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화 (24/450)

주가가 언제 격변할지 모른다.

시대가 바뀌었다.

프로그램을 돌려두면 알아서 매매한다.

자신은 가끔씩 조정만 해주면 되니 편하다.

띠링!

다수의 작전이 한 번에 진행된다.

그중에서 살이 통통하게 오른 녀석만 배를 가르면 되는데.

'아니, 시발 주가 왜 이래!'

3개월 동안 공들여서 올린 작전주.

오메가 정보통신의 주가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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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대한민국 금융계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장소다.

보통은 합법적인 일에 종사하지만.

"아니, 시발!!"

그렇지 않은 부류도 있다.

크라운 캐피탈은 대부업을 주사업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돈은 굴려야 크는 법.

김민구는 투자라는 이름의 작전 업무를 맡고 있는데.

띠링!

방금 전 알람이 울렸다.

그 의미를 모를 수가 없는 민구는 회사로 달려가고 있다.

"차장님 식사 맛있게 하셨……."

"비켜, 비켜, 비켜, 비켜, 비켜!"

부하 직원들의 인사도 쌩까고 사무실로 향한다.

그만큼 급박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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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 정보통신』

520 ▼18 (−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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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부럴…, 무슨 여기까지 내려갔어?'

관리하던 종목의 주가가 평단 아래로 내려왔기 때문.

주가가 계획에서 벗어나 버렸다.

그 자체는 그럴 수 있다.

추격 매수가 들어왔을 때.

개미들을 털어내기 위해 물량을 던진다.

일부러 주가를 안 올리면서 며칠 뺑뺑이를 돌린다.

버티는 개미들도 있겠지만 바보 짓이다.

상대는 프로그램.

아무런 감정 없이 설정된 대로 주가를 흔든다.

개미는 무한한 공포에 떨게 된다.

'그래도 이렇게 내리면 안되지 이 고물 새끼야!'

하지만 흔드는 것에도 정도가 있다.

대놓고 손해를 보는 짓을 했다.

설상가상 물량도 줄어있다.

주가가 너무 떨어지자 기관 매수가 들어왔다.

3개월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기 직전.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을 끄고 직접 관리에 들어간다.

줄어든 물량을 다시 회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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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 정보통신』

597 ▲18 (+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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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는 급격히 말아 올려진다.

오늘 던진 분의 물량은 되찾았지만.

'시발 이러면 차트 망가지는데.'

부작용이 따른다.

지금까지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관리하던 종목이다.

차트도 예쁘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것이 와르르 무너지고 만 것이다.

'이렇게 대놓고 매수 신호 주면 하이에나들이 들러붙는단 말이야.'

눈치 빠른 놈들.

매집이 완전히 끝나기 전에 그런 일이 일어나면 곤란하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최선책이 안된다면 차선책이라도 써야 한다.

"어, 나야."

<김차장님 식사하셨어요?>

"밥은 먹었는데 소화가 안돼. 지금부터 내가 말해주는 종목 기사 좀 준비해줘. 재료는 보내줄 테니까."

단기적으로 주가를 펌핑시킨다.

그리고 한 번 싹 빠져서 원금을 회수할 것이다.

'시발 최소 5배 보던 종목인데 원금 회수라니.'

다시 들어갈지는 상황을 보고 결정한다.

만약 상황이 안 좋아도 상관없다.

관리하고 있는 작전주는 많다.

회수해서 생긴 자금을 다른 곳에 쏟아부으면 되는데.

<지금 바로 올릴까요?>

"아니, 장 끝나고 5시쯤에. 시외 상 한 번 쳐야 다음날 개미들 수급 꼬이거든."

<역시 김차장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고르고 싶지 않았던 선택지다.

오메가 정보통신은 재료가 상당히 괜찮은 종목이다.

처음 작전을 칠 때부터 민구가 눈여겨보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큰 실수를 저질렀다.

'프로그램이 다 좋은데 가끔씩 지랄을 해.'

관리하는 종목이 많다.

그런 만큼 각 종목에 대한 감시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차트를 보니 3일간 내내 내렸다.

프로그램에 이상이 생겼던 게 분명하다.

'아닌데? 다른 주들은 잘 돌아가고 있는데?'

