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의 공매도는 특수하다.
무차입, 무기한, 업틱룰 예외, 비전산 수기, 낮은 이자율 등 기관에게 유리한 무기를 바리바리 쥐어졌다.
'한국 공매도 승률이 97.5%야.'
기관이 잘해서가 아니다.
시장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다른 증시에서는 위험한 공매도가, 한국 증시에서는 리스크가 없다시피 하다.
"정말이에요?"
"왜 울라 그래!"
"그치만, 그치만…… 말도 안되는 거잖아요. 그러면 누가 투자를 해."
"그래서 개미 투자자의 95%가 잃는 거잖아. 통계 보면 몰라?"
울상.
자신이 꿈꿔왔던 트레이더라는 세계가 현실과 얼마나 괴리가 있는지.
조금 이르게 알아버린 걸지도 모른다.
꿈이 컸던 만큼 실망도 클 수밖에 없다.
'이걸 알면 절대로 한국 주식 안 하지.'
강원랜드 가서 바카라 하는 게 승률이 높을 지경이다.
주식 투자는, 특히 한국 주식은 일반인들의 상상과 많이 다르다.
"그렇게 따지면 살 주식이 없는 거 같은데요……."
"그게 바로 코스피의 매력이야."
"네?"
"단점이 있다면, 장점도 있는 게지. 세상 이치라는 게 그런 거 아니겠냐?"
막연한 선입견만으로 주식 시장에 도전하면 데이기 십상이다.
상위의 포식자들에게 잡아먹힌다.
'그런 세계야.'
지렁이 게임.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부딪히면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머리를 쓴다면?
그 쓰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우리는 지렁이 게임의 승리 공식을 알고 있다."
"무슨 게임인지는 알아요……."
"작은 지렁이일수록 날렵하지? 개미도 마찬가지다. 날렵한 몸놀림을 살린다면 승산을 노려볼 수 있는 게지."
똘망똘망하게 눈을 빛내고 있다.
원석.
깎아서 어떤 모습을 드러낼지는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의욕은 있어 보이네.'
가장 중요한 부분.
기본 태도 정도는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전에 계산해야 할 게 남아있다.
"여기까지가 설명인데 납득이 되나?"
"네, 말씀 들어보니 그런 것 같아요."
"납득이 되면 하기로 한 게 있지?"
"……."
그 몸으로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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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이 있다.
"너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알아?"
"알아요."
"뭔데?"
"그야 당연히 재무제표죠."
소라가 선생님의 질문을 한 번에 맞춘 학생처럼 의기양양하게 대답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틀렸다.
"무슨 그딴 걸 보고 있어. 니가 뭐 워렌 버핏이야?"
"그럼 보지 마요?"
"하아~ 정말 너랑은 주식 이야기를 하기도 싫다."
사실 재무제표도 중요하다.
투자할 회사의 내부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직접 보는 것만큼 확실한 게 없으니까.'
회계 보고서.
숫자와 공시만으로 회사 상황을 알 수 있다는데 의의가 있다.
뉴스 기사, 애널리스트의 의견 등 1차 가공이 된 자료는 진실과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다.
"트렌디하지 못하게 틀딱 같은 걸 따지고 있어. 그러니까 주식으로 한 푼도 못 벌어 먹지."
"……."
"자, 가자. 진짜 주식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가르쳐줄 테니까."
그런 것은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할 것이다.
딱 봐도 알아서 노력할 관상이다.
'모범생 타입이잖아.'
때문에 가르치려고 하려는 건 실전.
겸사겸사 내 매매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충원할 생각이다.
"알았어요, 알았어! 제가 주린이라 잘 몰라요 됐어요?"
"인정하는 모습이 보기 좋구나."
"그래서 정답이 뭔데요?"
"CEO 관상."
"……."
소라의 인맥을 활용해서 말이다.
나도 다른 생각을 안 해본 게 아니지만.
'빠구리 뜨자고 하면 뺨 때릴 거잖아.'
의외로 흔히 있다.
귀찮은 일 원나잇 한 번으로 때우려는 계집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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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세 여성 운전자가 18세 남학생을 차로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경찰은 사고를 접수했으나 운전자를 처벌하지 못했다.
이유는 둘이 성관계로 합의를 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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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입장에서도 오히려 그 편이 편하다.
그런 쪽의 유도리가 없어 보인다.
