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0화 〉 재탄생 스텔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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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이거어...’
멈출 줄 모르고 쏟아지는 지혁의 정액을 받아내던 스텔라는 깨달았다.
지금 자신과 교감하고 있는 이 기운의 정체가 무엇인지,
세화를 비롯한 동료들에게서 느꼈던 친근한 기운의 주인이 누구인지.
그녀는 마치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지혁의 본질을 눈치챘으며,
‘난...’
자신이 꾸었던 꿈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였는지도 확실하게 자각했다.
“오... 빠아... 지혁이 오빠아...”
“그래, 나야.”
다정하고 맑은 음색을 들은 스텔라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한쪽은 밝고, 한쪽은 어두웠던 갈림길에서 고민하던 것이 생각난다.
부모님의 목소리를 듣고 흔들렸다가, 지혁의 목소리를 듣고 어두운 길을 택했던 것까지,
그리고 그 길의 끝에 있는... 마기를 주륵주륵 뿜어내는 지혁의 정체를 알았음에도, 그의 품에 안기며 충성을 맹세했던 것까지.
“흐으읏!”
당시 오갈 곳 없이 혼란스럽던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켜준 지혁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재생되자, 그 꿈을 되새기던 스텔라의 몸이 벼락이라도 맞은 듯 경련했다.
찔걱...!
그때, 지혁의 자지가 야릇하기 짝이 없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빠졌다.
“아...”
아쉬운 탄성을 흘린 스텔라는, 지혁이 자신의 숙여진 상체를 일으켜 세우자 그를 돌아보았다.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던 그는,
“잘 잤어?”
아주 나긋한 투로 중의적인 말을 했다.
지혁의 저 안부인사엔 새로이 태어날 준비를 마친 자신을 향한 축복이 담겨있었다.
그 속뜻을 알아차린 스텔라는 행복에 겨운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응...”
그러자 지혁의 손이 스텔라의 아랫배로 향했다.
우우웅...!
손바닥에서부터 피어나는 보랏빛 기운.
그것을 받아들인 스텔라의 음문에서부터,
푸화악!
촉수 같은 기다란 실들이 퍼져나와 스텔라의 온몸을 잠식했다.
순식간에 차오르는 거대한 쾌감을 느낀 스텔라의 눈이 확 풀렸다.
‘아아...’
포악한 기운이다.
극지방에서의 추위조차 얼려버릴 만큼 냉랭한 기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안에 도사려있는, 자신을 향한 따스한 마음이 느껴진다.
인간이 이런 초자연적인 현상을 일으키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스텔라는 그 어떠한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왜? 지혁이 인간이 아님을 알고 있으니까.
고개를 슬쩍 내려 보니 지혁의 것이라는 징표가 보라색으로 빛나고 있다.
요염하고 아름다운 문장이었다. 보기만 해도 흥분해버릴 만큼.
투둑.
가랑이 사이에선 지혁이 뿌려놓은 정액이 떨어져 바닥을 적시고 있다.
그리고...
“크으윽... 이게... 무슨...?”
방 안을 자욱하게 뒤덮은 어둠속에서, 혈육이었던 인간의 한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집중이 깨져버린 스텔라의 미간이 구겨졌다.
알렉스는 지금 지혁과 자신의 기운... 아니, 마기로 인해 한 치 앞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그가 보고 있는 건 새까만 어둠뿐.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알렉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진다.
어렸을 때 이후 보여준 적 없던 자신의 나신을 보고 흥분하고,
인간을 포기한 자신의 모습에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과거의 잘못을 후회하는 동생이 보고 싶다.
너무나도 짜릿할 것 같다.
“하아...♡”
스텔라의 입에서부터 새어나온 외설적인 신음.
그것을 들은 지혁이 돌연 손을 휘저었다.
콰지직!
손조차 대지 않았음에도 종잇장처럼 휘어지는 철문.
그 밖으로 방 안에 맴돌고 있는 어둠이 빠져나가면서,
“어... 아...?”
