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450)

그보다 더 위험하다.

'스캘핑. 오랜만에 하네.'

단타라는 것도 여러가지가 있다.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며칠 단위로 보유하고 있다가 판매한다.

하지만 스캘핑.

길게는 몇 분, 짧게는 몇 초 안에 승부를 보는 극단적인 매매법이다.

〔한국 주식 갤러리〕

─쌍부랄 반등하겠지? 제발

─쌍부랄 폭포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쌍부랄 거래량 1억 시발 ㅋㅋ

─저거 다시 700원대로 가야 한다

이렇게 거래량이 터져 나올 때만 가능하다.

필요한 건 기업의 가치가 아니라 오로지 '관심'이다.

'커뮤니티에서 떠들고 있으면 말 다했지.'

현재 한국에서 가장 핫한 주식.

삼선전자도, SQ하이닉스도 아닌 바로 이 쌍부랄이다.

─세력님이 기관님을 처치했습니다!

그런 기대감만 믿고 매수한 게 아니다.

스캘핑에서는 재무제표 등을 보는 대신.

'세력이 슬슬 올릴 것 같았거든.'

호가창을 본다.

현재 거래되고 있는 주식의 양.

그 움직임으로 대략적인 상황을 유추할 수 있다.

세력이 존재한다.

기관과 외국인 외에도 이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한 단체 말이다.

─쌍부랄 VI ㄷㄷ

─아 쌍부랄 살 걸

─평단 930 쌍부랄 1010에 팔고 나왔다 ㅁㅌㅊ?

─쌍부랄 탱탱부랄 컄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것을 모르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운 좋게 먹는다.

하지만 제대로 알고 대처한다면.

'차트에 세력이 분명 있었거든.'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먹을 수 있다.

'세력'은 오랜 기간에 걸쳐 해당 주식을 매수한다.

왜?

정보를 알고 있으니까.

내부자 거래 등 여러 방법을 쓴다.

쌍부랄이 쌍두차 인수를 시도할 것이다!

그런 호재가 뜨면 주가가 급상승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 기름을 끼얹는다.

기관과 외국인이 대량으로 팔아 치운다고 해도.

─세력님이 외국인님의 개미 학살을 종결시켰습니다!

그 이상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힘이 있는 게 세력이다.

주가를 폭발적으로 상승시킨다.

2%까지 떨어졌던 주가

VI가 발동되는 10%까지 올랐다.

하지만 내가 보는 건 그 이상이다.

'기관과 외국인이 장초에 팔았잖아.'

기관과 외국인의 패턴도 알고 있다.

다름 아닌 나 자신이 기관이자 외국인 포지션이었으니 당연하다.

이유 없이 급상승하는 주식은 일단 차익부터 실현한다.

그래서 장초반에는 잠깐 빠질 수 있지만.

─쌍부랄 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쌍부랄은 왜 오르냐

─아 시발 팔았는데 ㅠㅠㅠㅠㅠ

─쌍두차 진짜로 인수하려나 본데?

뒤늦게 상황 파악을 한다.

어? 이거 오르는 주식인가?

그런 아차 싶은 생각을 개미만 하는 게 아니다.

'기관도 외국인도 인간이야.'

사람 생각하는 게 다 비슷하기 마련이다.

너도 나도 사자 올라가는 주가.

프로그램 매매까지 붙으며 더 더 더 하늘로 치솟는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28%.

여기서 수익을 확정 짓는다.

이 이상부터는 차익을 실현하려는 물량과 당일 한계치인 30%를 노리고 달려드는 좀비떼들의 혈투가 펼쳐진다.

'그런 난장판에 껴들을 이유가 없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된다.

굳이 2%를 더 먹기 위해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없다.

나에게 있어 리스크란 그런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움켜쥐고 한계까지 쥐어 짠다.

데일리뉴스− 「'쌍부랄 쌍두차 인수 무산' 인수 자금 확보 불투명해」

1분 뒤에 뜨는 속보.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불 보듯 뻔하다.

아직 뉴스를 못 본 개미들은 열심히 사겠지만.

─개미가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적 트리플 킬!

적 쿼드라 킬~!

정보가 빠른 세력, 기관, 외국인은 팔아 치운다.

