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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463화 (463/471)

〈 463화 〉 마음의 소리

* * *

“승현이가... 세계연합의 새로운 영웅이라구...? 내가 아는 걔? 유승현?”

나와 함께 죽은 듯 잠들어있던 스텔라를 바라보던 세화의 말이었다.

스텔라의 이마에 손을 대본 내가 대답했다.

“맞아.”

“확신해?”

“확신에 가까워. 분명히 놈이야.”

“그래...?”

세화는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정이라고는 단 하나도 없어 보이는 얼굴, 마기까지 줄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런 그녀의 허리를 팔로 감싼 내가 물었다.

“왜 그렇게 악독한 표정을 짓고 있어?”

“아니...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런 일을 하게 된 건지 궁금해서. 그쪽 아이테르의 적합자들은 옛날의 아델처럼 마기를 감지할 수 있대?”

“그게 불안요소이긴 한데, 지금부터 알아봐야지.”

“오랜만에 그 멍청한 얼굴을 볼 수도 있겠네...? 재미있어질 것 같아.”

굉장한 흥미를 보이던 세화는,

“으응...”

스텔라의 입에서 힘겨운 신음이 새어나오자, 그녀의 이마에 애정이 서려있는 키스를 해주고는 곧장 포탈을 열었다.

쩌어억­!

입을 크게 벌린 마물의 아가리 속으로 걸음을 옮긴 그녀가 날 돌아보며 화사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유리아 언니한테도 말하러 갈게.”

“다녀와.”

“응.”

쿵­!

세화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세차게 닫힌 아가리.

그것은 곧 연기처럼 화해 사라졌고, 방 안에 미량의 마기만을 남겨놓았다.

“아아... 아...”

인상을 팍 찡그리며 애타는 목소리를 내뱉는 스텔라.

그런 그녀의 옆에 딱 달라붙어 누운 나는, 그녀의 품을 꼭 껴안고 마기를 서서히 집어넣었다.

그러자 스텔라의 끙끙거리던 몸이 얌전해졌다.

찌푸렸던 얼굴 또한 평온하게 돌아왔고, 코에서는 다시 새근새근한 숨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스텔라를 껴안은 채 온기와 마기를 전달해주던 나는,

우웅­!

샬롯의 세뇌가 완료되었다는 마르셀라의 문자를 보고 포탈을 열었다.

이후 마력을 일으켜, 스텔라의 몸을 조심스레 띄우고 포탈 안으로 집어넣었다.

세화를 비롯한 아내들과, 메릴의 곁에 있다 보면 더욱 안정되겠지.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은 내가 말했다.

“천천히 결정해도 돼.”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있을 텐데, 심사숙고해본 뒤에 내 품으로 오렴.

**

“다시 물어보죠. 당신은 누구?”

박사의 나긋나긋한 물음에, 여전히 기계장치를 머리에 쓴 상태였던 샬롯이 대답했다.

­샬롯 클라크, 26세, 세계연합 특수작전사령부 소속 연구원입니다.

약 6시간 전과는 달리 망설임이 전혀 없다.

자아가 완전히 뒤바뀌고, 적응했다는 증거다.

만족스런 웃음을 흘린 박사가 재차 물었다.

“좋아요. 진정한 정체는요?”

­에란델 은하의 총수이자 마계의 주인이신 마왕 타이라트 님의 하인입니다. 저는 주인님을 위해 특수작전사령부에 잠입한 스파이입니다.

“당신의 목적이 뭐죠?”

­주인님의 패업을 방해하는 가증스런 인간들을, 내부에서부터 은밀하게 와해시켜야합니다.

“지금부터 당신이 해야 할 일은요?”

­박사님의 마음에 든 저는 비스트 슬레이어 본부의 기술 중, 약속된 것보다 많은 세 개를 배워갑니다. 이후 특수작전사령부에 보고를 올려 입지를 다진 뒤에, 주인님의 하인을 한 명 더 잠입시키고 사령부의 모든 정보를 빼냅니다.

