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화 (11/450)

'사고 구조가 1차원적인 애들은 평생 1차원이야.'

재능의 싹.

그것이 보이는 인재가 산전·수전·공중전을 겪으며 성장해야 될까 말까 한 곳이 증권계다.

이거 사야 됨?

이거 오름?

이런 멍청한 생각이 조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인간은 평생 시장 유동성이나 공급할 운명이다.

"소라는 모투만 하지?"

"응."

"주식 하지. 하면 대박 날 거 같은데."

"맞아, 맞아!"

"막 억만장자 되는 거 아니야?"

""꺄아아아~!!"

"졸업할 때까지 건실하게 공부만 할 거야."

그렇게 될 자신의 미래.

보통은 상상하지 않기 마련이다.

처음 주식을 하는 사람 대부분이.

'나는 다를 거라고 생각하거든.'

개미의 95%는 손해를 보고 시장에서 퇴장한다는 사실을 대수롭지 않아 한다.

나는 5%에 속하지 않을까?

통계는 과학이다.

우리팀 야스오를 절대 믿을 수가 없는 것처럼 주식의 세계도 만만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얘 트레이더가 꿈이잖아."

"아 그랬지!"

"우리랑은 바라보는 목표부터가 달라."

"그러지 마. 아직 학생인데."

특히 전문가.

새로 만들어지는 헤지 펀드(투자 기관)의 평균 생존율은 3년이다.

단 0.5%만이 시장에서 살아남는다.

증권계에서 10년 이상 활동하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

'머릿속에 한창 꽃밭이 펼쳐져 있을 시기지.'

업계의 혹독함은 직접 겪어보지 못하면 알 수가 없다.

일반인들의 삶과는 아예 동 떨어져 있으니까.

차라리 전쟁터 한복판에 떨어지는 것이 현실성이 있을 것이다.

굳이 비교 대상을 찾자면 그런 것 정도다.

<에……, 오늘 강의는 여기까지고 과제가 하나 있는데요.>

멍 때리는 사이 수업이 끝난다.

난장판을 쳐서 안 좋은 점도 있지만, 솔직하게 좋은 점이 더 많다.

강의 시간.

아주 편하게 보낼 수 있다.

엎드려 잠을 자거나 폰게임을 해도 완전히 노터치다.

"조별 과제요?"

"아~ 교수니임~!"

"그냥 혼자 하는 게 무조건 좋은데."

그런 나도 넘어갈 수 없는 게 있다.

대학생들의 재앙.

'저거 만든 새끼 죽여버려야 돼.'

인간이 5명 모이면 반드시 하나 쓰레기가 있다는 지보로 센세의 명언도 과소평가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출석 번호순대로 조를 짰으니 과제 수행해서 제출해주시길 바랍니다. 물어볼 부분 있으면 조교한테 연락하세요.>

민심을 본 교수도 빤스런을 한다.

과제 내용과 조원 목록만 남긴 채 말이다.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이 되었습니다."

"기뻐 보이시네요."

"아무렴."

둘러앉은 테이블에서 한숨 소리가 들린다.

나에 한해서는 오히려 좋아가 돼버렸다.

'그래, 이게 대학 생활이지.'

4명의 조원.

나 말고는 전부 여자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당신은 방해나 하지 마세요."

"왜 내가 안 한다는 전제로 말을 해? 그렇게 말을 하면 내가 기분이 나빠지잖아."

"어차피 안 할 거잖아요"

"그건 그렇긴 해."

'오.'

가슴녀도 있었다.

한기가 풀풀 풍기는 게 대놓고 나를 따돌릴 생각인가 보다.

"그래도 학점은 따야지."

"그런 것도 신경 썼어요?"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산다."

"아, 네~."

"발표라도 할까?"

첫 만남부터 심상치는 않았지만, 최근 관계가 극도로 악화돼 무슨 철천지원수 수준이다.

'하필 학교에서 만나버려서.'

여캠−열혈 관계도 나쁘진 않았을 텐데.

하고 많은 장소 중 학교가 된 것이 심히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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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수혜 섹터와 반대로 하락이 예상되는 피해 섹터를 조사하고, 그 이유에 대해 조사해오세요.

※ 해당 섹터의 주가가 3개월 후 실제로 상승했다면 그 상승분만큼 1학기 평가에 반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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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 과제 내용.

최근 국제 시장의 정세에 대해서였다.

이론 타령하던 교수도 조금은 변하긴 한 모양이다.

'역시 사람은 욕을 처먹어야 달라지지.'

고장난 기계도 때리면 고쳐지더라.

