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화 (22/450)

요즘 애들은 정말 어찌 되려고 저러는지.

옛날 애들이었으면 신성력에 취해서 굿판이라도 벌였을 텐데.

'나름 영험한 느낌은 들어.'

적어도 사주팔자를 취미로 하는 건 아니어 보인다.

인생의 큰 부분을 걸었다는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전문가로서 신뢰를 해도 될 것이다.

그런 만큼 깐깐할 그들을 어떻게 꼬실지.

"그냥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애교 좀 부리라니까? 아앙~ 선배님 해주떼요! 이런 거."

"그런 거 못하거든요!"

"못하는 게 어딨어. 안 하는 거지."

"아, 아!"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이 없다.

지랄발광을 하는 소라의 손에 리스트를 쥐어준다.

그리고 어깨를 툭 밀어.

"다시 안 오는 줄 알았네."

"편하게 대해. 우리 다 착한 오빠들이니까."

"아, 네. 저기……."

"뭐, 부탁할 거 있어 혹시? 궁합 같은 거 봐달라거나."

"연애점도 잘해!"

"궁합은 아니고 그게……. 관상 좀 봐 달라는 건데요."

깨나 기대하고 있었던 듯 문 앞에서 동아리원 전원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봤자 몇 명 되지는 않지만.

'개잡주 CEO들 상판 뜯어보는 데는 충분하겠지.'

한국 증시가 가진 특수성.

그건 바로 회사가 엄청나게 많다는데 있다.

비슷한 규모를 가진 독일, 스위스 증시의 무려 5~10배에 해당한다.

소위 말하는 '개잡주'가 말이다.

한국에서 돈을 번 개미 투자자들은 대부분 이 개잡주에 투자했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사기꾼이 겁나게 많거든.'

회사 사장이 야반도주를 하기도 한다.

상폐, 영업정지, 갑작스런 지분 처분 등 비정상적인 행위가 판을 친다.

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함.

사장 얼굴만 뜯어봐도 사기꾼인지 가려낼 수 있다.

지금의 나에게는 필요한 일이다.

"누구야? 아버님?"

"아버님 치곤 좀 많은데. 수가."

"그, 그게."

"응?"

"그냥 좀 해주시면 안될까요 아앙~ 오빠?"

개잡주일수록 기대 수익이 높으니까.

나의 수익을 위해 일해줘야 쓰겄다.

'겁나게 못 꼬시는구만 저 자식.'

Re: 제로부터 시작하는 투자자 생활의 하지마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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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회사의 미래 가치를 사고 파는 행위.

사실 주식은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그대로다.

회사는 주주들에게 받은 투자금을 바탕으로 사업 확장에 힘을 쓴다.

그리고 주가 상승이라는 이름의 수익으로 돌려준다.

'한국에서는 적용이 안될 뿐이지.'

한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발전을 해온 나라다.

국뽕 거르고 글자 그대로의 사실이다.

한 술 더 뜬다.

GDP 성장이 빠른 나라는 몇 개 정도 있지만, 선진국 진입의 넘사벽이라고 불리는 민주화의 벽을 넘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앞으로 유일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다수의 의견이다.

그렇게 몸은 강대국에 비견될 만큼 컸지만.

"제도적으로는 아직 후진국인 것이 현실이지. 한국이 사기의 나라라는 말 들어봤지? 치안 순위는 세계에서 손이 꼽히는데 이상하거든. 그게 다 경제계에서 일어나는 거야."

"……."

정신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개발도상국 시절의 잔재가 남아있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빠른 경제 활성화를 위해 법적인 규제를 풀어줘.'

기업가들이 눈치 보지 않고 사업 확장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경제 발전 시기에는 그것이 분명 맞다.

하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사라져야 하는 것.

그 시대가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보니 채 사라지지 못했다.

"재벌들의 힘이 너무 세기 때문도 있어. 아무튼 결론은 주식을 살 때 회사 사장이 사기꾼인지 아닌지 가름하는 것이 중요하지."

"……."

"대답은?"

"혼자 있게 둬요."

그것이 현재의 주식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회사 사장 중에 사기꾼이 너무 많다.

'진짜로.'

그 규모는 일반인들의 상상하는 이상이다.

소위 말하는 '작전주'가 그래서 생긴다.

샤락~

소라가 가져온 관상 목록.

아날로그 감성인지 종이에 직접 수필로 작성해왔다.

'나름 볼만하네.'

펀드를 운용하던 시절에도 종종 봤다.

중요 지표는 아니지만, 참고 사항 정도는 된다.

당연히 신기 좀 있는 무당들한테 받은 것.

