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화 (12/450)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말하는데 틀린 이야기는 안 하지 않을까?

−요즘 건설주도 오르던디

−컬러강판이 뭔가요?

−철 없으면 아무것도 안 굴러갑니다

−아 살까

−개별주는 뭐가 좋을까요??

−난 그거 사야지 그거 ㅋㅋ

−철강이라……

−산업의 쌀인데 그동안 왜 처박음?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좋은 종목도 늦게 들어가면 먹을 것이 없는 게 주식 시장이다.

<그렇다면 철강주에 슈퍼 사이클이 왔다고 봐야 하는 걸까요?>

<거기까진 저도 장담할 수 없는데.>

<아, 그렇겠죠…….>

<슈퍼 사이클은 아니어도 빅 사이클은 온 거 같아요. 보통 사이클이 8~20년 주기로 오거든요?>

<슈퍼 사이클의 초입이라고 봐도 되겠군요?!>

내가 늦게 들어간 거면 어떡하지?

그런 고민을 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단박에 흔들어 놓는다.

10년만에 오는 기회다.

지금 아니면 절대 못 먹는다.

사야 할까 말아야 할까?

〔유튜브〕

「돈올라TV. 암흑기 끝낸 철강주 슈퍼 사이클이 온다!」 − 조회수 10만회 · 1일 전

흔들리던 투자자들이 매수 버튼을 누르게 만든다.

그렇게 영상은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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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본 방송의 투자 정보는 참고만 하시길 바랍니다.

투자에 대한 모든 결정은 투자자 본인의 몫입니다.

방송에서 언급된 종목의 가격 등락에 본 채널과 출연진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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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경고문과 함께.

* * *

조별 과제.

"오빠. 좀 진지하게 하면 안돼요?"

"뭐가?"

"아니……, 오빠가 해온 자료 봤는데 이상한 것만 있잖아요!"

세상에서 가장 귀찮은 일이다.

그래도 성심성의껏 나의 재능을 기부해주고 있는데.

"왜 인버스를 사요?"

"이것도 수혜 보는 섹터 맞는데?"

"교수님의 출제 의도와 다르잖아요!"

"뭐가 달라. 원래 원자재 가격은 숏까지 포함해서 치는 거구만."

선물로 하려다가 그래도 주식으로 해야 할 것 같아서 ETF로 고른 거야.

뭐가 그리 불만인지 모르겠다.

'요즘 애들이 불평불만이 많아.'

중간 점검으로 카페에서 만나게 되었다.

성격이 활기찬 편이 혜리가 쫑알쫑알 시끄럽게 떠든다.

"그리고 오렌지 주스는 뭐에요? 진짜 장난하자는 거에요?"

"석유, 천연가스처럼 오렌지 주스, 커피, 우유 이런 것도 다 원자재야. 농산물 원자재."

"아 그렇구나~ 처음 알았네 헤헤."

그래도 이 그룹에서 가장 말이 통한다.

조금 친해져서 티격태격 잡담도 주고 받는 사이다.

"세계적으로 수요가 많은 식품은 효과적인 가격 예측을 위해서 선물 시장이 열려."

"오렌지 주스 가격은 왜 오른다고 보는 거에요?"

"최근 캘리포니아에서 오렌지 전염병이 돌고 있거든. 공급이 줄어드니까 가격이 오르겠지? 그동안 많이 떨어지기도 해서 롱 잡아도 될 것 같애."

"오~."

수현도 아아를 빨면서 끄덕끄덕 듣고 있다.

과묵한 편일 뿐이지 딱히 사이가 나쁘진 않다.

'그 썅년은 나오지도 않네.'

딱 한 년 빼고.

포켓몬 트레이너가 없을 때는 이렇게 정상적인 대화가 이루어진다.

"오빠가 싫어서 안 나오는 거잖아요!"

"공감."

"……."

"왜 소라한테만 심술이에요? 혹시 관심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

지들끼리 뭔가 코드가 맞았는지 깔깔댄다.

결론부터 말하면 틀린 말은 아니다.

'떡고물에는 관심이 있지.'

보기 좋은 떡이 치기도 좋은 법이다.

책임 같은 건 죽어도 지기 싫지만.

