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화 (19/450)

"빨리, 빨리!"

"얘가 의외로 질척거리는 타입인가 봐. 첫사랑한테 매달린 거지."

""꺄아~!!""

아주 좋아 죽는다.

진짜 사랑이 아니라 주식 이야기지만 말이다.

대놓고 말하면 얘가 발광하잖아.'

한 성깔 한단 말이야.

살다 살다 목 잡고 쌍욕 날리는 년은 처음이다.

머리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이해를 했는지 우물쭈물하며 눈치만 본다.

"혹시 첫사랑 다음으로 오빠가 입후보?"

"그거네."

"아니라고!"

"우리 소라 잘 부탁드려요!"

""깔깔!""

얘들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화해를 했으면 싶겠지.

윙크를 하더니 도망간다.

혜리네를 잡으려고 하던 ○켓몬 트레이너의 행동도 잠시.

"그래서?"

"네?"

"헤어졌어? 첫사랑한테 이별 고했냐고."

"……네."

주식 이야기.

종목과 사랑에 빠지는 일은 주식 투자자라면 반드시 한 번씩은 있다.

'차라리 손해를 보는 게 날 때도 있어.'

괜히 운 좋게 벌었다가, 다음번에 크게 잃는 것보다 말이다.

중요한 건 무엇을 얻었는지다.

"첫사랑의 미련이 쉽게 떨쳐지지 않았을 텐데~."

"자꾸!"

"응?"

"사랑, 사랑하지 마요. 주위에서……, 쳐다보잖아요."

주식은, 투자는 당장 얼마 벌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시장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살아남은 사람이지.'

아무리 많이 벌어도 한순간에 잃을 수 있다.

때문에 공 든 탑을 쌓아 올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저 알고 싶어요."

"섹ㅅ……."

"야."

"아, 주식을."

그 첫 걸음을 뗀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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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초인종.

하얗고 긴 손가락 끝이 조심스럽게 닿는다.

'여기……, 맞겠지?'

소라는 대학교 외곽에 있는 동네에 도착했다.

개발이 안된 곳으로, 치안이 안 좋다는 소문이 있어서 학생들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기숙사를 구하지 못한 학생들이 이곳에 자취방을 구해서 살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다.

띵동~♪

그 빌어먹을 선배.

아니, 찬욱이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얀 페인트가 쩍쩍 갈라진 낡은 주택이다.

사람이 살고 있을까 싶은.

'없어?'

정말 안 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초인종을 두 번째.

기다려도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설마 집을 잘못 찾았나.

'맞는데…….'

주식을 배우고 싶다.

찬욱에게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느그 아버지한테 배워. 트레이더라며?》

아빠는 자신을 애 취급한다.

졸업할 때까지는 가능한 주식은 하지 말아라.

질문에 대답해주는 건 학문적 도움이 필요할 때 뿐이다.

주식에 대해서는 안 알려준다.

'이 새끼 설마 일부러?'

자존심을 접어두고 부탁한 이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사정이다.

찬욱의 입장에서는 귀찮을 수 있다.

대놓고 싫어하는 수준을 넘어서.

띵동~♪

패싱을 할 수가 있다.

일부러 집 주소를 틀리게 가르쳐준 것이다.

'시발놈아!!'

어쩐지 순순히 알려줄 때 의아했다.

그동안 뱉은 소리가 있는데.

애꿎은 사람의 집.

아니, 사람이 안 사는 폐가륻 두들기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너 진짜 만나면 가만 안 둬!'

지금의 할 수 있는 건 원망하는 것 정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데 별 수가 없다.

개빡친 소라가 돌아가려던 찰나.

<가즈아~~~~!!!>

집 안.

약간 정신이 나간 듯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잘못 들은 게 아니다.

분명 집 내부에서 들려온 소리다.

'이렇게 정신 나간 인간이 많이 있을 리가 없는데.'

끼익!

손잡이.

혹시나 하고 열어본 문고리는 열려있었다.

허락 받지 않고 들어가는 건 실례다.

하지만 기왕지사 이렇게 된 거.

"가즈아~~!!"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니다.

7평 남짓한 집 안.

그 좁은 원룸에 있었다.

빌어먹을 선배가 소리를 지르고 있다.

"선배……?"

"뭐야. 시발 꺼져!"

"제가 무슨 촛불인 줄 알아요? 꺼지게."

굳센 마음을 먹고 왔다.

그도 그럴게 싫어할 수 있다.

자신과 찬욱의 사이.

썩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니까.

'제정신이 아닌 거 같은데?'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소라도 한눈에 보고 알 수 있다.

찬욱은 주식을 하고 있다.

모니터 화면에 HTS가 보인다.

"가즈아!!"

"대체 어딜 가시는데요?"

하지만 침착하지 않을 수 없다.

저러는 이유가 무엇인지.

"너 여기 왜 왔어."

"선배가 와도 된다고……."

"너 때문에 부정 타잖아. 꺼져어어!!!"

"네……???"

물어볼 여유도 없다.

아예 정신이 나간 듯한 인간이 눈앞에 있다.

'원래도 정상인과는 거리가 멀긴 했는데.'

언덕 위의 하얀 집에 갇혀있어야 할 듯한 인간.

기분 탓인지 눈깔도 약간 돌아가 있다.

그럼에도 이성을 유지해야 한다.

사생활.

개인적인 사정이 있을 수 있는 노릇이다.

"너 때문에 부정 타서 내려가면 책임질 거야?"