순식간에 +30%에서 −10%까지 하방 VI를 찍는다.

─쌍부랄 물린 병신 새끼 개추ㅋㅋㅋㅋㅋ +7

─우박사님 운전 보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다리면 구조대 올까요?

─내가 애미 뒤진 작전주를 탔구나

나한테는 알 바가 아닌 일이다.

1분도 더 전에 수익을 확정하고 나왔으니 말이다.

52만의 28%.

아니, 미수까지 썼다.

외인과 기관에 의해 주가가 한 번 눌렸을 때 추매했다.

---------------------------------------------+

『이찬욱님의 총 자산』

859,471원

+338,580(+65%)

+---------------------------------------------

그 결과.

아주 달달하게 빨아 먹었다.

너무 달아서 이가 썩을 지경이다.

'캬~ 이럴 때 시가 한 모금 빨면서 위스키로 목을 적셔야 하는데.'

기분을 하이하게 고양시킬 수 있다.

전세계에서 내가 가장 잘났다는 느낌을 즐긴다.

그래봤자 50만 원.

미수를 써봤자 125만원.

워낙 시드가 적어 먹은 것도 적지만.

'5억만 있었어도 진짜 짭짤하게 먹었겠지.'

정해진 액수가 아니다.

가진 돈의 총액에 비례한다.

시드가 불면 불수록 버는 양도 늘어난다.

50만 원 남짓이었던 돈.

이런 식의 단타를 반복한다면 억 단위가 되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 문제다.

'만약 그렇게 복리를 돈을 번다고 쳐봐. 세무서에서 반드시 조사 들어올 걸?'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서 문제.

능력이 있어도 실현 불가능한 사회라는 점이 참으로 아쉽다.

아니, 원하는 바도 아니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었다?

로또나 다름없는 빈약한 스토리로는 대중의 가슴을 울릴 수 없다.

'수천수만, 아니 수만수억의 사람들이 내 한 마디에 움직이게 만들어야 돼.'

주식 시장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유명한 사람이 샀다고 하면 주식 가격에 프리미엄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워렌 버핏.

그리고 나일론 머스크.

그 미치광이 화성마는 트위터에 똥만 싸대도 온갖 해석이 붙는다.

데일리뉴스− 「나일론 머스크 트윗 한 개에…비트코인 15% 급등」

팩트뉴스− 「머스크, 노골적인 '음란 트윗'…성인물 가상화폐 350% 폭등」

한국신문− 「머스크 트위터명 잠시 바꿨더니 '동명 코인' 825% 올라」

실제로 말이다.

그런 영향력을 원한다.

이전 생 이상으로 주식 시장을 내 입맛대로 주무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화를 만들어야 한다

어중간한 성공담이 아닌, 지구 건너편 한국의 한 자도 모르는 꼬맹이가 들어도 감탄할 만한 대서사시 말이다.

그럴 만한 시간.

충분하게 있는 입장이다.

겸사겸사 추종자들도 양성한다.

〔경제학과 남자 단톡방〕

「5만 원이면 그래도 소고기는 먹겠지?」

「예산이 빠듯해서 삼겹살 ㅠ」

「아……」

「과대만 고생이다. 애들아 참가비 좀 내자」

「여자들 옴?」

물 좋은 곳에 가본다.

불과 10분 전의 나라면 참가는 꿈도 못 꿨겠지만.

'돈 복사했거든.'

돈은 마련되었다.

시간도 널널하다.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여흥으로라도 말이다.

얼마나 한심한 새끼들이 선배라고 목에 힘주고 있을지.

"술 못 마셔?"

"죄송합니다 선배님……."

"안 마셔도 돼~ 마시고 싶은 사람만 마시고, 주량 조절 못하는 사람은 음료수 먹어."

""네~!""

예상과 달리 재밌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너무나도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신입생 환영회가 이루어진다.

'요즘 애들은 알코올 적실 줄을 모르네.'

뒤지기 직전까지 마셔야 어디 가서 술 좀 마셨다 하는 거지.

무슨 안 마실 사람 열외를 시켜주고 있어.

세상 참 많이 좋아졌다.

나 때는 일단 마시고 봤다.

질펀하게 취해서 개가 한 번 돼봐야 동물 마음도 아는데.