샬롯의 대답을 들은 박사가 키보드를 두드리더니, 어떠한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샬롯의 머리에서 세뇌장치가 벗겨졌다.

자연스럽게 눈을 뜬 그녀는, 온몸을 속박하던 구속구마저 풀리자 자연스럽게 침상에서 나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

말없이 가만히 서있는 채로 고개만을 이리저리 돌리던 그녀는,

“앞에 있는 문으로 나오세요.”

푸쉬익­!

그녀의 앞에 있던 문이 열리자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실험실 안에 마련된 자그마한 상황실 안으로 들어왔다.

“.... 아...!”

박사와 마르셀라 앞에 있는 나를 본 샬롯이 자그마한 탄성을 터뜨렸다.

재빨리 단전 쪽에 양손을 얹고 상체를 숙이는 그녀.

마계에 있는 내 시종들이 하는 예법이었다.

뇌 속에 직접 주입받은 모양인데... 훌륭하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충성심이 뚝뚝 묻어나오는 인사.

샬롯에게 가까이 간 나는, 그녀의 몸이 부들부들 떨려오자 피식했다.

저건 성적으로 흥분해서가 아니라, 경애심에서 나오는 떨림이었다.

마기가 없음에도 완전한 수족이 되었구나.

마르셀라가 만든 장치에 감탄이 나오려고 한다.

“그래.”

인사를 받아주자, 샬롯의 상체가 서서히 세워졌다.

그녀를 향해 인자한 미소를 지은 내가 물었다.

“특수작전사령부의 위치는?”

“송구하오나 저도 잘 모릅니다. 지정된 위치에 제가 도착하면 사령부로 이동하게 되어있습니다...”

“철저하게 숨겨진 곳이로군. 기술을 세 개 배워간다고 했지?”

“네, 주인님.”

“시작해라.”

“알겠습니다.”

다시 한 번 내게 인사를 건넨 샬롯은, 박사의 안내에 따라 실험실을 나섰다.

두 사람이 나가는 것을 바라보던 마르셀라가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복귀하면 정신검사 비슷한 것을 한다고 하더군요. 이 상태 그대로 복귀한다면 들킬 것 같아서, 샬롯이 돌아가기 전에 장치를 통해 세뇌를 당했던 기억을 임시적으로 말소하려고 해요. 하루 정도면 기억이 다시 깨어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알았다.”

“스텔라 님께선... 괜찮으신가요?”

“잠깐 고통스러운 듯 신음을 흘렸지만, 안정된 상태다. 지금은 아내들이 보살펴주고 있지.”

“다행이네요. 부디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잘 될 것이다.”

@@

왼쪽은 밝고, 오른쪽은 어둡다.

자신을 기점으로 정확히 반으로 나뉜 그 이질적인 길을, 스텔라는 걷고 있었다.

‘추워...!’

체감 상 영하는 되어 보이는 온도.

자신의 몸을 살펴보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다.

휘오오오...!

앞에서 바람이 불어 닥친다.

왼뺨에서는 따뜻한 감각이, 오른뺨에서는 차가운 감각이 인다.

자신은 지금 엄청난 추위를 느끼고 있는 상태였다.

길은 넓었고, 여기서 왼쪽으로 약간만 움직이면 따뜻한 바람을 전부 맞을 수 있다.

그런데 왜일까?

왼쪽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움직이려고 하니 불쾌했으며,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하지만 오른쪽은 아니다.

간다고 생각만 하니 마음속부터 따뜻해져와 체온을 올려주었고, 심장이 좋은 쪽으로 두근거리면서 쿵쿵 뛰어댔다.

‘아...’

저벅... 저벅... 저벅.

오른쪽으로 중심을 둔 채로 마치 외나무다리를 걷는 듯하던 스텔라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 라...

왼쪽에서 누군가의 따스한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뭔가 싶었던 스텔라는 자신의 디바이스를 두 번 터치했다.