"나한테 질까 봐 안 나오는 걸 수도 있지."

"그건 아닐 텐데."

"니가 어떻게 알아?"

"저한테는 톡 보냈어요. 보세요!"

꿩 대신 닭이라고 얘네도 괜찮을 수 있다.

나름 A급이라서 얼굴이 반반하다.

'여자는 나이가 깡패야.'

수현은 남친이 있는 모양이지만, 그건 그거대로 공략하는 보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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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광석 공급 이슈』

1. 철광석의 특징

금속. 중간 제품인 철강 형태로 주로 거래

2. 가격 추이

지난 10년간 고점 대비 80%까지 하락했지만, 올해 들어 30% 반등하며 회복 중

3. 가격 상승 배경

중국의 수요 약화가 지속되며, 철강사들의 과잉 투자 부담

4. 업계 현황

2013년 이후 관련업 고용 14% 감소

중국 금리 인하로 이자비용 감소

가동률 하락과 함께 중국 생산량 11% 감소

5. 전망

중국 정부 구조조정 강화로 생산량 추가 하락

'양회' 이후 구체적 움직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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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트레이너는 좀 난관이 될 것 같다.

혜리가 전해준 카톡.

'잘 정리된 보고서 느낌이네.'

애널리스트가 썼다고 해도 믿을 정도다.

자신감이 있었던 이유는 알겠다.

"오빠가 한 것보다 훨씬 깔끔하죠?"

"주가도 오르고 있어요!"

"그럼 뭐해. 인생은 실전인데."

"또, 또! 소라한테 질까 봐."

혜지 펀드.

아니, 헤지 펀드의 CEO.

이런 보고서들을 읽고 최종적인 판단을 내린다.

때문에 능력 있는 애널리스트를 중용한다.

판단의 정확도를 올려주니까.

'뭐, 세상이 이렇게 순진하게 돌아가면 오죽 좋겠냐만은.'

하지만 그 말이 애널리스트와 같은 생각을 한다는 뜻은 아니다.

* * *

바다.

여행자들에게는 낭만과 로망이 넘치는 멋진 여행지다.

'어……?'

하지만 뱃사람들에게는 공포와 경외의 대상이다.

주식 시장에서 개미가 된다는 것은.

─기관님이 학살 중입니다!

외국인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망망대해에서 홀로 쪽배를 타고 떠다니는 것과 같다.

해류가 잔잔할 때는 나름대로 낭만이 있겠지만.

'분명 상승 여력이 있는데.'

실전 투자.

찬욱에게 모욕을 당했다고 느낀 소라는 직접 주식을 매수했다.

모의 투자로 충분한 경험을 쌓았다.

지금처럼 시장의 매도세가 과도한 상황에서는.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일단 물러난다.

기존 투자자들이 수익 실현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위 말하는 조정.

바닥이 다져졌을 때 다시 매수 시점을 잡으면 된다고 배웠는데.

'어? 설마 지금이 바닥이었어?'

팔기가 무섭게 다시 올라간다.

아차 싶은 소라는 매수 버튼에 손을 올린다.

분명히 올라갈 주식.

지금 사도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는다.

그것이 맞다.

모의 투자였다면, 단순한 여행이었다면 즐겁게 파도를 감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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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라님의 총 자산』

3,156,422원

−180,567원(−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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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전.

실시간으로 계좌가 녹아내린다.

모의 투자의 가짜 계좌가 아닌 자신의 진짜 계좌가 말이다.

'기다리면……, 올라가겠지?'

파도가 몰아치는 배 위에서 여행지의 기분을 느끼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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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투자자.

〔종목토론실− 동해철강〕

─새로 2000주 입성했습니다~

─PER 계산해보니 이게 제일 싸네요 ㅎ

─염블리 추천주 철강주!

─염라대왕 추천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식 시장의 최약체.

시장에서 돈을 잃는 불쌍한 존재로 인식되곤 하지만.

─PER 계산해보니 이게 제일 싸네요 ㅎ

아직 저평가라서 오를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풀매수했습니다

└한창 잘 나갈 때 6만까지 찍었던 게 동해죠

└좋은 선택하셨습니다

└PER이 뭐죠?

