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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464화 (464/471)

〈 464화 〉 마음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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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파란 정사각형의 방.

천장에 스피커가 달려있는 그곳에, 샬롯은 홀로 덩그러니 앉아있었다.

그녀는 이곳이 어디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정신, 심리검사를 위한 장소.

지금쯤 이 바깥에선, 기술이란 기술은 모조리 활용해 자신의 정신 상태를 체크하고 있을 것이었다.

­비스트 슬레이어 본부에서 아무 일도 없었습니까?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기계음이 섞인 무미건조한 목소리.

샬롯이 곧바로 대답했다.

“일은 많았죠. 탐색기 기술도 배웠고, 이 외에도 두 가지의 기술을 더 배웠어요.”

­어떤 기술을 추가로 배웠나요?

“비스트 슬레이어들이 사용하는 소모품에 관한 기술과, 폴리머스를 다른 금속과 융합시키는 방법이요.”

­그렇군요. 약속된 기술은 탐색기 하나가 끝인데, 두 가지를 더 배웠다는 건... 비스트 슬레이어 본부에서 당신을 포섭하려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샬롯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기분 나쁜 표정을 지은 그녀가 말했다.

“아니면 제가 박사님께 인정을 받았을 수도 있죠.”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네. 이사벨... 아니, 제니퍼 캐시 박사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절 마음에 들어 하시는 눈치였고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오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사령부에서도 제 실력을 믿으니까 본부로 보낸 것 아닌가요?”

­젊은 여자 과학자 세 사람 중에서 그나마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당신이라 보낸 겁니다.

“진이 빠지는 대답이네요. 사실이기도 하지만요.”

­본부의 사람들이 샬롯 클라크, 당신을 포섭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까?

샬롯의 눈에 고민이 담겼다.

“글쎄요... 그렇다기보다는 호감을 주면서, 은근슬쩍 사령부의 정보를 공유 받고 싶어 하는 느낌이 강했던 것 같아요.”

­그들의 행동에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제게 허가된 권한만큼의 정보는 기술을 넘겨받는 대가로 발설했습니다. 몇 가지는 거짓으로 답했고요. 이는 데이비드 허셀 비서실장님과도 이야기가 된 부분이에요.”

­알겠습니다. 다음은...

여덟 시간.

샬롯이 방에 들어가 검사를 끝내고 나올 때까지의 시간이었다.

정신적으로 완전히 지친 그녀는,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고 데이비드 허셀에게 본부의 기술이 담긴 자료를 건넸다.

그리고는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몸을 제대로 닦지도 않고 침상에 누웠다.

정말 지친 하루였지만 기분만큼은 좋았다.

제니퍼 캐시 박사의 눈에 띄어, 본부의 기술을 세 가지나 배울 수 있었다.

그녀가 알려준 미래과학에 관한 것들을 보면서 개안하는 기분이었고, 열의가 마구 솟아났다.

계속 본부에서 기술을 전수받고 싶은데... 기회를 더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다.

아쉬운 마음을 달랜 그녀는 눈을 감았다.

‘피곤해...’

본부에서 배웠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고 싶었지만, 정신검사 때문에 너무 피곤했다.

자고 일어나서 해야지.

그리 생각한 샬롯은, 곧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뱉으며 곯아떨어졌다.

그렇게 새벽녘이 되었을 때쯤,

핏­!

샬롯은 자신의 머리에서 따끔한 고통이 일자 눈을 떴다.

‘뭐야...?’

인상을 마구 찌푸린 채로 상체를 일으킨 그녀는, 비틀비틀 침상에서 내려와 냉장고 문을 열었다.

보급된 생수를 집어 들고 벌컥벌컥 들이켜며 텁텁한 목을 달래던 그녀는,

찌릿­!

뇌리에 자그마한 전류가 흐르는 것을 느끼고는 눈을 부릅떴다.

생수병에 입을 댄 채로 우뚝 멈춘 그녀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아...?’

잊고 있었던 무언가가 깨어나 뇌 전체로 퍼진다.

고통 따윈 없는 아주 자연스러운 흐름.

순식간에 모든 기억이 되살아난다.

“.....”

잠시 가만히 있던 샬롯은 생수 뚜껑을 닫고 화장실에 들렀다.