저년은 가슴을 때리면 고쳐지려나?

"우리끼리 알아서 할 테니 피해만 주지 마세요."

"후회 안 해?"

"네~."

"이번 과제는 내 전문 분야 같은데."

싸가지를 아주 밥 말아 먹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내 도움이 절실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소라도 잘해요."

"소라는 나중에 트레이더 할 거거든요!"

"아, ○켓몬 트레이너 한다고 했지."

눈썹.

딱히 그린 것 같지도 않은데 길고 얇은 그것이 꿈틀거린다.

전부터 알긴 했지만.

'거 농담도 못하네.'

○켓몬 트레이너도 어엿한 직업이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구직 활동을 하고 있고, 구체적으로는 지우, 웅이, 이슬이 등이 있다.

"트레이더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그냥 도박꾼 같은 거잖아."

"……뭐라고요?"

"맞잖아 도박꾼! 고스톱 대신에 주식 치는 거지 뭐 다를 게 있나."

도발을 하기가 무섭게 넘어온다.

쿨내 풀풀 풍기는 년이 트레이더만큼은 역린인 모양이다.

'근데 진짜 트레이더는 도박꾼 맞는데.'

직업에 대한 환상.

학생 시절에는 있을 수 있다.

현장에서 직접 뛰어봐야만 현실을 깨닫는다.

"사과하세요."

"내가 왜?"

"전부터 제 주위 사람까지 싸잡아 비난하고 있잖아요. 제 신경 건드리려고 그런 짓까지 해야 돼요?"

"단순히 사실을 말한 것 뿐인데?"

그것을 조금 일찍 알려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상과 현실은 다를 수 있다는 걸.

"싸우지 마……."

"그럼 이건 어때?"

"뭐?"

"이번 과제가 주식 조사하는 거잖아. 둘이 각각 조사 해와서 못한 쪽이 잘한 쪽한테 사과하는 거지."

나머지 두 조원.

혜리와 수현의 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그 정도로 알 수 있을 만큼 만만한 사안이 아니다.

'처맞아보기 전까지는 몰라.'

자신이 나아가려는 길이 얼마나 척박한지.

연습이 아닌, 실전을 겪어보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음~."

"혹시 자신 없어요?"

"아니."

"뭐가 아니라는 거에요?"

"너는 어차피 가짜 투자 할 건데, 진짜 투자를 하는 내가 상대할 가치가 있나 해서~."

역시나 반응한다.

꿈틀거리는 눈썹과 미간을 애써 억누르고 표정 관리를 한다.

후~ 하고 내뱉는 작은 한숨.

두 눈으로 나를 응시하더니 자기 할 말만 내뱉는다.

"좋아요."

"갑자기?"

"……저도 제 돈으로 투자를 하도록 할게요. 트레이더를 모욕하는 당신이 얼마나 잘났는지 두고 보겠어요."

어금니 꽉 깨물고 무시한다.

그래도 간만에 고백 받으니 기분은 좋네.

'다를 텐데? 좀 많이 다를 텐데~?'

모의투자.

글자 그대로 모의로 투자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주식에 목돈을 투자하긴 좀 그런데?

초보 투자자들을 위해서 대부분의 증권사에서 서비스한다.

가상의 돈으로 투자 연습을 해보게끔 말이다.

"근데 어떡하지?"

"왜요? 변명거리라도 떠올랐나요?"

"진짜 돈으로 투자하다가 니가 깡통이라도 차면 내 마음이 너무 아프잖아."

"흥! 그럴 일 없으니까 그쪽이나 잘하시죠."

이론적으로는 그러하다.

하지만 인생은 실전.

모의투자는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인생 좆될 것 감각을 못 느끼잖아.'

그것을 수십 년간 갈고 닦아야 비로소 완성이 되는 것이 투자자라는 생물이다.

인간과 DNA는 같아도 사고 구조는 완전히 다르다.

아직 인간.

간단한 도발만으로 넘어오는 ○켓몬 트레이너가 진짜 트레이더 흉내를 낼 수 있을지.

등을 한 번 떠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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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정세.

한국신문− 「원자재 바닥론’ 새로운 슈퍼 사이클의 초입인가」

팩트뉴스− 「마음고생 끝! 금·원자재 펀드 수익률 ‘두 자릿수’」

데일리뉴스− 「채권·주식 모두 제친 원자재…'슈퍼 사이클' 재림하나」

주식은 해당 기업의 가치만으로 평가 받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군사 동향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말하자면 배.