이상이 생겼다면 다른 종목들도 영향이 있어야 한다.

그런 것 치고는 잘되고 있다.

오메가 정보통신만 문제.

민구는 이마를 찡그리고 고민을 해보지만 떠오르는 것이 없다.

오마이뉴스TV− 「[특징주] 오메가 정보통신, 이동통신 3사 5G 투자 확대 수혜 기대 속 '강세'」

약속의 오후 5시.

크라운 캐피탈과 거래하는 기자가 찌라시를 풀어준다.

일단 주가부터 상승시킨다.

그리고 기사를 올려서 이유를 만드는 식이다.

'좀 더 섹터 주목 받을 때 풀면 5연상도 칠 수 있단 말이야.'

과거.

영화 작전이 개봉했을 적.

그때는 주먹구구식으로 억지로 올렸다.

개미들도 멍청했다.

어떤 주식이 오른다고 하면 전재산 때려 박는 병신들이 즐비했으니까.

하지만 현재는 스마트하다.

주가가 오를 만한 근거와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근거는 충분하다.

상황이 아직은 밋밋하다.

주가 상승도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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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 정보통신』

671 ▲6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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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시외 상은 띄웠고……, 이틀 정도 갭상승 줬다가 3일째부터 완곡 주면서 팔아 치우면 되겠지.'

환희는 오래 가지 않는다.

거래량이 꺾일 쯤에 물량을 던져야 한다.

차선책.

들인 시간에 비해 별 이득도 못 보게 생겼다.

작전이라는 건 보기보다 대단한 게 아니다.

오히려 성공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

확률로 따지면 잘 쳐줘야 2할이다.

나머지는 이렇게 본전 회수를 하면서 다음 기회를 노린다.

'오메가 정보통신에 걸은 기대가 컸단 말이야.'

프로그램이 도입된 후로는 그렇게 되었다.

오랜 기간에 걸쳐 분산 투자를 한다.

훨씬 안정적.

하지만 그만큼 리턴은 적다.

성공할 싹이 보이는 종목도 말이다.

오메가 정보통신은 그 싹이 보였다.

재료도 좋고, 무엇보다 시가 총액이 작다.

회사 가치가 300억밖에 되지 않는다.

작은 만큼 가벼워서 작은 이슈에도 잘 날아간다.

특히 이렇게 정보통신,

대체 뭐 하는 회사지?

실체가 불분명한 것들은 오직 '꿈'만으로 평가 받는다.

'테슬라인지 뭔지 돈 한 푼 못 버는 회사도 CEO가 입 좀 터니까 시총이 수십 조가 넘잖아.'

불이 붙었을 때는 모두가 긍정적인 면만을 바라본다.

이 회사의 미래 모습을 기대하며 웃돈을 주고 사는 것이다.

오메가 정보통신도 그렇게 될 수 있었다.

아니, 딱 5배만 먹어도 족했다.

그 흐름이 끊기고 말았다.

이러면 내 인센티브에도 문제가 생기는데…….'

단순 식사로 A급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를 즐기는 호화스러운 생활.

이곳 여의도에서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상위 10%에 속한다.

대한민국 인구 중에서는 0.1%.

그것이 바로 잘 나가는 증권 브로커 김민구다.

과거는 작전 세력이다 뭐다 증권가의 양아치로 불렸지만, 세상은 돈이 있는 자가 힘도 명예도 가지는 법이다.

이제는 거의 합법에 가깝다.

'한동안 허리띠 졸라매야겠네 재수 옴 붙었어.'

프로그램이 오류를 낸 탓에 수익이 줄어들게 생겼다.

따지고 보면 자신의 잘못이다.

여유를 부렸기 때문.

평소 프로그램이 워낙 잘해주다 보니 긴장이 풀려있었다.

증권사들은 이런 개잡주까지는 신경을 잘 안 쓴다.

개미들은 날고 기어봤자 개미다.

'개미들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을 리는 없고……, 다른 세력이 끼어든 흔적도 안 보이고……, 오류 맞겠지?'

자신들은 포식자.

개미를 살살 꼬셔서 한 번에 쭉 훑어먹는 개미핥기라고 할 수 있는 존재다.

작전주는 개미지옥이다.

맛있는 냄새를 풀풀 풍기며 수많은 개미들을 탈출 못하는 지옥에 처넣는다.

