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로 산을 쌓으며 주가는 나락으로 빠지고 있다.
─맞은 건 일본인데 왜 주가는 한국이 내리나요?
반사 이익을 봐야 정상 아닌가요?
혹시 개미 털려고 내리는 척하는 건지……
└한국도 같이 맞나 보죠
└내리는 척이 아니라 내리는 겁니다 안심하세요~
└흉기차를 누가 타 이 새끼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미FTA도 걸고 넘어졌습니다. 미친놈이에요 대통령이
의문이 안 들 수가 없다.
환희만이 가득했던 시장이 어째서 한순간에 산 지옥이 돼버렸는지.
〔미래차 목표주가〕
「2017년은 반전의 해!」− 210,000원
「큰 변화를 암시하는 작은 시그널」−190,000원
「목표주가 상향! 턴어라운드는 시작되었다」−220,000원
전문가들은 분명히 롱을 외쳤다!
올라가진 못하더라도 최소 빠지진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애널들 평균 목표 주가 20만원……
유튜브에서 전문가들도 지금 안 타면 후회한다고 말했거든요
그런데 왜 떨어지는 걸까요?
└목포 주가 이 새끼얔ㅋㅋㅋㅋㅋㅋㅋㅋ
└거 한강 말고 목포로 가시오
└전문가가 아니라 사기꾼들이지요.
└요즘 젊은 사람들 미래차 안 삽니다. 연비가 안 좋아서~
사후 해석을 붙이자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이미 물려버린 사람들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는다.
주식.
한두 푼을 하는 게 아니다.
적게는 수백만 원, 많게는 억 단위를 쏟아붓는다.
글자 그대로 전재산을 물린 사람이 수두룩하다.
주주들로서는 정말 곡소리가 나온다.
─애널은 아니지만 하락 예측하신 선생님이 한 분 계시네요
[한국대 가슴녀 영상.avi]
영상 속 나오신 선생님이 일본차 제재까지 정확하게 맞추셨습니다!
└나이도 새파랗게 어린 놈을 뭔 선생이라 부르는지 ㅎㅎ
글쓴이− 주식 잘하면 그게 선생님이지요. 자존심이 뭐 밥 먹여줍니까?
└그럼 언제 올라가는지도 아시는 걸까요??
└물로켓 물로켓 거리는 게 싸가지 없는 놈이라고만 생각했는디……
절망밖에 없는 상황.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다.
주식은 미래라는 희망을 보고 하는 것이다.
희망이 없다면 주식을 살 수도 없고, 설사 산다고 해도 버틸 수가 없다.
혹시 더 떨어지면 어떡하지?
희망이 필요하다.
의지가 되는 사람.
미래를 알고 있던 한 학생이 구세주로 비춰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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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jun Kim 3일 전 乃 1204
귀하신 분을 몰라 뵀네요 ㅠ
횬다차가 왜 급락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갑니다
전문가란 놈들은 허구헌날 다 틀리는데 젊으신 분이 벌써부터 세상의 이치를 깨달으셨나 봐요
배움에는 나이와 직업의 귀천이 없다고 했습니다
앞으로는 꼭 선생님 말씀 귀담아 듣고 변화에 대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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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라플라스 3일 전 乃 691
와 소름이 돋습니다!!
오만이 아니라 소신이었네요
암 교수가 틀린 걸 가르치면 안되지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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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 3일 전 乃 892
계집년 말 대답 따박따박 하는 거 봐라
가슴 큰 년들이 꼭 멍청하고 둔하단 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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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이었다.
* * *
최근의 일상.
딱히 변한 것은 없다.
"아니, 현실적으로 그렇게 될 리가 없잖아요 교수님."
나는 말이다.
변한 게 있다면 언제나.
"설마?"
"와 저 선배 맞나 봐!"
"교수님을 물로켓으로 만들어버리는 그……."
세상.
나를 바라보는 시선.
다수파에 속해있던 사람들이다.
'주식에 다수결은 없어.'
많은 사람들이 지지한다고 맞는 것이 아니고, 반대로 틀리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항상 맞는 길만 제시하는 사람이 있다면.
<대체……, 뭐가 문제라는 거지? 자네 지금 내 강의에 오류가 있다는 건가?>
"네."