넓디 넓은 태평양 한가운데 떠있는 '기업'이란 이름의 배는 국제 정세라는 이름의 해류를 만나 순항하기도 하고, 때로는 침몰이라는 최후를 맞는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심상치가 않은데요. 이 상승이 추세 전환의 시작점인지, 그렇다면 수혜주는 어디일지! 개미 투자자분들이 정말 궁금해 하실 정보를 말씀해주실 분을 어렵게 모셨습니다.>

최근 흐르고 있는 해류는 다름이 아니다.

원자재.

금, 은, 구리, 철 등 공업 생산의 원료가 되는 재료들의 가격이 치솟았다.

각 기업들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 유튜브 채널에서 그에 따른 심도 깊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안녕하세요. 개미투자증권 염차장입니다.>

<염차장님 오늘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리죠.>

투자의 방향성.

일반 투자자들로서는 알기가 힘들다.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증권사 관계자들이 알려줘야 한다.

과거에는 TV에서 경제 채널을 찾아봐야 했다.

하지만 최근 방송 업계의 변화에 따라 유튜브로 옮겨가는 추세고.

−염블리! 염블리!

−차장님 덕분에 수익 잘 보고 있어요~

−오늘도 개미들을 위해 고생이 많으십니다 ㅠ

−염차장만 믿고 갑니다^^

−와 나 철강 사려고 했는데

−가격 오르기 전에 빨리 사야겠네요!

−염블리~

−염라대왕 또 개미털이 하려고 나왔네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경제 채널들도 다르지 않다.

이렇듯 애널리스트들도 유튜브에서 방송을 하고, 인지도를 쌓는 것이 흔하게 되었다.

그 최대 수혜자.

염차장은 잘 나가는 애널리스트다.

스타 강사가 존재하듯 증권 업계도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스타 애널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이슈가 되는 섹터를 빠르고, 속 시원하게 분석해 인기를 얻었다.

<2782님의 질문입니다. 최근 철강주가 상승하고 있는데 기존 투자자들은 연말까지 들고 가야 할까요? 아니면 슬슬 수익 실현을…….>

<저는 연말이 아니라 진짜 철강주 장기 투자해보시면 좋을 거 같아요.>

<어, 그 정돈가요?>

그런 그가 꼽은 섹터.

다름 아닌 원자재에 대해서였다.

그중에서도 철강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여러분 아시잖아요. 지난 10년 동안 철강주가 어땠는지. 정말 암흑기었거든요.>

<아……, 그랬죠. 주가가 거의 반토막이 나고.>

<반토막도 아니에요. 뭐 몇 분의 일!>

영상의 화면이 전환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철강주들.

10년 전과 비교하니 주가가 처참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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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크』

283,000 ▲12,000 (+3.43%)

[대충 떡상하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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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최근 올라서 반 토막.

인플레 등을 고려하면 바닥을 기어 다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와~ 철강 주주분들 정말 힘들었겠네요.>

<그 과정에서 부도가 난 회사들도 많았고요.>

<아…….>

<그러니까 지금 철강주들이 급속도로 오르고 있는 거죠.>

돈이 삭제가 된다고!

주주들이 겪었을 고통은 이루어 말하기가 힘들다.

그렇기에 더 많은 보답을 바란다.

−전고점 회복만 해도 바랄 게 없습니다 ㅎ

−지금도 쌈

−전 오늘 3천만 원 진입했습니다~

−철강주 고민하고 있었는데 해답이 되네요!

−믿고 보는 염블리

−진짜 10년을 눌려있어서……

−조정 주면 바로 살 텐데 ㅠ

−지금 들어가도 될까요?

신규 투자자들도 말이다.

혹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듣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이 주식을 사고 싶다.

<그 정도로 위기를 겪었는데 어쨌든 살아남았잖아요.>

<네, 그렇죠.>

<살아남지 못한 회사들까지 몫까지 더 가져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업황만 활성화되면.>

<아!>

수많은 개미들이 '철강주'에 관심을 가진다.

권위의 법칙.

무려 스타 애널리스트가 말하는데 의심을 가질 수가 없다.

<철은 산업의 쌀이거든요.>

<옳으신 말씀입니다.>

<최근 경기가 좋아지고 있는데 무엇이 필요할까요? 당연히 철입니다. 기계를 만드는 데도 철이 필요하고, 건설쪽에도 H형 철강이라고 아시죠?>

<그거 알죠! 가끔 공터에 가면 쌓여있는 거.>

<네, 그리고 최근에는 컬러강판이라고 인테리어쪽에서도 수요가 점점 늘어서…….>

일반인은 알 수 없는 정보들.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든다.

철강주를 사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전문가가 말하고 있으니 신빙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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