그 정도에 미치지는 못해도 격식은 갖추고 있다.

"이런 거 어디 가서 받으면 장당 몇 만원은 내야 하는데 덕분에 돈 굳었어."

"몰라요."

"왜? 애교 잘하던데. 그래, 해서 안되는 게 어딨어."

"안~ 들~ 리~!"

소라가 수고해준 덕분.

하지만 본인은 자신의 성과에 대해 겸손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안 그래도 좁은 자취방에서 가장 구석진 부분을 차지했다.

무릎을 가슴팍까지 끌어안은 채 안아있다.

'가슴이 15cm은 앞에 있으니 자세는 편하겠군.'

귀까지 막고 있다.

어제 있었던 일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모양이다.

"이래서 관상이라는 게 나이를 좀 먹고 봐야 돼."

"……."

"딱 봐도 남자 정기 빨아 먹을 얼굴에 음란 주머니까지 달고 있으면서 처녀처럼 행동하고 있네."

"뭐가 음란 주머니야 미친놈아!!"

"잘만 들리네."

관상학과의 남자 선배들.

싱싱한 새내기에 몸매도 섹스한 소라가 부탁을 하니 부탁을 안 들어줄 수가 없다.

《아앙~ 오빠들. 소라 부탁 들어주면 좋겠는데.》

씨발.

나지막하게 내뱉은 욕지거리를 들은 사람은 없어 보였다.

자연인들이 상대라 다행이다.

'아오이 소라도 처녀 시절 이랬을지도 모르지.'

누구에게나 풋풋한 시절은 있는 법이다.

미래의 소라는 몰라도, 현재의 소라는 남자 경험이 풍부해 보이지 않다.

"클럽 가본 적도 없어? 가만히 있으면 남자가 꼬여서 그런가?"

"그런데 안 가거든요."

"아니, 왜?"

"왜……, 랄 것도 없잖아요. 좋은 곳이 아니니까."

'얼마나 좋은 곳인데!'

나이 먹고 입구컷만 안 당했어도 1번 테이블은 항상 내 차지였을 것이다.

그런 문화 시설을 즐기지 않다니.

"아무튼 계속 부탁할 테니까 남자 꼬시는 테크닉 좀 연마해봐."

"내가 왜!"

"이미 체결된 매매는 취소할 수 없는 게지."

불만이 있는 눈초리.

입을 꾹 담은 채 노려보는 것으로 항의의 표시를 하고 있다.

'완전 애기구만 애기.'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눈 뜨고 코 베이는 주식 시장에서 이런 풋내기는 살아남을 수 없다.

"닳고 달아봐야지. 무슨 처녀처럼 갈팡질팡하고 있어."

"자꾸."

"엉?"

"이상한 말 하지 마요……. 어떻게 받아야 될지 모르겠단 말이에요."

주린이.

당연한 것이다.

주식을 쉽게 배우면 그게 더 위험하다.

거기까지는 예상했다.

아직 자라지도 않은 나무에 열매를 요구하진 않는다.

'아니, 설마.'

소름 끼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통계적으로 봤을 때 있을 수 없는 확률이다.

하지만 본인의 반응.

양팔로 가슴을 가리며 눈치를 보는 것이 설마 싶다.

"너 아다냐?"

"미쳤어요?!"

"아니, 왜 물어볼 수도 있지. 먹어보는 것도 아니고 왜 그래."

만에 하나 싶던 상상이 적중한다.

깊은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게 어떻게 교집합이 성립하냐고.'

스무 살.

반반한 얼굴.

머신 같은 몸매까지.

학교 선배들이 다 고자만 있었나?

"정말 어이가 없다 어이가."

"어이는 제가 없거든요?"

"말 걸지 마라. 바쁘니까."

"흥! 제가 할 소리에요."

클럽이라도 한 번 갔으면 알아서 전문가들이 작업을 해줬을 텐데.

관계가 거북했던 이유가 있었다.

'내가 종갓집 김치도 안 먹는 사람인데!'

노처녀 히스테리가 있는 것처럼 처녀 히스테리도 무시할 게 아니다.

무시하다가는 인생 골로 가는 수가 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실제로 한 번 가봐서 안다.

이번 생에서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뭐 산 거에요?"

"말 안 건다며."

"말을 건 게 아니라 종목이 뭔지 물어본 거거든요."

"그게 무슨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은 것 같은 소리야."

봐봐, 위험하잖아.

누가 처녀 아니랄까 봐 집착이 대단하다.

'학구열이 있는 걸 수도 있고.'

후자라면 가르쳐줄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식은 본질적으로.