될 것 같지도 않다.
괜히 무리수를 둬서 친밀도를 깎아 먹고 싶지는 않다.
"너 설마 사장 관상도 안 보고 주식을 사는 거야? 어이가 없다."
"제가 이상한 거에요?"
"그래, 니가 이상한 거야. 이제야 알았어?"
"아닌 거 같은데……."
실제로 필요하기도 하다.
소라가 어이가 없다는 듯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노려본다.
'내가 무슨 농담만 하는 줄 알아.'
관상.
특히 CEO는 한 집단의 우두머리다.
역사책에, 특히 삼국지 같은 데에 관상 이야기가 괜히 단골로 나오는 게 아니다.
토독. 톡!
보여준다.
우리나라 재벌가 회장들의 얼굴.
구글에 대충 검색만 해도 주르륵 떠오른다.
『한국 재계 서열 순위』
1. 오성그룹− 이건× 회장
2. 미래그룹− 정몽× 회장
3. SKY그룹− 최태× 회장
4. 헬지그룹− 구본× 회장
"1, 2, 4번의 얼굴상이 비슷하지 않아?"
"어……, 그런 것 같기도 해요."
"거북이상이라고 하는 대표적인 부상이야. 부자가 될 상이라는 거지."
정몽구도 거북이상은 아니지만 거북이 목을 타고났다.
재벌 회장쯤 되면 관상부터가 범인이 아니다.
"너 승리 알지?"
"당연히 알죠. 옛날엔 좋아했는데……."
"승리는 화무십일홍의 관상이라고 20대 초에 부를 가지고, 30대 이후에 모든 것을 잃는 관상이야."
"아!"
"소름 끼치지 않냐?"
글자 그대로 범인이 되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관상은 중요하다.
절대 허투루 넘길 것이 아니다.
"근데요."
"뭐."
"이게 더 틀딱스러운 거 아니에요?"
"……."
"틀딱 맞네."
"가아아아알!!!"
조선에서 투자하려면 조선의 법도를 따라야 하는 법!
옛스러운 것을 틀딱이라고 폄하하는 건 무지에서 생기는 바보 같은 행위다.
'관상은 과학이라는 소리가 괜히 있는 게 아니야.'
실제로 인정 받는다.
다른 곳도 아니고 세계 금융의 중심지 월가에서 말이다.
'작은 수의 오류'라는 게 있다.
미국의 경영학자 짐 콜린스의 저서가 그 예시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2001년 발간
경영자의 교과서.
해당 책은 성공한 기업들의 특징을 분석한 책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른다.
"하지만 그 책에 나왔던 기업들은 현재 다 망했지. 왜 망했을까?"
"한두 개는 몰라도 전부 망한 거면 글쎄요."
"성공한 기업만 분석해서 그래."
"아하."
분석한 표본이 적었던 것이 실수였다.
이를 작은 수의 오류, 또는 생존자 편향이라고 부른다.
반례로 '린디 효과'라는 게 존재한다.
설사 미신이라도 수백 년간 존속됐다면 뭔가가 있다.
'관상에도 뭔가가 있어.'
그러니까 아직까지도 쓰이고, 실제로 잘 맞는 것이다.
안 맞으면 혈액형 성격설처럼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아무리 그래도 관상은 좀……."
"됐다. 너 같은 투기꾼한테 무슨 주식을 설명하냐. 또 손○민이 골 넣었다고 개잡주나 사고 있을 텐데."
"선배 때문에 산 거잖아요!!"
"정말 주식을 뭐라고 생각하는 겐지."
"%$^#!"
사실 관상학은 오랜 기간 쌓여온 빅데이터의 결과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물며 조선땅에서 만들어진 조선의 지식이다.
'진짜로.'
관상은 선조들의 경험과 사례를 토대로 만들어진 얼굴로 보는 통계학이다.
단일 민족인 만큼 신뢰성은 낮지 않다.
"적어도 저는 CEO의 얼굴만 보고 주식을 사진 않을 거에요. 절대."
"에혀."
"또 뭐라 하려고. 투기꾼은 선배거든요?"
"내가 하려는 건 좋은 기업을 찾으려는 게 아니야. 나쁜 기업을 거르기 위함이지."
물론 한계는 명확하다.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박수를 친다고, 이미 성공한 사람의 관상을 후하게 쳐주는 경우도 많다.
