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화 (23/450)

어디까지나 이론은 이론.

배우면 도움이 되는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아무런 쓸모도 없는 것이 바로 지식이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실전을 통해 경험을 쌓아야 한다.

실제로 써먹을 줄 모른다면 그것은 죽은 지식이다.

"그래서 이 주식은 왜 산 거에요? 손○민이든 뭐든 근거가 있을 거 아니에요."

"세력의 매집이 끝나서."

"네?"

"애들은 몰라도 된다."

그 실전 감각을 갈고 닦고 있다.

나의 기량을 다시 최고조로 끌어올릴 것이다.

관상학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함.

간만에 도박, 아니 투자를 할 생각에 몸이 근질근질한데.

"우씨!"

"진짜 애냐?"

"우리 아빠도 그렇고 세력이 뭔지 안 가르쳐줘요."

"그럼 영화 작전을 봐라."

"영화요?"

한국 증권 시장의 실상을 한눈에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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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세력이 대규모로 주가 조작을 시도하는 행위.

영화도 한 편 나와있다.

주인공 강현수가 작전 세력에 동참해 한탕 크게 벌어 먹고 나오는 이야기다.

디테일과 현실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자신을 투자자라고 생각한다면 반드시 봐야 하는 명작이지만.

"선배!"

일반인들이 봤을 때는 다소 어색할 수 있다.

최근 내 집을 뺀질나게 드나드는 미친 처자가 또 찾아왔다.

"나 매집 중이야."

"아니, 저 영화 보고 왔는데요……."

"그래, 그토록 궁금하던 세력이 뭔지 알았으면 거기 짜져서 짜파게티나 좀 끓여봐. 오전 매집만 끝나면 밥 먹을 거니까."

"우씨."

학구열이 넘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 끝에 다다른 결과가 꼭 통쾌한 궁금증 해소인 것만은 아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오전은 이 정도로 해둘까.'

작전주.

작전이 펼쳐지고 있는 주식을 그렇게 부른다.

내가 회귀 직후 매매했던 '쌍부랄'도 작전주에 해당한다.

세력들이 특별 관리하여 시세를 조종한다.

현재도 하나 의심 가는 종목이 있어 조용히 매집 중이다.

"짜파게티 끓였어요!"

"그래, 일요일만 요리사가 아닌 게지."

"요리사고 나발이고 대답이나 해줘요. 영화가 좀 이상하다니까요?"

그런 한국 증시의 생태계.

이제 막 주식 시장에 뛰어든 소라에게는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아니, 주식이 뭐라고 저렇게까지 해?

'주식이 뭐라고 저 정도밖에 못해?'

이렇게 반문할 수 있다.

주식을 하기 전과 하고 난 후의 감상이 180도 달라지는 신기한 영화다.

"아니, 이렇게 푹 끓이면 어떡해!"

"조리법대로 5분 끓였는데요."

"눈물 젖은 뽀글이를 먹어본 적이 없으니 이런 실수를 범하는 게지."

"평생 먹을 일 없을 것 같네요."

짜파게티처럼 말이다.

군대를 다녀오기 전과 다녀온 후의 취식 방법이 70도 정도는 달라진다.

드르륵!

필살기.

모모야 라유를 꺼내 든다.

반 스푼만 넣어도 짜파게티의 풍미가 변한다.

"짜파게티가 고추짜장으로 변하는 마술이 펼쳐진다."

"고추짜장이 뭐에요?"

"뭐야, 너 고추짜장도 몰라? 도대체 아는 게 뭐냐?"

"몰라요. 어디서 먹어볼 수 있는데요?"

"군대."

"알겠냐?"

동시에 추억도 즐길 수 있다.

오직 PX에서만 구할 수 있는 고추 기름이 섞인 짜파게티다.

후루룩~!

모모야 라유를 넣은 이유다.

하지만 모모야에는 고추 페이스트와 함께 마늘 후레이크도 섞여있다.

'추억으로 미화되었을 그 맛에 이 짜파게티는 따라가고 있어……!'

야간 근무 후 먹었던 고추짜장의 추억이 그려지는 맛의 이미지.

그런 이상의 짜파게티다.

"한입만."

"거래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

"아, 왜요. 치사하게!"

"너는 너의 수익으로 먹으라는 게지."

"우씨."

'자신의 수익으로 밥을 사먹을 때. 투자자는 성장을 한다.'

돈의 가치를 깨닫는다.

자본주의 사회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다 먹었으면 슬슬 이야기해줘요."