"처음 들어보는 회산데."

"이번에 신규 상장된 곳이야."

"시총이 얼마에요?"

"300억."

"그거 완전 잡주 아니에요?"

"……."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지식적으로는 아무리 배워봤자 대성할 수 없다.

「투자는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다.」− 앙드레 코스톨라니(André Kostolany)

유럽의 워렌 버핏.

코스톨라니의 명언이 주식 시장의 생태계를 가장 완벽하게 표현한다.

"잡주라고 하지 마. 소형주라고 불러."

"아 네~ 그래서 좋은 회사라는 거에요, 나쁜 회사라는 거에요?"

"하아……."

"대답 좀 해주시죠."

"그냥 공감해! 너 소형주 감수성이 부족하구나?"

이성뿐만 아니라 감성이 필요하다.

주식은, 특히 한국 증시는 그러한 측면이 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투자자로서의 감을 기르기에 최적화돼있다.

회사의 주가가 어떻게 올라가는지.

"개잡주 맞잖아요 개잡주! 선배 때문에 개잡주 물려 가지고 짜증나 죽겠구만."

"그러니까 누가 개잡주 사래?"

"아까는 소형주라면서요~ 어제도 뭐 손○민이 골 넣어서 주가 올라간다면서요."

"내가 살 때랑 니가 살 때는 다르잖아."

"뭐가 다른 데요? 똑같은 주식인데."

"니 몇 시 몇 분 몇 초에 샀는데? 난 9시 28분 22초에 샀거든?!"

"선배 초딩이에요?"

한 마디로 상상력이다.

투자자는 이 회사를 사기 전에 머릿속에서 꿈을 꾼다.

'우리손푸드 같은 경우도.'

진짠가?

손○민이 골을 넣은 게 호재인가?

실제로 주가가 오르고 있으니 믿게 된다.

손○민은 잘한다.

월드 클래스 선수다.

그러니까 더 올라가지 않을까 싶은 꿈.

"전 43분에 샀어요. 뭐, 얼마 차이도 안 나네."

"하아……."

"한숨 쉬지 마요!"

"그 15분이 얼마나 크고 무거운지 깨닫는 순간이 오게 될 거다."

"안 올 거 같은데."

그리고 꿈은 모두가 현실을 직시했을 때 사라진다.

우리손에프앤지의 주가가 곤두박질 친 이유다.

'그래서 투자는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라고 하는 거야.'

예술적인 투자.

예술은 때와 시기에 따라 100원의 가치를 가질 수도 있고, 1억 원의 가치를 가질 수도 있다.

아무도 안 사던 고흐의 작품이 지금은 천문학적인 가격에 거래되는 것처럼 말이다.

차이가 있다면 시간축이 제멋대로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또 사는 거에요? 같은 걸?"

"그래."

"왜 한 번에 안 사고……."

"소형주는 섬세하니까 조심히 다뤄야 하거든."

"뭐에요 무슨 유리도 아니고."

물론 그것만이 아니다.

실전 투자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기술도 필요하다.

'특히 현재 증시는.'

소형주 위주의 시장이다.

시가 총액이 작은 만큼 작은 금액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조금씩 분할 매수를 할 필요가 있다.

올라갈 거라고 확신을 한 종목은.

"한 가지 물어봐도 돼요?"

"깨물진 말고."

"왜 굳이 소형주를 사는 거에요? 악덕 사장만 거르면 좋은 대형주도 분명 있지 않아요?"

"받아주지 않는구나."

특히 지금 시기가 그러하다.

세계 증시는 2015년의 조정장 이후 호황에 접어들었고, 현재 2017년은 강세장이 거의 꺾였다.

'1년 전에 회귀를 했다면 나도 대형주를 사고 있었겠지.'

그 편이 훨씬 안정적이다.

큰 리스크를 짊어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현재는 리스크 대비 얻는 것이 별로 없다.

"대형주는 이미 오를 만큼 올랐어. 상대적으로 안 오른 소형주 중에서 대박이 터질 걸 찾는 거야."

"아……."

각 시기마다 오르는 주식들이 있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이를 활용하여 리스크를 줄이고, 보다 많은 수익을 내야 한다.

'뒤늦게 주식판에 뛰어들어서 오성전자 이런 거 사면 좆되는 이유지.'

이것을 경기순환 사이클 투자법이라고 부른다.

짐작 가는 바가 있는지 소라가 고개를 무겁게 끄덕인다.

"선배 은근히 엄청 잘 아네요."

"이 정도도 모르면 프로 도박꾼이라고 할 수 없지. 짝귀가 아닌 게 흠인 게야."

"잘라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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