'근데 사기꾼들은 관상에서 냄새가 나.'
주인공은 각각 달라도, 악당은 늘 비슷한 법이다.
나쁜 짓을 할 것 같이 생긴 사람이 나쁜 짓을 한다.
관상에는 그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녹아있다.
결코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그리고 이것은 한국 증시가 가진 특수성에서도 기인한다. 중요한 부분이지."
"그게 뭔데요?"
"따라와. 가면서 얘기해줄 테니까."
○켓몬 트레이너를 데리고 가고 있다.
목적지는 한국대.
정확히는 학생회관이다.
학생회를 비롯해 다수의 동아리가 분포해있다.
끼익~!
두꺼운 유리문을 열고 들어간다.
나 혼자 오기에는 여러가지 제약 사항이 많았다.
"너 친구 많지?"
"딱히 많지는 않은데……. 학과마다 아는 선배 한 명씩은 있어요."
"그게 많은 거지."
인싸는 자신의 교우 관계가 좋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게 당연한 거니까.
'그래서 나약한 거야.'
혼자서 살아가는 방법을 모른다.
진정한 강자에게 친구는 필요 없다.
"그걸 전문 용어로 왕따라고 하는 것 같은데요."
"내 사전에 왕따란 없다."
"나폴레옹처럼 말해도 폼 안 살거든요?"
하지만 직원은 필요하다.
최근 주식을 거래하는데 있어 정보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내가 CEO로 있었을 때는.'
알아서 정보가 산더미 같이 온다.
그걸 아랫것들이 정리를 해서 나에게 보고한다.
나는 돈만 내면 되니 편하다.
딱히 이상한 일이 아니라, 원래 펀드들이 그런 식이다.
정보만 운용하는 회사들이 따로 있다.
그들에게 돈을 주고, 정보를 사는 것이다.
"아무튼 니가 알아서 잘 꼬셔 봐."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는데……."
"그 큰 가슴으로 들이밀면 어떻게든 되겠지."
"선배 맞을래요?"
기관들이 개인보다 한 발 빠른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을 하기에는.
'전문 업체를 쓰기에는 내가 아직 쩐이 없어서.'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현대 사회에서 정보란 곧.
이는 한 치의 과장도 없는 진실이다.
예를 들어 원유 가격이 곧 떨어질 것 같다.
그것을 딱 5분만 먼저 전달 받아도, 숏을 쳐서 떼돈을 벌 수 있다.
"그럼 안 하게? 본인이 한 약속을 지키지도 않을 만큼 막돼먹은 인간이었던 건가?"
"씨이……."
"안 들리는데~."
"하면 되잖아요 하면!"
관상부터 시작해 하나하나 인재를 늘려갈 생각이다.
다행히 이곳 한국대는.
'인재라면 썩어 날 정도로 있으니까.'
문제는 교섭 방법.
소라라면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반드시 해내야만 한다.
똑! 똑!
문을 두들긴다.
관상·사주 동아리.
그 이름만큼이나 무거운 분위기를 풍긴다.
끼익~!
내부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상상하던 것 이상의 혼모노들이 모여있다.
"누구세요?"
"와, 여자다!"
"이런 누추한 곳엔 어쩐 일로……."
"안녕하세요. 저는 그 경제학과 1학년 윤소라라고 하는데요……."
튀어나온 사람들.
원숭이라고 해도 믿겠다.
아무렇게나 기른 수염에, 머리카락도 제대로 정리를 안 했다.
오타쿠라기보다는 자연인이라는 표현이 걸맞는다.
정말 길거리에 앉아 사주팔자나 보고 있을 듯한 느낌.
"헐 1학년?! 17학번이야?"
"네, 그런데요."
""와아아~~!!!"
"……."
"나랑 몇 학번 차이냐? 5학번?"
"6이지. 넌 한 번 꿇었잖아."
"혹시 사주에 관심 있니? 아니, 다른 게 아니고 순수한 의미루다가 물어보는 건데……."
"아, 네."
특별히 사족을 붙이지 않아도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을 만한 얼굴이기도 하다.
역시 관상은 과학이다.
"자, 잠시만요."
미지에 대한 도전 정신이 부족한지 영 떨떠름한 표정이다.
그대로 문을 닫더니 나를 향해 뛰어온다.
"나보고 어쩌라고!!"
"너는 정말 선배에 대한 예의라는 게 없구나?"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