"영화?"

"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그래, 과소평가 하긴 했지."

"과대평가한 거 아니에요?"

"?"

"?"

현실.

교과서에서는 정의로운 사회만 가르쳤기 때문에 막상 현실을 마주하면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

'불편하지.'

우리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기업들이 그럴 리가 있냐?

증권사가 개미들 등 처먹는 사기꾼이냐?

"증권사가 개미들의 거래 내역을 마구 뿌리는데요?"

"일상이지."

"금감원에도 막 부하가 있어서……."

"끄나풀? 에이, 보통은 윗선에서 움직이지."

소라가 어리둥절할 만도 하다.

영화 내에서 '세력'은 증권사, 금감원과 결탁까지 한다.

'당연한 거 아닌가?'

증권사.

금감원.

연기금.

그거 다 개미들 뒤통수 치는 곳이다.

굳이 세력까지 가지 않아도 개미를 하나하나 터트리며 재미를 보는 게 주된 일과다.

"아니……, 주가를 저렇게 대놓고 조작하는데 문제가 없다고요? 주가 조작과 내부자 거래는 엄연한 불법인데요?"

"안 들키고 잘하면 불법 아니지. 너 중급 닌자 시험도 몰라?"

중급 닌자 시험.

만화 나루토의 한 에피소드다.

대따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알고 보니 컨닝을 해도 되는 거지.'

『시험 규칙』

1. 각 수험생들한테는 기본 점수 10점이 주어진다.

2. 시험 방식은 감점식이며 문제는 총 10문제로 문제 하나 틀릴 때마다 1점씩 감점된다.

3. 컨닝이나 그에 준하는 부정행위를 하다 시험관에게 적발될 경우 그 사람은 1회 2점씩 감점된다.

4. 합격 여부는 팀원 전체의 합계 점수이며 팀원 중 한 명이라도 정답 수가 0개 일 경우 그 팀은 전원 실격.

5. 마지막 10번 문제는 시험종료 15분 전에 출제된다.

여러가지 쏼라쏼라 규칙이 있다.

결론은 들키지 않으면 컨닝을 해도 문제가 없다.

한국 증시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이러니저러니 법적인 규제가 있기는 하지만.

"다 안 들키는 선에서 개미들 등 처먹으면서 돈 버는 곳이야. 개미가 믿을 곳은 없는 게지."

"그래도, 그래도……."

"특히 증권사 말은 절대 믿으면 안돼. 가장 악질 같은 놈들이니까."

"우리 아빠가 증권사에서 일하시는데."

"……."

오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MH투자증권 거래내역 유출.

기타 등등 실제 사건들이 많다.

'작전'이 명작이라 평가 받는 건 고증이 훌륭하기를 넘어 완벽하기 때문이다.

현실을 100% 반영한다.

'아버지도 알고 계시니까.'

딸이 증권가에 발을 들이는 걸 내키지 않아하는 것일 테다.

사람을 소모품처럼 쓰는 곳이다.

"그래, 너의 아버지는 악의 최종 보스인 게지. 흥분되는 전개야."

"씨발롬아."

"농담이고, 월가에서 스카웃 된 거면 보통 자문 쪽 일을 할 테니 방금 언급했던 일들과는 상관없을 거야."

"그러면 다행인데……."

물론 이는 한국에 한정된다.

미국 같은 경우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서 칼같이 조사해서 천문학적인 추징금을 때린다.

'한국은 법 개정이 안되어있어서.'

개발 도상국 시절의 잔재.

나쁜 짓을 하다 걸려도 추징금의 액수가 범죄 규모에 비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아무튼 난 매집해야 하니까 궁금증 해결됐으면 가라."

"충격이 너무 커요."

"니 가슴만큼."

"……."

"그것보다 커?"

일반인들과는 별 상관이 없는 이야기다.

증권사를 믿지 말라는 교훈만 얻으면 된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귀찮은 가슴녀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는 내 일에 다시 몰두하기로 한다.

'작전이 개봉한 건 2009년이고.'

현재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리고 나는 증권가의 최신 트렌드를 꿰고 있다.

아니, 세력들.

시대가 바뀐 만큼 예전처럼 구닥다리 전술을 안 쓴다는 이야기다.

'프로그램을 쓰거든.'

영화 주인공인 강현수가 세력의 작전을 눈치 챈 것은 차트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람이 하면 티가 난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하지만 기계.

보다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 수 있다.

매수자에 대한 방어도 자동으로 해낸다.

