 할 수 없다.

때문에 과감하게 물고기를 잡아만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오빠다♡"

"그럼 누군 줄 알았는데."

"오빠 말고 올 사람 없어요. 특히 남자는."

혜리의 자취방.

최근 자주 쏘다니게 되었다.

한 가지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오빠 넥슨바이오요."

"응?"

"50%나 먹었어요! 잃었던 거의 복구한 것 같아요."

"잘했어."

"다 오빠 덕분이에요. 고마워요~♡"

계좌 복구를 도와주는 것.

주식을 가르쳐주는 것으로는 답이 없다는 게 뻔히 보였다.

'그러니까.'

대놓고 찍어주고 있다.

주가가 오를 만한 주식.

매수 타이밍과 매도 타이밍을 알려준다.

"슬슬 팔아 그거."

"벌써요?"

"거기 사장 돈만 밝히는 사기꾼이라 적당히 먹고 빠지는 게 낫거든."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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