당황한 듯한 알렉스의 감탄사가 스텔라의 귀를 간지럽혔다.
알렉스에게로 고개를 돌린 스텔라는, 그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눈을 크게 뜨며 놀란 모습이 재미있다.
가벼운 미소를 지은 스텔라가 코웃음을 치며 알렉스에게 한손을 들어올렸다.
“안녕, 알렉스.”
상냥함이 묻어나오는 그 목소리에,
“누, 누나...?”
알렉스의 입이 뻐끔거리며 열렸다.
눈과 음문을 제외한다면 예전 자신의 모습과 똑같은데, 왜 알아보지 못하는 척을 하고 있는 걸까?
현실이 믿어지지 않기 때문일 테지만... 너무 하찮다.
‘누나’라는 호칭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지금은 넘어가자.
아직 자신은 알렉스와의 인연을 완전히 끊지는 않았으니까.
이제 끊을 테지만.
“응, 나야.”
“누... 누나 맞아...? 그 모습은 대체... 이게 무슨... 아...”
절로 한숨이 새어나올만한 반응이다.
짧게 혀를 찬 스텔라는 지혁을 돌아보며 눈을 흐리멍덩하게 뜨고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스텔라의 표정을 읽어낸 지혁의 한쪽 입꼬리가 사악하게 올라갔다.
“이제부터 뭘 할 건지 말해줘야지?”
이제부터 자신이 모셔야할 주인에게 걸맞은 위엄이 넘치는 말투.
그에 아랫배가 찌잉 하고 울려온 스텔라는,
“네에...♡”
경외심이 담겨있는 대답을 하며 다시 알렉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요망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스텔라 헤일리는 오늘부로 인간을 포기할 꺼에요...! 지금부터 그 모습을 알렉스에게 보여줄 거구요♡”
“으... 아...?”
엑엑거리며 어리둥절해하는 알렉스.
한낱 인간으로서는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겠지.
구역질이 나오는 알렉스의 반응을 지켜보던 스텔라는,
스으윽...!
기어 나왔던 실이 자신의 소중한 음문으로 다시 돌아가면서, 변화를 시작하자 몸을 움찔 떨었다.
‘드디어...’
드디어 주인의 권속으로서 자리를 찾게 된다.
기대감에 부푼 스텔라는 몸의 변화를 지켜보았다.
화악!
첫 변화는 머리카락이었다.
아래에서부터 서서히 적셔지듯 검은색으로 물든 머리카락은, 이내 찰랑거리며 방 안에 미풍을 일으켰다.
트득!
두 번째 변화는 손톱이었다.
끄트머리가 뾰족하게 튀어나와 인간의 살 같은 건 쉽게 꿰뚫어버릴 만큼 날카롭게 변했다.
그리고 세 번째는 피부.
안 그래도 하얬던 피부가 실핏줄이 얼핏 드러날 정도로 더욱 창백하게 변하면서, 자신에게 조언을 해주었던 아델과 실비아처럼 아름다워졌다.
변화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고오오...!
디바이스에서부터 시커먼 구름이 꾸륵꾸륵 피어오르더니, 스텔라의 전신을 감쌌다.
그리고는 어떠한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그건 드레스였다.
가슴 가운데가 파이고, 한쪽 다리를 여실히 드러내며, 안쪽 살까지 어렴풋하게 비치는 요염한 검은 드레스.
뒤이어 굽이 굉장히 높은, 검은 광택이 흐르는 구두가 스텔라의 발 앞에 생겨났다.
그것을 본 스텔라는 침을 꼴깍 삼키고는 천천히 발을 옮겨 구두를 신었다.
“아...!”
사이즈가 딱 맞는다. 드레스도 무척 마음에 든다.
마치 지혁의 아내에 딱 맞는 모습처럼 느껴졌기에, 스텔라의 낯빛이 행복으로 물들었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의 변화한 몸을 살피던 스텔라는,
찌릿!
지혁의 몸에서부터 실시간으로 마력을 공유받는 것을 느끼고는 자신의 가랑이 사이로 손을 가져갔다.
