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9화 〉 재탄생 스텔라
* * *
알렉스는 쇠사슬에 팔다리가 결박된 채로 축 늘어져있었다.
아직까지 정신이 돌아오지 않은 놈을 지켜보던 스텔라는, 몸을 돌려 내게 안겨왔다.
“이젠...”
말끝을 흐리는 스텔라.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나는, 그녀가 하고자 하는 말을 대신, 에둘러서 해주었다.
“우리랑 함께하자.”
감미로운 목소리가 듣기 좋았을까?
스텔라의 다리가 확 오므려졌다.
얼굴이 순식간에 벌겋게 변한 그녀는, 애가 타는 눈빛으로 날 올려다보았다.
“오빠... 나...”
심각한 상황임에도 성욕을 느낀다는 건, 알렉스에게 일말의 정조차 남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그를 더 이상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아니, 아직 가족으로는 생각하고 있되, 연을 끊을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하는 게 맞겠지.
스텔라의 허리를 감싸 알렉스의 앞까지 간 내가 물었다.
“앞으로는 네 인생 자체가 달라질 텐데, 감당할 수 있겠어?”
“.... 오빠가... 옆에 있을 거잖아...”
“맞아.”
“그럼... 감당할 수 있어...”
“그래. 변신해.”
스텔라는 아주 올곧게 디바이스에 손을 가져가 화면을 터치했다.
고오오오...!
변신한 그녀의 몸에서 피어난 기운의 색은 묵빛이었다.
저번의 회색과는 다르게, 스텔라의 물든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은 색 말이다.
이윽고 방 안에 쫙 퍼진 어둠이 걷히면서, 스텔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전한 백색 머리카락.
하지만 눈만큼은 달랐다.
그녀의 왼쪽 눈은 평소처럼 희었으나, 오른쪽 눈은 권속화가 끝난 것처럼 빨갰다.
그리고 그녀는 내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움찔했다.
자신의 눈이 오드아이라는 것을 자각한 그녀의 동공이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침착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델에게 아이테르의 해방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겠지.
거짓이 섞여있긴 했지만, 아델이 스텔라에게 해준 말들은 모두 사실이긴 했다.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면, 악의로 잔뜩 덧칠된 아이테르가 진정한 자신을 끌어내게 되니까.
이게 해방이 아니라면 무엇이 해방이란 말인가?
“오빠... 나... 눈이...”
“달라.”
“이, 이상해...?”
“아니. 예쁘기만 해.”
“.....”
스텔라의 뺨에 홍조가 감돌았다.
아까 알렉스의 모가지를 조일 때의 그 서늘했던 표정과는 정반대로, 속이 무척 요염한 한 사람의 숙녀만이 내 앞에 있다.
그런 그녀의 눈 밑을 어루만진 내가 물었다.
“너는 어느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해?”
“.... 오른쪽...”
수줍은 대답 속에 진심이 담겨져 있다.
처음 화장실에서 변화를 맛보고 두려움에 떨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진 상태.
입꼬리를 올린 내가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야.”
그러자,
스스스...
스텔라의 왼쪽에 남아있던 흰색 홍채가 밑에서부터 핏빛으로 물들어가더니, 곧 온 눈동자를 덮었다.
두 눈동자가 모두 변했음을 확인한 나는, 스텔라가 무의식 속에서 권속이 될 준비를 끝냈다는 것을 확신했다.
스륵.
스텔라의 슈트 허리춤에 있는 끈을 잡아당기자, 드레스가 부드럽게 벗겨졌다.
장식으로 있던 꽃이 바닥으로 툭 떨어지며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아...”
벌써부터 가쁜 숨을 토해내기 시작한 스텔라의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온다.
그녀도 어렴풋이 알고 있는 거다.
오늘이 자신의 인생의 변환점이라는 것을.
묵묵히 스텔라의 옷을 모두 벗긴 나는, 그녀의 새하얀 나신을 감상했다.
숨겨놓았던 욕구를 모조리 터뜨리도록 만드는 매력적인 피부...
평소보다 더욱 창백해 보이는 그 피부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나는 양팔을 양옆으로 약간 뻗었다.
“이리와.”
“흣...♡”
목소리를 들은 것만으로도 흥분상태에 접어들었는지, 간드러지는 신음을 짧게 내뱉은 스텔라가 발걸음을 옮겼다.
곧 쓰러질 듯한 위태로운 몸짓으로 내 품에 안긴 그녀.