오감을 발달시켜서 목소리를 선명하게 듣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화악­!

변신한 스텔라는 청각을 집중해보려다가, 자신의 왼팔엔 흰 기운이, 오른팔엔 검은 기운이 맺혀있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왜...”

자신의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는 기운은 흰색이다.

그런데 왜 오른팔에 불길한 검은 기운이 둘러져있는 것일까?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던 스텔라는,

“어...?”

채찍을 잡고 있는 오른쪽 손의 손톱이 길고 뾰족하자 벙 쪄버리고 말았다.

손톱이 마치 핏빛처럼 물들어있다.

마치 악마처럼.

“이게 왜...”

자신의 채찍을 허리춤에 끼워넣은 스텔라가 왼손과 오른손을 딱 붙여 비교해보았다.

손톱이 길어진 것뿐만이 아니라, 피부마저도 차이가 있었다.

원체 흰 피부라서 눈에 띄는 차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왼손이 조금 더 창백했다.

‘.....’

낯설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그런 모순적인 감정이 느껴진다.

왼손도, 오른손도 자신의 몸의 일부 같다.

­스텔라... 나의 스텔라.

신기한 듯 오른손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스텔라는, 왼편에서부터 잊고 살았던 목소리가 들려오자 눈을 부릅떴다.

“어, 엄마...?”

저 온화한 목소리는 어머니 특유의 그것이었다.

분명했다. 절대로 잊을 수가 없었다.

“엄마...? 엄마에요...?”

아이처럼 어머니를 부르짖던 스텔라는,

­어서 이리로 오렴, 스텔라.

뒤이어 들려오는 중년 남성의 인자한 목소리에 벼락이라도 맞은 듯 온몸을 떨었다.

“아... 아빠...?”

­누나! 여기야!

변성기가 오기 전 알렉스의 어린 목소리까지...

시야가 순식간에 노래지고, 머릿속이 찡 울린다.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모른다.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자신은 왼쪽으로 가야한다는 거다.

왜? 그곳에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으니까.

저벅.

좌향으로 발을 크게 내딛은 스텔라는, 본격적으로 뛰어갈 준비를 했다.

그러나,

­스텔라.

오른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움찔하며 모든 동작을 멈추었다.

이건 분명히...

“오빠...?”

지혁의 것이었다.

“오빠야...? 오빠...”

스텔라의 간절한 부름에도 불구하고, 지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목소리도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부모님과 알렉스도 마찬가지였다.

따뜻하고 차가운 바람만 불어오는, 끝이 없어 보이는 고요한 길의 중심.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있으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스텔라의 마음에 덜컥 공포라는 감정이 심어졌다.

무섭다. 외롭다.

얼른 가족들에게 안기고 싶다.

그런데...

‘가족들...?’

머릿속에 의문이 생긴다.

내 가족들이 누구였더라...?

그러한 생각을 하던 스텔라는,

[명심해. 네 가족은 오직 나, 그리고 세화를 비롯한 본부의 동료들뿐이야.]

[네가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어. 나, 그리고 우리 가족들과 함께 있으면서 즐거운 기분만 느꼈으면 해.]

뇌리에 지혁의 달콤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렇다.

자신의 가족들은 오직 지혁과, 세화를 비롯한 본부의 동료들.

자신이 무척이나 힘들 때 옆에 있어줬던 사람들은 그들뿐이다.

오직 그들과 함께해야지만, 자신은 행복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을 빚어주신 어머니와 아버지는?

방금 활기차게 자신을 불렀던 알렉스는?

그들은 가족이 아닌 건가?

‘으음...’

더 고민해봐야 할 듯하다.

싱숭생숭한 심정을 억지로 다스린 스텔라는, 일단 길을 걸었다.

저벅.

그래도 아까보다는...마음속에 껴있는 안개가 걷힌 것 같다.

지혁 덕분에.

자신이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믿는 그 덕분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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