거기서 거울을 한 번 바라보고 손을 씻고 나와,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평범하게... 아주 평범하게 말이다.

‘주인님의 뜻대로...’

**

덜컹!

“형... 형! 누나... 누나는 왜 안 와요...?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

밥구멍을 열자마자 개 같이 뛰쳐나온 알렉스의 다급한 물음.

놈에게 오늘의 식사를 건네준 내가 대답했다.

“스텔라는 지금 자고 있어.”

“이틀간 똑같은 말만 하는데 그걸 어떻게 믿어요...!”

“나도 믿기지 않는데, 사실이야.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있었나봐.”

“.... 저 때문이에요?”

“이번엔 너 때문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쉬고 있어라.”

“그럼 뭐 때문인데요...! 제발 말씀해주세요...!”

“글쎄. 뭐 때문일까?”

“형님! 제발 알려...”

철컹!

일말의 정도 없이 밥구멍을 닫아버린 나는, 노트북을 살펴보았다.

벽을 마구 때리는 알렉스가 보인다.

누나를 향한 걱정, 날 향한 노여움이 섞여있는 듯한 행동이다.

명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남은 시간동안 하고 싶은 거 다 해봐라.

그 비좁은 방 안에선 할 게 전혀 없겠지만.

노트북을 닫은 나는 세화의 집으로 향했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마기.

세화를 비롯한 아내들이 뿜어내는 것이었다.

폴짝!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간 나는, 메릴이 기분 좋은 표정으로 소파에 앉은 유리아의 무릎 위에서 자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마기 덕분에 편안함을 느낀 모양이구나.

“어서 와, 내 주인.”

날 반기는 유리아의 눈매는 평소완 다르게 약간 치켜세워진 상태였다.

본모습과 인간으로 위장한 모습, 그 사이.

마기 때문에 영향을 받은 것 같았다.

“그래. 세화한테 소식 들었어?”

“들었어. 유승현이 비스트 슬레이어가 됐다는데... 맞아?”

비스트 슬레이어까진 아니고, 그냥 양산형 영웅이지.

우리가 인위적으로 만든 복제품.

그래도 아이테르 하나가 못 쓰게 된 건 아깝긴 하다.

“대충은. 옛날 생각나지 않아?”

“글쎄... 유승현과의 접점은 거의 없어서 딱히 감흥은 없네?”

“같이 밥까지 먹어놓고는.”

“그땐 네가 유승현을 아론이라고 속였으니까, 한 번 만나본 거지. 어차피 너한테...”

유리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어차피 내게 조교를 당했다고 말하려 했던 모양.

실소를 터뜨린 내가 말했다.

“아론은 네 손으로 죽였잖아.”

“꿈에서 죽였지. 현실에서 죽인 건 너야.”

발록에게 당해 잿더미가 되어버린 부모와 아론을 보며 울부짖던 유리아.

복수의 칼날을 갈며 포탈의 흔적을 쫓아 지구까지 따라온 그녀가 내게 마음속으로부터 복종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꽤 많이 흘렀다.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어?”

“안방에. 스텔라한테 마력을 나눠주고 있어.”

고개를 주억거린 내가 안방 문을 열자, 먹구름 같은 것이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앞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자욱하게 낀 마기를 해쳐나간 나는, 침대에 곤히 누워있는 스텔라를 보았다.

아델과 실비아가 나체의 그녀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고 있는데, 뭔가 요사스럽게 느껴진다.

스텔라의 음문은... 그대로 있구나.

보랏빛이 저번보다 선명해진 것이, 마기를 쭉쭉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는 세화에게 가까이 다가간 내가 물었다.

“상태는 어때?”

“똑같아. 편하게 자고 있어. 워낙 착한 아이인 만큼 고민이 큰가봐.”

세화는 요즘 퍽 즐거운 것 같았다.

얼굴에 맺힌 미소를 보면 답이 나왔다.

유승현을 어떻게 능욕하면서 죽일지 생각하고 있는 모양.

픽 하는 웃음을 터뜨린 나는 세화의 허리를 감쌌다.

그때,

“으음...”

스텔라가 짧은 신음을 내뱉으며 몸을 뒤척였다.

평소와는 다른 반응. 깨어날 기미가 보인다.