목에 일자로 흉터가 남은 알렉스가 뒤에서 정신을 잃고 있다는 건 신경도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스텔라의 귓볼을 혀로 톡 건드린 나는, 그녀의 온몸이 움츠러들자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
“나중에 알렉스가 정신 차리면... 작별인사해.”
“.....”
머뭇거리는 스텔라.
작별인사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지금부터 스텔라가 알렉스에게 고통을 주면서 쾌락을 얻고, 놈을 죽임으로서 완전한 해방을 얻게끔 생각하도록 만들어야한다.
밑거름은 전부 뿌려놓았다.
이젠 등을 떠밀어주면서 그녀를 조금만 부추겨주면 된다.
스텔라의 귀에 훅! 하고 바람을 불어넣은 나는,
“오빠아...♡ 방에서...”
그녀가 교태 섞인 목소리로 앙탈을 부려오자 히죽 웃었다.
“여기서 하자.”
그 말에 스텔라의 얼굴이 당혹스러움으로 물들었다.
“여, 여기서어...?”
“응. 여기서.”
“.....”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어쩔 줄 몰라 하던 그녀의 고개가 뒤로 돌아갔다.
미동조차도 없는 자신의 동생을 흘끔 쳐다본 그녀는,
“네에...”
순종적인 말투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
지금까지는 알렉스를 은근슬쩍 자극하면서 쾌락을 얻었다.
악취미인 것을 알면서도 흥분감이 차올라 계속했었고, 그 이상은 가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그건 알렉스의 앞에서 지혁에게 몸을 바치는 것이 이리도 흥분될 줄은 몰랐던 때의 생각이었다.
“흐앙, 하아앙♡”
자신의 양팔을 붙잡아 당기며 왕복운동을 하고 있는 지혁.
그의 자지에 보지가 꽉꽉 찬 느낌을 받던 스텔라는, 거의 울먹거리는 듯한 교성을 터뜨리며 동생을 바라보았다.
유전자 중에서도 가장 보잘것없는 유전자만이 들어가 탄생한 동생은 여전히 혼절해있었다.
친누나인 자신에게 마음을 품은 하찮은 핏줄에게 우악스럽게 범해지는 자신을 보여주고 싶은데... 주제도 모르고 눈을 뜨지 않고 있다.
“좋아?”
자지를 꾹꾹 찔러대는 지혁의 나긋한 물음.
허겁지겁 고개를 끄덕인 스텔라가 대답했다.
“응! 응...! 조아...♡”
“흥분했어?”
“흥분해써요♡ 엄청 흥분해써...!”
파앙! 팡!
솔직한 마음을 드러낸 것이 주효했을까?
지혁의 움직임이 무척 격해졌다.
자신의 엉덩이에 지혁의 사타구니가 힘차게 부딪친다.
자지가 자궁구까지 찔릴 때마다 꽤나 고통스러웠지만, 다리를 더욱 벌리고 허리를 내리니 그마저도 없어지고 쾌락만이 남았다.
“아아아...!!”
프슛!
짧게 끊겨져 나온 조수.
또 한 번 갔다.
20분도 안 되는 시간에 벌써 몇 번이나 가버렸는지 모르겠다.
처음엔 부끄러웠던 이 오르가즘도 이제는 겪으면 겪을수록 좋았다.
자신의 몸으로 흥분하는 지혁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미칠 것 같았다.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린 투명한 애액이 바닥에 닿아 응어리지고, 점점 범위를 넓혀나가 알렉스가 꿇은 무릎에 닿는다.
그 모습을 보고 더욱 흥분한 스텔라의 보지에서 끊겼던 애액이 질질 흘러나왔다.
“우리 덜렁이는 변태네?”
스텔라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댄 지혁의 애정 어린 매도.
고막을 뚫고 들어와 뇌리까지 닿은 그 목소리에 숨을 헉 삼킨 그녀가 대답했다.
“으응♡ 나 변태야... 변태에요...!!”
뇌에선 오직 쾌락을 위한 물질만이 분비되어 스텔라 자신의 온몸을 잠식하고 있었다.
황홀하기 그지없는 기분이었고,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다.
그럼에도 지혁의 목소리만큼은 자신의 주인인 양 선명하게 들려오는데, 그게 너무나도 듣기가 좋아서 미쳐버릴 노릇이었다.
“알렉스 앞에서 이렇게 당하니까 좋아?”
“응, 응! 좋아요! 너무, 좋아앗...!”
“널 구해줘야할 동생은 가만히 있네? 누나가 이렇게 범해지고 있는데 자고만 있는 게 괘씸하지 않아?”