"굿판도 아니고 무슨 소리에요!"

"부정 타니까 빨리 꺼져!"

"무슨 일인지 최소한의 설명은 해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움츠러드는 미간.

소라는 개빡치는 감정을 간신히 참는다.

자신이 그토록 혐오했던 이유가 있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주식 거래 중인가……?'

모니터 화면.

HTS.

컴퓨터로 하는 트레이딩 프로그램을 켜놓았다는 게 보인다.

거래를 방해 받아서 발광한 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어느 정도 납득은 간다.

'우리손푸드라는 회사의 주식을 샀구나?'

주가가 올라가길 바라는 마음.

자신도 진짜 투자를 해본 만큼 이해한다.

주가가 내려가면 돈이 녹아내린다.

진심으로 올라가길 바랄 수밖에 없다.

"우리손푸드에 투자 중이신가 봐요."

"어쩌라고."

"혹시 회사의 어떤 측면을 보고 샀는지 알려줄 수 있을까요?"

"몰라."

대놓고 무시를 한다.

눈길 한 번 안 주고 호가창만을 바라보고 있다.

'그래, 처음부터 쉽게 배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안 했어.'

어깨 너머로도 배울 수 있는 게 분명 있을 것이다.

일단 찾아본다.

토독, 톡!

우리손푸드가 뭐 하는 회사인지.

핸드폰을 두들겨서 말이다.

'육류 관련주……?'

돼지, 한우 등 다양한 축산업을 하고 있다.

즉, 육류의 가격이 올라야 이 회사의 주가도 오른다.

"육류 가격이 상승한다는 이야기는 기사가 없는데요? 마트를 가도 가격이 올라갔다고 느낀 적도 없고……."

"근데."

"그래서 주가가 딱히 상승할 요인이 없는 것 같아요."

물론 틀릴 수도 있다.

확증 편향.

이론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이미 한 번 데어본 마당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없다.

'아직은 모르는 것 뿐이야.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공부하면 실체를 잡을 수 있어.'

합리적인 판단.

설사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틀린 소리는 안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까부터 너 뭔 소리야."

"그러니까 육류 관련주잖아요? 그래서 육류 가격에 큰 변동이 없다는 점을 말씀드린 거에요."

"이게 왜 육류 관련준데?"

"네? 그럼 뭔데요?"

"누가 봐도 손○민 관련주잖아!"

"……."

상상 이상의 또라이였다.

아니, 짐작조차 못해본 이야기.

'손○민? 내가 아는 그 손○민 선수?'

자신이 혹시 잘못 들은 게 아닌지.

안타깝게도 그것이 아니었다.

"이 회사가 손○민 선수와 관련이 있는 회사에요?

"우리손! 우리손 몰라? 너 설마 개좆날강두 빠는 젖닌견이었던 거야?"

"네?"

"개좆젖통난사날강두를 왜 빠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아까부터 무슨 소리 하는지 모르겠거든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상황.

억지로 끼어 맞춰보려고 해도 그조차 불가능하다.

'잠깐만. 나 놀리는 거지?'

소라가 다다를 수 있는 결론은 단 하나.

하지만 눈앞의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우리 손!!!!"

미친놈처럼 부르짖고 있다.

부르짖을 만한 이유가 있었다.

─외국인이 당했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세력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미친 듯이 오르고 있다.

1%, 3%도 아니고 5%.

---------------------------------------------+

『우리손푸드』

2,420 ▲225 (+10.2%)

+---------------------------------------------

아니, 잠깐 안 본 사이에 주르륵 올라가 상방 VI를 찍어버렸다.

"왜 오르는 거에요? 설명이라도 좀……."

"아니, 너 몰랐어?"

"뭐, 뭐를요?"

"어제 손○민이 골 넣었잖아!!"

"……네?"

머리가 띵하다.

분명 한국어를 듣고 있는데 이름도 모르는 나라의 외국어를 듣고 있는 기분이다.

"손○민이 골을 넣으면 어떻게 되겠어?"

"글쎄요."

"손○민 관련주가 폭등하는 거지. 당연한 거 아니야?"

"……."

납득이 되면서도 납득이 안되는 묘한 느낌.

자신이 바보가 된 것 같아서 더 빡친다.

'이건 투기지. 투자가 아니잖아?'

물론 안다.

테마주.

특정 인물에 이슈에 반응해 등락을 하는 주식이 있다는 사실 말이다.

대표적으로 정치인 테마주가 있다.

해당 정치인이 선거에서 뽑히면 주가가 올라간다.

하지만 그것은 올바른 주식 투자가 아니다.

도박에 가까운 투기적인 행위인데.

─쿼드라 킬!

세력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10%에서 멈추지 않는다.

12%, 13%, 15%!

천장을 뚫을 기세로 올라가다가.

─기관님이 세력님의 대량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

다시 주르륵 흘러내린다.

역시나 이해가 가지 않는 주가 상승이었다.

'손○민 선수가 골을 넣었다고, 전혀 상관없는 회사의 주식이 올라가는 건 이상하잖아.'

손○민 선수의 아버지가 회사를 운영한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도 없다.

단순히 회사명이 비슷할 뿐.

따라서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자신의 생각이 틀림없다고 생각을 하지만.

─더블 킬!

트리플 킬!

세력님이 학살 중입니다!

브레이크가 걸린 것도 잠시.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치고 올라간다.

마음속으로 부정하려고 해도.

─쿼드라 킬!

펜타 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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