"니가 신입생 수석이야?"

"수석 오~!"

"이 외모로 공부까지 잘해? 완전 사기캐네. 한 잔 받아."

"혹시 동아리 생각하고 있는 곳 있니?"

세상이 좋아진 것과는 별개로 껄떡대는 선배들은 없을 수가 없다.

테이블 끝 쪽에 시선이 쏠리는 건 필연이다.

'얼굴은 꽤 반반한데.'

여자.

그것도 이쁜 여자.

눈길이 가는 것은 남자가 가지는 DNA에 각인된 본능이다.

머리까지 똑똑하다고 한다.

경제학과 수석.

꼴에 자부심이 있는지 역으로 목이 빳빳하다.

'우유통도 꽤 마음에 드는데.'

주식으로 치면 성장주다.

미래 가치가 유망하면 가치 투자를 노려봄 직하다.

하지만 세상이 그리 간단할 리 없다.

CEO의 능력과 인성도 고려의 대상이다.

"저는 학교에 공부하러 왔습니다."

"아니, 그런 게 아니고……."

"분에 넘치는 관심은 감사하지만, 앞으로 이런 자리는 가능한 참석 안 할 생각입니다."

예쁜 애들 특.

근자감이 대단하다.

태어나서 줄곧 선의밖에 받아본 적 없었을 것이다.

'머리가 골이 비었네.'

자기애가 넘치는 건지 현실 감각이 없는 건지 어느 쪽이던 철이 덜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 대학은 공부하러 오는 곳이지!"

"나도 1학년 때 그렇게 정신 차리고 공부했으면 학점 관리 됐을 텐데."

"진짜 될놈될이다. 이쁘고, 공부도 잘하는데, 마인드까지 똑 부러져."

"오빠들이 너무 부담스럽게 했다. 그치?"

대한민국.

여자는 싸가지가 없어도 되는 나라다.

보빨남들이 너도 나도 나서며 실드를 쳐준다.

'보자기 빨고 있네 에혀.'

안타까운 일이다.

가재는 게편이라고 여자 선배들이 몰려와 남자 선배들을 밀쳐낸다.

"잘했어, 잘했어!"

"쟤네 멍청해 가지고 이렇게 선 그어야 알아 들어."

"남자들 유치한 거 알지?"

아마 그럴 것이다.

이뻐 가지고 견제하고 있었는데 남자한테 관심이 없네?

'보자기 사회가 다 그렇지 뭐.'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불변의 법칙이다.

가위나 바위나 보자기나 그러려니 하지만.

"근데 왜 이렇게 공부 열심히 해?"

"맞아, 맞아!"

"목표가 있어서요."

""목표?""

"졸업하면 증권사 트레이더로 취직할 거에요. 그리고 저의 능력을 인정 받고 싶습니다."

"와 트레이더~!"

"졸업생들 말 들어보면 그거 엄청 빡세다던데……."

그럴 수 없는 것도 있었다.

이야기를 잠자코 들어보니 증권 업계에 뜻이 있는 모양이다.

'우리 펀드에도 저런 빡대가리년이 꼭 한 명씩 있었지.'

인사 처리하다 보면 있다.

지는 뭐 다를 줄 아는 년들.

고용해주면 존나 좋아하는데 고용 목적은 그냥 화초 같은 거다.

니가 일을 해?

돈을 벌 줄 알아?

개뿔이 기대도 안 했어.

반반한 얼굴과 몸매로 직원들 아드레날린이나 상승시켜라.

이상만 높고 능력은 없는 인간에게 맡길 돈은 단 한 푼도 없다.

그게 CEO로서의 냉정한 판단이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저런 빡대가리 같은 년도 트레이더 한다고 나대는구나."

그만 입 밖으로 꺼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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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

50명 정원의 고깃집이 마치 텅 비기라도 한 듯 고요해진다.

타닥, 타닥!

삼겹살이 익으며 기름이 튀기는 소리만이 난다.

모두가 판단력을 잃은 상황 속에서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참가비 냈으니까 먼저 갈게."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모름지기 투자자란 그런 직업이다.

매수든 매도든 먼저 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나의 매도 타이밍은 완벽했다.

모두가 정신 차리기 전에 음식점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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