“괘씸해...! 나빠! 알렉스 나빠아...♡”
“그럼 네가 이렇게 저속해진 건, 알렉스 때문이겠네?”
“마자...! 마자요...♡ 알렉스 때문이야... 전부... 알렉스 때문이야아...”
“민폐만 끼치는 동생이라 싫겠다. 알렉스만 없었더라면 미래가 더 잘 풀릴 수도 있었을 텐데... 그치?”
꿀럭!
가슴속에서부터 찐득한 무언가가 차오른다.
꽈아악...!
지혁에게 잡혀있는 스텔라의 손목, 그 밑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뿌드득!
절로 갈리는 이빨.
지혁의 말에서부터 피어난 부정적인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증오심으로 변한다.
그 증오에 온몸을 맡긴 그녀는, 진심으로 분노한 표정으로 알렉스를 쳐다보았다.
민폐. 그렇다. 알렉스는 자신의 앞길만 막은 민폐덩어리 핏줄이다.
그만 없었더라면 자신의 과거는 힘들지 않았을 수도 있었고, 한국에 와서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지혁과 동료들, 그리고 보영에게 사랑을 받으며 즐겁게 살았을 것이었다.
찌곡...! 찌곡!
하지만 괜찮다.
지금 이렇게 자신을 사랑해주는 지혁이 있으니까,
알렉스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배포를 가진 그가 자신의 옆에 있으니까.
오늘부터는 어디 내놓기도 부끄러웠던 동생과 절연하고, 지혁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리라.
스스스...
스텔라가 그러한 마음을 품은 순간, 그녀의 머리카락이 검은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눈을 똑바로 뜨고 있던 그녀는, 중력으로 인해 내려간 머리카락이 물드는 것을 보고 소스라칠 정도로 놀랐다.
‘아...! 이거어...!’
스텔라는 본능적으로 눈치챘다.
아델이 말했던 해방의 전조가 자신에게 찾아왔음을.
“오빠아...!”
고개를 끝까지 돌린 스텔라는 간절한 눈빛으로 지혁을 바라보았다.
그런 스텔라의 마음을 읽어냈을까?
지혁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더니 물었다.
“준비는 됐어?”
스텔라가 냅다 대답했다.
“으응...!”
“알렉스는 버릴 거지?”
“응...! 버려...! 버릴 꺼예요...♡”
“이제부터는 새로운 너로 살아갈 거지?”
새로운 자신이라...
듣기 너무나도 좋은 말이다.
황홀함에 휩싸인 그녀의 고개가 빠르게 주억거려졌다.
“네에...♡”
“몸도, 마음도, 영혼도 전부 나한테 줄 거지?”
“네에에...♡”
“좋아. 나머지는 알렉스가 깨어나면 하자.”
“네에...?”
스텔라의 인상이 팍 구겨졌다.
한창 좋을 때 열등한 쓰레기를 언급하다니?
성질이 나지만, 지혁에게는 분명히 어떠한 뜻이 있을 테니 참자.
푸화악!
격앙된 스텔라의 몸에서부터 엄청난 마기가 피어나 방 안을 뒤덮었다.
그것은 곧 지혁의 몸으로 빨려들어갔다가, 새로운 기운으로 재생성되어 스텔라의 몸 속으로 들어갔다.
움찔.
그리고 스텔라가 그 기운을 받아들인 순간,
“아... 아아아...!”
그녀는 지혁과 자신의 영혼이 공명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서로의 영혼을 공유한다는 기분이 이런 것인가?
행복에 겨워 미쳐버릴 것 같다.
“갈게... 똑바로, 전부 받아...!”
어느새 사정감이 찾아온 지혁의 통보.
퍼뜩 정신을 차린 스텔라는, 지혁의 자지가 그 어떠한 일이 있어도 빠지지 않게끔 자신의 보지에 힘을 잔뜩 주었다.
그 순간,
뷰릇!
자신의 자궁에 뜨거운 액체가 쏟아져 들어왔다.
그 엄청난 열기를 느낀 스텔라의 눈이 뒤집어졌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꿀럭거리며 밀고 들어온 정액이 자궁을 가득 채우는 게 느껴지는 것만 같다.
절정에 절정을 거듭하고 싶지만 참아야한다.
지금은 지혁의... 주인의 씨앗을 받아들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 안간힘을 쓰며 정신을 붙든 채로 지혁의 씨를 받아들이던 스텔라가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정액마저도 아깝다는 생각을 할 때쯤,
“크윽...”
알렉스의 입에서부터 힘겨운 신음이 새어나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