나는 방 안을 가득 채운 마기를 모조리 회수했다.

스텔라의 하복부에 손을 대어 음문을 감추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모든 일을 마무리하자,

“으으응...”

피곤한 탄성을 내뱉은 스텔라의 눈이 부스스 뜨였다.

**

“옳지, 옳지... 자아... 천천히... 어허...! 빠르게 삼키면 안 돼...!”

아델의 엄한 꾸중을 들은 스텔라의 목젖이 느릿하게 꿀렁거렸다.

미지근한 물을 전부 마신 그녀는, 머리가 아픈지 자신의 이마를 꾹꾹 눌러댔다.

흐리멍덩한 눈으로 아델에게 컵을 건넨 스텔라는 내게로 눈을 돌리더니 배시시 웃었다.

“오빠아...”

목소리가 어딘지 모르게 요염하다고 생각한 나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앉았다.

“일어났어?”

“응... 꿈 꿨어...”

“무슨 꿈...?”

“몰라아... 기억이 잘 안 나... 오빠... 나 배 만져줘... 쓰다듬어주세요...♡”

애교를 가득 부리면서 내 손을 바라는 스텔라.

인자한 미소를 지은 나는 스텔라의 뒤로 다가가,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겨 등을 가슴팍에 묻도록 했다.

그 상태에서 스텔라의 아랫배를 살살 쓰다듬었다.

“흐우... 후...”

야릇한 신음을 터뜨리며 좋아라하는 그녀를, 세화를 비롯한 아내들이 유심히 바라보았다.

스텔라는 지금 자신이 나체인 것도 모르는 듯했다.

그저 내 손길에 강아지처럼 좋아하며 헤실헤실 웃기만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끝에, 결국 참다못한 실비아가 물었다.

“괜찮니?”

스텔라의 고개가 천천히 끄덕여졌다.

“네에... 저... 얼마나 잤어요...?”

“사흘 정도 됐어.”

“그렇게나 오래...?”

“응. 우리 모두 걱정하고 있었어.”

“죄송해요... 죄송해요...”

“네가 죄송할 이유는 전혀 없으니까, 마음에 담아두지 마.”

“네... 아...! 저 알렉스한테 밥 줘야 돼요... 굶었을 텐데... 지금 집에 갈래요...”

스텔라가 낑낑거리며 침대에서 나오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배를 꾸욱 눌러주자, 내 손길을 온몸으로 음미했는지 다시 얌전해졌다.

그런 그녀의 어깨에 턱을 살짝 괸 내가 말했다.

“밥은 내가 줬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 오빠가 줬어...?”

“응.”

“다행이야...”

“조금만 쉬었다가, 괜찮아지면 같이 돌아가자.”

“으응... 그런데... 이세화 선배님...”

갑작스런 부름에, 세화가 곧바로 반응했다.

부드럽게 미소 지은 그녀가 침대에 걸터앉더니 스텔라의 다리에 손을 올렸다.

“응, 불렀니?”

“안아주세요... 아까처럼...”

“아까처럼?”

“아...제가 엄청 나쁜 꿈을 꿨는데에... 거기서 선배님들이 안아주셨어요... 그때 꿈이 좋은 꿈으로 바뀌었어요... 너무 포근해서... 죄송해요... 잊어주세요... 배고프다아...”

횡설수설하는 스텔라.

손가락을 꼼자락거리는 것이, 포옹을 하고 싶어서 미치겠는가보다.

세화는 어리광을 부리는 스텔라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마치 어린 친동생을 보는 것 같은 표정.

잠깐 그러고 있던 그녀가 스텔라에게 가까이 다가가더니, 팔로 목을 감아 자신의 품으로 끌어왔다.

“얼마든지 안아줄게.”

“.....”

나긋한 목소리에 안정을 얻었을까?

스텔라가 세화의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넣어, 그녀의 허리를 꼬옥 안았다.

그리고는 유리아를, 아델을, 실비아를 순서대로 바라보며 무언의 부탁을 했다.

세화처럼 자신을 안아달라고 말이다.

물개박수를 친 아델이 스텔라에게 달려드는 것을 본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저런 스텔라의 행동은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는 뜻과도 상통했기 때문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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