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려……, 줘…….'
눈앞이 깜깜해진다.
뇌의 산소 밀도가 낮아지며 진짜 요단강을 건너려던 그때.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세심하게 걸어둔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다는 알림이다.
"뭐, 뭐야? 방금 뭐 했어?"
"대가리 좀 식히고 좀 쳐봐라!"
당황.
손이 느슨해진 틈을 노려 빠져나온다.
그리고 포켓몬 트레이너의 어깨를 감싸듯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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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라님의 총 자산』
6,919,758원
−1,580,342원(−1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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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창을 보여준다.
백문이 불여일견.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눈깔이 있으면 알 것이다.
"뭐, 뭐에요 이거?"
"돈 복사."
"아니, 어떻게 한 거냐고요. 저……, 손해 보고 있었는데."
110만 원에 달하는 수익.
이 녀석이 한가하게 샤워를 할 동안 벌어낸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시드가 적다.
어지간히 해드셨다.
하지만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어깨나 주물러봐."
"내, 내가 왜……."
"누구누구가 하도 목을 졸라 대서 힘드네. SM도 아니고 무슨."
"알았어요! 하면 될 거야 아니야 하면."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보니 그렇게 나쁜 건 또 아닌 것 같다.
태도가 바뀐 가슴녀가 어깨를 살살 어루만져 온다.
─개미가 당했습니다!
이러는 사이에도 시장은 돌아가고 있다.
잠깐 고개를 들었던 주가가 다시 처박는다.
"지금 사야 되는 거 아니에요?"
"어허."
"왜요?"
"안마가 하나도 시원하지가 않네."
매수 기회.
방금 전 반등하는 걸 본 개미들은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공매도 치는 애들이 쉬운 무빙을 줄 리가 없어.'
비싸게 판다고 무조건 이득이 아니다.
나라와 증권사에 내는 증권 거래세와 수수료가 있다.
수수료는 무시해도 된다.
증권사에 따라 다르긴 해도 0.015% 안팎의 미미한 수준이지만.
"슬슬 사도 되지 않을까요?"
"왜?"
"올라갈 여력이 있는 주식이기도 하고……."
"종목과 사랑에 빠지지 마라."
"네?"
증권 거래세는 현행 기준 0.25%다.
5천만 원 어치를 팔면 12만 5천 원이 세금으로 날아가는 셈이다.
'겨우 몇만 원 먹으려고 리스크를 짊어질 필요가 없잖아.'
변동성이 매우 심한 건 9시 30분까지다.
지금부터는 거래량이 현저히 줄어든다.
작은 변동 안에서 수익을 내는 방법.
매수가를 최대한 세밀하게 잡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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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종목』
포스크 263,500원 −2.5%
미래제철 59,600원 −2.3%
동해철강 15,000원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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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철강의 주가.
1주당 가격이 15,050원으로 단타를 치기에 최적화돼있다.
'주식 가격이 1만원대면 1틱에 50원씩 움직이고, 그게 약 0.33%라서.'
몇 틱만 발라 먹어도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동해철강을 고른 건 변동성 때문도 있지만 가격대까지 고려한 결과다.
"내려가지?"
"아……."
"너는 이 주식이 텐버거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단기적인 시장의 움직임은 오직 대응에 있어."
11900원에서 매수한다.
이번에는 신용만 써서 약 2천만 원 어치의 주식을 담는다.
"어떻게 2천만 원을 사요?"
"신용거래라고 있어."
"시, 신용?! 내 건데?"
"내 인생도 아니고 뭐 어때."
'더 담을 걸 그랬나?'
사기가 무섭게 호가창이 움직인다.
그래도 혹시 나까지 데리고 갈 수 있으니.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신용미수.
계왕권 8배로 간다.
5500만 원 어치의 주식이 장바구니에 담긴다.
"남의 돈이라고 너무 함부로 하는 거 아니에요?"
"하……."
"한숨은 제가 쉬고 싶거든요?!"
"야, 그게 바로 트레이더야."
다른 사람의 돈으로 거래하는 직업 말이다.
막차를 잘 탔다.
다행히 인생 막차는 아니었다.
〔코스피〕
─동해 찐바닥 찍었냐?
─15층만 가면 다시는 주식 안 할게요 ㅠㅠㅠㅠㅠ
─슬슬 외국인 매수세 들어오네
─동해철강 폭탄 세일 중 컄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
생각보다 반등이 괜찮다.
그 이유.
매수 기관 중에 외국 기관이 보이기 시작했다.
"외국인이 사고 있어요!"
"근데."
"외국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큼 좋은 주식이라는 뜻 아니에요? 매수량도 엄청 많고."
"하아……."
실상은 별거 없다.
그냥 해외에 본사를 둔 기관이라는 뜻이다.
'다 검머외야. 검머외.'
진짜 외국인도 있긴 하지만 소수.
대부분 한국 부서가 따로 있다.
한국인이 거래하는 것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한국 기관보다 능력이 있다는 것 정도.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호로구라상승일 확률이 매우 높다
의도적으로 매수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개미들을 꼬시기 위함.
그리고 뒤에서는 몰래 팔고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떨어진다, 떨어진다!"
"호들갑 좀 그만 떨어."
"어떻게 가만히 있어요 꺄아~! 쟤네 다 물렸겠다!"
'가슴이 떨어지는데?'
고개를 숙이자 큰 살덩이가 뒤통수를 짓누른다.
묵직한 무게감에 목이 아프다.
생각보다 말랑말랑하다.
모양이 잡혀있어서 단단할 거라고 짐작했는데.
─기관님이 학살 중입니다!
외국인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눈치 게임이 막을 올린다.