황홀한 기분이다... 가만히 있음에도 절정해 버릴 정도로.
퓻!
“흐읏♡”
아까처럼 짧은 조수를 뿜어낸 스텔라의 허리가 살짝 굽혀졌다.
애액과 정액으로 엉망진창이 된 바닥.
저기에 알렉스를 처박아버리고 싶다는 유혹이 생긴 스텔라는, 그를 향해 자신의 손톱을 사르르 굴렸다.
“알렉스... 이거 보여...?”
“.... 으... 아아...”
“주인님께서 내려주신 몸이에요...♡ 엄청 예쁘지이...?”
알렉스의 눈이 천천히 죽어갔다.
그리고 빛을 잃어가는 눈에서부터,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상황 자체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만, 자신의 누나의 본질이 사라져가고 있음은 직감한 것 같았다.
그런 동생의 모습을 본 스텔라의 눈가가 초승달 모양으로 변했다.
“슬픈 거야...?”
“.....”
“왜? 우리 알렉스가 왜 슬플까...?”
자신의 새빨간 입술을 연홍색의 혀로 핥은 그녀의 표정은, 마치 일탈을 한 아이를 바라보듯 구슬프게 바뀌어있었다.
절망감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알렉스를 향해 천천히 다가간 그녀가 속삭였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알렉산더 헤일리, 네가 또래 인간들과 어울리며 사고를 쳤으니까... 그렇게 내 속을 썩였으니까... 난 널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
“우윽... 윽...”
울먹이기 시작하는 알렉스.
이성이 조금이나마 돌아오는 듯했다.
“그거 알아...? 눈치도 없는 네가 철없이 놀고 있을 때... 나는 주인님께 엄청 박히고 있었어♡ 그렇게 이런...”
화아악!
말끝을 흐린 스텔라는 자신의 손을 펴고 검은 불꽃을 일으켰다.
아주 자연스럽게, 원래 사용하는 힘인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녀는,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는 그 불길을 알렉스의 한쪽 귀에 가져다댔다.
치이이익!
“어억...! 끄아아아아아!!”
방 안을 쩌렁쩌렁 울리는 알렉스의 비명.
그게 노랫소리처럼 들려오는 건 착각일까?
인생 처음으로 과격한 행동을 해본 스텔라의 얼굴에 홍조가 감돌았다.
엄청난 쾌락이 느껴진다.
항상 자신의 속을 썩이던 알렉스에게 천벌이라도 내리는 것 같은 기분.
가슴속에서 꿀럭거리는 무언가가 올라오는데... 정말 좋다.
“그마안!! 누나아아아!!! 끄아아아악!!”
애타게 자신을 부르는 것조차도 너무 흥분된다.
저도 모르게 입을 살짝 벌린 스텔라가 뜨거운 숨을 내쉬었다.
“후아...♡”
그렇게 진정을 한 그녀는 불길을 사그라뜨렸다.
“꺼어어억... 흐거어억...”
그리고는 상스런 신음을 내뱉고 있는 알렉스의 뺨을, 방금과는 전혀 다른 살가운 태도로 어루만졌다.
“미안해... 많이 아팠어...?”
“으흐아악... 흐윽...! 아파아... 누나... 아파아...”
“그러게 왜 그랬어...? 응? 네가 그런 짓만 하지 않았어도... 나는...”
“으그그극...! 으끼이익...”
자신의 말을 끊고 들어오는 알렉스의 원숭이 같은 소리.
인상을 찌푸린 스텔라는 지혁을 쳐다보았다.
“오빠... 이제 어떡해...?”
애교가 가득 묻어나오는 그 말투에, 지혁이 부드러운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편하게 해줘.”
편하게 하라.
죽이라는 소리다.
스텔라의 몸이 멈칫했다.
“펴, 편하게...?”
스텔라가 주저했다.
인간이 아니게 되었음에도, 지혁의 권속으로 새로이 태어났음에도 살인을 하는데 있어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낀 것이다.