그런 자신이 당한다?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민구는 떠오른 의문을 애써 머릿속에서 지웠지만.

* * *

"꺼억~!"

식사.

주식 투자자는 꼭 밥을 먹을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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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욱님의 총 자산』

5,738,893원

+4,228,658(+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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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만 먹어도 배가 부르니까.

그냥 하는 말이 진짜로 그런 기분이다.

"우와……!!"

"대가리 치워라. 아니, 치우지 마 냄새 좋네."

"대박이다. 3일만에 400만원 수익을 본 거에요?"

소라가 모니터에 딱 붙어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주식으로 수익 내는 걸 처음 본 모양이다.

'정말 싱싱하네 싱싱해.'

이런 대학 생활을 원했다.

안타깝게도 장본인은 오직 주식에만 신경이 팔려있다.

"신용 쓴 거죠? 선배 시드 크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당연하지 남자잖아."

"제 걸로는 신용미수까지 박지 않았어요? 왜 신용밖에 안 써요?"

"……."

쓸데없는 것까지 눈치 챈다.

이래서 눈치 빠른 꼬맹이는 싫다니까.

'꼬추 뗄까?'

딱히 그런 이유가 아니다.

저번과 달리 신용미수를 안 쓴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이건 내 인생이잖아."

"야."

"그런 건 아니고 언제 쏠지 몰라서 그래."

신용미수.

인생 막차 탄 개미들의 필살기.

드래곤볼로 따지면 계왕권 8배에 해당한다.

'근데 엄밀히 말하면.'

신용과 미수는 다르다.

미수는 +2일이 지나가면 증권사 임의로 반대매매가 나갈 수 있다.

오래 가지고 있었을 때의 리스크가 큰 것이다.

"작전주라는 게 결국 세력 마음대로거든."

"오를 타이밍을 모른다는 거에요?"

"따든 못 따든 하루 안에 쇼부 치는 스켈핑과는 접근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지."

계왕권 2.5배가 한계인 신용.

장기 투자를 할 때는 이편이 합리적이다.

'내 돈이라 그런 것도 있고.'

원래 그런 감이 있다.

증권사들도 자기 돈으로 하는 매매는 로우 리스크로 하지만, 고객 돈으로 하는 매매는 하이 리스크로 불사른다.

고객 입장에서는 알 필요가 없는 정보다.

소라가 신기한 듯 오메가 정보통신의 차트를 살펴본다.

"이래서 작전주, 작전주 하는구나."

"그런 게지."

"나도 살 걸 그랬다. 주가 떨어지면 저도 돈 넣어볼까요?"

"야 이 멍청아."

엄청난 수익률.

입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승 곡선.

불과 3일만에 저점에서 2배 이상의 상승을 보였다.

'이런 것에 혹하면 제 명에 못 사는 거야.'

사람들이 주식에 환상을 가지는 이유다.

돈이 복사가 되네!

쪽박을 차는 이유이기도 하다.

"너 같은 애가 들어가는 순간 설거지 당하는 거야."

"설거지요?"

"그래, 너도 나중에 설거지 할 거잖아."

"?"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주식에 뒤늦게 뛰어들어 물량을 받는 행위.

결혼 관련해서 다른 의미도 있다.

'여하튼.'

어느 쪽이든 물리면 위험하다.

소라 정도면 설거지를 할 만도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하지 않는 게 옳다.

《그래서 설거지를 작전의 꽃이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영화 작전의 우박사님 명언대로.

개미들한테 환상을 심어준 다음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주가를 내려버린다.

특히 개잡주.

한 번 물리면 복구가 불가능하다.

펀더멘탈이 안 좋기 때문에 작전이 아닌 이상 올라갈 일이 없다.

"우리손푸드 들어간 것도 설거지 당한 거에요?"

"그래, 이 새끼야."

"우씨! 상 치는 거 처음 봐서 흥분했단 말이에요."

"처음 아니잖아."

"맞는데요?"

"저번에 철강주 물려 가지고 초상 쳤잖아."

"……."

''농담도 못하네.'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하는 이야기다.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라야지.

진짜 울상이다.

마음속에 트라우마로 남아있는지 침울한 표정을 짓는다.

"놀리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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