기관들이 서로 경쟁을 하듯이 물량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상관없지.'
이젠 내 주식도, 얘 주식도 아니다.
마지막으로 한탕 크게 먹고 나왔다.
"또, 또 할 거에요?"
"왜?"
"신용미수 쓰는 거 위험하잖아요……. 물론 선배 믿긴 하는데."
"안 해."
단타에는 룰이 있다.
확실하게 먹을 수 있는 기회는 많아야 3번 주어진다.
'3번 다 했잖아.'
그 이상은 욕심.
잠시 후 10시 15분부터 항셍 선물이 열린다.
코스피는 중국 증시 영향을 크게 받는다.
만약 중국장이 좋지 않다면.
"항셍 내려가고 있지? 가뜩이나 하락하는데 지수까지 떨어지면 더 처박는 거지."
"아……."
"설마 몰랐어?"
"……."
코스피도 내려간다.
주가가 내려갈 이유+1.
공매도 세력 입장에서는 신이 날 것이다.
초보 투자자라면 모를 만도 하다.
우물쭈물 입술을 잘근잘근 씹더니 이내 입을 뗀다.
"저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뭐."
"아까 말씀하신 거 있잖아요."
"그러니까 뭐."
"그……, 사랑 어쩌고 하신 거."
격의 차이.
포켓몬 트레이너와 진짜 트레이더의 차이를 실감한 모양이다.
아주 공손해졌다.
그 정도 대답은 못해줄 것도 없다.
"니가 그 종목에 대해 조사할수록 올라간다는 확신을 하기 쉬워."
"그게 나쁜 거에요?"
"어?"
"해당 기업을 잘 알고 투자해야 하잖아요. 막무가내로 투자하는 것보단 안정적이어야 하는 게……."
설명이 조금 난해하다.
고추 새끼였으면 한 방에 이해시키기 씹가능인데.
'섹스하지 말고 딸만 치라고!'
풀어서 설명하려면 조금 길어진다.
주식 시장이라는 게 간단할 리 없다.
"너는 왜 오른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나스닥 철강도 올랐고, 철광석 가격도 오르고 있어서……."
"그래서 뭐 어쩌라고."
"네?"
"그거 오르면 주가도 오르는 거야? 그거 오르는 날에 전재산 레버리지로 몰빵 몇 번 치면 재산이 몇 곱절씩 늘어나겠네?"
"……."
물론 그런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시장은 점점 복잡계로 가고 있고, 영향을 주는 요소는 산더미처럼 많다.
'그러니까 니가 포켓몬 트레이너지.'
주제를 모르고 시장에 도전한 후배.
그 한심한 생각을 고쳐주기 위해 설교를 할 작정이었는데.
뚝! 뚝!
선즙필승을 시전하고 있다.
다만, 그 울음의 의미가 먼젓번과는 달랐다.
"니가 시장에서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 이번 기회에 깨닫고……."
"오빠 고마워요."
"어?"
"이 방 나가기 싫었는데."
나의 손을 꼭 붙잡아온다.
그리고 눈길이 살랑살랑거리는 게 무언가 범상치 않다.
'잠깐. 이거 혹시 각인가?'
분위기가 좋아 보인다.
그도 그럴게 소라의 입장에서 나는 구세주.
호감작이 제대로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 번 시도해볼 만하다.
"험험! 일단 좀 앉아서 얘기할까?"
"그, 그럴까요? 의자가 하나뿐이라 여기 침대에라도……."
'침대 좋지!'
1인용의 작은 침대.
하지만 차고 넘친다.
충분히 두 사람도 쓸 수 있다.
그 위에 다소곳이 앉는다.
엉덩이가 닿는 가까운 거리에 나도.
"저 무서웠어요."
"그, 그래?"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오빠."
30%가 넘어가던 손실.
그 악몽 같던 현실에서 벗어나자 긴장이 풀린 모양이다.
기대듯이 안겨온다.
내 가슴팍에서 한참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한다.
'설거지를 한 보람이 있구만.'
이 맛에 퐁퐁남 하는 거겠지.
실의에 빠진 후배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들겨준다.
그 과정에서 닿게 되는 살결.
성격처럼 억셀 줄 알았더니 의외로 꽤 부드럽다.
"아이고~ 그랬구나."
"오빠가 저 도와줄 줄 몰랐어요. 평소에 심한 소리 해서 죄송해요……."
가슴까지 닿는다.
묵직한 살덩이가 기분 좋은 압박감을 선사하고 있다.
화장기 없는 밋밋한 얼굴이 다소 아쉽다.
그조차 이 나이대에서는 장점이다.
"소라가 많이 힘들었구나."
"네……."
"오빠가 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네?"
여자는 나이가 깡패.
막 샤워를 마치고 촉촉해진 볼을 살살 쓰다듬는다.
작은 얼굴.
긴 속눈썹.
갈라지긴 했지만 선홍색의 두껍고 예쁜 입술.
'물빨하기 딱 좋네.'
뭐 바른 것도 없어서 어디든 핥을 수 있다.
웃돈을 주고도 사기 힘든 싱싱한 여대생을 드디어!
"백, 아니 이백이면 될까?"
"……네?"
"몸 팔 거면 처음은 오빠한테 하라고."
얼떨떨한지 얼굴에 물음표가 떠오른다.
진로 선택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선배의 깊은 뜻인데.
"아니, 다른 게 아니라 모르는 사람이랑 하는 것보다는 낫잖아."
"……."
"니가 전문직이 되는데 현장에 가서 실수하면 안되잖아. 이게 다 걱정이 돼서."
"뭐 이 새끼야?"
귀싸대기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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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에 달했던 손실.
단 1시간만에 거의 완벽에 가깝게 복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