반응이 좋은 장난감을 제대로 갖고 놀지도 못한 상태에서 박살내는 게 아까운 것도 한몫했다.
“.....”
어쩔 줄 몰라 하며 우물쭈물거리던 스텔라는, 지혁의 부드러운 안색을 보고는 안심했다.
그는 그 어떠한 언짢은 기색도 없이 자신에게 결정권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알렉스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는 것이, 권속이 되는 과정의 끝임을.
짧은 시간에 온갖 고민을 하던 스텔라는,
“끄으으... 끄으으으으...”
쇠사슬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로 몸을 떠는 알렉스의 아랫도리가 약간 부풀어있는 것을 보고 헛웃음을 켰다.
‘지금...’
지금 저런 상황임에도... 발기를 한 건가?
아니면 우연히 그쪽으로 혈류가 몰린 건가?
뭐가 됐든, 이젠 쉽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벌레 한 마리를 밟아 죽인다고 생각하니 거부감이 옅어졌던 것이다.
촤르륵!
허리춤에 찬 채찍을 펼친 스텔라는,
서걱!
쇠사슬을 엿가락 자르듯 부서뜨렸다.
털썩! 하고 앞으로 쓰러지는 알렉스의 몸.
그의 머리맡에 쪼그려 앉은 그녀가 작게 속삭였다.
“정말 아꼈어. 알렉스.”
“.... 아... 우...”
“하지만 이젠 아냐... 네가 내 동생이었다는 게 죽을 정도로 싫어.”
“누... 나아... 안... 돼...”
이제야 상황을 파악한 듯한 알렉스의 간절한 바람이 스텔라의 마음에 파고들었다.
‘바보 같아...’
예전엔 저 동정심에 속아 넘어갔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저 하찮은 감정처럼 느껴졌고,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생각하니 절로 흥분되었다.
바닥에 사료를 흩뿌려놓고 먹으라 하지 못한 건 아쉽다.
알렉스의 눈앞에서 지혁에게 겁탈하듯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도 아쉽고.
하지만 이를 위해 알렉스를 죽이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알렉스. 넌 좋아해야 해.”
“....?”
“이제 네 부모 곁으로 가는 거잖아... 네게 못난 유전자를 물려준 인간들한테...”
“누... 나...!”
“있잖아... 난 사실 너랑 함께하면서 단 한 번도 행복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
“.....”
“하지만 지금은 정말 행복해... 좋은 가족들이 많이 생겼어... 마음이 너무 편해... 그러니까 너도 내 행복을 빌어주길 바랄게.”
“으흐으윽... 흐으으윽...!”
“잘 가.”
오열하기 시작하는 알렉스에게 나지막이 작별인사를 한 그녀는,
“누...!”
알렉스가 더러운 입으로 자신을 또 부르기 전에, 그의 등 정중앙에 손을 대고 눌렀다.
푸우욱...
손쉽게 찢어지는 살갗, 그리고,
“아아아...! 아아아아아아!!!”
괴성을 지르기 시작하는 알렉스.
동생이었던 인간의 거슬리는 목소리를 듣기 싫었던 스텔라는, 천천히 들여보내던 손에 힘을 주었다.
으드득!
무언가 박살나는 소리와 함께 끊긴 알렉스의 비명.
가슴까지 뻥 뚫린 그곳에서부터 피가 흘러나와 바닥에 웅덩이를 만들고 있다.
자리에서 일어난 스텔라는 자신의 오른손을 보았다.
알렉스를 꿰뚫은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뚝뚝 떨어지는 새빨간 선혈이 무척 아름답게 보인다.
툭.
스텔라는 저도 모르게, 아직 숨통이 끊기지 않아 간헐적으로 몸을 떨고 있는 알렉스의 머리에 자신의 발을 올려놓았다.
“아...♡”
지금까지 자신을 괴롭혀왔던 인연을 제 손으로 직접 끊은 기분은...
‘좋아...♡’
인외의 쾌락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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