<뭐, 뭐가?>
"주가를 분석하는데 재무제표 하나만으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건 너무 입주식이죠."
유명세를 탈 수밖에 없다.
경제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딱히 그럴 예정까진 없었는데.'
그게 그렇게 됐다.
교수님들의 강의.
잠자코 들어줄 수는 있다.
나도 하나하나 귀찮게 태클 걸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조건 반사가 일어나는 이유는.
<주가라는 게……, 꼭 예측대로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경제학과 교수면 그 정도는 맞추셔야죠."
<흠흠! 원래 경제학과 교수가 이론에 치중하다 보니 주식 수익률이 낮은 경우가 많네.>
경제를 너무 얕본다는 것이다.
경제학과 교수가 주식을 못해도 된다고?
'그게 말이 돼?'
자신의 실패를 세상 탓으로 돌린다.
노오오오오력할 생각을 하지 않는 오만한 사고방식이다.
"교수님 말씀대로면."
<흠! 또 뭐지?>
"실전에 필요 없다는 건데 저희가 대체 왜 배워야 되죠?"
<…….>
젊은 세대한테는 그토록 노력을 강조하면서 왜 지들은 안 하는 거야?
왜 자기 입으로 능력 없다고 하는 교수의 강의를 들어야 하는 거야?
'이론 천재면 주식을 못해도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
이론만으로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
경기 사이클을 계산한 스윙 투자 말이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수익은 다소 적겠지만 확실하게 이득은 볼 수 있다.
나이도 처많으니 '시간이 없었다'는 변명은 하지 못할 것이다.
답답해서 쏟은 말.
강의실 분위기는 갑분싸가 와야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난과 함께 눈총이 쏟아졌다.
"시동 걸었다!"
"함 하려나 본데?"
"혹시 그거 쏘나? 그거!?"
최근 들어서 180도 바뀌었다.
한국 자동차 기업 주가 예측이 맞아 떨어지면서 인터넷에서도, 학과 내에서도 재평가를 받고 있다.
'이건 좀 귀찮네.'
새로 시작한 인생.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려고 했더니 벌써부터 사건사고에 휘말렸다.
그리고 뭔가 유행어가 돼버린 모양이다.
기대를 하고 있다.
근데 해버리면 나도 대학 생활이 보통 꼬이는 게 아닌데.
"물로켓 찌이익~!"
에라 모르겠다.
다음화 보기
한국대.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명문대는 최근 불미스러운 사건의 현장이 되고 있다.
〔유튜브〕
「이슈킹. 한국대 물로켓 교수ㅋㅋ」 − 조회수 120만회 · 1달 전
「TV병신. 물로켓론 단 1분만에 이해하기」 − 조회수 50만회 · 1주일 전
「괴인박제. 한국대 빌런, 당신이 몰랐던 12가지 사실」 − 조회수 10만회 · 5일 전
한 학생의 파격적인 행동 때문이다.
세상의 온갖 사건사고가 올라오는 유튜브에서는 드물지도 않지만.
<주가라는 게 원래……, 꼭 예측대로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경제학과 교수면 그 정도는 맞추셔야죠.>
시비를 건 대상이 교수였다.
학생이 교수한테 자질 부족을 지적한 것이다.
그게 말이 돼?
명문대생인 학생 이상으로 교수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인데.
<교수님 말씀대로면.>
<흠! 또 뭐지?>
<실전에 필요 없다는 건데 저희가 대체 왜 배워야 되죠?>
<…….>
찍소리도 하지 못한다.
학생의 논리정연한 반박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얼굴만 노발대발.
이내 정신을 차린 교수는 강의실 학생들을 둘러보더니.
『개인 사정으로 인한 휴강』
도망치듯 강의실 밖으로 나가버린다.
명백한 패배를 시인한 채 말이다.
'아…….'
영상 속 교수의 마음.
아주 잘 알고 있는 입장이다.
최명철은 씁쓸한 마음으로 댓글까지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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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현 2일 전 乃 800
아 교수만큼 공부해도 안되면 경제학을 왜 배워야 하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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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별 2일 전 乃 519
진짜 원초적인 의문을 던졌네
경제학을 배워도 경제를 이해 못하면 경제학을 배우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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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후루꾸꾸루후으 1일 전 乃 273
저게 머리론 생각해도 입밖으로 꺼내기가 되게 힘들 텐데……
물로켓론이 그냥 나온 소리가 아니라 신념을 가지고 주장한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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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에 대한 비판이 쓰여있다.