'이렇게 개미가 매수를 하면.'

호가창의 움직임이 바뀐다.

오르락내리락하던 주가가 특정 구간을 절대 돌파하지 못한다.

---------------------------------------------+

『오메가 정보통신』

541 ▼24 (−4.25%)

+---------------------------------------------

내가 산 540원의 +2원이 되는 542원 지점.

수수료를 포함했을 때 손익분기점이다.

'프로그램이 개미가 원하는 가격 절대로 안 주도록 설정이 돼있거든.'

이 구간을 돌파 못하면 매수자는 불안해진다.

더 내려가면 손해를 보게 되니까.

물론 질긴 매수자도 있다.

이 주식 계속 버티기만 하면 나중에 오를 것 같은데?

─개미가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매수자가 버틴다.

다른 개미도 들어오는 것 같다?

그러면 물량을 던져서 주가를 하락시킨다.

'사람이 일일이 하는 것보다는 투박해도.'

프로그램은 여러 작전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고급 인력이 필요하지 않은 덕분이다.

부족한 디테일은 양으로 채운다.

한 곳의 주가 흐름이 막혀도 다른 곳에서 잘되면 그만이다.

결국 초조한 것은 개미.

발만 동동 구르다 눈물을 머금고 손절을 하게 된다.

프로그램은 일련의 작업을 반복하며 물량을 쌓아나간다.

그러다가 확!

'한 번에 띄울 생각이겠지.'

오메가 정보통신은 요 며칠 눈 여겨보고 있던 종목이다.

차트의 흐름이 괜찮다.

'재료'도 있다.

이 주식이 올라갈 이유 말이다.

최근 통신 업계는 기술의 발전으로 시끄럽다.

데일리뉴스− 「청와대 “5G, 혁신성장의 인프라… 산업 전체 동반성장 가능”」

아직은 상용화가 되려면 멀었다.

하지만 정부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고, 미래를 반영하는 주식 시장의 특성상 충분히 움직일 만하다.

'문제는 타이밍인데.'

대형주들은 이미 반응이 있었다.

소형주 중에서도 쏘는 것이 분명 나올 것이다.

오메가 정보통신이 그중 하나일 수 있다.

세력이 매집을 하고 있는 것은 확인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그래서 언제?

한사코 기다릴 수 있을 만큼 내 상황은 좋지 않다.

'일단 쩐이 없으니까.'

주식의 수익은 시드 머니에 비례한다.

그 시드가 적어도 너무 적다.

150만원.

아무리 단타로 이득을 봐도, 생활비가 있다 보니 줄줄 샌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그렇게 돈이 없어도 쓸 수 있는 매매법이 있다.

프로그램이 상대라면 말이다.

'현재의 프로그램은 완벽하지 않아.'

고난이도 작업을 수행하지 못한다.

프로그램의 패턴을 파악하면 허점을 찌르는 게 가능하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1주씩 계속 매입한다.

그럼 프로그램은 설정이 되어있는 데로 주가를 계속 내린다.

계좌도 3개를 돌려 쓴다.

프로그램이 매수자들이 들어오는 줄 알도록 착각하게 만든다.

3일에 걸쳐 천천히 작업 중이다.

700원대였던 주가는 현재 500원대까지 꼴아박았다.

내가 계산한 세력의 평단은 520원대.

그 이하까지 온다면 반응을 할 수밖에 없다.

'자, 조금 있으면 담당자도 밥을 먹고 오겠지.'

사람인 이상 식사는 해야 한다.

프로그램이 편하게 매매를 해주고 있으니 더더욱.

주식 시장의 포식자로서 여유를 즐겼을 것이다.

그 시간에 나는 짜파게티를 먹었다.

점심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서.

긴장이 풀려있을 세력 형님의 등골을 꼿꼿하게 만들어준다.

* * *

꺼억~!

크라운 캐피탈의 김민구 차장.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회사로 돌아가고 있다.

점심 식사로 코스 요리를 먹었기 때문이다.

人당 10만원짜리 고급 음식점에서 말이다.

'내가 하루에 움직이는 돈의 규모가 얼만데.'

최근 실행하고 있는 작전이 잘되어가고 있다.

성공만 한다면 거액의 인센티브가 나온다.

삼시세끼 코스 요리를 먹어도 될 정도.

하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편한 인생은 아니었다.

'프로그램 덕분에 삶의 질이 달라졌지.'

불과 5년 전만 해도 하루종일 모니터 앞에 붙어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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