└PER이 낮을수록 좋은 기업이죠. 기업 규모에 비해 돈을 더 많이 번다는 뜻이니

모든 개미가 잃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다르다.

흘러가는 대로 살지 않는다.

철강주가 어디 하나 뿐일까?

철강을 생산하는 기업은 많다.

주가가 덜 오른 곳을 찾아낸다.

─요즘 건설주도 심상치 않은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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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컬러강판 시장 점유율』

1. 동해철강 30%

2. KG동수제강 24%

3. 포스크 강판 20%

4. 새아철강 10%

5. 미래제철 8%

6. 기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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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강판은 동해 게 알아주죠~

브라질 CSP도 준공된지 1년 됐으니 탄력 받으면 전고점 두 배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ㅎ

└10만이면 현재의 6배 아닌가요? 너무 많은데 ㄷㄷ

글쓴이− 네 저는 10만 보고 갑니다

└선생님 시야가 넓으시네요~ 혹시 현업 관계자?

└동해철강 숙원 사업이 자체 고로를 가지는 것이었죠. 그 꿈을 이룬 동해철강이 어디까지 갈지 주주로서 같이 두고 보렵니다

그리고 호재.

알려진 정보 외에도 다른 주가 상승 요인을 발굴해낸다.

오를 수밖에 없다.

이 기업은 반드시 올라야 한다.

하지만 애시당초 그 정보를 제공한 출처가.

─기관님은 전장의 화신입니다!

기관.

경제 채널, 유튜브에 나오던 애널리스트들이 바로 그 기관 소속이다.

시청자들의 귀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보고 받는다.

아니, 그보다 더 고급진 정보들도.

'…….'

힘들게 찾아냈다고 생각했던 투자 아이디어는 사실 한참 전에 분석이 끝나 주가에 반영이 되었다.

향후 악재들도 안다.

이 기업이 올라가지 못할 이유 말이다.

그것을 알지 못하는 개인 투자자는 발만 동동 구른다.

짝!

소라는 애써 환한 표정을 짓는다.

박수를 짝! 치며 기분 전환을 모색한다.

'인상 구기고 있는다고 주가가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체력이라도 회복하는 편이 낫다.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것이 분명 맞는 판단이다.

"흐흥~♪"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커피를 내린다.

드립 커피.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하여 경제적 자유를 얻으면 꼭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다.

생각보다 돈이 크게 드는 게 아니더라?

저렴한 용품들을 구입하고, 평이 좋은 원두를 성심성의껏 골랐다.

또르르~

그렇게 내린 한 잔.

고소하고 진한 원두의 풍미가 코끝을 간지럽혀야 한다.

째액! 째액!

참새가 지저귀는 아침에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긴다.

자신이 살고 싶던 삶의 한 풍경인데.

'…….'

무슨 맛인지 느껴지지도 않는다.

연필심 우린 물이라고 해도 지금 당장은 믿을 것이다.

맛이 없어서?

아니, 미각이 제대로 된 활동을 하지 못한다.

감정으로 인해 신체에 이상이 생기는 건 처음이다.

'제발, 제발…….'

커피잔을 잡고 있는 손이 달달 떨린다.

커피잔 안의 내용물이 몇 방울 튀고 나서야 아차 싶다.

탁!

컴퓨터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여유를 가진다고 했지만 사실 하나도 여유롭지 않다

'왜 자꾸 팔기만 하는 거야? 그렇게 싸게 팔면 너희도 손해잖아.'

눈은 모니터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호가창.

실시간으로 거래되는 주식의 흐름 말이다.

─외국인님이 기관님의 개미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

'그래, 이제 슬슬 쏠 때 됐지!'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온다.

2% 내려갔던 주가가 1% 말아 올렸다.

추세 전환의 시작.

한 차례 개미털이를 하고 다시 올라가는 것이 분명하다.

'외국인은 아네. 이 주식이 좋은 주식이라는 걸.'

이미 물려있는 소라는 행복회로를 돌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희망을 가지고.

─외국인님이 당했습니다!

그 희망이 분쇄되고.

─개미가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외국인님이 기관님의 개미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

외국인님이 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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