영상의 내용을 봤을 때 패자로 비춰지는 것이 사실이다.
<물로켓 찌이익~!>
반대로 승자.
영상 속 학생이 주먹을 높이 들어 올린다.
그와 함께 열화와 같은 환호성이 쏟아진다.
강의실 내 학생들이 남자의 승리를 축하한다.
그러한 광경이 대단히 찝찝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참 싸가지가 없는 학생은 맞는데…….'
방금 전 영상은 2편이다.
물로켓 이론이 퍼지게 된 시발점이 존재한다.
제 1편의 주인공이 자신이었다.
최명철은 한국대 경제학과 교수를 하고 있다.
'또 틀린 소리는 아니란 말이지.'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교수 생활하다 보면 가끔씩 만난다.
개념 없는 학생.
자기 주장이 너무 세서 교수를 이겨 먹으려고 하는 부류 말이다.
그런 학생들은 지도하는 것까지 교수의 일이다.
시간이 지나면 고쳐질 줄 알았더니.
----------------------------+
『미래차』
141,500 ▼1500 (−19.08%)
[대충 떡락하는 그래프.jpg]
+----------------------------
고쳐야 하는 건 그가 아니었다.
강의 시간에 꺼냈던 국내 자동차 수출 기업들의 주가는.
'…….'
다름 아닌 자신이 샀던 주식이다.
최명철은 얼마 전 미래차의 주식을 매입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
사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일종의 콤플렉스이기도 하다.
경제를 잘 아는데 왜 실전에서는 써먹지 못하지?
최명철도 과거 한 번 실패를 겪은 적이 있다.
장기간 분석 끝에 매수했던 주식이.
한국투데이− 「美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쇄 부도 조짐…금융위기 공포 」
글로벌뉴스− 「뉴욕증시 사상 최악 대폭락…'넋을 잃은' 월가」
주간경제− 「"누구도 못 믿겠다" 월가 대혼돈…세계 증시 대폭락」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최대, 최악의 금융 위기와 함께 폭락을 맞이했다.
다행히 자신은 −30% 선에서 피해낼 수 있었다.
경제학자로서 글로벌 금융 위기를 꿰뚫어본 것이다.
《이 양반이 주식 하지 말라니까 집안 말아 먹을 일 있어!!》
집사람의 등짝 스매쉬는 피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 이후로 주식의 주자도 언급하지 못했는데.
'이번엔 진짜 확실하다고 봤는데.'
화려한 부활을 꿈꿨다.
돈 욕심이 아니라 한 사람의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부끄러운 마음이 없고 싶다.
경제학자 교수라면 주식에 대해서도 박식해야지.
자신도 그러한 세간의 의견에 동의한다.
근 10년만에 주식에 재도전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탕 먹고서 자랑할 생각에 들떠있었다.
《……라는 이유로 한국 자동차 업계의 주가는 개박살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망치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아니, 세상에 어떻게 저딴 학생이 다 있지?
강의 중에는 최대한 이성을 유지했다.
하지만 솔직하게 화가 안 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교수인데.
몇 배나 되는 세월을 살았는데.
경제학이라는 분야에 일생을 쏟아부었는데!
이제 막 배움을 시작한 일개 학생이 지적을 하고 있다.
물로켓인지 뭔지 이상한 소리까지 해대고 말이다.
'…….'
결과적으로 옳은 것이 되었다.
집에서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도저히 반박할 논리를 찾지 못했다.
명철이 미래차의 주식을 매도한 까닭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인생 최고의 결정이 되었다.
꿀꺽!
만약 매도를 하지 않았다면?
−20%의 폭락을 처맞고, 집사람의 등짝 스매쉬는 더 세게 맞았을 것이다.
《다시 주식 해봐. 또 해봐. 나 죽는 꼴 보고 싶으면!!》
아마 별의별 소리를 다 들었을 것이다.
주식은 커녕 집안에서 숨도 쉬기 힘들었겠지.
팍팍한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노후 자금에 손을 댄 여파는 평생 가고도 남는다.
'휴우…….'
안도의 한숨이 나올 만도 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